우리의 새 군주이신 메디치님한테 이 글을 바침미다 제발 절 뽑아주세여 ㅠㅠ 하는 서문 후딱 읽고
본장 들어가자마자 이 새끼가 빼앗은 남의 영토를 계속 유지하는 방법으로 꼽는 게

''첫째는 그 영토의 군주의 혈통을 근절하는 일이고"

이래서 동공 지진됨 

진도가 너무 빨라요... 


마키아벨리가 서구권에서 거의 처음으로 도덕과 분리해서 현실 정치를 다뤘다는데 
그 전까지 군주는 철학자여야 한다 블라블라, 군주는 신이 기름 부은 어쩌고 저쩌고, 군주는 참된 크리스천의 모범으로 이러쿵 저러쿵 하다가
빼앗은 영토 유지하려면 일단 기존 군주의 혈통을 근절시켜버려라 이러고 있으니
교황이 파르르 떨면서 금서로 지정하고 왕이 직접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반박하는 글 쓰고 난리쳤다는 게 이해가 됨 

물론 마키아벨리는 사실 공화주의자였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키아벨리즘은 오해고
군주론은 문장 몇 개만 따서 단면적으로 읽으면 안 된다는 것도 들었는데 어쨌든 당시 사람들한테는 책이 ㅈㄴ 고자극이었을 것 같음 

재밌었던 거 몇 개만 뽑아보면 


민중을 친절하게 대우해주든가 아니면 철저하게 억누르든가 해야 한다. 
사람은 사소한 피해에는 복수하려 하지만 심각할 정도로 큰 피해에 대해서는 복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힐 때엔 군주 자신이 복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아도 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굴 조지려면 복수를 꿈도 못 꾸게 완전히 조져라)

다른 사람을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은 끝내 스스로 멸망한다. 
그 사람은 약삭빠른 재치와 폭력으로 남을 강하게 만들지만, 세력을 얻게 된 자는 이 두가지 수단에 대해 불신을 품기 때문이다. 

민중을 설득하기는 쉽지만 그들을 그 설득 상태에 그대로 고정시켜두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그들이 더 이상 믿으려고 하지 않을 때에는 힘에 의하여 믿도록 하는 수단을 강구하여야 한다. 

사람은 해를 가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은혜를 베풀면 그 은혜를 베푼 자에게 더 큰 호감을 느끼게 된다. 

인간은 자기가 두려워하는 사람을 해치는 일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는 일에 덜 주저한다. 
인간은 사악한 동물이므로 '의리'에 의하여 유지되는 애정 따위는 사사로운 이해관계의 변화에 따라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처형의 공포에 의해 묶여 있으므로 결코 사람을 버리지 못한다. 


생각보다 분량은 적은데 고대 로마사랑 당대 이탈리아랑 유럽 정치 구도가 숨쉬듯 예시로 나와서 관련 지식 부족한 게 아쉽더라
주석 달려 있긴 한데 배경 지식 세세하게 제대로 알았으면 좀 더 책이 확 와닿았을 것 같음 

아 글고 이거 읽으면 체사레 보르지아가 ㅈㄴ 궁금해짐 
마키아벨리가 체사레한테 진짜 강렬한 인상 받았다는 게 훅 느껴져서 재밌더라 
군주론 같은 제왕학? 고전 처세술 책이나 체사레 보르자 관련 책 재밌는 거 아는 묺붕은 댓 적어주라! 

글고 군주론은 내가 이제 막 제위에 오른 신생 군주라는 컨셉 잡고 읽으면 더 재밌을 것 같음ㅋㅋㅋㅋㅋ 


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