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1709647
view 11098
2024.04.22 02:06
1 https://hygall.com/591204815
2 https://hygall.com/591296467
3 https://hygall.com/591386845
4 https://hygall.com/591488526



마지막 수업이 다 끝나지 않은 시각, 책상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드륵 울렸음. 선생님은 "휴대폰 사용하는 게 누구니?"하고 돌아봤다가 그 주인공이 오스틴인걸 알고는 슬쩍 눈감아주며 다시 수업을 계속했음. 눈치를 살피다가 메시지를 살짝 확인하면 채드에게서 새 대화가 하나 도착해있었지. [그새끼 만나서 물어보는거 잇지마] 맞춤법도 틀리는 메시지가 짜증날뿐더러 그 유치한 괴롭힘을 꼭 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엿보여서 꼴보기 싫었지. 오스틴은 거기에 답장하지 않았음. 어차피 채드한테서 오는 연락의 대부분은 오스틴이 반응을 거의 해주지 않아서 대화가 조금이라도 이어지는 때가 더 드물었으니까.

수업을 마치고 이젠 습관이 된 약속을 위해서 정문으로 나간 오스틴은 평소와는 다르게 학생들이 아직 가득한 학교라는 사실을 깨달았음. 그동안은 칼럼을 만나는게 둘만의 밀회 같은 거여서 학생들 빠지고 한산해질 때까지 교실에서 시간을 죽이면서 기다리거나 아니면 핑계를 만들어서 도서관에 한번 갔다온다든지 했는데, 오늘은 조금 전에 채드한테 받은 메시지가 기분 나빠서 그것만 신경쓰다보니까 자기도 모르게 그대로 학생들 틈에 섞여서 정문까지 와버린 거였음. 아차 싶었다가도 뭐, 그동안은 항상 칼럼이 먼저 와있는 채로 기다렸으니까 오늘은 내가 기다리자고 하면서 복도에 있는 메달함 같은 거에나 두던 시선을 옮겼는데 시선의 끝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음. 오스틴이 걸어오던 복도 쪽만 쳐다보고있었던 건지 칼럼은 눈이 마주치자 시끄러운 복도 끝자락에서도 한눈에 보일 만큼 웃었지. 오스틴이 걸음 옮기는 걸 까먹고 우뚝 멈춰서면 칼럼은 곧이어 다가오기 시작했음. 지나가는 아이들이 죄다 뒤돌아보는, 절대 좋은 의미가 아닌 눈빛을 보내는 사이로 걸어오면서도 칼럼은 그냥 오스틴만 보이는 것처럼 시선이 고정돼있었음.

"괜찮아?"

그 얼굴을 내내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더니 가까워질수록 웃음기가 옅어지고 걱정스러운 얼굴이 된 칼럼이 그렇게 물어서 오스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림. "응? 아... 아니야, 아무것도." 하고 급하게 고개를 젓는 오스틴에게 칼럼은 아직 걱정이 덜 풀린 표정으로 그러는 거야.

"아까 점심 하나도 안 먹었던 것도 그렇고.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가방 들어줄까? 그런 말까지 하는 칼럼에게 정말 괜찮다고 둘러댄 오스틴이 그냥 상황을 정리하려는 요량으로 "빨리 가자."하고 팔을 살짝 잡아끌자 칼럼은 또 속도 모르고 "그래." 하면서 웃어. 명령을 기다리던 커다란 강아지처럼 말이야. 방금까지 오스틴이 '그럼 얘는 지금까지 매일 이렇게 나를 몇십 분씩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전혀 모르는것 같았지.







이젠 익숙한 방 안, 그래서 버릇처럼 자신의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 책을 보고 있는 칼럼과 책상에서 완전히 빼낸 의자 위에 앉아서 칼럼을 향해 몸을 돌린 자신과의 사이에 약간의 거리감밖에 없는 숨막히는 그 공간에서 오스틴은 뭐 하나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겠지. 벌써 칼럼이랑 노닥거린 지도 몇 시간 째야. 항상 그런 것처럼 같이 집에 돌아온 직후에는 양심상 공부를 좀 하긴 하지만 한 시간 정도 하다보면 똑같이 하품하다가 눈 마주쳐서 웃어버리고. 1층에서 먹을거 가져와서 같이 나눠먹으면서는 본격적으로 딴짓을 함. 여전히 칼럼에 대해서 '아들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사귀고 있는 상대인 것 같은 아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부모님 덕분인지 요즘 들어선 집에 칼럼이랑 '공부'할 때 먹으라고 간식거리가 넘쳐남. 두분은 공동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바쁜 입장이셔서 퇴근길에 파티세리에 들러서 가져오시는 파이나 쿠키 같은게 전부지만 칼럼이 매번 맛있게 먹으니 그걸로 목적은 다 하는 거지.

