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맓 시크릿 인베이젼에 대한 이야기임

제목은 걍 어울리는 묺에서 뽑음 (ㅅㅍ없음)

2화까지 봤는데 미스터로봇 쓴 작가가 써서 그런가?
작중의 암시에 대해서 배경지식을 곁들이면
훨씬 풍부하게 씹뜯맛즐 할 수 있겠다 싶은 믣이어서
내 기준 참고할만한 은유와 상징들을 모아 정리해봤음.

~~~~ 참고로 이런 붕들한테 추천 ~~~~
- 교주가 나오면 꼭봐라
- 안나와도 SF에 스파이, 정치물 곁들인거 좋아하면 봐라
- 건조하고 묵직한 맓이 좋았다 하는 맓비

정치 불신을 다루는건 캡아윈솔이나 시빌워도 비슷한데 이 드라마가 훨씬 건조하고 묵직함. 근데 주제가 훨씬 더 잉국+쌀국에 대해서 반성적이고 '지금 이순간'이랑 가까워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었음. 여기서 맓 감성이랑 다른 지점이 생기는데...

약간 묺 <동물농장>처럼 인간 아닌 존재를 빌려서 현재의 우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우화여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함. 내용을 음미하다가 시간차를 두고 생각하게 되는 재미 <= 이런걸 좋아하는 붕이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거 같음.


근데 참고로 이건 내가 혼자 과몰입해서 정리한 거니까 내용이 존나 어렵나 하고 오해하진 않았으면 좋겠음. 작중에서는 이런게 단 한마디도 직접으로 나오지 않음. 애초에 제작진은 이런걸 배경 단서로만 넣어놓고 설명을 아예 안하기로 작정한거 같았어. 나는 우화인지 전혀 모르고 봐도 재밌었고, 이런게 작품의 성숙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좋았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이게 불친절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음.

암튼 덕질하다 보면 조금 더 해상도 높은 세상에서 색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있잖아? 그니까 걍 편하게
숨은 그림찾기 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읽어주면 좋겠음.
(이제 ㅅㅍㅈㅇ! 중대한 스포는 없지만 2화까지 본 붕들이 이해하기 편할거임)



1. 지구에 돌아온 닉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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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겜 이후로 우주정거장에 있던 퓨리가 다시 지구로 돌아온 첫 장면은 사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1977)라는 영화에 대한 오마쥬임.

원제는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직역하면 "제 3의 종과 근접 만남"이 되는데, 소소한 잡상식으로 이게 미공군에서 실제로 UFO의 탑승이나 외계인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의미하는 전문용어라 함. (별로 중요한건 아님)

원래 저 영화에서는 빛 속에서 나타나는게 외계인이야. 근데 시크릿 인베이젼에서는 퓨리 본인임. 여기서 흥미로운 건 왜 하필 저 영화를 오마쥬 했을까 (어떤 의미로 선택한 걸까?) 하는 것인데...
이건 나중에 더 추측해보기로 하고

일단 이 장면을 처음 볼 때는 그냥
오랜만에 지구에 돌아온 퓨리가 외계인처럼 우주보다 지구를 더 낯설게 느끼는 연출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게 됨.



2. 탈로스 집의 포스터와 약속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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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서 퓨리가 힐과 함께 도착한 탈로스의 집에는 어떤 포스터가 걸려있음. 평범한 소품 같지만 카메라가 은근 슬쩍 중요하게 비추고 지나가는데, 여기에는 '브릭스턴 커뮤니티'라는 문구가 적혀있음

이때까진 그먼씹이라고 생각하는게 당연함.

그런데 2화가 시작되면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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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놓고 겁나 큰 자막으로
'런던 브릭스턴'이라는 장소 이름이 나옴

이곳의 허름한 건물에서 퓨리는 탈로스와 스크럴 일행에게 지구에 머무는 동안 인간을 위해 일해주면 새로운 집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함.

그런데 이 뒤에 의미심장해 보이는 벽화가 그려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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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지만
이곳은 현실에서 실제로 '브릭스턴 커뮤니티 센터'였던 곳임.

