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https://arch♥iveofourown.org/works/515♡8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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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ㅌㅇㅌ로 번역 허락 받음
- 오타, 오역과 같은 피드백 환영
- 의역 많음 주의


수인은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옷도 입고 인간이 하는 언어를 거의 다 알아듣지만 말을 못하고 신체적 특징이 다르다는 이유로 완전 가축 취급을 받는 잔잔하게 빻은 알오 세계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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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 and Cowzy (따끈따끈, 폭신폭신)


타울(Tawl)은 여러 가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끝없이 늘어선 비옥한 대지, 온화한 겨울 날씨, 한번 뜨면 오랫동안 지지 않는 태양, 그리고 이 축복받은 선물을 누리며 살아가는 수많은 농장이 있는 곳으로 타울은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타울이 선사해준 풍요로움이 갑작스러운 폭풍우로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반대로 땅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 콰이곤 진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코러산트에서 태어나 평생 동안 도시에서 살아왔던 콰이곤은 상냥한 여자와 결혼해 아내의 고향인 시골로 이사가 남은 인생을 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땅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단순한 동시에 보람찼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그러나 바람이 울부짖으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옷가지 사이를 훑고 지나가는 순간 콰이곤은 시골로 내려온다는 결정이 옳았는지를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 아내의 포옹을 받는 순간 지금의 고민은 눈 녹듯이 사라질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앞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모든 일을 끝내고 따스한 벽난로 옆에 앉아 책을 읽는 순간이 오면 타울로 온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었다.

집에서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두 번째 바람이 콰이곤을 훑고 지나갔다. 눈가의 빗물을 닦아내려고 했지만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콰이곤은 축사 문이 바람의 힘에 못 이겨 열어 젖혀서 가축과 수인이 농가에서 빠져나와 길을 잃고 돌아다니기 전에 걸쇠를 단단히 채우고 모든 것이 잘 있는지를 확인해야했다.

닭장에서 축사로 향하는 길은 빗물을 흡수한 흙 때문에 푹푹 꺼졌고 부츠는 축축해진 풀을 밟을 때마다 질척이는 소리를 냈다. 번쩍이는 섬광이 순식간에 밤하늘을 가르며 불안해 보이는 하얀 집과 그 너머에 펼쳐져 있는 광활한 숲을 비추는가 싶더니 곧이어 대지를 뒤흔드는 천둥이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콰이곤은 돌풍을 헤치며 힘들게 한걸음씩 내디뎠지만 울부짖는 바람이 순식간에 우비 후드를 벗겨버렸다. 두 번째 번개가 하늘을 찢는 순간 머나먼 숲에서 나무가 쿵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축사에 도착해 문을 열려던 콰이곤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본능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반사 작용이었을까. 창백한 번개가 또다시 내려치며 단 일초동안 사위를 환하게 밝히는 그 짧은 시간에 콰이곤은 그것을 봤다.

콰이곤은 방금 본 것이 어둠과 울부짖는 폭풍이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나타난 환각이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 눈가의 빗물을 닦아냈다. 그 순간 하늘이 다시 밝아지더니 저 멀리 숲과 농장의 경계에 서있는 나무 그루터기 아래에 웅크리고 있는 인영을 뚜렷하게 비췄다.

처음 콰이곤은 그게 등산을 왔다가 폭풍우에 놀라버린 운 나쁜 여행자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루터기 쪽으로 한걸음 다가갈수록 인영은 멀리서 봤을 때보다 점점 크기가 줄어들었고 마침내 콰이곤은 머리 위에 나있는 아주 특이한 한 쌍의 귀를 발견할 정도로 근접하게 되었다.

그건 수인이었다.

또 다시 울려 퍼진 천둥은 콰이곤이 축사 문을 힘껏 열어젖히는 소리를 감춰주었다. 콰이곤을 뒤따라온 바람이 울부짖으며 바닥에 깔린 지푸라기와 불안 속에서 잠들었던 가축들을 휘저었다. 콰이곤은 한쪽 손으로는 뼛속까지 흠뻑 젖어버린 채로 몸을 떠는 강아지를 안고서 반대쪽 손으로 문을 닫았다. 강아지는 비참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힘없게 으르렁 거리며 콰이곤의 손을 깨물었다. 손가락에서 따끔거리는 느낌이 올라오자 콰이곤은 욕설을 중얼거렸지만 겁에 질린 강아지를 구할 수만 있다면 손가락에 조그마한 이빨 자국 몇 개 정도는 나도 된다고 생각했기에 수인을 안고 있는 팔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소년의 엄마가 어디로 가버렸을지 궁금했지만 아이의 메마른 몸과 야생동물 같은 행동으로 짐작해보면 어미가 더 이상 주위에 없을 거라는 확신과 함께 안타까운 슬픔이 느껴졌다. 이전에 콰이곤은 도시 사람들이 일회용품을 버리듯이 두고 간 강아지가 담긴 상자를 길가에서 발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주 희귀하고 값어치가 높은 수인과 이런 식으로 마주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꼬마야, 이제 괜찮아." 콰이곤은 벌벌 떨고 있는 소년을 달래주면서 다정하게 쓰다듬어줬다. 그러자 빠져나가려고 움찔거리며 팔을 앙앙 물던 강아지가 낮게 으르렁거리며 입을 물렸다. 반쯤 감긴 눈과 힘이 빠진 몸을 보니 너무 약하고 지친 강아지에게는 다른 뜻을 전달할 체력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다.