"왜 그래?"
"어? 아, 아니야 아무것도..."
"그럼 그냥 나 쳐다본 거야?"
"...응."

물론 지금처럼 책 읽으면서 쿠키 먹다가 본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양쪽 눈이 휘어져라 웃는 칼럼은 오스틴의 부모님이 저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모를거고. 열흘쯤 전이었나, 칼럼이랑 여느때처럼 전화 통화 하다가 끊고서 막 자기 전에 노크하고 들어온 엄마가 그랬음. 그 친구랑 같이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안전한 것이라고. 그러면서 강요하는 분위기에서는 반드시 싫다고 얘기할 것, 콘돔 없이는 관계하지 않는다고 꼭 밝힐 것,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엄마한테 꼭 말할 것 등등을 덧붙이는, 완전히 잘못 짚은 진지한 대화에 얼굴이 새빨개졌던 오스틴임.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친구니까 이상한 얘기 하지 마시라고 했지만 그런 오스틴에게도 그 애랑 매일같이 그렇게 붙어있는걸 다 아는데 괜히 그런 소릴 한다고 여기는 엄마 때문에 진땀을 뺀 날이었지. 엄마는 오스틴에게 밀려서 방을 나갈 때까지도 그랬어. 알파 애들은 그런 상황에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니까 꼭 조심해야 하는 거라고.

칼럼이 자신의 남자친구라고 믿는 부모님의 태도는 오스틴에게 몇 가지 혼란과 걱정을 더 일으켰음. 일단은 부모님이 오메가인 아들의 남자친구라는 존재는 당연히 알파일 거라고 생각하는 점이 서운하다고 해야할지 씁쓸하다고 해야할지.... 그러면서도 이렇게 매일 같이 있고 틈만 나면 연락하고 자기 전에는 서로 목소리를 듣고 이러는 거, 누가 봐도 사귀는 사이에나 할 법한 일이라는 걸까 싶어서 칼럼하고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이었음. 칼럼을 좋아하게 됐다는 거야 이미 마음 속에서 인정한지는 오래지만 결국 자기는 오메가고 걔는 베타라는 사실 때문에 아무것도 그 이상 뻗어나갈 수 없는 것만 같았지. 칼럼도 같은 마음일까 백번쯤 고민해봐도 거기에 확신을 가질 순 없었음. 칼럼은 베타라는 자기의 입장을 너무 잘 아는 애니까. 난 베타여도 걔가 좋은데 걔는...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설레던 마음도 어지러워짐.

그러니까 이름만 친구들일 뿐인 애들에게 휘둘려가면서 칼럼에게 몹쓸 장난을 걸어야 하는 일이 없었더라도 딱 지금쯤이면 칼럼에게 '우리 무슨 사이야?' 같은 질문을 던질 시기이긴 했거든. 그런데 막상 이 타이밍에 안 좋은 놀이에 걸려버려서 오스틴은 오히려 칼럼에게 그 말을 하지 못하게 된 입장이었지. 어떤 사이인지 정리하고 포기해야 한다면 포기하고 아니면 마냥 좋았을 수도 있었던 시점. 그런데 마침 이상한 운명에 휘말린 것처럼 우리가 무슨 사이냐는 말은 칼럼한테 꺼내기 죄스러운 질문이 되어버려서 오스틴은 지금도 혼자 심장만 콩닥거리고 있음. 칼럼을 계속 쳐다본 것도 아까부터 자꾸 도착하는 채드의 메시지 때문임. 자꾸만 물어봤냐, 그새끼가 뭐라고 하냐 이런 질문을 하는 걸 다섯 번이나 무시하고 있는 참이었지. 마지막으로 도착한 메시지만 보고 핸드폰은 그냥 무음으로 바꿔놓고 책상에 팽개치듯 올려두자 잠깐 책으로 돌아갔던 칼럼의 시선이 다시 오스틴에게 돌아왔음.

