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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5 23:00



제이크는 날 때부터 혁명군 집안이었고 피터는 날 때부터 정부군 집안이었겠지.. 피터는 대대로 정부에 충성하는 군인 집안이어서 사관학교-장교 루트 탔고 제이크는 어릴 때 아버지가 정부군 손에 죽고 아버지 동료들한테 키워졌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둘이 처음 만난 건, 정부군의 사관학교였지. 제이크의 아버지는 정부군 속에 죽었지만, 정부군이 죽인 사람은 혁명군이 아닌 민간인들도 많았고, 그렇기에 제이크의 아버지도 혁명군이 아닌 민간인으로 둔갑하기는 쉬웠기에, 큰 문제는 없었어.

노동자 계급 특별 전형으로 사관 학교에 입학한 제이크는 온갖 치욕과 차별을 견딜 각오를 단단히 했지. 반드시 이곳을 버텨서 장교가 되어 삼촌들에게 힘이 되어주겠다는 게, 제이크의 목표였어. 그러니까 제이크는 스파이를 자처한 거였어. 정부군의 정보를 물어다 혁명군에게 알리고, 혁명군이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스파이 말이야.

하지만 제이크가 각오했던 것과는 다르게 사관학교에서는 치욕도, 차별도 없었어. 아니, 처음에는 분명히 있었지. 자기네 집 청소나 하라며 이죽거리는 놈들도 있었고, 제 침대에서 다리나 벌리라는 놈들도 있었어. 간혹 직접적으로 손을 올리는 놈들도, 아닌척 다리를 걸거나 대련 중 방해를 하는 놈들도 없지는 않았고. 하지만 그런 괴롭힘은 길지 않았어. 피터 헤이스가 제이크의 옆자리에 앉아서 점심을 먹던 날부터, 그런 놈들은 전부 제이크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뒤에서 쑥덕이기 시작했어.

제이크가 피터한테 다리를 벌려준다더라, 아니다, 헤이스 가에서 지원하는 애가 제이크라더라, 그것도 아니다, 제이크가 알고 보면 과거에 명망있었지만 돈이 없어 몰락한 집안의 아들이라더라, 등등. 소문이 무성했어. 하지만 제이크는 그 어떤 것도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지. 피터는 제이크에게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거든. 그저 제이크의 옆에서 점심을 먹고, 수업을 들을 때 옆자리에 앉고, 훈련을 받을 때 제이크가 심하게 다칠 것 같으면 제지를 하고. 단지 그뿐이었어.

처음에는 무시하던 제이크도 점점 피터가 신경쓰이기 시작했고, 어느 날은 삼촌들에게 피터 이야기를 꺼내놓았지. 그러자 그런 놈이랑은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불호령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제이크의 예상과는 다르게 삼촌들은 반색하며 그를 반겼어. 피터와 친해지면 좋을 거라고 했지. 물론 진짜 친구가 되라는 뜻은 아니었어. 당연히 피터를 이용하라는 뜻이었고, 제이크는 피터의 얼굴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어.

그렇게 둘의 관계가 서서히 바뀌어갔지. 피터가 아무 말도 없이 제이크의 맞은편에 앉아서 점심 식사를 할 때였어. 제이크는 조용히 제가 배식 받은 빵을 피터 식판에 옮겨주었지. 피터가 고개를 들어서 제이크를 똑바로 바라봤어.


"그거 좋아하는 것 같길래."

"......."

"아님 말고."

"좋아해."


피터는 다시 한 번 더, 똑바로 말했지.


"좋아한다고."


그러면서 빵을 다시 가져가는 제이크의 손목을 잡아당겨서 그대로 빵을 입에 물었지. 빵을 우물거리며 씩 웃는 피터를 보고 제이크는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어.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었지. 피터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견뎌야 하지만, 조금 전 피터가 먹어버린 빵이 사실은 사관학교 담벼락 너머에 사는 굶주린 아이들의 몫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어. 피터는 먹으나 마나 상관도 없는 저 빵은, 사관학교 밖의 아이들에게는 하루를 더 살게 해주는 것이었으니까.


"그래? 다행이네."