콰이곤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다. 아내는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잔뜩 젖고 공격적인 강아지 수인을 좋아하지 않을게 분명해서 집으로 데려갈 수 없었다. 하지만 폭풍이 몰아치는 들판에 내버려두면 죽어버릴게 분명해서 밖에다 둘 수도 없었다.

축사의 가축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주인과 강아지를 바라봤다. 몇 마리의 말과 소와 염소와 양과 눈을 마주치던 콰이곤의 머릿속에 갑자기 깨달음과 같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해결책은 당연히 존재했다!

빠르게 축사 안쪽으로 걸어간 콰이곤은 가장 마지막 우리의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신선한 건초 위에 편안하게 몸을 말고 누워있는 오비완이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크림색 로브를 걸친 오비완은 라디에이터 근처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젖소 수인이 고개를 들어 콰이곤을 바라보더니 잠으로 무거워진 눈꺼풀을 깜박이면서 질문을 하는 듯이 부드럽고 나른한 목소리로 '음머'라고 말했다. 이 시간에 콰이곤이 축사로 오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오비완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벌써 젖 짜는 시간이 되었는지를 생각하듯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다.

콰이곤은 오비완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건초 위에 그대로 있으라고 말했다. 품 안의 강아지는 눈을 겨우 반 정도만 뜬 채로 죽음과의 싸움에서 시시각각 패배하며 거의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오비완의 옆에 내려놓았을 때도 겨우 움찔거릴 뿐이었다.

조그맣고 약한 생명체를 향한 착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오메가라는 본성 때문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강한 보호 본능을 보이며 자식을 잘 돌봤던 어미로 지냈던 경험 때문인지 오비완은 정신을 잃은 강아지의 냄새를 조심스럽게 맡더니 손을 내밀어 팔에 안았다. 그리고 가슴 가까이로 끌어당겨 꼭 껴안고는 코를 킁킁거리며 조그마한 소년을 핥으면서 부드럽게 '음머'라고 울었다. 몸 떨림이 잦아들자 강아지는 고개를 들어 오비완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 모습을 본 콰이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우리 문을 닫았다. 오늘 밤은 이걸로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콰이곤은 자신이 어떤 일에 휘말렸는지, 그리고 축사에 데려온 생명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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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우우우.......

지난 10년 동안 콰이곤 진의 하루 일과는 반복의 연속이었지만 콰이곤은 그 속에서 평온을 찾았다.

일출을 알리는 늙은 수탉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콰이곤은 잠에서 깨어났다. 훌륭한 농부였다면 즉시 침대에서 일어나 곧바로 농장에서 일을 시작했겠지만 콰이곤은 훌륭한 농부가 되기 전에 훌륭한 남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콰이곤은 햇살이 흰 커튼에 스며들어 방안을 밝게 비출 때까지 아내를 꼭 껴안고 침대를 지켰다.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하는 시간이 되면 닭장으로 가서 아침 식사를 위해 계란을 집어오려는 아내에게 키스를 해주고 콰이곤은 아직 대부분의 가축이 잠에 빠져있는 축사로 향했다. 커다란 축사 문이 열리고 아침 햇살과 함께 주인이 안으로 들어오면 이른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는 말은 히힝 거리며 콰이곤을 반겨주었지만 염소 떼는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다는 듯이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콰이곤에게는 수인이 단 두 마리밖에 없었는데 한 마리는 나이 많은 염소였고 다른 한 마리는 당연히 젖소 오비완이었다.

오비완은 콰이곤의 가장 충성스러운 가축 중 한 마리였다. 가끔씩 처음 오비완을 만났을 때 매입을 망설이면서 갈등했던 과거의 고민이 떠오를 때면 콰이곤은 그 당시의 자신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스튜존에서 온 어린 암송아지는 무릎이 후들후들 떨릴 만큼 너무 작고 허약해서 할인가에 팔리고 있었다. 충분하지 않은 예산 때문에 더 나은 선택지가 없었지만 당장 우유가 필요했던 콰이곤은 오비완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첫 인상과 모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오비완은 콰이곤이 키웠던 젖소 중에서 최고의, 어쩌면 타울 최고의 젖소가 되었다.