"친구들?"
"어.... 응."
"왜? 파티 가자고 그래?"
"아니야 그냥... 장난문자."

그렇게 얘기하는 와중에 또 핸드폰에선 메시지가 왔다고 불빛이 한번 번쩍하겠지. 무음으로 돌려놨어도 메시지가 계속 온다는 걸 감출 수는 없어서 오스틴은 그냥 민망한듯 웃었음.

"걔야? 점심 때 식당에서 너 옆에 있던."
"응, 뭐...."
"걔는 너한테 항상 그래?"
"뭐가?"

화제가 채드로 옮겨가면서 칼럼은 책을 덮고 몸을 똑바로 해서 앉았음. 중요한 얘기를 하려는 것처럼.

"아까도 자꾸 너한테 손 대고."
"아..."
"사실은 그전에도 식당에서 나는 항상 너 보고 있었는데 걔는 내가 볼 때마다 그러고 있어서, 어, 조금―"

―무례한 거 같던데. 짐짓 심각한 표정이 된 칼럼이 하는 말에 오스틴은 왠지 부끄럽고 수치스럽기도 했겠지. 다른 것보다 칼럼이 항상 자길 보고 있었다는 그 대목에서 마음이 두근거리려다가도 채드나 다른 알파들이 가끔 마음대로 자기를 주물러대는 꼴을 보였다는거에 심장이 덜컥 어딘가에 걸려버리는 느낌이기도 했음. 그냥 전형적인 오메가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했지. 알파들이 적당히 갖고 노는 대로 휘둘리는 애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네가 싫어하는 거 보이는데도 그러고 있으니까 조금... 화가 났어."
"어?"
"...내가 화를 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스틴은 그게 무슨 뜻일지 곱씹어보느라 사고가 정지해버린 것 같았지. 대답이 없자 덩달아 조용해진 칼럼이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하는 시선에 갑작스럽게 불이 옮겨붙듯이 얼굴부터 목에 열이 올랐음.

"걔네가 앞으로 또 그러면 내가 화내도 될까?"

실상 학교라는 공간에서 베타인 칼럼이 알파애들 행동에 화를 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보듯 뻔한 일임. 체격적으로는 밀리지 않을 수 있다쳐도 오스틴의 친구인 걔네는 알파에 운동부, 열성적으로 학부모회에 참여하는 부모님까지 둔 뒷배 든든한 애들이잖아. 표면적으로는 공정한척 하는 선생님들도 누굴 편들어줄지는 뻔할 거고. 교쟝실에 불려가봤자 정학 처분을 받아들이게 될 건 칼럼 하나일텐데도 그런 얘길 한다는 건, 단순히 칼럼이 무모해서 그런 건 아닐텐데. '우리 무슨 사이야?'라는 질문은 양심에 찔려서 꺼내지도 못했는데 그 답을 칼럼이 먼저 들려주는 것 같아서 오스틴은 진정이 안 됨.

"그, 그냥... 그냥 내가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할게."
"...그래."
 
약간 실망한 듯 보이는 칼럼은 애써 표정을 태연하게 유지하려는 것 같았지. 오스틴은 어딘가 다급해짐.

"아니, 그러니까...!"

칼럼이랑 얘기하면서 내본 중 제일 큰 소리였음. 그래도 칼럼은 놀란 티도 안 내고 눈을 마주쳤음.

"나 때문에 너까지 곤란해지는 것도 싫고, 내가 미안하고.. 걔네 그렇게 착한 애들 아니니까 만약에 네가 다치거나 그러면.... 난 속상할 거고...."
"응."
"나도 걔네가 그러는 거 전혀 좋아하지 않으니까 앞으로는 너 보는 데서는, 아니, 아니 너 없을 때도―"
"알았어, 알았어."

