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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1 16:35
센가물 au

센가물이지만 왜 넣었지 싶은. 가이드는 센티넬 한정 힐러, 센티넬도 특별한 능력이 있는건 아니고 가이드의 가이딩으로 부상이나 상처 회복이 빠른 설정인걸루... 암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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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존 C 이건. 태어나 자란 곳은 위스콘신이었으나, 그가 눈을 뜬 곳은 버지니아의 한 병원이었지. 몇 달전 큰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기적같이 회복했지만 무엇보다 그를 놀라게 한 것은 그의 나이였어. 그는 스물 아홉이었지. 무려 십 년 가까운 시간이 인생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거야. 그만을 뒤에 남긴채 달려나가 버린 시간의 틈에는 놀라운 사건들-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미국의 참전, 그리고 핵폭탄 같은-이 있었고, 그가 수없이 놓쳐버린 뉴욕 양키스의 야구 경기도 포함되어 있었음.

그의 몸엔 어쩌다 생겼는지 알 수 없는 흉터들이 많았지. 얼굴의 자잘한 상처부터 시작해 어깨, 등, 옆구리와 무릎에도 깊고 얕은 흔적이 여럿이었어. 여전히 텅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 인생의 수수께끼-그는 잃어버린 10년의 시간을 그리 불렀음-때문에 종종 불편을 겪을 때도 있으나, 그의 삶은 놀라우리만치 평온했고, 언제나 그를 기쁘게 하는 작은 일들을 놓치는 법이 없었지. 다만 무심코 손 끝에 그 흔적들이 걸릴 때면 그가 잃어버린 시간들이 있다는 사실이 떠오를 뿐.

낯선 버지니아의 병원에서 눈을 뜬지도 벌써 2년이 흘렀음. 세 달에 걸쳐 그는 이유 모를 신체 검사와 정신 감정을 받아야만 했고, 그 뒤엔 끝이 보이지 않는 온갖 질문에 답변을 해야 했어. 물론 그가 가장 많이 한 답변은 “기억나지 않는다.” 였고. 담당했던 의사는 그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답을 할 때마다 난처한 표정을 지은채 작성 중인 차트를 두드렸지만 결국 아주 짧은 한 줄만을 종이에 휘갈길 수 있었고, 한숨을 내쉬며 그의 퇴원을 허락했지.

다만 퇴원하는 날 그의 고용주라며 찾아온 노인이 존의 얼굴을 보고 다짜고짜 “이 멍청한 놈!”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존은 그때 나이도 적지 않은 양반이 목청이 참 좋단 생각이나 하고 있었어. 아무튼, 병원에서 차로 세 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술집을 운영한다는 남자의 이름은 루키였고. 루키의 말에 따르면, 존은 사고가 나기 몇 달 전에 갑자기 마을에 나타나 루키의 술집에서 일을 도우며 살았다고 해. 사고가 난 날은 인근 도시에서 술을 싣은 트럭이 오는 날이라 가게에서 쓸 술들을 내리려 나왔다가 그대로 차에 치여 쓰러진게 존의 입원 사유였고, 10년의 세월이 날아간건 그 누구도 요청한 적 없지만 강제로 떠맡게된 부가 서비스였음.

그는 도통 자신의 20대가 어떠했는지 기억해낼 수 없었어. 존 버키 이건. 분명 본인의 이름이 맞았지만, 병원에서 깨어난 이후로 중요한 무언가 놓친 것만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을테지.

그리고 그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음.




1.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 안에 인근 도시로 나갈 수 있지만, 이 작은 마을엔 안타깝게도 그 마음을 먹을 만한 이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어. 젊은 이들은 이미 도시로 떠난지 오래였고, 그들 중 대다수가 존이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에 벌어진 전쟁에서 희생된 까닭이었지.

덕분에 마을에서 제법 젊은 축에 끼는 존은 루키의 술집 뿐만 아니라 채소밭, 목장, 학교 등 온갖 곳에 불려다니기 일쑤였고 그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사정이 어떤지 속속들이 알 수 밖에 없었어. 물론 여기엔 그의 오지랖도 한 몫을 하긴 했지. 지미는 제 채소밭을 망치는 사슴을 잡기 위해 개를 키웠으나 안타깝게도 개 알러지가 있었고, 목장을 하는 제임스에겐 동갑내기 부인과 스물 다섯 마리의 젖소가 있었어.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소피아의 취미는 핫초코를 마시며 이해하기 어려운 뜨개질 도안을 만드는 것이었지.