착유를 하기 위해 잠에서 깨울 때마다 오비완은 꽤나 심술궂게 툴툴거렸다. 몇몇 가축들처럼 잠에서 억지로 깨워지는 것을 싫어했지만 그런 불만과 반박이 섞인 부드러운 '음머' 소리에도 불구하고 오비완은 항상 몸을 일으켜서 콰이곤이 우유를 짤 수 있도록 착유용 책상에 앉아 자세를 잡았다. 대부분의 경우에 오비완은 콰이곤의 명령에 따랐지만 가끔씩은 고집스러운 성격을 내보이곤 했다. 기분이 안 좋거나 콰이곤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오비완은 주인을 바라보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꼬리를 휘저었다. 그리고 업신여기는 표정으로 옆으로 고개를 홱 돌리더니 콰이곤의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 다는 듯이 명령을 무시했다. 하지만 각설탕을 주면서 머리를 긁어주면 젖소의 차가워진 마음은 곧바로 녹아내렸고 오비완은 온순하게 책상에 앉아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튜닉을 풀어 착유 도중 아프지 말라고 올려둔 쿠션 위에 젖가슴을 자기 손으로 올려두고 착유기를 다는 콰이곤을 온화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런 성격은 오비완의 평범하지 않은 특징 중 한 가지에 불과했다. 오비완과 같은 품종의 젖소에게는 구리 색의 억센 털이 가슴골에서 부터 시작하여 배를 뒤덮고 다리까지 빽빽하게 나있었지만 오비완은 양모로 짠 로브를 걸치는 것을 좋아했다. 털 덕분에 농장에서 가장 옷이 필요 없을 가축임에도 불구하고 이 젖소는 항상 고집스럽게 튜닉과 로브를 입었다. 머리위로 솟아있는 웅장한 흰색 뿔은 하이랜드 소 품종의 특징이라고 치더라도 같은 품종의 젖소도 오비완처럼 높은 곳(high ground)을 좋아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성격 덕분에 어떻게 올라갔을지 상상도 안가는 높고 가파른 곳에서 발견된 오비완을 구출해낸 횟수를 잊어버린 콰이곤은 젖소의 특이한 점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특징을 고르라고 하면 주저 없이 푹신한 털을 가졌지만 옷을 입는 기벽을 골랐다.

지난 몇 년 동안 콰이곤의 일상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조그마한 암송아지였던 오비완은 순식간에 자라 새끼(calf)를 출산했고, 송아지를 위한 적절한 이름을 찾지 못했던 콰이곤과 아내는 결국 줄여서 그냥 칼(Cal)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매일 아침마다 콰이곤은 신선한 우유를 짤 수 있게 되었다.

착유가 끝나면 오비완은 그저 하품을 길게 하고 로브를 다시 걸치고는 참을성 있게 콰이곤이 축사 문을 열어 밖으로 내보내주기를 기다렸다. 넓은 풀판으로 나간 오비완은 평화롭게 돌아다니면서 막 땅에서 돋아난 달콤한 민들레 새싹을 뜯어먹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차면 햇살 아래에 누워있거나 가끔씩은 이제 다 자란 새끼와 놀아주면서 느긋하게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고 콰이곤이 축사 문을 다시 열어 안으로 들여보내주면 오비완은 새로 깔린 밀짚 더미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렇게 평화로 가득 찼던 오비완의 인생의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콰이곤은 모든 것이 변하지 않고 정확히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자신의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들은 매 시간마다 변했고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콰이곤은 갑작이 찾아온 수많은 변화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정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모든 변화는 콰이곤이 아나킨을 축사로 데려온 폭풍우가 몰아지는 밤에 시작되었던 것이다.

여러 그루의 나무를 쓰러뜨리고 농장 울타리마저 몇 개 뽑아냈던 끔찍했던 폭풍이 지나간 다음날 아침, 콰이곤은 평상시보다 늦은 시간에 잠에서 깨어났다. 언제나 다정한 아내는 남편이 어젯밤 농장을 구하기 위해 안간 힘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일찍 일어나 콰이곤을 원래대로 고치기 위해 커피와 빵을 아침으로 준비했다.

마침내 가축들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축사에 도착하고 나서야 콰이곤의 머릿속에 어젯밤 구했던 강아지가 떠올랐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볼록해진 배와 혈색이 돌아온 뺨을 가진 강아지가 큰 소리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개 수인의 존재를 기억해냈다. 강아지는 젖소의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콰이곤을 잔뜩 경계하며 두 다리로 서서 양팔을 벌리고 오비완을 가리고 있었다. 오비완은 느긋하게 누운 채로 그런 강아지 털을 다정하게 핥아주고 있었는데 비뚜름하게 걸쳐져있는 로브 사이로 우유가 다 떨어져 크기가 줄어있는 젖가슴이 보였다.

그날 이후로 강아지는 농장의 가족이 되었다. 콰이곤은 이 작은 수인이 어제 밤에 사납게 저항했던 일에서 영감을 얻어 '전사'라는 뜻을 가진 아나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어쨌거나 경비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콰이곤이었지만 농장 경비를 위해 개 수인을 들이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콰이곤은 이 소박한 농장에 아나킨이 찾아온 것은 어떤 징조라고 생각했다.