하지만 제이크는 티를 내지 않았어. 그저 피터를 따라서 웃을 뿐이었지.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피터 헤이스는 악명과는 다르게 제이크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어. 노동자 계급은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던 소문은 전부 뜬소문이었던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노동자 출신 계급의 제이크와 친구가 될리 없잖아? 물론 사관 학교에 입학하면서 제이크의 계급은 한 단계 올라갔지만, 출신이라는 건 피보다도 진한 낙인이었거든. 그걸 지우는 건 불가능했어. 능력과 돈으로 애써 감추는 게 겨우였고, 그마저도 사람들은 뒤에서 비웃기 일쑤였으니까. 그런데 피터 헤이스는 그러지 않았어. 제이크를 노동자 출신이라고 차별하지도, 비웃지도 않았지. 오히려 괴롭힘에서 제이크를 구해줬는 걸.

그렇게 사관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피터는 제이크에게 늘 관용을 베풀었고, 덕분에 졸업할 때도 제이크는 피터와 같은 부대에 배치될 수 있었지. 물론 피터는 곧바로 대위가 되었고 제이크는 그보다 두계급은 더 아래인 소위였지만, 피터는 여전히 제이크를 아꼈어. 하지만 제이크는 사관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비로소 피터를 똑바로 볼 수 있었지. 높디 높은 사관 학교의 담벼락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짜 피터를 말이야.

피터 헤이스의 악명은 뜬소문이 아니었어.


"지금부터 우리는 혁명군 사냥을 할 거다. 가장 많이 잡아온 놈에게 훈장을 내리지."


제이크는 굳은 표정으로 피터를 쳐다보았지만, 피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고 있었어. 마치 제이크가 그에게 빵을 건넸던 그 날처럼 말이야.


"...안 가?"


모두가 빠져나간 막사 안에서 피터가 홀로 남은 제이크에게 물었어. 제이크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지. 당장 떠나야 했어. 피터에게 경례를 하고 다른 병사들의 뒤를 따라 혁명군 사냥을 하러 가야만 했지. 하지만 제이크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어. 피터가 자신의 적이라는 사실은 그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고, 그를 증오하지 않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건 피터의 환경 때문이었어. 피터라는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믿어왔던 제이크는 자신의 믿음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느꼈지.


"싫어."


제이크는 피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어. 명령 불복종으로 영창에 끌려가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이었지. 피터는 제이크보다 두 계급은 더 위였으니까. 게다가 제이크는 노동자 계급 출신이었고, 피터가 아니고서야 이런 곳에서 제이크를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지금 당장 피터가 제이크를 모른척하면 제이크는 어느 들개의 밥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고.


"뭐라고?"


그러자 피터의 표정이 험악해져. 제이크는 처음 보는 피터의 표정이었지. 하지만 제이크는 굴하지 않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피터가 자신을 해칠 것 같지는 않았어. 그럴 거였으면 사관학교를 함께 다니던 지난 몇년간 진작 수십번도 더 했겠지.


"싫다고."


제이크는 한 번 더 또박또박 말했어. 그러자 피터가 인상을 잔뜩 찡그린채 제이크를 노려보았지.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피터는 긴장을 풀며 입을 열어.


"그래, 그럼."

"......뭐?"

"하기 싫다며. 그럼 하지마."


피터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제 의자에 앉았어. 제이크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피터를 쳐다보았지.


"그럼 우리는 수영이나 하러 갈까? 근처에 보기 좋은 호수가 있더라고."


피터는 그렇게 말하며 씩 웃었어. 제이크가 빵을 건네줄 때처럼, 혁명군 사냥을 하러 가자고 할 때처럼.


*


그 뒤로도 제이크는 피터의 양면성에 치를 떨었어. 제이크가 혐오하는 혁명군 사냥을 멈추지는 않으면서, 제이크를 억지로 내보내지는 않았어. 한 소년이 제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그 마을 전체의 보급을 끊어버렸으면서도, 제이크가 자신이 모은 돈으로 몰래 그들을 돕는 것을 말리지는 않았지. 오히려 그들을 돕기 위해 추운 겨울에도 얇은 외투만을 입고 다니는 제이크에게 제 코트까지 선물해 주었어.