아무튼 서로의 집에 숟가락과 포크가 몇 개가 있는지, 이웃집의 고양이가 몇 마리고 자식들의 도시 생활과 금슬이 어떠한지 서로 알고 지내는 곳에서 이방인의 등장은 언제나 모든 마을 사람들의 관심거리였음. 그건 존도 마찬가지였지.

바로 얼마 전, 오랫동안 비어 있던 존의 옆 집으로 한 남자가 이사를 왔어. 빈 집은 루키와 루키의 아내인 마리앤이 주인의 부탁을 받고 대신 관리해주곤 했는데, 주인은 돌아올 생각도 그렇다고 세입자를 받을 생각도 딱히 없는듯 했었지.

존은 제임스의 목장 일을 도우러 나가다 마리앤의 옆에 서있는 남자를 보게 되었는데, 언뜻 보아도 저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것 같았어. 키는 크지만 조금 말랐고, 생김새는 꽤나 봐줄만 했지만 눈 밑의 그늘과 표정 없는 얼굴이 그를 초췌하게 만드는듯했지. 더군다나 마을에는 오래 머물 생각이 없는건지 아니면 원채 가진 짐이 적은건지 그가 어깨에 매고 있는 가방은 충분한 양의 물건을 담기엔 턱없이 작아보였어.

“마리앤!”

남자에게 집 열쇠를 넘겨주고 있던 마리앤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존을 그들이 있는 쪽으로 불렀음. 어차피 마리앤이 부르지 않았더라도 그는 옆집으로 갔을테지만.

“반가워요. 난 옆집 살고. 존 이건이에요. 존이라 불러요.”

남자는 가만히 제 앞으로 들이밀어진 존의 손을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제 손을 들어 존의 손을 마주 잡으며 대답했지.

“윈스턴.”

가까이이서 마주한 얼굴이 섬세해서 존은 놀랐고 동시에 아쉬웠을거야. 조금이라도 웃으면 더 보기 좋을텐데, 처음 본 사람을 상대로 하기엔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말이야.



2.
윈스턴이 존의 옆집으로 이사 온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 분명 이사온 첫날에 통성명도 하고 인사도 주고 받은 기억이 있는데, 가끔 옆 집은 여전히 빈 채로 남아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누군가 살고 있다는 흔적이 느껴지거나 하진 않겠지. 처음에는 그냥 일찍 잠드나 보다 했을거야. 마을의 취객들을 죄다 집으로 쫓아낸 후에 가게 뒷정리를 하고 나면 새벽에 가까운 시간이었으니까. 불이 꺼진게 당연하다 생각했지.

하지만 간혹 일찍 집에 들어오는 날에도 여전히 깜깜하기만 한 옆 집에 과연 마을 사람들 중 윈스턴과 인사를 주고 받은 사람이 자기 말고 더 있긴 한가싶음. 언제나 외부 사람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들의 입방아마저 조용하던걸.

사실 존이 윈스턴을 다시 만나게 된건 사고에 가까웠음. 아니 정말 사고가 맞긴 했지. 존에게는 아니고 윈스턴에게. 그날따라 일진이 좋진 않았어. 존은 가게 문을 연지 세 시간도 안 되서 술 잔을 세 개나 깨먹었고, 깬 컵의 개수 만큼 루키의 두툼한 손바닥을 등짝으로 받아 내야 했음.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냐 이 놈아!” 물론 전 보다 때리는 손에 힘이 빠진거 같아서 마음이 찡하긴 했는데, 그건 그거고.

심기가 편치 않은 루키 앞에서 하필이면 마을에서도 꽤나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놈1과 놈2가 싸움이 붙어버렸지 뭐야. 처음엔 단순한 말싸움이었는데 들어간 술이 있고, 주변에서 쓰잘데기 없이 싸움을 부추긴 까닭에 점점 몸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했어. 결국 술병이 날아 다니고 주먹 다짐이 시작 될 조짐이 보이니까 루키가 존을 불렀지.

“둘 다 문 밖으로 던져버려!”

루키는 종종 제 술집에서 싸움이 나면 그들을 문 밖으로 내쫓곤 했는데, 루키에게 시비를 걸던 놈들도 그가 장전한 샷건을 코 앞에 들이밀면 꼬리를 말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존이 온 뒤로 루키는 샷건 대신 존을 불러 주정뱅이들을 내쫓았음. 단순히 총알이 아깝다는 이유로. 그날도 존은 루키가 노발대발하며 멀쩡한 술병마저 던지기 전에 말썽을 피운 당사자 1과 2의 목덜미를 잡아채 문 밖으로 내쫓았을거야. 그런데 하필이면 윈스턴이 그 가게 앞을 지나다가 말려들었어. 그래, 이웃해 사는 존마저도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그 이방인 말이야.