아나킨은 귀여웠다. 대부분의 수인이 그렇듯이 소년은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쫑긋 튀어나온 갈색 솜털이 난 한 쌍의 귀와 이리 저리 흔들리는 꼬리를 제외하면 인간과 똑같았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난 소년이 오비완의 품속으로 숨어드는 동시에 콰이곤을 향해 으르렁 거릴 때면 사나운 작은 강아지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인간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던 강아지는 몇 주 동안 젖소의 우유를 욕심껏 먹은 뒤에 마침내 콰이곤에게 자신을 헤칠 의도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천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강아지는 키 큰 농부와 오비완을 번가라 보다가 콰이곤을 향한 젖소 수인의 무심함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어느 날 콰이곤이 친목을 위한 선물로 고기조각을 들고 다가가자 강아지는 냄새를 한 번 맡더니 손으로 고기를 낚아채갔다. 그리고 아나킨은 고기를 먹는 동안 귀 뒤를 긁어주는 콰이곤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강아지는 자신을 구해준 남자에게 감사와 충성심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오비완과 관련된 일만 아니면......

아나킨은 충성스러웠고, 강했고, 힘이 넘쳤고, 놀라울 정도로 똑똑했으며 머리를 쓸 줄 알았다. 하지만 멍청한 면도 없지 않았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소유욕이 강했다. 아나킨에게는 이미 닭을 쫓고 콰이곤의 집으로 들어와 집안을 진흙으로 엉망으로 만드는 나쁜 버릇이 있었지만, 거기에 더해 콰이곤이 오비완의 우유를 짜내는 일과를 혐오하는 버릇까지 생겨버렸다.

처음에는 항상 오비완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아나킨이 귀엽게만 보였다. 강아지는 새 주인들과 함께 농가의 따스한 벽난로 옆에서 잠을 자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콰이곤과 아내가 집안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아나킨을 안으로 데려와 문을 닫자 소년은 현관문을 긁으면서 하울링을 했다. 참지 못한 콰이곤이 문을 열어주자 아나킨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축사로 달려가 오비완의 품에 안겼다. 오비완은 그런 강아지를 내치지 않았다. 사실 젖소는 아나킨이 자신의 새끼라도 되는 듯이 돌봐주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비완은 아나킨이 품속으로 달려들면 항상 그루밍을 해주면서 아이가 젖가슴에 입을 대고 우유를 마실 수 있도록 튜닉을 열어줬다. 자신의 몸집보다 세 배나 큰 생고기와 뼈를 게걸스럽게 먹는 아나킨을 보면 오래 전에 어미의 모유를 뗐을 것 같았지만 강아지는 여전히 오비완의 젖이 없으면 죽을 것처럼 젖소의 가슴을 빨았다.

아우우우우우우

아나킨이 진흙구덩이로 만들어둔 집안을 치우던 콰이곤은 외양간 밖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하울링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들판에서 들리는 강아지의 울음소리에 오비완이 '음머'라고 대답하는 소리도 들렸다.

아나킨이 온 뒤부터 콰이곤의 하루 일과는 급격하게 변해갔다. 젖소에게서 우유를 짜는 일상적인 일과가 하나의 거대한 모험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한때 매일 아침마다 반복적으로 아주 쉽게 해왔던 착유는 이제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아침이 밝아 콰이곤이 젖을 짜기 위해 오비완의 우리 문을 열면 아나킨은 항상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으르렁 거리며 주인을 맞이했다. 솜털이 난 갈색 귀는 머리에 찰싹 붙을 정도로 뒤로 젖혀졌고 으르렁거리는 입술 사이에서는 조그마한 강아지 이빨이 반짝거렸다. 오비완이 밀짚더미에서 일어나면 아나킨은 로브에 매달려 캉캉 짖으면서 콰이곤으로부터 젖소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이제 콰이곤의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이 변했다. 기상, 태양이 커튼 사이로 비칠 때까지 아내를 안고 있기, 침대에서 빠져나와 터벅터벅 외양간으로 가기, 오비완의 젖가슴에 매달린 아나킨을 떼어낸다는 시련을 맞이할 준비를 마음속으로 하기, 사나운 강아지의 손톱과 이빨 공격에 대비하기...... 여기까지만 해도 하루가 다 간 것 같았다.