횡설수설하는 오스틴을 보고 칼럼은 다시 부드럽게 웃어주기 시작함. "다 알아들었으니까 걱정마." 하고 대화를 마무리하는 칼럼의 얼굴을 보는 것이 다시 민망하고 부끄러웠기에 오스틴은 경직한 채로 손에 잡히는 아무 교과서나 들어서 아무 페이지나 펴고 그걸 쳐다보는 척했음. 그러다가 옆얼굴이 왠지 간질거린다 싶어서 고개를 살짝 돌려보면 한쪽 무릎 위로 팔을 세워서 손에 턱을 괴고서는 자신을 쳐다보던 칼럼의 웃는 얼굴이랑 또 마주쳤겠지. 왜, 왜 그래? 바보처럼 목소리를 떨면서 물어보면 칼럼은 일부러 그러는것처럼 빙글빙글 웃기만 하고 한참을 있다가 한 마디 함.

"예뻐서."









칼럼의 그 한마디에 새벽까지도 잠 못들었던 오스틴은 지금 우리 사이가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가고 있는 걸까 내내 고민했겠지. 관계 정의를 이렇게 하는 게 맞는건가? 오스틴은 대외적인 이미지랑은 다르게 소극적인 성격에 누굴 만나고 좋아해본 일이란 게 오직 칼럼이 처음이라 다들 어떻게 사귀고 헤어지는건지 잘 모른단 말이지. 집에 도착했다고 전화를 걸어온 칼럼이랑 통화할 때 목소리는 그냥 평소 같았다가도 마지막에 잘 자라고 인사하면서 보고싶다고 덧붙이던 건 지금까지는 없었던 인사였음. 겨우 쥐어짜내듯이 "잘 자." 하는 말만 겨우 한 게 전부였는데 그게 잘한 건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다음날 카페테리아에서 만난 칼럼의 웃는 얼굴을 보고선 '잘 되고 있는 거겠지?' 하고 겨우 생각했는데 또 예상못한 불청객들 때문에 일이 영 아니게 되었음.

아침에도 기어코 왜 어제 하루종일 대답이 없었냐면서 자기 씹는거냐고 메시지로 화내는 채드한테 순간 짜증이 나서 아무 사이 아니니까 걔나 자기나 잠깐 가만 놔둬달라고 했던게 화근이었던거 같음. 테이블을 넓게 차지하고 있던 친구들이 이미 칼럼을 자기들 사이에 끼워앉혀놓은 상태였지. 오스틴은 채드가 자기 옆자리를 비워놓은 것을 봤지만 그냥 칼럼의 옆에 앉았음. 눈이 마주친 칼럼은 경계나 의심이라고는 모르는 눈으로 웃으면서 "잘 잤어?"하고 말을 걸었는데 돌이켜보면 그게 테이블에 의미심장한 전조가 흐르기 시작한 시점이었나봐.

칼럼에게 풋볼팀 얘기를 괜히 하던 알파들의 이야기는 코치인 호이트가 작년에 졸업한 치어리딩부 학생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 있었다는 지저분한 가십을 잠깐 거쳤다가 풋볼팀 알파들의 연애현황으로 이어졌지. 결국은 자기들끼리 저번에 만나던 걔랑은 헤어졌냐 아직도 사귀냐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에서 그냥 조용히 샌드위치나 먹으면서 가끔 오스틴 쪽을 쳐다보고 눈 맞추려고 하는 칼럼에게도 화살표가 돌아왔음. 물론 유쾌할 리 없는 질문이었음.

"너희는? 사귀는 거 아니었어?"

갑자기 세트로 묶여 지목된 칼럼과 오스틴이었지만 오스틴은 눈에 띄게 당황하는데 반해서 칼럼은 그냥 웃고 있던 표정 그대로였음. 그리고 아마 그게 채드를 위시한 알파들의 좆같은 장난기를 더 자극해버린 걸지도 몰랐음.

"그러게. 우린 다 둘이 사귀는 줄 알았는데."
"그거 아냐. 얘가 우리랑 있을때 맨날 칼럼, 칼럼, 하면서 네 얘기 엄청 했거든."
"아, 정말?"
"진짜라니까. 그래서 우리야 당연히 네가 얘 애인된 줄 알았는데. 내가 오늘 아침에 물어봤더니 너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잖아."
"어? 아..."