내쫓긴 놈들은 서로의 얼굴에 주먹을 꽂기는 커녕 제 한 몸 제대로 가누지 못할만큼 취해 있었어. 그래서 존이 그들을 내던져버렸을 때 서로의 다리에 발이 걸려 흙바닥에 데구르르 구르게 된거지. 그 말은 윈스턴 때문에 이 놈들이 넘어진게 아니었다는 소리야. 술에 꼴은 와중에도 쪽팔린건 아는지, 울그락 푸르락 얼굴 색이 아주 변화무쌍했지. 그때 그들의 눈에 하필이면 윈스턴이 걸리고야 만거고. 그는 그저 가게 옆을 지나가고 있었을 뿐인데.

자기들끼리 싸우던 것도 잊고 비틀비틀 일어나서 서로의 어깨에 기댄채 윈스턴의 어깨를 주먹으로 툭 툭치기 시작해. 이 음침한 새끼, 어르신들 얼굴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 할거 아니야. 윈스턴은 여전히 표정이랄게 없는 얼굴로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을 뿐이었지. 뭘 꼴아봐 이 새끼야? 하여간 요즘것들은 싸가지가 없어가지고... 팔다리 멀쩡히 달린 놈이 일 할 생각은 안 하고. 네 놈도 그거냐? 그.. 나치 부역자?

그들이 코 앞에서 무슨 말을 해도 꿈쩍도 안 하던 윈스턴이었지만 나치 부역자라는 말에는 눈살을 찌푸렸어. 오, 좋지 않아. 이거 진짜 좋지 않은거 같네. 손을 털고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던 존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잠시 발길을 멈추었지.

“아이고 어르신, 참으십쇼. 오늘따라 다들 왜 이러시나.”

존은 주정뱅이들과 윈스턴 사이로 끼어 들었어. 윈스턴을 제 등뒤에 두고 여전히 그에게 말도 안 되는 모함과 저급한 욕을 내뱉고 있는 둘을 말리려고 했지. 이 미친 놈들이 주머니칼을 들고 다닐 줄 누가 알았겠어? 그리고 그걸 막무가내로 휘두를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이놈의 술이 문제야 진짜. 찢어져 피가 흐르기 시작한 손바닥을 꾹 내리 누르며 존은 혀를 찰거야. 그리고 그때 등 뒤에서 뻗어 나온 손이 존의 상처난 손을 급작스럽게 잡아채지. 오, 이거 정말 안 좋은데. 살벌하게 변한 윈스턴의 얼굴은 존이 봐도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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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말릴 새도 없었지. 윈스턴은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흉기를 쥐고 있는 손을 꺾어버리고는 멱살을 잡아 채 주먹을 내리 꽂았어. 뻐억- 하는 소리와 함께 땅딸막한 몸이 뒤로 넘어가는게 존의 눈에는 아주 느리게 보였을거야. 윈스턴은 한 놈이 넘어가자 휘청이는 다른 놈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고는 그 위에 올라타 주먹질을 했지. 날렵한 몸놀림이나 치는 족족 정확하게 얼굴을 타격하는 주먹이 예사롭지 않았어. 다른 놈이 비척거리며 일어나 다시 덤비는데 밀리기는 커녕 손길에는 점차 자비가 없어지기 시작하겠지. 이러다 진짜 누구 하나는 죽어 나가겠다 싶어진 존이 윈스턴을 잡아 당기며 말릴거야.

“맙소사, 윈스턴. 윈스턴! 멈춰요.”

마른 주제에 어찌나 힘을 주고 버티는지, 존이 말리는데도 꽤나 애를 먹었을거야. 허리나 가슴팍을 뒤에서 끌어 안아 일으키는데도 가만 있질 않아서 추운 날씨에도 절로 땀이 나겠지. 목에 팔이라도 걸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다시 몸부림 치는게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손에 쥐이는대로 잡아 챈다는게 윈스턴의 머플러였겠지. 그리고 존은 머플러와 옷깃에 가려져 있던 윈스턴의 뒷목을 봐버렸을거야. 수 십개의 가늘고 긴 흉터들이 빼곡히 덮고 있는. 날카로운 칼에 여러번 베이기라도 한 것 같았지.