아나킨은 원할 때면 언제나 물려고 달려들었고 하울링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밀가루 포대만 한 크기에 지나지 않아서 콰이곤은 손쉽게 아나킨을 들어 올려 맹렬하게 버둥거리는 강아지를 다룰 수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꽤나 날카로운 강아지 이빨이 농부의 착유용 장갑을 뚫고 들어갈 때가 있어서 손가락에 이빨 자국이 몇 개 생기기는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작은 전투는 항상 아나킨의 패배로 끝났다. 하지만 아나킨은 불굴의 용기와 끝없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고, 콰이곤은 아나킨의 이런 점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콰이곤은 아르릉거리는 아나킨을 집어 들어서 외양간 문을 열어 풀밭으로 던져버리고 강아지가 자세를 바로 잡고 다시 안으로 달려 들어오지 못하도록 재빨리 문을 닫았다.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아나킨은 외양간 문을 긁으면서 캉캉거리며 울부짖다가 결국에는 날카로운 비통에 찬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우- 아우- 아우우우우우

"오비완, 얌전히 있어." 콰이곤의 명령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비완은 씩씩거리며 문 너머에서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게 울고 있는 강아지를 향해 가려고 책상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여기서 더 많은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콰이곤은 사나운 강아지의 몸부림과 손에 난 조그마한 이빨 자국은 어떻게 할 수 있었지만 오비완 크기만 한 젖소 수인이 화를 내는 건 다루기가 힘들었다.

착유기는 아직 작동하고 있었다. 아나킨이 어젯밤과 이른 아침에 오비완의 우유를 거의 다 마셔버린 덕분에 일일 우유 생산량에도 문제가 생겨서 벌써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나킨의 과장된 울음소리 때문에 오비완은 착유기에 가만히 가슴을 내준 채 제자리에 앉아있기를 원하지 않았다.

"오비완." 콰이곤은 혼을 내면서 수인이 가만히 있도록 억누르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주인의 손이 닿기 직전에 오비완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

반사 신경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도시에서 몇 년 동안 유도 사범으로 일했던 덕분일까, 그것도 아니면 몇 년 동안 소를 다뤄왔던 경험 때문일까? 이유야 어찌 되었던 콰이곤은 위협적으로 날아오는 오비완의 뿔을 제때 피하는데 성공했다.

깜짝 놀란 콰이곤은 뒤로 물러났다. 인상을 쓴 젖소 수인의 콧구멍 사이에서는 뜨거운 김이 나오고 있었는데 확실히 협조해 줄 기분이 아닌 것 같았다.

"방금 나를 들이받으려고 한 거야?" 콰이곤은 오비완이 대답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오비완은 인간의 언어로는 말을 할 수 없었지만 눈썹을 굽힌 심통이 난 표정과 콰이곤의 팔을 찰싹찰싹 때리는 꼬리로 확실한 대답을 전했다.

꽤나 고집이 있는 오비완은 가끔씩 기분이 가라앉았던 때가 있었지만 한 번도 콰이곤을 뿔로 들이받으려고 한 적은 없었다. 그런 짓을 하기에 오비완은 너무 착했다.

콰이곤은 오비완이 이런 상태일 때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저 고개를 내저었다. 가끔씩은 자신이 젖소가 아니라 노새를 잘못 구입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 우유통에 쌓인 우유의 양을 보면 정말로 이건 노새일지도 몰랐다.

콰이곤은 한숨을 내쉬면서 오비완의 가슴에서 착유기를 풀어내고 겨우 3분의 1정도 찬 우유통을 흔들어봤다. 만일 일요일 오후에 케이크를 먹고 싶다면 또다시 슈퍼마켓에 가서 우유를 사와야 할 것 같았다. 착유기를 풀자마자 오비완은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머리를 흔들고는 양모 로브를 걸쳐 드러난 가슴을 감추었다.

아나킨이 착유기를 몸과 영혼을 다해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콰이곤은 기계를 축사 다락에 가져가 숨겨두었다. 농장으로 온 첫 번째 날에 착유기의 존재 이유를 알게 된 아나킨은 그 다음부터 콰이곤이 착유기를 감춰둔 곳에서 가지고 나올 때마다 오비완과 농부 사이에 서서 사악한 착유 기계로 부터 오비완을 보호하려고 선명한 적대감을 내보였다. 아나킨이 오기 전에 콰이곤은 착유기를 마음껏 들고 다니며 원할 때면 언제나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데나 함부로 둘 수도 없었다. 이 기계는 사납고 질투심 많은 강아지의 분노에 희생양이 되기에는 너무 비쌌다. FERR-US 0L1N에 들어간 돈은 적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콰이곤은 만약에 정말로 착유기가 부서진다면 일어날 일이 궁금하기는 했다. 기계가 없어 정석대로 콰이곤이 손으로 직접 오비완의 가슴에서 젖을 짜낸다면 아나킨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우우우우.... 아우.... 아우.......

오비완은 초조하게 외양간 문을 바라보며 우리 문에 기대어 서있었다. 아나킨이 하울링을 할 때마다 보드라운 블론드 색 소 귀가 아주 살짝 움찔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콰이곤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이라도 나가 아나킨을 찾아야 할 것처럼 불안해 보이는 오비완은 이맛살을 찌푸리고 보드라운 목소리로 '음머'라고 울었다.

"여보."