이쯤되면 브릭스턴이 대체 뭐길래 자꾸 나올까 싶을거임.

근데 이게 우리한텐 생소하지만 영미권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사건이거든. 바로 윈드러시 스캔들이라는...


영상을 첨부했지만 귀찮은 붕들을 위해 설명을 요약하면 이럼.
 
* 1948년~60년대 후반까지 반백만명의 사람들이 카리브해에서 영국으로 이민옴
* 이들은 정부에 의해 공공 서비스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나라를 재건하는 것을 목적으로 초대됨 
* 1971년에 이민 규칙이 바뀌었을 때 영국에 사는 이 사람들한테는 자동적으로 영주권이 주어지는게 맞았지만 내무부는 이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음 
* 당시 부모님과 온 아이들이 연금을 수령할 나이가 되자 직업처에서 불법 이민자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결국 유럽 난민 문제로 브렉시트가 거세진 2012년 당시 내무부 장관이었던 테레사 메이의 주도 하에 이 사람들을 추방해버림
* (위의 인터뷰 중) "나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제가 기본적으로 외계인이거나 신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이 나라에서는 외계인이나 다름 없더군요."
* 이게 쉬쉬당하다가 폭로된게 2018년이었음


=> 국가가 필요에 의해 환영했다가 내쳐버린 사람들.
이게 '브릭스턴'이라는 장소와 얽힌 역사임.


여기까지만 읽어도 느낌이 오겠지만
조금만 더 작가가 정성을 쏟은 디테일을 구경해보자...



3. 약속 이후 '30년'이라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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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크릿 인베이전을 보고 있는 퓨리 최애붕들 중에는 30년이라는 세월 설정이 답답해서 마음에 안드는 붕들도 있을거임. 하지만 이건 배경을 알면 퓨리를 위한 변명?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음...
'탈로스와의 약속이 왜 하필 30년이어야 하는 것인가'가 제작진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디테일이라고 생각했거든.

이걸 이해하려면 2010년대 유럽 이민자들의 폭동과 '영광의 30년'이라는 것을 짚고 가야함. 관련 칼럼을 발췌해봤음.

'톨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의 이미지를 구긴 2005년 파리 교외 폭동 역시 북아프리카계 소년이 경찰 추격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이 원인이 됐다. 영국과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 오일쇼크 때까지 '영광의 30년'이라는 경제호황기에 과거 식민 지배를 했던 나라들로부터 이주민을 적극 받아들였다. 독일도 '손님노동자'라고 해서 터키 등으로부터 이주민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경제적 여유가 없어진 세 나라는 이제 이주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런던 폭동은 버밍엄, 맨체스터, 리버풀 등 다른 대도시로 옮겨가며 아시아계 이주민도 가담하고 있다. (...) 유럽이 과거 높은 복지를 구가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번영의 30년'을 거치면서 쌓아놓은 경제적 여력 때문이다. 그 여력은 이제 바닥이 났다. 침체된 경제와 복지 축소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저임금 중하류 계층이고 연령별로는 청년층이다.

2번의 윈드러시 세대는 이런 역사적인 맥락에 포함되는 집단임.
영프독처럼 제국주의에서 자유주의로 이행한 백인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민자들을 국가 재건에 필요한 노동자 계층으로 받아들임. 호황기에는 값싼 노동력으로 부리기 좋았는데, 세계 경제가 안 좋아지기 시작하니까 문제가 생김. 타격을 가장 먼저 받는건 이 사람들인데 '자국민 챙기기'에 이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음. 그래서 사회의 골칫덩어리로 취급하면서 팽하니까 이 사람들은 이 사람들대로 화가 나서 폭동이 일어나고...

=> 정리하면 서구 사회에서 이민자를 향한 혐오정서는 요즘 이게 [난민 문제]로 취급되기 전부터 시작되었고, 그 기원이 제국주의 역사의 잔재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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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들어온 스크럴 난민 '백만'명, 인간을 위해 스파이로 일하는 조건으로 지구에 들어온 외계인들, 과거에는 협력을 위한 초대였지만 이제는 나가달라는 거절, 비밀 협력이었기 때문에 기록이 없는 이야기...

