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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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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루시는 12구역을 떠났던 날을 떠올렸다. 교수형 나무 아래에서 만났던 스노우는 짐짓 긴장된 표정이었다. 평소에는 여유로운 척하던 가면이 벗겨진 그의 표정을 보면서, 루시 또한 긴장했었다. 그들은 평화유지군의 감시를 피해 성공적으로 숲까지 도주에 성공했다.

 

새로운 삶. 판엠을 벗어난 스노우와 루시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호수에서 낚시를 하고, 늪에서 캣니스를 캐먹으며, 자유롭게 노래를 부를 것이다. 그 발단은 너무나 갑작스러웠지만, 조공인이 되어 캐피톨에 간 것도, 멘토였던 스노우를 만난 것도 누군가 루시에게 속삭여줬던 일은 아니었다.

 

기타와 엄마의 드레스는 두고 나왔다. 자신을 이어 리드 싱어가 된 모드 아이보리가 쓸 수 있게. 탬 엠버는 북쪽에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하였지만, 루시의 생각에는 스노우와 루시, 단 둘 뿐일 것이다. 코리올라누스 스노우는 캐피톨의 시민이었고, 12구역으로 전출되었지만 평화유지군이었다. 만약 그 순간, 루시를 보호하기 위해 메이페어에게 총을 쏘지 않았다면, 스노우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캐피톨로 돌아가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것. 스노우는 그것들을 이룰만한 재능이 있었고 기회도 있었다. 그럼에도 2구역 장교 훈련을 내던지고, 루시를 선택했다. 루시는 꿈을 버리고 나아가는 것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걸 꺠달았다. 그녀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스노우가 말했다.
 

탈출하고 나면 새로운 꿈이 생길거야.”

스노우가 강하게 장담했다. 그는 아버지의 나침반을 꺼내 다음 손으로 가리켯다. “저기가 북쪽이야.”

담담하게 숲을 헤치고 나가는 스노우를 뒤를 따르며, 루시는 주먹을 쥐었다. 새로운 삶을 찾아가기 전,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아까부터 목에 걸린 것처럼, 갑갑한 의심을 말이다.

먼저 호수에 갈까 생각했어. 거기도 대충 북쪽 방향이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싶기도 했거든.” 그녀가 말했다.

스노우는 반대하지 않고 그녀의 계획에 따라주었다. 루시는 긴장된 티를 보이지 않으려 입매를 끌어당겼다. 스노우가 느슨해진 스카프 끝부분을 여며주며 말했다. “호수로 가자.”

루시의 부츠에 묻은 진흙이 평소보다 그녀를 끌어당겼다. 이 의심을 덮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그녀의 새로운 꿈처럼, 스노우와 함께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루시는 덮을 수 없었다. 사랑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새로운 삶을 의심과 함께할 수는 없었다.

 

 소나기로 인해 진흙투성이가 된 숲길은 미끄러웠고, 호수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었다. 점점 흐릿해져가는 12구역을 돌아봤다. 거무튀튀한 석탄광산과 매캐한 연기를 내뿜는 공장, 사람이 죽어나가는 나무 뿐이었지만, 루시는 벌써부터 그곳이 그리워졌다. 루시의 표정에 스노우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내가 그리워하지 않는 게 뭐게? 사람들이야.” 루시의 표정을 살피고, 스노우가 덧붙였다. “몇 명만 빼고, 잘 생각해 보면 대부분 형편없는 사람들이야.”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나쁘지 않아.” 그녀가 말했다. “세상이 그들에게 하는 일 때문에 나쁜 거야. 경기장에 있던 우리처럼. 우리를 그냥 내버려 뒀다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을 우린 경기장에서 했잖아.”

경기장에서 있었던 괴로운 기억이 다시 떠오르자, 엄습하는 두려움에 손이 떨렸다. 루시는 스노우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오히려 힘차게 걸었다. 스노우는 루시의 PTSD를 알아채고,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위로했다.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어.”
 

알아, 당연히 알지. 나는 우승자인걸. ..새로운 인생에서는 아무도 죽이지 않게 되면 좋겠다.”

내가 너랑 함께할 거야. 평생 세 명이면 충분한 것 같아. 여름 한 철로는 차고 넘치지만.”
 세 명? 그가 죽인 건 분명 경기장에서 보빈과 백스테이지에서 메이페어 뿐이었다. 스노우의 따스한 손길에 잠들었던 의심이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잔잔한 나뭇가지에 진동을 느낀 새가 날개를 움츠렸다.

 

세 번째는 누구야, ?” 루시는 스노우를 주시했다. 그의 손이 미끄러져 손톰 아래에 나무조각이 박혔다. “아오.”

루시는 그녀의 질문을 들은 스노우의 표정을 보았다. 일순간, 그의 눈이 날카롭게 굳어있었다. 긴장감을 삼키고 루시는 스노우에게 재차 물었다. “네가 죽인 사람. 이번 여름에 세 명을 죽였다며.”

스노우는 답하지 않고 나뭇조각을 이로 깨물어 빼내었다. 세 번째는 누구였을까? 스노우는 루시의 질문을 외면했다.

이거 빼낼 수 있어?” 그가 손을 내밀고 다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볼게.” 루시는 나뭇조각을 살펴보았다. “그러니까 보빈, 메이페어.. 세 번째는 누구였어?”

