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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4 23:47
동네 인간들은 아이어른 할 거 없이 전부 걔를 바보멍청이랬다.
거기다 몇몇은 칭찬이랍시고, 걔는 모자란 애 치고 겉모습이 너무 멀끔하다 말했다. 보는 사람이 다 아쉬울 정도로, 지능에 과분한 잘난 외모를 가졌다고.
그렇게 멋대로 지껄여댔는데,
나는 어릴 적부터 그 소리가 씨발- 너무 듣기 싫었다.
“부모 잘못 만난 탓이지, 쯧..”
동네마다 한명씩은 있다는 덜떨어진 애가 바로 걔였다. 그치만 난 처음부터 걔가 바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건 정말이다.
귀엽고 착한애.
그래서인지 내 말을 잘 듣는 애.
라고만 생각했지.
“야! 너는 왜 맨날 걔랑 같이다녀?”
“티미 얘기하는 거야?”
“아, 그 병신 저능아한테 이름도 있었어?”
몰랐네~ 하며 깔깔 웃던 동급생 머리채를 잡아 그대로 칠판에 얼굴을 갖다 박은 게, 아마.. 여덟살때? 그날로 티모시와 나는 교내 공식커플이 됐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라기보단,
굳이 이름 붙이자면 우린 바보온달과 조폭마누라에 가까웠다.
“야, 여기있는 사탕이 몇 개야?”
“와아- 진짜 많아!”
동네 구멍가게에서 훔쳐온 사탕 여러개를 책상 위로 쏟아부으니, 티모시가 눈을 반짝이며 나를 올려다봤다.
충분히 예상한 반응이지만 나는 괜히 마음이 급해졌다.
“몇개냐고! 빨리 말해!!”
“하나, 둘, 셋, 넷..”
동네 인간들이 하는 말 따위 믿고싶지 않았다.
오로지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열 개!”
“맞아. 근데 내가 여기서 네 개를 가져간다면 어떻게 될까?”
“난 좋아. 허니 많이 먹어. 더 가져가도 돼.”
결국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얘는 바보가 맞아.
“사탕 맛있어. 허니 고마워.”
그렇지만 상관없어.
여전히 내 친구야.
이건 절대 변하지 않아.
그리고 앞으론 내가 얘를 지켜줄 거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그날 이후,
보다 큰 사명감을 가지고 티모시와 붙어다녔다.
그건 절대 어렵지 않았다. 동네 인간들이 티모시를 바보라 불렀듯, 난 그들에게 미친년이라 불렸다. 한번 시비걸리면 그게 누구든 어떻게든 끝장을 보는 지랄맞은 성격이었으니. 그리고 그런 내가 어딜가나 함께였기에 전처럼 동네 인간들이 대놓고 티모시를 무시하는 일도 줄었다.
뿌듯했다.
”허니-.“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열세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티모시는 그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린애가 담배 물고있는 걸 좋아할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냐만은,
걔는 항상 나를 걱정했다. 담배같은 경우 더더욱.
”허니. 그거 몸에 안 좋아.“
”나도 알거든.“
나는 그 이유를 대충은 알고 있었다.
걔네 엄마는 열다섯살엔가 걔를 낳았다. 거기다 임신중에 술을 퍼마시고 담배를 줄줄 피웠다고. 그래서 걔가 오늘날 이 모양으로 태어난 거라고. 다들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걔네 아빠는 지금 어디 다른지역 감옥에 있댔나 뭐래나.
차마 입 밖으로 낸 적은 없지만 난 차라리 걔네 가족이 부러웠다. 나는 내 부모에 관한 기억이 없다. 할머니가 키워주셨는데, 할머니는 지금 병원에 계신다.
손바닥만한 촌구석이라 소문이 빠른 건 어쩔 수 없다고 인정은 하겠는데, 동네 인간들은 참 쉽게도 떠들어댔다. 어쩜 저리 하자있는 애들끼리 마음이 맞아 붙어다니는지, 그 꼴이 참 우습다고 수군거렸다.
그즈음 나는 다짐했다. 언젠가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면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할 건데, 그때 제일 먼저 당신네들 이름을 적을 거라고.
내가 걔를 처음 만난 건 이사오고 며칠이 지난 어느 여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강가에서였다. 당시엔 할머니가 병원이 아닌 집에 계셨으니 나는 할머니를 돌봐드리고 동네를 구경할겸 여기저기 쏘다니다 그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찰박이는 물소리가 들렸다.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애가 편히 웃옷을 벗은 채 혼자 수영을 하고 있었다.
“여기 차가워, 들어오지마.”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걔는 그렇게 말했다. 사실 난 어차피 수영을 할줄 몰라 물에 들어갈 생각도 없었는데, 그 한마디에 괜히 심술이 나 낼름 신발을 벗고 달려가 발을 담갔다.
”어?“
역시. 그럴리가 없지. 강물 온도는 적당히 시원했다.
차갑다면서. 지 혼자만 물놀이하고 싶었나. 하고 생각했다.
“내 이름은 허니야.”
“허니?”
“응. 허니.“
그리고 잠깐 정적. 찰박이는 물소리.
”야, 이럴땐 니 이름도 얘기하는 거야.“
“응?”
“너 이름이 뭐냐고!“
”아, 미안해.. 내 이름은 티모시야.“
어째서인지 걔는 물에서 나올 생각이 없어보였다.
“티모시. 난 수영 못해. 나와서 놀자.”
걔는 조금 머뭇거렸으나 끝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괜히 또 심술이나 다가가 물장구를 한바탕 쳐주려했다.
“어, 어..!“
그러다 결국,
걔가 왜 그리도 물에서 나오기 싫어했는지 알수있었다.
강가에서 휘청이는 날 구해주려 뭍으로 성큼 올라온 그 애의 온 몸엔 멍자국이 가득했다. 깡마르고 새하얀 피부에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상처들. 너무 놀라 나도모르게 크게 헉, 소리를 내니,
내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있던 제 손을 가볍게 떼고선 묻는다.
“허니, 괜찮아?“
걔는 그랬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말 그랬다. 온통 멍들어 있는 자기 몸보다 내가 잠깐 발목 삐끗한걸 더 걱정하던 바보같은 애였다.
티모시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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