웃고 있던 칼럼의 얼굴은 한순간 눈에 띄게 고요한 실망으로 가득 찼다가도 다시 돌아왔음. "어, 우리 그냥 친구 사이야. 오스틴이 워낙 친절해서 그렇지 뭐." 하고 태연하게 웃는 얼굴은 부정당하는 거에 익숙하다는 것 같았음. 반쯤 하얗게 질려서 말 없이 대화를 듣고만 있던 오스틴이 그런 게 아니라고 끼어들어 변명하려는 찰나에  옆에 있던 오메가 친구가 입을 열었음.

"그래도 난 진짜 둘이 사귀었으면 좋겠어. 너무 잘 어울리잖아~ 로미오와 줄리엣 그런 거 같지 않아? 왜냐하면 오스틴은 오메가인데 칼럼은 베타니까. 드라마 보는 것 같겠다 둘이 사귀면."

그 말이 뭐가 재미있는 거라고 또 자기들끼리 깔깔대고 웃는 사이에서 오스틴은 심장이 옥죄어오는 느낌으로 웃지도 못하고 있었겠지. 제일 마음에 걸리는 건 본인을 모욕하는게 뻔한 그 말에도 그냥 허허 웃고만 말았던 옆자리의 칼럼이 카페테리아를 나가는 시점에는 말도 거의 안하고 눈도 피하는 듯하다는 걸 깨달았던 거였음.








오스틴은 칼럼을 보면서 '얘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하는 생각을 자주 한 적이 많았겠지. 물론 다중적인 의미로 말이지. 왜 쳐다보냐는 얘기에 "예뻐서."라고 대답했던 날처럼 '어떻게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 생각했던 때도 많았지만 반대로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태연할 수가 있는 거지.' 싶은 적도 있었음. 그리고 오스틴은 지금도 그렇게 생각했음. 점심시간에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또 학교가 끝나자 칼럼은 정문에서 오스틴을 기다리다가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 얼굴로 반겨줬고 집에도 같이 왔거든. 오스틴 입장에서는 바로 오늘, 바로 지금 거실 소파에서 칼럼이랑 나란히 앉아서 같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 상황이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 상처도 안 받았을까? 분명 어제 우리는.... 조금 달라졌잖아. 그래놓고서는 또 아무 사이 아니지 않냐는 이야기에는 결국 기분나빠진 것 같더니 지금은 평소랑 똑같고. 극한의 표정관리? 그게 아니면.... 뭘까.

"...있잖아."

그래서 오스틴이 먼저 말은 건 것은 정말 큰 용기를 낸 거였음. 이대로 넘어가면 영영 후회할 것 같은 느낌.

"아까 애들이 한 얘기 그거는―"
"아, 그거."

칼럼은 영화가 흘러나오는 티비 화면에서 몸까지 완전히 돌리고 오스틴을 쳐다봤음. 약간 겸연쩍어하는 표정이 칼럼에게선 처음 보는 얼굴이었음.

"그거는 내가 미안해."
"뭐가?"
"내가 어제는 일부러...."

뭔가 부끄럽다는듯이 칼럼은 눈가를 매만지다가 다시 말을 이음.

"확실하게 말을 안 한 건 그냥 내 욕심 때문이었지 널 속이려고 그런 건 아니었어."

오스틴은 조용히 "무슨 소리야?" 하고 반문할 수밖에 없었음. 진짜로 칼럼이 무슨 뜻으로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거든.

"내가 확실하게, 그러니까 널 좋아한다고 얘기하고 네가 선택하는 걸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그게 맞는 거였는데. 그런데 너는 아니라고 할까봐 그걸 듣는 게 무서워서―"
"...나 좋아해?"

자기도 모르게 말을 끊은 오스틴을 보던 칼럼은 "하..."하고 나지막하게 한숨을 한번 쉬더니 얼굴을 쓸다가 다시 자세를 바로잡음.

"당연히 좋아하지. 어떻게 안 그러겠어. 내 인생에 너처럼..."

대화할 때 얼굴이 빨개지는 건 자기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칼럼도 그렇게 되는구나 싶어서 그냥 멍한 오스틴이었겠지.

"너처럼 예쁘고 착한 애가 다가와준 적이 없는데, 너 같은 애가 나한텐 그냥 다 처음인데 내가 어떻게 널 안 좋아하겠어."