윈스턴은 서늘해진 뒷목에 몸부림 치던 것도 잊고 땅이 떨어진 머플러에 시선을 고정한채 거친 숨을 골랐을거야. 그리고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겨우 제 옷깃을 정리했겠지. 비록 존은 윈스턴의 뒤에 서있어서 그의 얼굴을 제대로 살피지는 못했지만, 그가 얼마나 당혹스러워 하는지는 느낄 수 있었어. 오히려 부끄러워 하는것에 가까웠는지도 몰라.

“세상에나!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서리가 내려 앉기라도 한 것 같았던 분위기를 깬건 마리앤이었을거야. 마리앤은 반쯤 피떡이 되어 널부러진 두 취객을 살펴 보다가 그들이 제대로 숨 쉬는걸 확인 하고 윈스턴에게로 왔지. 단단히 화가 난 마리앤은 존도 처음 봤을거야. 루키 영감이 마리앤이라면 꼼짝을 못하는 이유를 오늘에서야 알았겠지. 허리에 양팔을 얹고 있는 자그마한 마리앤의 앞에 선 윈스턴은 교장실에 끌려가 혼나는 아이처럼 보였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은 꼭 훈련을 잘 받은 군인 같기도 했을거고.

“당신은 뭘 그리 가만히 보고 섰어요!”

결국 불똥은 루키 영감에게도 튀었고, 영감은 투덜 거리면서 싸움을 부추기고 구경만 하던 놈들의 엉덩이를 뻥 걷어 차 놈들을 수습하게 했을거야. 윈스턴은 결국 마리앤에게 끌려갔을테고. 핏자국이 점점이 흝뿌려진 바닥에는 잔뜩 먼지를 뒤집어써 더러워진 머플러 하나가 남아 있었겠지.



3.
존은 하필이면 오른쪽 손바닥을 베인 바람에 고생을 좀 했을거야. 습관적으로 오른손을 쓰다가 인상을 찌푸린 적이 꽤 여러번이었거든. 나아가는 상처도 터트려 먹은게 두 번은 될거고. 존의 상처가 거의 다 나아서 이제는 분홍색 흔적만 보일 때가 될 때까지 존은 윈스턴의 얼굴을 보지 못했겠지.

그때의 싸움을 보거나 전해들은 마을 사람들은 윈스턴이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일 거라며 맹목적으로 감싸고 돌았을거야. 머리가 하얗게 센 이들은 앞선 전쟁에서 이미 친구와 자식들을 잃어 봤을테고, 그보다 젊은 축에 속하는 이들도 사정이 딱히 다르지 않았거든. 그렇기에 그들은 누구보다도 참전 군인들에게 관대했을거야. 그가 이방인이던, 잠시 들렀다 가는 손님이던 상관 없었겠지. 마을 사람들에게 그들은 돌아오지 못한 친구와 자식들이 제 목숨과 맞바꾸어 집으로 보낸 이들이었을테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어쩌면 존도 비슷한 시기에 윈스턴과 마찬가지로 군에 몸담고 있었을지도 몰라. 마을 사람들의 무비판적인 관용과 애정이 존 자신에게도 퍼부어지고 있음을 모르진 않았거든.

날이 많이 추워져서 그런지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 간혹 있다 하더라도 발끝까지 꽁꽁 싸매고는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뿐이었지. 그러니 느릿하게 걷는 윈스턴은 눈에 띨 수밖에 없었을거야. 존은 바로 옆에 있던 창문을 열고는 윈스턴을 불렀지. 최대한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고는 말이야.

“스카프는 마음에 안 들어요?”

존은 그날 바닥에 나뒹굴던 윈스턴의 머플러를 주웠지만 돌려줄 순 없었을거야. 제가 힘으로 잡아 채느라 늘어난데다가, 손에서 난 피로 뒤덥혀 엉망이었거든. 대신 그의 눈동자 색상과 제일 비슷해 보이는 연한 파란색 스카프를 구해다 선물했테지. 비록 하고 다니는거 같진... 않아 보이네.

“잠깐 들어왔다 가요. 술 한잔 살테니까. 기왕이면 몸도 좀 녹이고.”