결국 시크릿 인베이젼에서 스크럴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누군가가 상처받지 않게끔 만들어진 완곡한 은유임.

이렇게 보면 스크럴이 '윈드러시 세대'에 대한 직유인가? 싶지만 제작진이 '약속의 30년'이라는 장치를 추가한 건 이게 보다 거대한 차원의 이야기라는 걸 암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함. 스크럴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어떤 특정 집단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마다 유태인, 흑인, 동양인, 아랍계 등등 계속해서 외형은 변해왔지만 본질은 같은 '이민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라는 거임... 살기 위해서 왔고 낮고 어두운 곳에서 부려졌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경계의 시선은 항상 '침입invasion'인 것까지.



4. 퓨리의 이상한 태도?
콜먼찡이 왜 잉국 MI6 국장으로 나와서 스크럴들을 다 몰살하겠다는 강경파 인간으로 그려지는 건지는 2,3번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음. 근데 영프독은 그렇다 쳐도... 퓨리는 쌀국 대표인데 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기차에서도 탈로스한테 그렇게 박한 태도로 나오는걸까? 자신도 이민자의 후손이자 소수인종으로서 차별받은 경험을 방금 얘기했으면서.


붕들도 알다시피 쌀국은 애초에 이민자들로 만들어진 국가면서
이민자 집단끼리도 문화에 차등이 있음.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 이민자 후손들은 사회적으로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문화적인 유산을 이어나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짐. 반면에 비유럽에서 온 유색인종 이민자 후손들은 외형적으로도 배척당하고, 문화적인 유산을 이어나가는걸 '동화되지 않으려는 고집'으로 터부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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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북유럽 신들로 여겨지는 아스가르드인들은 지구에서 당당하게 아스가르드 문화로 관광업까지 하고 살아가는데, 퓨리가 스크럴들한테는 지구에서 산다는 건 모습을 바꾸고 숨어 살아가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던가 '이종족에게 내어줄 공간과 관용은 없다'는 말을 하는건... 시크릿 인베이젼 제작진이 지구에 아스가르드인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까먹은게 아니라, 이런 현실에 대한 평행세계적 은유라고 생각함

종족의 수가 100만명(<=참고로 이거 자막에 수백만명으로 됐던데 A million임...)인 것도 개붕적으로 작가진의 영리함이 돋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막연한 숫자로 들으면 부담스러운 것처럼 느껴지는데 실은 그렇게 많은 숫자가 아님. 예를 들어서 미국에 사는 유색인종 중에서도 소수이민자 집단인 아시아계는 2409만명이 거뜬히 넘음... 근데 스크럴들은 한 나라도 아니고 전세계에 고작 백만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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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공존을 원하는 스크럴들이... 단순히 외계인이 아니라 SF적인 상상력을 빌어 '이민의 역사로 이루어진 나라에서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이민자 집단', 그니까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우화로 보게 되면... 이 장면은 더 뼈아픈 장면이 됨. 소수인종끼리 공통의 아픔을 공유하면서도 연대하지 못하고 오히려 서로 생존을 위해서 배척하는 현실이니까.

근데 이러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음. 특히 퓨리 최애붕들 입장에서 지금까지 퓨리의 행동을 보면 이 드라마 퓨리가 주인공이라면서 왜 이렇게 답답하게 묘사하는 거지? 하고 서운할 수도 있을 거임.

하지만 나는 이래서 반대로... 이 드라마가 그만큼 퓨리라는 캐릭터를 아주 깊이있게 탐구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그만큼 MCU에서 퓨리의 사회적인 위치를 매우 중대하고 무겁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2화에서 닉퓨리와 탈로스뿐만 아니라 퓨리와 워머신의 대화가 굉장히 중요할 수밖에 없는건 바로 이래서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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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인베이젼이 이 주제에 대해서 정말 진중하게 접근하고 있구나 싶었던 건, 퓨리를 그냥 단순히 '차별에 맞서서 정점까지 간 흑인'으로서의 피해자 정체성으로만 스테레오타입화 시켜서 그려내지 않기 때문임. 퓨리와 로디는 본인들이 유색인종 이민자의 후손으로 비슷한 역사적 아픔을 가진 개인이지만 동시에 자신들에게 고통을 줬던 국가를 대표하게 된 공인이기도 함.