뒤를 돌아본 콰이곤은 자신의 아내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는 듯이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 아내를 보자마자 콰이곤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내는 뒷문에서 서서 콰이곤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아나킨이 아직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뒷문으로 나간 콰이곤은 아내를 따라 외양간 입구 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내가 저렇게 즐거워 보이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축사 모퉁이에서 목을 내민 콰이곤은 정문 앞에서 드라마틱하게 뻗대고 있는 아나킨을 발견했다. 하울링과 울음으로 얼굴이 붉어진 아나킨은 슬픔으로 귀를 축 늘어뜨린 채로 훌쩍거리고 있었다. 소년은 손으로 눈을 문지르고는 다시 한 번 훌쩍이더니 몸이 떨릴 만큼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고개를 뒤로 젖혀서 또 다시 비통에 찬 하울링을 내뱉었다.

콰이곤은 빙그레 웃었다. 만약에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아나킨이 배가 고프거나 벌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심지어는 고문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웃들이 이 장면을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소년은 문을 날카롭게 노려보면서 손톱으로 긁었지만 당연히 문은 꼼짝하지 않았다. 외양간에 들어가는 게 좌절되자 작은 강아지는 풀 위로 몸을 던져 얼굴을 땅에다 대고 과장되게 흐느껴 울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돌려 땅에 등을 댄 채로 맑은 푸른 하늘 위로 다시 길게 하울링을 했다.

아우우우......

"아나킨." 예상치 못했던 콰이곤의 목소리에 강아지는 땅에서 뛰어오르더니 벌떡 일어섰다. 깜짝 놀란 표정을 보니 정문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축사 밖으로 빠져나온 콰이곤이 이해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나킨은 밝은 푸른색 눈을 크게 뜨고 집중을 하듯이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고 불쾌한 감정을 나타내는 으르렁거림과 원하는 바를 전달하려는 낑낑거림이 한데 뒤섞인 소리를 냈다.

콰이곤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그 장면을 본 아내는 터져 나온 웃음을 자제하려고 허리를 굽혔다.

아나킨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콰이곤을 바라보면서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하듯이 필사적으로 외양간 문을 긁으며 꼬리를 쳤다. 강아지가 축사 문을 여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콰이곤이 손잡이를 내리자마자 강아지는 안으로 달려 들어가서 오비완의 우리가 있는 뒤쪽으로 뛰어갔다.

젖소 쪽으로 뛰어가면서 강아지가 내는 애처로운 낑낑거림이 축사에 울려 퍼졌다. 우리 문 너머로 얼굴을 쭉 내민 채 이미 아나킨을 기다리고 있던 오비완은 달려오는 강아지를 보자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음머' 소리를 냈다. 우리 앞에 도착한 아나킨은 높은 울타리를 뛰어 넘으려고 펄쩍펄쩍 뛰면서 문을 기어오르려고 애를 썼다. 

우리 쪽으로 걸어간 콰이곤이 문을 열어주자 아나킨은 젖소에게 뛰어들고는 절박하게 오비완의 붙잡고 길을 잃은 강아지처럼 낑낑거렸다. 가장 귀중한 소지품인 오비완의 젖가슴에게 닿으려고 양손을 위로 쭉 뻗은 아나킨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아나킨의 이런 낑낑거림은 언제나 효과가 있었다. 오비완은 다정하게 '음머'라고 울고는 모든 강아지가 다 그렇듯 아직 솜털이 나 부드러운 아나킨의 머리를 토닥이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강아지가 원하는 대로 로브를 잡아당기고 튜닉을 열도록 내버려 두었다.

콰이곤은 아나킨이 오비완의 젖꼭지에 달라붙어 다급하게 젖을 빠는 모습을 바라봤다. 강아지의 입에서는 우유를 빠는 질척이는 소리와 낑낑거림이 뒤섞여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나킨의 눈동자는 눈앞의 오비완을 향해서는 비 맞은 강아지 눈빛을 보내고, 그 뒤에 서있는 콰이곤에게는 위협적인 눈빛을 보내느라 바빴다. 콰이곤은 한숨을 내쉬면서 문을 그대로 열어두고 착유용 장갑을 벗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나킨이 어서 자라 저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그만 두기를 간절히 바랐다.

물론 아나킨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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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어느날 오후, 차를 홀짝이던 아내의 목소리에 콰이곤은 읽던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콧소리로 대답했다. 그때 그들은 하루의 일과를 전부 마치고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선사해주는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아나킨을 어떻게 발견했다고 했죠?"

콰이곤은 인상을 쓰면서 고개를 들고 안경을 벗었다. 아내는 콰이곤이 아니라 저 멀리 풀밭에서 아나킨이 오비완의 주위를 돌아다니며 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나킨과 처음 만났을 때 있었던 일을 전부 알고 있는 아내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게 뭔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폭풍우가 치는 밤에 버려져있었던 아나킨을 찾았다 했었잖아요."