정말이냐는 말을 하던 오스틴은 칼럼의 표정을 보면서 점점 깨달아버리겠지. 진짜 칼럼도 날 좋아하는 거구나.... 그걸 알게 되니까 갑자기 귓가에 쿵쿵 뛰는 심장 소리밖에 안 들리는 것 같음. 너무 좋아서 어지럽다는 건 이런 걸까 싶었지.

"허락도 없이 좋아해서 미안."
"........"
"그래봐야 나는 결국 베타니까, 너한테 이런 마음 갖는게 주제 넘다는 거 알아. 그래서 그냥 우리 사이를 이대로 놔두면 계속 너랑 얘기도 하고 그럴 수 있을거 같아서 일부러 말을―"
"...그럼 우리 사귀는 거였어?"
"...어?"
"어제부터? 아니면, 아, 어제는 아니었을 수도 있나? 근데 난 어제도, 그전에도..."

분명히 고장난 건 심장인 거 같은데 머릿속도 이상해진 건지 말이 제멋대로 튀어나왔음.

"나도 너 좋아하는데.... 좋아했는데, 그러면 우리 사귀는 거야...?"

횡설수설하는 것은 다시 자신의 역할로 돌아왔다는 것처럼 오스틴은 말을 두서없이 내뱉었음. 멍하니 조금 놀란 표정이던 칼럼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예전처럼 오스틴이 잘 아는 여유넘치는 웃는 얼굴로 돌아왔지.

"그러게, 우리 사귀는 거네 그러면. 우리 둘만 몰랐네. 그럼 어제부터 사귀던 거로 할까?"
"아니, 그냥 지금부터..."
"그래. 그럼 지금부터."

웃는 얼굴이 점점 더 가까워진다고 느꼈지. 고개를 살짝 숙인 칼럼의 얼굴은 숨결이 닿을 만한 거리에 있었음. 눈이 파랗네. 오스틴은 칼럼이랑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 그런 생각을 했던 걸 기억해. 큰 키에 파란 눈, 골격이 도드라지는 얼굴. 하지만 웃는 걸 보고 나니까 한번도 위협적이라고 느낀 적 없었던 특질이었지. 첫눈에 반하는 게 당연했다고 지금도 생각함. 눈이 마주치면 숨이 안 쉬어지는것처럼 좋아하던 게 얼마나 오래됐는지 손가락으로 세어보지 않아도 뻔하니까.

"이렇게 물어보고 싶은지 나 정말 오래됐는데."

너무 긴장해서 감각이 살아있는지도 몰랐던 손이 따뜻해졌음. 손등을 다 덮어 쓸어내린 단단한 손이 손가락 사이마다 파고들면서 부드럽게 손을 깍지껴 잡는 동시에 숨소리 섞인 목소리가 들림.

"키스해도 돼?"

오스틴은, 불가능하다는 건 알지만 그 말에서는 어떤 갈구하는 페로몬 같은 걸 느꼈음. 그렇지만 칼럼은 베타인데... 하지만 곧 입술이 닿아서 더 길게 생각할 순 없었어. 벌린 입 사이에서 혀끝이 닿자마자 다른 건 다 잊어버리게 됐으니.