퓨리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려면 그가 흑인으로서 쌀국이라는 국가의, 그것도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으로 오래 지냈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함.

캡아윈솔 때도 보여줬지만 퓨리는 국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냉혹함도 가지고 있음. 로디랑 나누는 대화에서도 암시되는 것처럼, 이런 집단에서 연줄없이 올라온 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차별과 맞서싸워서 올라왔다는 대단함과 동시에 '조국이 행한 잘못'에 본인도 책임이 있는 양면적인 인물이라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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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퓨리는 MCU에서 캡아못지 않게 쌀국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상징 캐릭터 중 하나임. 캡아가 쌀국 개개인의 영웅성을 대표한다면 퓨리는 강압적이지만 그나마 양심이 살아있는 권력의 상징으로 시작했지. 그렇기 때문에 시크릿 인베이젼 초반의 퓨리는 때때로 스크럴들(이 대표하는 집단)을 대하는 태도가 이 사람 히어로로 나온거 맞지ㅠ 싶을 정도로 너무하다 싶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함.

근데 이건 드라마가 퓨리를 나쁘게 그리려는게 아니라 '국가 자체를 대표하는 과거의 과오'를 상징하는 닉퓨리와 <-> 거기서 점점 벗어나서 '피해자로서의 당사자성도 있기 때문에 이들과 연대할 수 있고, 조국의 과오를 반성할 수 있는 히어로' 닉퓨리, 그러니까 공인과 개인으로서의 닉퓨리를 서서히 분리시키는 과정에서 당연히 거쳐야 하는 반성이라고 보았음...

리더라면 때로는 집단의 치부를 대표하면서 부끄러울 정도로 반성하고 성찰하는데 두려움이 없어야만 바닥을 찍고 다시 날아오를 때 진정으로 멋져지는 거라고 생각함. 만약 이런거 없이 이 드라마에서 처음부터 퓨리가 존나 유능하고 멋진 구원자이자 슈퍼히어로로 나왔다면, 시크릿 인베이젼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쌀국짱짱맨이라는 위선적인 표면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거임.


아무튼 퓨리가 대표하는 '쌀국'에서 이 주제는 현실에서 트럼프 대선 이후로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됨. 그래서 드라마는 이제
큐아논의 시선까지 담게 됨....


5. 렙틸리언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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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에서 스크럴들은 '유대인'에 관한 비유라는 평론이 아주 많았음. 외형이 현지인으로 동화되는 것 자체가 이민자, 특히 제국에 의해 우주 곳곳에 뿔뿔이 흩어진 대표 난민하면 서양에서는 유대인을 바로 떠올리기 때문이래.

그런데 이 스크럴들의 생김새와 세계 각국의 지도자로 둔갑하고 있다는 설정은 렙틸리언 음모론과 매우 비슷함. 문제는 이 렙틸리언 음모론 자체가 유대인 혐오주의에서 뿌리하고 있다는거야... 예를 들어 큐아논은 홀로코스트조차 일어난 적 없는 사건이라고 부정함.


이쯤되면 이런 생각이 들수도 있을거임. 그러면 시크릿 인베이젼은 얘네를 나쁜놈들로 그리니까 반유대주의 작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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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드라마를 있는 그대로 따라가본 붕들은 이게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당연히 알거임. 탈로스는 퓨리와 함께 작품의 양축을 담당하고 가이아와 비토, 스크럴 아이들, 스크럴 의회, 심지어 페이건과 그래빅까지 이 드라마는 스크럴들을 마냥 나쁘거나 비인간적인 존재로 그리지 않음. 위의 2, 3번의 암시 역시 연민어린 시선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걸 바탕에 깔고 있고...

그러니까 어벤져스를 불러오지 않는 것도 (작품 내적인 설명이 있긴 하지만) 그전에 치타우리처럼 얘들을 막무가내로 쳐패죽이면서 쾌감을 느껴도 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임.