아내는 수인 소년을 바라보면서 인상을 쓴 채로 콧소리를 냈다. 콰이곤은 아내의 시선을 따라가 봤지만 그런 질문을 받은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강아지는 젖소 주위를 뛰어다녔고, 오비완은 풀밭에 느긋하고 편안하게 앉아서 먹을 만한 꽃을 손으로 뽑아내고 있었다. 콰이곤은 에너지가 넘치는 아나킨이 쉼 없이 달리다가 공중으로 뛰어오르는가 싶더니 어느새 풀밭 위에서 뒹구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전에 입혀준 새 옷은 나비와 잠자리를 쫓아다니는 바람에 순식간에 엉망으로 변해버렸다. 아나킨은 항상 오비완의 옆에 붙어있지 않았다. 가끔씩은 초원을 가로질러 아주 먼 거리를 전력 질주로 달려 나갔지만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오비완이 잘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다시 달려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강아지의 손에는 운 나쁜 귀뚜라미나, 빛나는 돌이나, 손에 잡히는 대로 뽑아온 꽃이 선물로 들려 있었다. 그런 아나킨을 바라보면서 오비완은 웃으며 다정하게 '음머'라고 울었다. 그리고 아나킨이 아주 가까이 다가오면 강아지가 싫다고 버둥거려도 혀로는 아이의 앞머리를 핥아주고 손으로는 옷에 붙은 풀 잎사귀를 털어주었다.

그런 아나킨에게서는 다른 강아지 수인과 다른 바를 찾을 수 없었다. 물론 별난 점도 있었지만 콰이곤은 그런 점이 각자의 생명체를 특별하고 흥미롭게 만들어준다고 믿었다. 아나킨에게는 콰이곤이 원하는 대로 경비견이 될 만한 잠재력이 있었다. 비록 아나킨이 농장으로 몬 양떼들이 공포에 질려있는 모습을 본 뒤로는 양몰이 개로 키우는 훈련은 그만두었지만 경비견으로서의 자질은 벌써부터 보였다. 소년은 충성스러웠지만 사나움을 잃지 않았고 농장으로 누가, 언제 들어오든 항상 경계했다. 농부 진의 경비견 수인에 대한 이야기를 아직 듣지 못했던 메이스 윈두가 몸소 증인이 되어주었다. 갑자기 뛰어올라 바지를 물고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당기는 아나킨 때문에 윈두는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콰이곤은 강아지에게 메이스는 집배원이며 단지 일을 하고 있음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아나킨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다른 가축들과 수인은 꽤나 아나킨을 겁내고 있었다. 아마도 아나킨이 농장 동물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데서 오는 즐거움을 알아버렸기 때문인 것 같았다. 덕분에 닭들은 아나킨의 숨죽인 발걸음 소리가 어떤지를 정확히 배웠고 사나운 강아지의 발소리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면 쫓기는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닭장 속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다. 여기에는 최근 들어 암탉을 사냥하는 여우가 나타난 문제를 해결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염소를 쫓고 말을 향해 캉캉 짖는 아나킨에게서 좋은 점만 보기는 힘들었다.

아나킨이 콰이곤의 가축 한 마리에게도 상처를 입힌 적이 없기는 했지만 아나킨이 주위에 있을 때면 가축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강아지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을 움직이며 경계했다. 농장의 모든 가축들은 강아지 소년이 옆에 있을 때면 어딘가 불편해보였다.

물론 오비완은 예외였다.

"그런 질문은 왜 하는 건가요?" 콰이곤은 아나킨이 귀를 종긋 세우고 숲 쪽을 노려보는 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소년은 한참 동안 숲을 노려보더니 콰이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쫓아 숲 경계에 서있는 나무를 위해 달려 나갔다.

이번에는 아내가 한숨을 내쉬더니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차가 든 컵을 쥐었다.

"그냥.... 개 수인이 갑자기 나타난 게 이상하지 않나요?" 아내는 고개를 돌려 콰이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콰이곤은 눈썹을 들고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상하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잖아요." 콰이곤이 생각에 잠긴 채로 답했다.

"내 사랑, 개 수인은 아주 비싸요. 그런 식으로 개 수인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그냥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이곳에 나타난 거라면 우리의 이웃의 동물이 아니었을까요?"

"아나킨을 찾았을 때 물어보고 다녔지만 아무도 주인이라고 나서지 않았잖아요." 콰이곤이 아내의 기억을 되살려줬다. 물론 보통 품종에 따라 교배되고 태어나자마자 팔려나가는 개 수인을 우연히 찾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을을 돌아다니며 지난번 폭풍이 왔을 때 혹시 강아지를 잃어버린 사람이 있는지를 찾아봤었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 콰이곤은 아나킨을 키우기로 결심했었다. "우리에게 오기 전에 다른 주인이 아나킨을 키웠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 질문에 아내는 땅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 거 같진 않아요. 그냥.... 저 애가 이웃 농장에서 온게 아니면......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 아내가 물었다.

의문이 담긴 콧소리를 낸 콰이곤은 나무 사이에서 달려 나오는 아나킨을 바라봤다. 아나킨은 입에 아마도 오비완을 위한 또 다른 선물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물고 있었다. 콰이곤은 강아지가 물고 있는 게 뭔지 알아보려고 눈을 가늘게 떴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정확하게 알아낼 수가 없었다. 옷 조각인가?