존은 윈스턴이 거절할 틈을 주지 않았을거야. 난처한 얼굴로 입술만 달싹이던 윈스턴이었지만, 존은 오늘 그를 지나쳐 보내고 싶지 않았거든. 술집 안으로 들어선 윈스턴의 양 뺨과 귀는 모두 추위에 발갛게 얼어 있었을테지. 몰트? 버번? 진? 종류를 묻는 제게 윈스턴이 한 대답은 의외였을거같음.

윈스턴은 술은 즐기지도 않고, 잘 모르겠으니 당신이 좋아하는 종류로 한 잔 달라 했을거야. 존은 바 아래에 숨겨두었던 브랜디를 꺼냈을테고. 어찌된게 여기 사람들은 버번에 이외의 술은 술로 여기지도 않아서 스카치나 브랜디는 잘 들여오지 않았거든. 그래서 가끔 주류 배달 트럭이 스카치랑 브랜디 싣고 오면 존이 한 두병 빼두고 혼자 마셨을거 같다.

윈스턴은 존이 건넨 술잔을 받긴 했지만 입을 대진 않았을거야. 다만 가끔 잔을 들어 조용히 향을 들이마셨을듯. 그리고 아주 짧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을테지. 존은 귀엽게 말려 올라가는 입술 끝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어. 아마 우르르 몰아 닥쳐 걸걸한 목소리로 술! 술! 외치는 부름이 아니었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몰라. 어쩌면 그 남자를 웃게 만들기 위해 시덥잖은 농담을 계속 던졌을수도 있고.

존이 한바탕 주문 받은 술을 돌리고 한숨을 쉴 때 쯤이면 윈스턴은 조용히 자리를 떠난 후였을거야. 그가 머물러 있던 곳엔 조금도 줄지 않은 브랜디 한 잔이 처음처럼 놓여 있었을거고. 존은 당연하다는듯 그 잔을 들어 비워. 이상하게도 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이후로 윈스턴은 존의 가게에 손님이 없을 땐 옆을 지나다가 잠시 들러 인사를 할거야. 가끔은 마시지도 않을 술을 주문하기도 할테고. 이전에 존이 따라 주었던 그 브랜디 말이야.

“같은 걸로.”

하지만 더 이상 실내에 오래 머물진 않을테지. 존이 윈스턴과 주고 받을 수 있는 대화는 사실 무척이나 짧았어. 사교성 좋은 존에게도 윈스턴은 쉽지 않은 상대였지. 그는 언제나 다른 손님들이나 존과 어울리지 않고 테라스에 있는 투박한 벤치에 한참이고 앉아 있다가 떠나. 떠난 그 자리에는 전혀 줄지 않은 술 한 잔, 그리고 다 타고난 담배 꽁초 하나가 단정한 모습으로 재떨이 위에 남아 있을거야. 존은 윈스턴이 저와 같은 담배를 피운다고 생각해서 다음번에 물어봤을텐데, 윈스턴은 고개만 젓고는 저번처럼 술 한잔을 받아 밖으로 나가버렸지.

희미한 불빛이 비추는 테라스에서 윈스턴은 담배에 불을 붙이긴 하지만 입에 물진 않았을거야. 그저 담배가 다 탈때까지 멍하니 앉아 허공으로 흝어지는 제 입김과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겠지. 그리고 존은 얼마뒤 추운 겨울에도 바깥 자리를 고수하는 그 남자를 위해서 도톰한 담요와 작은 화로 가져다 놓았어.



4.
겨울이 여즉 끝나지 않아 눈보라가 가끔 몰아칠 무렵, 윈스턴의 친구가 마을을 찾았어. 윈스턴 그리고 친구. 윈스턴과 친구. 윈스턴의 친구. ‘윈스턴’, ‘친구’ 두 단어 사이에 어떤 연결어나 조사를 넣어도 어울리지 않았지. 물론 윈스턴에게도 친구가 있는게 당연한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을거야. 윈스턴의 친구는 곱슬거리는 금발을 가진 남자였는데, 그 남자를 보자마자 윈스턴이 그를 끌어 안았거든. 한동안 서로의 등과 어깨를 두드리며 진한 포옹을 나눈 두 사람은 윈스턴의 집 안으로 사라졌지. 존은 그 둘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차서 주문을 놓치거나 주문과는 전혀 다른 술을 내왔을거야. 결국 참다 못한 루키한테 몇 번 깨졌겠지. 그런데도 머릿속을 완전히 비울 순 없었을테지.