재생다운로드img (2).gif



재생다운로드39a697a54067036cef359c1db3c00dc9.gif


​​​​​​​

칼틴버
2024.04.22 02:26
ㅇㅇ
모바일
센세 지금 나 행복해서 죽을것같애
[Code: 4c65]
2024.04.22 02:30
ㅇㅇ
모바일
드디어 둘이 사귄다아아악!!!!!!!!! 아 너무 간질거리고 달아..... 심장떨려서 미칠것같애 제발 그냥 영사하게해줘ㅠㅠㅠ 알파놈들 꺼지라고ㅜㅠㅠㅠㅠ엉엉
[Code: 4c65]
2024.04.22 02:30
ㅇㅇ
모바일
꺄 키스했대요!! 사귄대요!! 경사났다ㅜㅠㅜ 친구 같지도 않은 하알파 무리들 제발 꺼져라ㅠㅠㅠㅠㅠ
[Code: 1ec8]
2024.04.22 02:35
ㅇㅇ
모바일
너무 재밌어서 기절할거같아.......우리애들이 사귄대 키스를 한대..붕키가 벅차서 눈물이나ㅠㅠㅠㅠㅠ아기들아ㅠㅠㅠㅠ!!!!아 띠발 진짜 너무좋아ㅜㅠㅜㅜ칼럼 레전드 유죄남 평생 오스틴 책임져야돼ㅠㅠㅠㅠㅠㅠ하아아 오늘을 위해 붕키는 살아이따....너무 재밌어
[Code: 9019]
2024.04.22 02:48
ㅇㅇ
모바일
예뻐서에서 기립박수쳤다 ㅅㅂ 존나 심장뛴다 ㅋㅋㅋ 맞는말만하는 칼럼.. 감정선 존나 섬세해서 존설이다..오늘부터 1일이라니 1일씩 줘 센세.. 존나 대천재 감탄
[Code: b27f]
2024.04.22 03:23
ㅇㅇ
모바일
아오 진짜 너무 좋다ㅠㅠㅠㅠㅠ심장 간질간질해서 벅벅 긁어야 됨 큰일남 ㅠㅠㅠㅠ얘들아 그냥 행복만 하면 안 될까ㅠㅠ
[Code: de80]
2024.04.22 06:50
ㅇㅇ
모바일
센세 오셨습니까..? 센세는 오자마자 설레임에 심장이 터져 죽은 붕붕이의 시체를 발견했을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부모님의 눈에도 이미 최소 썸인 아들의 애인 ㅋㅋㅋ큐ㅠㅠ 하 이 풋풋하고 간질간질한 기분 넘 오랜만이야 ㅠㅠ 얘들아 연애.. 연애만 하고 살아 사랑만 하고 살라고 엉엉엉 ㅠㅠㅠ
[Code: b778]
2024.04.22 07:51
ㅇㅇ
모바일
레전드...불세출의 명작
[Code: 8d4b]
2024.04.22 07:55
ㅇㅇ
모바일
하씌 내 센세ㅠㅠㅠㅠㅠㅠㅠ
[Code: 5e90]
2024.04.22 08:54
ㅇㅇ
모바일
칼럼에게 오스틴이 있고 오스틴에게 칼럼이 있듯이 내겐 센세가 있다... ㅎㅏ이제야 이어졌는데 개띠발럼들때미 이 달달한 모습을 못 본다니 진짜 개슴찢어지고 군침이 삭 돈다....
[Code: 805d]
2024.04.22 08:15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너무 예쁘고 슬퍼ㅠㅠㅠ친구도 아닌 새끼들때문에 상처받고 찢어질 예정이라니 내 찌찌도 찢어진다ㅠㅠㅠㅠㅠㅠ
[Code: d1d3]
2024.04.22 08:21
ㅇㅇ
모바일
내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스틴 부모님이 칼럼을 아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은 사귀고 있는 것 같은 아이라고 인식하는거 왤케 웃기고 귀여웤ㅋㅋㅋㅋㅋ 서로 얼굴 시뻘개져서 마음 확인하고 키스까지 가는 과정에서 애들 심장 뛰는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리는거 같고 풋풋하고 간질간질하고 졸라게 사랑스러워 돌겠는데 알파새기들 끼어들때마다 불안하고 하ㅜ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 어떡해 너무 재밌어ㅜㅠㅠㅜㅠㅠㅠㅠㅠ 센세 사랑해
[Code: 5f80]
2024.04.22 08:23
ㅇㅇ
모바일
그냥 레전드다 이건… 하 너무 재밌어서 떨려
[Code: 1091]
2024.04.22 09:30
ㅇㅇ
모바일
와 진짜 너무 재밌다....햐 센세 덕분에 혐생 살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어....너무 좋아ㅜㅜ