제이크는 그럴 때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지. 피터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도저히 알 수 없었어. 하지만 피터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지. 혁명군을, 노동자 계급을 그렇게 미워하면서, 그 출신인 나는 왜 미워하지 않냐고, 물어볼 수 없었어.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몰랐지만, 어떤 대답이 돌아와도 제이크는 괴로울 거야. 그래서 제이크는 그냥 묻어버리기로 했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더운 여름이었지. 찌는 듯이 푹푹 더운 날, 혁명군의 습격이 시작되었어. 여태까지 진행되었던 게릴라와는 다른 양상이었어. 혁명군은 진짜 최후의 전투를 시작한 거야. 어느새 대위로 진급한 제이크가 넘겨준 정부군의 자료를 바탕으로, 혁명군은 손쉽게 수도를 탈취했지. 정부 기관들이 하나둘씩 혁명군에게 정복되고, 마지막 남은 건물은 역시 정부의 상징이자 모든 것. 중앙 센터 하나뿐이었지. 제이크는 삼촌들과 약속한대로 정부 중앙군의 사령관을 노렸어. 그를 죽여야 지휘관을 잃은 센터를 함락하기 쉬우니까.

물론, 최후의 군인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사령관을 암살하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지. 제이크는 제 목숨을 버릴 각오로 사령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어.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세개의 총소리가 연속해서 더 울렸지. 제이크는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어. 방 안을 지키던 보좌 셋을 죽인 총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피터였어. 제이크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피터는 제이크의 손을 잡아 내달리기 시작했어. 제이크는 알지도 못하는 사무실의 비밀 통로를 이용해 도망쳤지.

피터의 도움으로 제이크는 무사히 혁명군과 합류할 수 있었고, 마침내 정부를 무너트리고 반란에도 성공할 수 있었어.

물론 처리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았고, 피터 헤이스의 처사 역시 거기에 포함됐지. 피터의 처사를 놓고 회의가 시작되었어. 여러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었지만, 대부분 비슷한 의견이었어. 마지막에 제이크를 구한 것은 사실이나, 피터 헤이스는 정부군 장교 중에서도 악질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었지. 피터 헤이스의 집안은 또 어떻고? 그들이 죽인 혁명군과 죄 없는 시민들의 수가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피터가 제이크를 구한 것도 혁명을 위해서가 아니었잖아.

모두들 입을 모아 피터의 공개 처형을 말했고, 제이크는 거기서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어. 피터를 변호하지도, 비난하지도 못했지.

그렇게 피터의 공개 처형이 결정되고 제이크는 피터를 찾아갔어. 지하 감옥 어딘가에 피터는 발에는 족쇄를 매고 창살 속에 갇혀 있었지. 제이크는 조용히 피터의 이름을 불러. 피터는 어둠 속에서 들리는 제이크의 목소리를 듣고 바닥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지. 하지만 제이크의 예상과는 다르게 피터는 놀랍도록 덤덤했어. 그를 보다못한 제이크가 먼저 입을 열었지.


"넌 화도 안 나? 내가 널 속였는데, 처음부터 다 거짓이었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해?"

"...그러면 뭐가 달라져?"


피터가 무심히 말하자, 제이크는 숨이 턱 막혀와.


"그리고 넌 나 속인 적 없어. 너는 진짜 나를 속였다고 생각해? 내가 정말 아무 것도 몰랐을 거라고?"

"......."

"A구역의 폭발 사고, 12월 군 보급품 도난 사건, 사라진 죄수들. 더 말해줘?"


제이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지.


"수사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전부 다 운이 나쁜 사고로, 얼간이의 실수로 무마된 이유가 넌 정말 뭐라고 생각하는데? 니가, 그리고 너네 혁명군이 그정도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거야? 정말?"


제이크는 이제 입을 틀어막았어. 속이 울렁거리고 숨이 턱 막혀와. 피터가 전부 다 알고 있었다니. 상상도 못했어. 피터가 자신을 봐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 진짜 정체까지 알고도 숨겨주고 있었을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고.


"그러니까 나한테 죄책감 가지지마. 난 니 그 같잖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적 없어. 그러니까 넌 날 속인 것도 아니고, 나한테 거짓말을 한 것도 아냐. 니가 날 이용한 게 아니라, 내가 널 도와준 거라고. 내 의지로."


제이크는 입만 벙긋거리다가 황급히 피터에게 손을 뻗어.


"그걸 왜 이제 말해?"


하지만 피터는 그 손을 놓으며 한발 뒤로 물러서.


"너한테 말해야 될 이유가 있어?"