그리고 마침내 그 둘이 술집 안으로 들어왔어. 마을이 작다는건 어떻게 보면 갈 곳이 한정되어 있단 의미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루키의 술집을 꼭 들렀다 가곤 했지. 이 둘도 다르진 않았나봐. 브랜디가 여즉 남아 있는지 떠올리던 참이었어.

“스카치 하나랑 진저비어 하나요.”

진저비어. 존은 그제서야 왜 지금껏 진저비어를 떠올리지 못했을까 싶었어. 알콜이 없는 음료 따위에 왜 맥주란 이름을 붙인건지 루키는 노발대발하며 이 음료를 주문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영국과 유럽 등지에서 오래 머물다 돌아온 젊은이들이 종종 찾곤 해서 들여 놓을 수밖에 없었지.

윈스턴의 친구라는 사람은 윈스턴이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걸 알고 당연하게도 알콜이 없는 진저비어를 주문했어. 윈스턴의 몫으로. 존은 윈스턴을 한 번 바라봤지만, 친구의 주문에 딱히 이견이 있어 보이진 않았어. 존은 익숙한 손길로 진저비어와 스카치 한 잔을 내놓지. 윈스턴과 그 친구의 앞에.

무슨 할말이 그리도 많은건지 다다다다 쏟아내는 말 사이에 끼어들 틈이 없었어. 가만히 듣고 있던 윈스턴도 “지저스, 크랭크. 숨 좀 쉬고 말해.” 라며 그를 잠시 멈춰 세울 정도였지.

“다른 애들 말고 네 얘기 좀 더 해봐.”
"오, 제가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네 아들 말이야.”
“사실 얼마전에 그 애가 첫 걸음마를 뗐는데 말이죠...”

위스키 한 모금을 들이 마시고는 다시 재잘거리기 시작하는 크랭크를 바라보는 윈스턴의 눈길은 매우 부드러웠지. 윈스턴에겐 이 크랭크 말고도 꽤 많은 친구들이 있는게 분명했어. 그것도 사이가 무척이나 돈독한. 존은 바 뒤에 서서 술잔을 정리할거야. 물론 신경은 저 둘이 주고 받는 대화에 쏠려 있어서 진도가 나가진 않을테지만. 존은 크랭크가 몇 번이고 잔을 들었다 내려 놓는 소리를 들었어. 슬슬 술이 떨어졌을 것 같아서 시키기도 전에 미리 한 잔을 더 앞에 내려 놓으면서 둘 사이에 파고 들었지.

“윈스턴의 친구니까 이 잔은 제가 사겠습니다.”
“오. 고맙습니다. 크룩섕크에요. 크랭크라 부르십쇼.”
“존 이건.”
“반가워요, 존.”

그리고 존은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할거야. 오늘은 마침 다른 손님들도 없었고, 루키도 마리앤이 감기에 걸려 일찍 집에 갔지. 게다가 윈스턴의 친구를 또 언제 만나보겠어? 흔치 않은 기회임은 분명했지.

“그래서 크랭크, 어디 출신이에요? 혹시 좋아하는 야구팀 있습니까?”
“전 서부 출신이에요. 매사추세츠. 당연히 레드삭스 팬이죠.”

옆에서 윈스턴이 작게 한숨을 쉬는것 같았지만, 존은 이 친구에게서 알아내야 할게 많았거든... 다만 존이 간과하고 넘어간게 있었다면, 이 세상에는 정말 상상도 못할 술고래들이 넘친다는 사실이었음.


바에 걸쳐져 있던 존은 문 밖에서 인사를 나누는 윈스턴과 크랭크를 바라봤어. 사람이 두 명이었다가 셋이었다가 이제는 다섯... 윈스턴은 친구가 왜 이렇게 많아졌지. 주량으로 진건 정말 오랜만일거야. 역시 세상은 넓고, 이상한 놈들은 넘쳐났지. 욱-. 존은 몸을 일으키려고 상체를 들썩였다가 이내 포기하고 말아. 시발 토할거 같아...

크랭크는 윈스턴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 주고는 술집을 빠져 나갈거야. 조금 비틀거리긴 했지만 존에 비한다면 정상에 가까웠지. 크랭크가 무사히 떠나는 걸 끝까지 지켜보는 윈스턴의 뒷 모습에 존은 괜히 기분이 이상해질거야. 간만에 친구를 만나 진심으로 기뻐하는 윈스턴의 얼굴을 보면 제 기분도 좋은데 또 안 좋은거 같기도 하거든. 근데 그게 왜인지는 모르겠어. 이건 섭섭한건가? 근데 내가 왜 섭섭하지.