문제는 원작 때문이든 장르적인 편견 때문이든 선악으로 나눠놓고 고정관념을 가지고 보기 시작하면 (ex. 영화 <신체강탈자의 침입>처럼 "징그럽고 악한 외계인들이 인간 몸 빼앗으러 침략하러 들어온다! 긴장해라!" 이런 식으로 보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이 드라마는 존나 지루해질 뿐만 아니라 위험해진다는 거임. 이들을 렙틸리언으로 보는 큐아논의 시선으로 따라가면 드라마가 하고 싶은 말을 정반대로 받아들이게 되니까.

그래서 개붕적으로 펄럭에서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매화 충격적인 죽음/엔딩!", "악독한 외계인들이 모습을 바꾸고 침하러 온다!"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홍보한거 보고.. 어.. 이래도 되는걸까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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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홍보 캐치프레이즈는 "누구를 믿을 것인가"임.
이 말도 원작과는 다르게 '내가 믿은 사람이 실은 스크럴이었대! 그럼 누가 인간이고 누가 스크럴이야?' <= 이런 단순한 문제가 아님. 작중에서 세계 각국의 정치인들이 누가 스크럴인지 바로 보여주고 시작하는 것도 이래서임. 김 빠지게 잘못 만든게 아니라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가 그게 아니라는 거임...

그럼 '누구를 믿을 것인가'는 뭐에 대한 말일까.

편견없이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면, 시크릿 인베이젼은 인간이라고 전부 믿을 수 있는 게 아니고 스크럴도 전부 못 믿을 존재인 게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음. 결국 '누구를 믿을 것인가'라는 홍보 문구는 인간끼리도(퓨리vs.소냐) 스크럴끼리도(탈로스vs.그래빅) 관점과 편이 다르고, 심지어 가족끼리도(탈로스vs.가이아), 친구끼리도(퓨리vs.워머신) 다르고, 그래서 서로 힘을 합치려 해도 믿지 못하고 갈등하는... 정치색을 떠나서 사회 분열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강조하는 말임.

자유인 에버렛한테 프레스콧 요원이 말하는 시작 대화부터가 사실 2017년 트럼프 대선 이후로 '내 가족과 친구조차 지금까지 내가 알던 사람으로 안 보이더라' 하는 분열된 미국에 대한 비유라는데, 아무래도 이건 현지 사는 쌀국 리뷰어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음.

하지만 이런 정치적인 분열은 이제 전세계적인 현상이잖음. 시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상이니까 이 드라마는 인종/이민/난민 문제를 떠나서 보편적인 주제로도 확장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6. 르카레와 도스토예프스키
솔직히 이건 걍 덤인데ㅋㅋㅋㅋ
어디 넣어야 할지 몰라서 끼워넣음ㅎㅎㅜ

그래빅이 스크럴 의회에서 정권을 잡는걸 최대한 악독하게 보여주려면, 제작진한테 가장 쉬운 선택지는 히틀러가 나치 정권을 시작하는 걸 연상되게 만드는 방법임. 맓은 그동안 이런걸 아주 잘 써왔음.
대표적인게 캡아 시리즈고.

그런데 시크릿 인베이젼은 진짜 흥미로웠던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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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비유대신 완전히 반대로 '영국 수상'의 모습을 한 스크럴이 그래빅을 지지하게 만들어서 처칠의 전시 내각이 연상되게 하는 재밌는 선택을 함ㅋㅋㅋ 여기에 심지어 꿋꿋하게 반대하고 나서는 평화파 스크럴은 '인도계 여성 정치인'의 모습을 한 스크럴임.