"진작 말했으면...! 그런 처벌이 내려지게 보고만 있지 않았을 거야. 아니, 지금이라도 말해야 돼. 분명 참작이 될 거야."


제이크가 횡설수설하자, 피터가 단호히 말해.


"아니. 그럴 필요 없어."

"......."

"오히려 너까지 의심을 살 거야. 정부군과 어울리더니 그새 물들었냐면서."

"하지만......!"

"그리고 너도 사실 알잖아. 난 너를 도운 거지, 혁명군을 도운 게 아냐. 내 행동에는 그들이 말하는 숭고한 희생도, 거창한 대의도 없어. 그러니까 난 낮에는 혁명군 사냥을 즐기면서, 밤에는 그들을 몰래 보살피는 널 도운 거지."

"......."

"그러니까 너는 날 사랑하면 안 돼."

"피터."

"이건 전부 내 몫이어야지. 너는 명령대로 사관학교에 입학했고, 나랑 친해져서, 나를 이용한 거야. 나는 거기에 넘어가서 나라까지 망하게 한 멍청한 자식인 거고. 단지 그 뿐이야."


피터의 말을 들은 제이크가 이제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해.


"아냐. 아닌 거 알잖아, 피터."

"넌 날 사랑하지 않아, 제이크."

"......."

"친구로도 여기지 않았지."

"......."

"그렇다고 해."


피터가 단호히 말했어. 제이크는 이제 정말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지.


"넌 그래야만 해."

"...맞아. 난 널 친구로도 생각하지 않았어."


꽉 잠긴 목소리로 제이크가 말하자, 피터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좋아. 그리고 너는 언제나 날 죽이고 싶어했어. 혁명군을 잡아 죽이고, 시민들을 괴롭히는 날 보면서, 언제나."


제이크는 이제 바닥에 주저 앉아서 울기 시작했어. 이번에는 피터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제이크를 무너지게 만들었어. 맞아. 제이크는 늘 피터를 죽이고 싶어했지. 혁명군을 잡아 죽이고 사람들을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하는 걸 볼 때마다, 그의 목을 조르고 싶었어. 분명 그랬지.


"그러니까 해."

"......."

"니가 해, 제이크."


피터는 그렇게 말하며 제 품에 숨겨둔 단도를 꺼내 바닥에 던졌어. 제이크는 고개를 들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낸 물건을 바라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 나무로 만든 손잡이에는 피터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어. 사관학교 시절, 제이크가 새겨준 거였지.


"이러지마, 제발."

"어차피 나는 죽을 거야. 너도 알잖아. 교수형으로 모두의 본보기가 되어 죽겠지. 모두가 나를 모욕할 거야. 너는 내가 그러길 바래?"


제이크는 고개를 저었어. 도저히 말이 나오질 않았거든.


"그러니까 니가 해줘. 네가 했으면 좋겠어."


결국 제이크는 단도를 쥘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피터와 함께 훈련을 받은대로, 단번에 급소를 노려 숨을 거두었지.


*


본보기로 교수형에 처해야 할 피터를 죽인 일로 제이크는 청문회에 불려갔지만, 그가 피터와 너무 가까이서 오래 지냈기에, 그에 대한 분노를 참기 힘들었을 거라는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처벌은 없었어. 다만 화를 다스릴 때까지 한 달 정도 근신 처분을 받았지. 하지만 제이크는 전혀 기쁘지 않았어. 오히려 너무나도 서글펐지.

제이크가 피터를 죽인 건, 그가 혁명군 사냥을 즐기던 사람이라서가 아냐. 제 기분을 상하게 했다며 보급을 끊어버리고 시민들을 굶주리게 만든 사람이라서도 아니고. 그런 피터를 원망하고 증오해서가 아냐. 그건 그를 죽이고 싶었던 수많은 이유들 중 하나였지만, 제이크는 결국 그를 죽이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제이크가 그렇게나 죽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피터를 마침내 죽여버린 이유는, 사랑이었어. 제이크는 피터를 사랑했고, 그렇기에 그 사랑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했지.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해버린 책임을 말이야. 제이크는 제 손으로 피터를 죽임으로서 그 사랑에 대하여 모두에게 속죄했지.