[Code: e482]
2024.04.22 10:08
ㅇㅇ
모바일
도랏다 이건 미쳣다 진짜
[Code: 016a]
2024.04.22 10:25
ㅇㅇ
모바일
심장 터져버린다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칼럼 ㅈㄴ 사람 설레게 하는거봐ㅠ이 유죄인간ㅜㅜㅜㅜㅠㅠㅠ갈구하는 페로몬 훅 끼치는 장면 ㄹㅇ 너무멋있다.......순진한 오스틴은 볼때마다 예쁘고 짠하고ㅠㅠㅠㅠㅠㅠ
[Code: 14ed]
2024.04.22 10:33
ㅇㅇ
모바일
아 미쳤다 개달달하다.... 근데 저 주위 알파놈들 때문에 망사 될 거 생각하니깐 개꼴리는데 가슴이 찢어짐ㅠㅠㅠ 센세 올 때까지 숨 참아야겠다.........
[Code: b84e]
2024.04.22 10:57
ㅇㅇ
모바일
아오 주변놈들만 빼면 둘은 조심조심 귀엽게 썸타다 연애 막 시작한 귀여운 연인일뿐인데ㅠㅠㅠㅠㅠ 칼럼은 말한마디 표정 행동 다 존나설레고 오스틴 칼럼고백듣고 뚝딱이는거 존나귀엽다ㅠㅠㅠㅜㅜ 하 센세 개존잼이에요
[Code: b33f]
2024.04.22 11:24
ㅇㅇ
모바일
하 아니 지금 너무 간질간질하고 좋거든요? 짜증나는 친구들만 아니면 너무 행복할거 같은데ㅜㅜ 걔네땜에 지금 행복한게 불안하다고ㅜㅜㅜ 오스틴 그러지말고 그 내기 얘기 좀 해ㅘㅜㅜ 칼럼 바보만들지말고ㅜㅜ
[Code: 70df]
2024.04.22 13:00
ㅇㅇ
모바일
하 제발 이렇게 영원히 사랑하게 해주세요ㅠㅠㅠㅠㅠ센세ㅠㅠㅠㅠㅠㅠㅠ 제발 저 알파 쉑기들은 내가 다 주길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너무 설레고 달고 조심스럽고 귀엽고 너무좋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3fb]
2024.04.22 13:04
ㅇㅇ
월요일에 너무 고마워 덕분에 행복해짐
[Code: c167]
2024.04.22 15:03
ㅇㅇ
미쳤다 아끼면서 읽음 하 진짜 저 알파쉑들 내가 죽이고 칼럼이랑 오스틴 행벅하게 해주세요ㅠㅠㅠㅠ 그치만 오해로 망사되는 것도 봐야 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ae2]
2024.04.23 05:33
ㅇㅇ
모바일
나죽었다 근데살아났어 다시읽고싶어서ㅠ
[Code: 4bb5]
2024.04.23 05:40
ㅇㅇ
모바일
둘다 너무 귀엽고 순수해 이 험한 세상 살아가기에 ㅠㅠㅠㅠ얘드라 ㅠㅠㅠㅠ지켜주고싶다ㅠㅠㅠㅠㅠㅠ진짜 감정선 표현 대사 하나하나 너무 설레고 짜릿해 진심 너무 좋아서 심장 발발떨린다 센세 너무 감사해 칼틴버 해줘서
[Code: 4bb5]
2024.04.23 14:52
ㅇㅇ
모바일
조까튼 화요일 왜 사나 했는데 내가 이거 보려고 살았구나!!!!!!! 칼럼 오틴버 넘 귀엽고 애틋하고 행복해라ㅜㅠㅜㅜㅠ
[Code: 24cb]
2024.04.23 20:39
ㅇㅇ
모바일
너무좋아요센세ㅜㅜㅜㅠㅜㅜㅜ
[Code: 6b8f]
2024.04.24 00:30
ㅇㅇ
모바일
아 감정선 진짜 너무 간질거려서 도라버리겠다ㅠㅠㅠㅠ
[Code: 3bd1]
2024.05.12 00:13
ㅇㅇ
모바일
아 다시 봐도 너무 좋다ㅜㅜ 한발 나가기가 어렵지만 차근차근 걷는 오틴버와 그런 오틴버가 안심하고 나갈 수 있게 반발짝 먼저 앞서주는 칼럼ㅜㅜ 늘 용기있는 칼럼이라고 생각해ㅜㅜ 미인을 얻을 자격이 있다ㅜㅜㅜ 부정받는거에 익숙하지만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다니 얼마나 진심이고 좋은 사람인거야 칼럼ㅜㅜㅜ
[Code: d4a5]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성인글은 제외된 검색 결과입니다.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