스노우는 입을 닫고, 루시의 표정을 살폈다. 루시는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을 채, 나뭇조각을 살폈다.

너랑 같이 가기 위해 과거의 나를 죽였어.”
 

 그녀는 나뭇조각을 뽑아냈다. “됐다. , 과거의 네가 새로운 너를 따라다니며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리 사이엔 이미 유령이 충분히 많으니까.”

스노우는 결국 루시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새는 나뭇가지에 몸을 휘감고 있던 뱀의 존재를 눈치챘다. 어두운 나뭇잎 사이로 위장했지만, 새는 기어코 진동을 알아차렸다. 위험을 감지한 새는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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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니스를 캐어 오겠다는 핑계로 루시는 오두막을 빠져나왔다. 총을 든 스노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는 빠르게 숲으로 돌아갔다.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비가 오면 뱀이 나온다. 그녀의 예상처럼, 진흙이 묻은 바위에서 뱀 한 마리를 발견했다. 머리가 둥근 독이 없는 뱀이다. 루시는 더 이상 스노우를 믿지 않았지만, 그가 죽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새로운 인생에서는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았다.

스노우가 묶어준 스카프를 풀어내어 뱀이 있는 곳에 덮었다. 땅에 닿은 스카프가 진흙으로 더렵혀졌다.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슬픈 표정으로 스카프를 내려본 것도 잠시, 그녀는 더 깊은 숲으로 도망가야 했다. 호수로 향하는 길로부터 인기척이 느껴졌다. 스노우가 그녀를 찾으러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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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그레이! 루시 그레이!”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는 숲을 헤매며, 스노우가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

루시 그레이, 제발 너랑 얘기하고 싶을 뿐이야!”

그는 루시를 향해 애걸했다. 정말 비참한 모습이었고 동정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얼굴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총만 없었다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수풀에 몸을 가린 채, 스노우의 행동을 관찰했다. 루시는 멀리까지 달리기엔 체력이 떨어졌고, 있는 힘껏 달린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눈치챈 스노우가 쫓아온다면, 그녀는 잡힐 것이다. 그래서 루시는 숨을 죽이고, 스노우의 행동을 살폈다.

 루시를 찾던 스노우는 발에 채인 스카프를 발견하고,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숙여 스카프를 집었다. 스카프가 걷히자, 그곳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뱀이 튀어나와 스노우의 팔을 물었다. “아악그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제발. 스노우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다시 부대로 돌아가길 바랐다. 루시와 스노우는 서로 사랑했지만, 이어질 수 없었다. 루시에게 신뢰는 목적이었지만, 스노우에게 신뢰는 수단이었다.
 

 스노우는 오렌지 색 스카프를 쥐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일까 울음일까. 막힌 소리를 터뜨리며 한참을 쏟아낸 그는 다시 총을 집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으로 사방을 주시했다. 총구는 앞을 겨눈 채, 사냥을 하는 것처럼, 발소리를 죽였다. 조용하던 발소리가 멈췄다. 스노우가 루시의 위치를 알아차렸다.
 

 “루시 그레이.”그는 평상시 목소리로 말했다. “루시 그레이,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엔 아직 너무 늦지 않었어.” 너무 늦었다. 그는 이미 그녀의 신뢰를 저버렸다. 그 사실은 이미 스노우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는 그녀를 회유할 목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루시 그레이, 나와 이야기하지 않을래?”

사랑하는 이의 달콤한 거짓말이란. 루시가 그 말에 끌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한때는 그 속삭임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말이 독을 품은 사과임을 이미 알았다. 숲에는 모킹제이가 많았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캐피톨이 반군을 감시하기 위해 풀어놓은 것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아무튼, 모킹제이는 멜로디를 따라 부르는 아름다운 새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숲에 달콤하게 떠돌아 스노우는 깜짝 놀랐다. “루시 그레이! 루시 그레이!” 그는 분노하며 이쪽저쪽을 돌아보다가 결국 하늘을 향해 연사했다. 총소리에 놀란 모킹제이들이 날아갔다. 그는 풀뿌리에 걸려 땅에 쓰러졌다. 그가 쓰러지자, 루시는 그의 반대방향으로 달렸다. 잠시 뒤돌아 보는 찰나, 루시와 스노우의 눈이 마주쳤다.
 

 스노우는 루시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그러나 총은 발사되지 않았다. 총에 맞은 건 모킹제이엿다. 루시는 자신을 주시하던 스노우의 눈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집착과 광기 서린 눈은 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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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ㄹㅇ 미친놈이네.  수틀리니까 바로 총 갈김. 스카프 발견하고 정확한 곳을 짚었다면서 웃는 거 소름끼쳤어.

노새뱀발 스노우루시

2023.11.18 12:16
ㅇㅇ
루시에게 신뢰는 목적이었지만, 스노우에게 신뢰는 수단이었다는 거 넘 좋다... 그래서 루시가 일부러 호수를 찾아간거라는 설정이 넘 좋음
[Code: 67d7]
2023.11.19 14:45
ㅇㅇ
모바일
최고다 진짜.. 마스터피스
[Code: 6781]
2023.11.28 15:58
ㅇㅇ
모바일
센세ㅠㅜㅠㅠㅠㅜㅜ ㄹㅇ 진짜 천재네..
[Code: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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