*


이제 더 이상의 피바람은 없었어. 제이크는 공을 인정 받아 새로 세워진 나라의 군인 장교가 되었고, 모든 게 천천히 올곧게 흘러갔지. 하지만 제이크는 이따금씩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며 누군가를 떠올렸어. 이 세상과는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 그래서 뒤바뀐 세상에서는 함께할 수 없었던, 피터를 말이야.











피터쉑 혐성인데 순애인거 왤케 잘어울리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고 기분 내키는대로, 꼴리는대로 막대하면서 행맨한텐 한없이 순애인 거 너무 좋음...

그래서 피터가 결국 제이크의 편에 서지 않았던 것도 특별한 이유는 없었을 것 같음. 그냥 그게 피터의 본성이었던 거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한심하게 여기고 마음대로 해도 되는 존재로 여기고 하등하게 보는 거. 그게 피터의 본성이었던 거고, 피터는 그걸 고칠 생각 자체가 없었던 거임. 하지만 그런 와중에 제이크를 도운 건, 그냥 제이크를 사랑해서 제이크가 하는 일을 돕고 싶었던 것 뿐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제이크가 죽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피터는... 제이크가 그런 짓 그만두고 자기랑 같이 싸우자고 했으면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것 같다. 제이크가 같이 싸우자고 했으니까 기꺼이 그랬을 거고, 제이크가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기꺼이 안 했을 거임. 하지만 제이크는 단 한 번도 피터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기에 피터는 그러지 않았던 거지. 사실 피터는 제이크가 단 한 번이라도 제게 제대로 손을 뻗어주길 기다렸는데도 제이크는 그러지 않았지. 그럴 수 없었던 거야.

그건 어쩌면 피터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었을 수도 있겠다. 제이크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저 스스로를 버리는 건 어려웠던 거지. 그 피터도 말이야. 그래서 피터는 제이크가 먼저 손을 뻗어주길 바랐는데, 제이크는 그러지 않았고, 피터는 제가 판 구덩이가 그대로 무덤이 되어 묻혀버린 거야. 자기가 먼저 제이크에게 손을 뻗어 꺼내달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지. 그럴 바에는 그냥 죽는 게 낫다 싶었을 거야. 피터는 그런 사람이니까.

아무튼 이런 성공한 혁명 망한 사랑 피터행맨이 보고싶었다..


루스터행맨 루행크오
2023.11.15 23: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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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ㅅㅂ 진짜 성공한 혁명 망한 사랑 너무 맛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피터 혐성인데 제이크한테만은 순애인 게 진심 ㅠㅠㅠㅠ 제이크는 그런 피터를 처음에는 역겨워하고 양면성에 충격받고 그러면서도 자기한테만 보여주는 사랑에 점점 빠져서 피터를 사랑하게 된게 개슬프다 제이크가 피터한테 손 한번만 뻗었더라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그럴 수 없었던것도 이해가서 더슬퍼 얘들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dc3]
2023.11.15 23: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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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에게 무슨 속셈 있는 거 아닐까 의심했었는데 찐으로 순애다ㅠㅠㅠㅠ결국 제이크는 적인데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의 목숨을 내버릴 수 있다는 게ㅠㅠㅠㅠ정말 단 한 번이라도 제이크가 피터를 봐주고 손을 내밀었다면 상황이 조금은 나았을까ㅠㅠㅠㅠㅠㅜ
[Code: ae3b]
2023.11.15 23: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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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혁명 망한 사랑 너무 마히다… 목이 다 메이네 큽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피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4ab]
2023.11.15 23: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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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해버린 책임을 말이야. 제이크는 제 손으로 피터를 죽임으로서 그 사랑에 대하여 모두에게 속죄했지.

사랑이 왜 죄가 되어야 하나요˚‧º·(˚ ˃̣̣̥᷄⌓˂̣̣̥᷅ )‧º·˚꺼이꺼이
[Code: 94ab]
2023.11.15 23: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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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슬퍼…
[Code: 3a5f]
2023.11.16 00: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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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ㅠㅠㅠㅠㅠㅠ 망한 사랑은 너무 슬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말만 했으면 피터는 행맨 편에 섰을거란게ㅠㅠㅠ이럴순없어ㅠㅠㅠㅠㅠ
[Code: 06bb]
2023.11.19 12: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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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ㅠㅠㅠㅠㅠㅠㅜ
[Code: 32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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