독국이랑 로씨아, 중동 까는건 잘하던 맓이 자기내 입장인 영미를 그것도 sf에 냉전 스파이물 끼얹은 드라마에서 이렇게 제국주의 패권주의를 깐다고??? 돈즈니가 웬일이래 싶어서 좀 웃겼던 부분중에 하나였는데, 제작자가 이 드라마가 존 르카레한테 영향을 받아서 만들었다고 했더라고ㅋㅋㅋ
그래서 이런 모두까기가 가능해진걸까 싶기도 함

모르는 붕들을 위해서 설명하면 이 소설가 대표작이 <팅테솔스>임. 007 스파이물이랑 다르게 낡고 지친 주인공이 사람 만나서 탐문 수사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거라 대화가 많고 제임스 본드식의 화려한 눈뽕액션이 없음. 존나 회색적이어서 우리편 적편 구분도 모호하고 인물 개개인은 누가 선 누가 악 이렇게 나뉘지도 않는데 영국이든 소련이든 미국이든 정보기관은 전부 비윤리적이어서 그냥 중간에서 갈려나가는 스파이들만 존나 불쌍한... => 지금 시크릿 인베이젼을 대사가 많고 액션 적어서 음울하다고 까는 평론에서도 맓식 존르카레 스파이물이라는 얘기가 나온게 이래서임. 나는 이게 너무 좋은거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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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 소냐의 도스토예프스키 대사도 재밌는게 (방금 내용이랑 연관되진 않지만 묺 드립이니까) 일단 소냐 이름부터가 당연하지만 <죄와 벌>이 바로 떠오르게 만드는 이름임ㅋㅋ 그래서인지 이 드립이 죄와 벌에서 주인공이 안들키고 도망칠 때를 비유한 거라고 해석한 양덕도 있더라고.

근데 개붕적으론 소냐가 스크럴 반란군 청년을 고문하다가 그래빅이 쳐들어왔을 때 친 드립이어서 상황적으로 <악령>이 떠올랐음. 혁명에 심취한 청년들이 무정부주의 비밀결사를 조직해 여러 중범죄를 저지르는... 근데 어느쪽이든 이것도 존나 맓 같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우와 쌀국식 농담이 아닌데..?? 싶어서 웃게 되는 소소한 즐거움이었음ㅋㅋㅋㅋㅋ




7. 폴 롭슨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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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퓨리 얘기로 돌아가서 마무리를 하자면... 콜먼찡이 소냐로 처음 나와서 하는 말이 '모스크바에 흑인이 나타났다길래 폴 롭슨의 유령이거나 퓨리일거라 생각했지'인데, 여기서 폴 롭슨이 누구인지 몰라도 드라마 내용 이해에는 전혀 상관이 없음.

하지만 이 사람이 누군지 알면 이 드라마가 퓨리를 가지고 뭘 하고 있는지 조금 더 잘 느껴질 거라고 생각함.

롭슨은 1920~40년대 활동한 전설적인 흑인 배우였음. 1898년에 노예 출신의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데 대학에 입학한 세 번째 흑인이 돼서 장학금을 받아 법대를 졸업한 후에 변호사가 됨. 그러다가 연기에 관심을 가져서 1920년대 후반에 뮤지컬 <쇼 보트>라는 작품으로 스타가 되었고, 1933년에는 최초의 흑인 주연 배우라는 기록을 세움. 하지만 흑인을 스테레오타입화 시키는 할리우드의 문제점이 고쳐질 때까지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사회운동에 전념하는데, 이때가 냉전 최고조인 매카시 시대였음. 정치신념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고 인권운동에도 본격적으로 활동하니까 블랙 리스트에 오르고 여권도 빼앗기고 죽기 전까지 FBI의 감시를 받음.

4번에서 말한 것처럼 퓨리라는 인물은 흑인으로 스테레오타입화 된 인물도 아니고, 퓨리가 모스크바에 나타난 것도 인간과 스크럴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지금 탈로스와 함께 무고한 인간&스크럴들이 죽는 사태를 막으려고 한 거였음. 본격적으로 활동하니까 정부의 견제를 받는 것까지...

그니까 퓨리가 지금은 답답해도 결국에는 인간과 스크럴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롭슨적인 히어로가 될 거라는 복선은 여기서부터 이미 뿌려놓은 거라고 생각함. 그리고 이건 다시 1번으로 돌아가서...

수미상관으로도 딱 맞아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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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와의 조우>에서 스필버그가 그린 인간과 외계인의 관계는 폭력도 공포도 아니었고,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었음. 이건 이 영화를 개붕적으로 가장 잘 설명했다고 생각한 평론에서 조금 발췌함...