바깥의 찬 바람을 한가득 묻히고 돌어온 윈스턴은 존의 팔을 붙들고는 조심히 제 목에 걸거야. 오 잠깐만 흔들면 안 돼. 비록 존이 헛구역질을 몇 번 하긴 했지만, 가까스로 토하지는 않았을거야. 다만 약간의 위기가 있었을 뿐이지. 어느새 윈스턴에게 제 무게를 다 싣고 기대 섰던건지, 옆에서 작게 끙, 앓는 소리를 들은거 같기도 해. 좋은 냄새. 윈스턴, 윈스턴. 왜 이렇게 이 이름이 입에 안 붙지. 윈스턴! 나랑도 친구 해줘.

존이 깜빡깜빡 정신을 차렸다 말았다 할 때마다 주변 풍광이 휙휙 바뀌어 있었겠지. 가게 테라스 였다가, 우체국 건물 옆이었다가. 저기는 지미의 집인데. 존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몰랐을거야. 오, 가게 문 잠궈야 하는데. 술병 안 넣어놨는데. 아니 내가 계산을 했나. 집에 가야 돼요. 그리고 언뜻 낮게 으르렁 대는 욕을 조금 들은거 같기도 해. 좀 닥쳐! 그래도 다행히 마지막으로 확인한게 제 집 천장이라서 마음이 놓였지.

헤이, 벅. 거기 있어?

그런데 이상하기도하지. 고향 친구 벅은 진한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놈인데. 제 부름에 돌아보는 머리통은 금발이었단 말이야. 그리고 제가 그리워 하는 것도 왜인지 금발인거 같아. 같이 있자.

그 뒤로는 암전이었을테지.



5.
이놈의 겨울은 과연 끝이 나긴 하는건지. 유독 이번 겨울은 긴 것만 같아. 숙취로 고생했던 그 날, 그 고생이 헛수고는 아니었나봐. 존은 윈스턴이 그에게 말하지 않았던 사실 몇 가지를 알아냈지. 그는 사실 다정한 사람이고, 스포츠 경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참을성 있게 들어 줄 줄은 알아. 또 소중한 사람을 여럿 잃었고, 여전히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윈스턴은 언제든지 떠날 사람처럼 마을에 정을 붙이려 하지 않았어. 지금도 사람들과 데면데면하게 지내고 있고. 그나마 마리앤이 예외적으로 가까운 것 같긴해. 오래 머무르면 좋을텐데. 존은 여느때처럼 윈스턴이 떠난 테라스를 정리하려 나왔는데, 처음으로 다 비운 술잔을 발견했을거야. 입술로 문 흔적이 남은 담배 꽁초도. 별일이다 싶었지.

그리고 다음날 윈스턴이 이른 아침부터 존의 집 현관을 두드릴거야.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를 하러 왔대. 목에는 존이 선물한 스카프를 멋스럽게 두르고 왔을테지. 짧은 머리카락, 말끔하게 다듬은 수염,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존은 처음 본 모습이었지만, 그건 윈스턴에게 정말 잘 어울렸을거야. 아마 원래 이런 사람이었을테지. 존은 마치 이 모습을 이미 수백 수천번은 보았던것만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망막에 세겨진 것처럼 오래도록 남아 있을리 없으니.

“존 이건.”

윈스턴이 처음으로 존의 이름을 똑바로 부르며 시선을 맞춰왔어. 하늘을 닮은 새파란 눈동자였지.