"내 생각에.... 아나킨은 숲에서 온 거 같아요." 생각에 잠긴 목소리로 아내가 말했다.

콰이곤은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아나킨이 오비완을 지나쳐 자신에게로 곧바로 뛰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마침내 콰이곤은 강아지의 입에 물려있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차렸다.

이번에 아나킨이 가져온 선물은 사랑하는 젖소를 위한 게 아니었다. 그건 주인을 위한 것이었다. 콰이곤의 발치에 자신의 몸만 한 피투성이가 된 죽은 여우를 내려놓은 강아지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며 꼬리를 쳤다.

"아나킨은 개가 아닌 거 같아요." 아내의 속삭임에 콰이곤은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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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Warm and Cowzy에서 cowzy는 cow랑 cozy를 작가님께서 섞어두신 거 같은데 뭐라고 번역을 해야 할지 몰라서 마음대로 해버렸다.

아나오비 헤이든유안
2024.02.18 20:18
ㅇㅇ
모바일
ㅁㅊ 젖소수인 오비완...?....?? 제목, 설정부터 꼴림 예약이다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선설리 후감상!!!
[Code: 7fdf]
2024.02.18 20:30
ㅇㅇ
모바일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미친 뭐지 이 개꼴리는 설정은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진심 읽은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떨어지질 않네 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420d]
2024.02.18 20:40
ㅇㅇ
모바일
엥 개수인이 아님 뭐지 늑대?
[Code: 889e]
2024.02.18 21:31
ㅇㅇ
모바일
미치겠다ㅋㅋㅋㅋ디테일 진짜 커엽고 웃기고ㅋㅋㅋㅋㅋㅋ음머 하고 부드럽게 우는 오비완 아우우우 하울링하는 아나킨에 착유기 이름은 페루스 집배원은 메이스ㅋㅋㅋㅋㅋㅋ
[Code: c9ec]
2024.02.18 21:31
ㅇㅇ
모바일
번역붕 진짜 고마워!
[Code: c9ec]
2024.02.18 22:32
ㅇㅇ
아니 이럴수가 아나킨 너무 늑대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데려온 생명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는 서술부터 심상찮더니 다른 동물들이 무서워하고 하울링을 너무 많이 하고 독점욕 내보이는 것하며 여우 사냥까짘ㅋㅋㅋㅋㅋㅋㅋ 늑대젖소 안옵 너무 맛있다ㅠㅠㅠㅠㅠ 세계관 설정 진짜 독특하고 맛있네ㅋㅋㅋㅋㅋㅋ 여기선 수인이 정말 동물 취급ㅋㅋ큐ㅠㅠ이라서 아나킨 때문에 오비완 우유를 못 먹게 된 콰이곤 뭔가 웃기고 슬픔... 오비완이 자연스럽게 어린 아나킨을 제 새끼처럼 받아들여 젖을 주고 품는게 너무 좋고 꼴려ㅠㅠㅠㅠ 그리고 아나킨 덜 자라서 밀가루 포대만한 강아지면서 오비완 지키려고 양팔 벌리고 막는거 웃기고 귀엽고 설리고 꼴린닼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든 오비완 지키고 자기 거라고 소유권 주장하려고ㅠㅠㅠ 이랬던 꼬마 늑대가 무럭무럭 크면 어떨지 벌써 기대돼.. 콰이곤 생각처럼 손으로 젖 짜는 것 보여줬다간 큰일 날 거 같은데;;
[Code: df1e]
2024.02.18 22:33
ㅇㅇ
오비완도 젖소라 무서워 할만도 할텐데 수인이라 안 무서워하는 걸까 아니면 직접 젖 주고 새끼처럼 길러서 안 무서워하는 걸까.. 어린 늑대를 돌보는 젖소.. 그리고 제 것이라고 생각하는 젖소를 지키려는 어린 늑대.. 하 이럴수가 안옵의 이 기묘하게 포근한 순간이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 번역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번역붕 항상 너무 고마워 존잼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f1e]
2024.02.19 00:41
ㅇㅇ
모바일
번역붕 고마워! 너무 재밌게 읽었음!!!
[Code: 6789]
2024.02.19 01:51
ㅇㅇ
모바일
대작의 시작이다....이제 이걸로 살거야 번역붕 고마워
[Code: 1248]
2024.02.19 19:58
ㅇㅇ
모바일
아나킨 쫓겨나서 비맞은 강아지처럼 우는거 너무 귀여워 ㅜㅜㅜㅜㅜㅜ 흐어 ㅜㅜㅜㅜㅜㅜ 졸라 귀엽고 꼴리고
[Code: 878c]
2024.02.19 20:00
ㅇㅇ
모바일
문 열어주자마자 오비완한테 매달리는것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어 벌써부터 넘 재밌어 번역붕 ㅜㅜㅜㅜㅠ
[Code: 2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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