순수한 심성을 지닌 주인공 로이는 자신이 본 미지의 세계의 진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족과 사회에서 버림받지만, 결국 외계인들과의 교감을 통해 지구인의 대표로 초대받고 그들의 세계로 가게 된다. (...) 새로운 생명체인 외계인과의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 지구인들 사이에도 소통이 어렵다는 현실을 되짚어보게 한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교감의 노력은 어떠한 생명체와도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미지의 외계 생명체를 탐구하는 내용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고민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현실 속 갈등과 대립의 사고에서 벗어나 “We are not alone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우주적 시각으로 인간세계를 구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어떤 새로운 진실을 규명하려는데는 기존의 고정관념과 절대권력의 벽에 부딪히고 제어 당하기 쉽다. 하지만 진실에 도달했을 때는 엄청난 선물을 받게 되는 것이 진리일 것이다. 세상을 밝은 곳으로 비추기 위해 노력해온 역사 속 많은 위인도 그런 난관을 극복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오늘도 자신의 위치에서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정의와 진실의 길로 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진실된 사람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렇기에 시크릿 인베이젼이 그리는 갈등은 비극이지만...
결국에는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함

왜냐하면 마지막으로


8. 산토 밀리카
SI6.png
소렌이 품었고 탈로스가 화분에 심은 이 스크럴 식물의 이름이
스페인어로 'Holy, Saint' = 성스러운
힌두어로 'Pray Unity' = 합일을 소망함

.......조금은 뻔할지라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지치고 깨져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는 사랑스럽더라

그래서 아직 2화지만 이 가능성을 품고있는 이 드라마가 정말 좋아



휴 주절주절 말이 너무 많았지 미안 _( :0 」 )_
여기까지 길고 긴 이야기를 다 읽어줄 붕이 있을까 싶지만
진짜 오랜만에 씹고뜯고맛보고하면서 생각할 거리를 이스터에그처럼 넣어놓은 작품이라 즐거웠음

아쉬운 부분도 있고 문제가 없는 작품도 아님. 그래도 나는 맓이 이정도로 각잡고 진지한 고민을 SF장르의 장점을 살려서 우회적으로 이야기 해보려 하는게 놀랍고 고마웠어. 작중에 직접적으로 야!!! 우리 이거 토론한다!!!!! 이런게 아니라서 더 좋았고.

글구 여캐사용은... 힐은 정말 할말하않 욕나오게 아쉽지만 엠클 가이아와 콜먼찡 소냐는 또 진심으로 짜릿하다는 점에서 이장일단이 있으니까... 흥미를 느낀 붕들이 있다면 꼭 봤으면 좋겠다

긴글 읽어줘서 고맙고
이 즐거움을 같이 나누고 싶었음
2023.07.04 23:26
ㅇㅇ
모바일
와 존나 양질추 마블시리즈 중간에 하차하고 이 드라마 나온지도 몰랐는데 글이 재밌어서 끝까지 봄 ㄱㅅㄱㅅ 영업왕이다 드라마 보고싶어짐 ㅋㅋㅋㅋ
[Code: b273]
2023.07.05 09:58
ㅇㅇ
모바일
르 카레 팬이라 퓨리 이번에 나오는 시리즈 기대 많이 하고 있음. 갠적으로 다 나오면 한번에 몰아보고 싶어서 고민중인데 ㅜㅜㅜㅜ 아 너붕 내용도 알차고 몰랐던 것들도 잘 알려줘서 당장 보고 싶어진다 ㅋㅋㅋㅋ 진짜 양질의 장문이라 퓨리 보면서 자주 찾아볼 거 같다. ㄱㅅㄱㅅ 덕분에 더 재밌게 볼 수 있겠다 ㅎㅎㅎㅎㅎ
[Code: 2545]
2023.07.05 20:48
ㅇㅇ
모바일
캬 진짜 고맙다ㅠㅠ
[Code: 1d36]
2023.07.05 22:16
ㅇㅇ
모바일
와 진짜 양질이다 드라마 볼 때 눈을 뗄 수 없었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지 몰랐어 덕분에 다시보기 할 때 못 보던 것들을 찾게될듯!!!
[Code: 0d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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