“네가 많이 그리울거야.”
재생다운로드IMG_7230.gif
윈스턴은 조금은 후련해 보이는 얼굴로 악수를 건네왔어. 첫 만남에 존이 그에게 악수를 청했던 것처럼 가볍고 산뜻하게. 존은 언제나 예쁘다고 생각했던 손을 마주 잡아. 손을 꽉 붙들었다가 떨어지는, 맞닿았던 온기가 손 안에서 빠져 나가는게 아쉬운건 왜일까. 홀연히 나타났던 그 날과 같이 단촐한 짐 가방 하나만 든 채 망설임 없이 뒤 돌아서서 떠나는 뒷모습을 존은 아주 오랫동안 잊을 수 없었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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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1 17:00
ㅇㅇ
모바일
가긴 어딜가! 못가!ㅜㅜㅜㅜㅜㅜㅜ 둘이 행복하란말이야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5de3]
2024.04.11 17:10
ㅇㅇ
모바일
센세..... 분위기 개좋고 아련하고 주먹 물고 끝까지 읽었어요 센세...... 제목에 붙어있는 1이 얼마나 다행인지......༼;´༎ຶ ۝༎ຶ`༽༼;´༎ຶ ۝༎ຶ`༽༼;´༎ຶ ۝༎ຶ`༽༼;´༎ຶ ۝༎ຶ`༽༼;´༎ຶ ۝༎ຶ`༽
[Code: b8f6]
2024.04.11 17:16
ㅇㅇ
모바일
아악아악센세!!ㅠㅠㅠㅠㅠ미쳤다ㅠㅠㅠㅠ분위기에 취해서 정신없이 읽었다ㅠㅠㅠㅠ와ㅠㅠㅠㅠ아니근데 어딜가 어딜가냐고ㅠㅠㅠㅠ돌아와보ㅏㅠㅠㅠㅠㅠㅠ
[Code: 391a]
2024.04.11 17: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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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ㅜㅜㅜㅜㅜ다시 만나기 위한 빌드업인거지 센세 ㅠㅠㅜ분위기 너무 아슬아슬하고 아련한데 예쁘다 ㅠㅠㅠ
[Code: 3c33]
2024.04.11 18:05
ㅇㅇ
모바일
ㅇㅑ이이이이야아아아ㅏ아앙센세가어나더를!!!!!!!!
[Code: 7512]
2024.04.11 21: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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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안돼안돼!!!!!!! 존 놓고 가지마 벅없는 버키는 없어 떠나지마 후련하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존이 잘 지내고 있나 확인하러 온걸까... 와 진짜 센세 분위기도 이 둘 사이의 거리감도 너무너무 간질거리면서도 안타깝고 예쁘고ㅠㅠㅠ 좋아요.. 센세가 제목 옆에 1달아준게 올해 붕키가 겪은 수 많은 일중에서 제일 벅차고 기대되는 부분임ㅠㅠㅠㅜ 센세 사랑해ㅠㅠㅠㅠㅠ
[Code: af18]
2024.04.11 18: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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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가지마ㅠㅠㅠㅠㅠㅠ 존이랑 영원히 붙어 있어ㅠㅠㅠㅠㅠㅠ
[Code: b4b4]
2024.04.11 19: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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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애애애애앸 센세 ㅠㅠㅠㅠㅠㅠㅠ 어떻게 된거에요 둘은 사랑을 해야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어나더 있는거 다 알아요 센세 빨리 코아쾅쾅쾅쾅쾅쾅
[Code: 9af8]
2024.04.11 20:14
ㅇㅇ
모바일
안 돼ㅐㅐㅐㅐㅐㅐ떠나면 안 돼ㅐㅐㅐㅐㅐㅐ
[Code: d459]
2024.04.11 20:41
ㅇㅇ
1이 있어!!!! 1이 있다구!!!!!!!! 이 얼마나 다행이냐구!!!!!!ㅠㅜㅠㅜㅠㅜㅠㅜㅠㅠㅜㅠㅜ 근데 왜 떠나..ㅠㅜㅠㅜㅠㅜㅠㅠㅜㅠㅠㅜㅠㅜㅜ
[Code: 76b7]
2024.04.11 20:49
ㅇㅇ
가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맘이 너무 아파ㅠㅠㅠㅠ
[Code: 7b69]
2024.04.11 23: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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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 드디어 마침내 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Code: 5d7c]
2024.04.11 23:29
ㅇㅇ
떠난 그 자리에는 전혀 줄지 않은 술 한 잔, 그리고 다 타고난 담배 꽁초 하나가 단정한 모습으로 재떨이 위에 남아 있을거야.

게일이 존을 그리워하는게 너무 잘느껴진다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떠나지마ㅠㅠㅜㅠㅠㅜ 어디가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존도 기억의 싹이 트기시작했다ㅜㅜㅜㅜㅜ
[Code: 7e43]
2024.04.12 00: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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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왜 가ㅜㅜㅜ 지금부터 다시 사랑을 키워가도 되잖아ㅜㅜㅜㅜㅜ 제발 계속 함께해ㅜㅜㅜ 서로의 사랑과 위로가 되어주자ㅜㅠㅠㅠㅠ
[Code: 6a91]
2024.04.15 01: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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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돼ㅜㅜㅜㅠㅜㅜㅜ 뭔지 모르겠는데 가슴이 너무 아파ㅜㅜㅜㅜㅠㅜㅠ
[Code: 6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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