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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23:47


전편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달빛이 흐르는 강, 아주 넓지요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 day

언젠가 난 당신을 멋지게 건널 거예요

 

Oh, dream maker, you heart breaker

오, 꿈을 꾸게 하는, 나를 애타게 하는 그대

 

Wherever you're going, I'm going your way

당신이 어디를 가든, 난 당신을 따를 거예요









사람의 품이라는게 참 그렇다. 내쳐질대로 내쳐져서 포기하고 지쳐버린 어른이 되어서도 무의식적으로 원하게 되는 따뜻함과 위로, 사랑이라는 존재가 그들을 다시 숨쉬게 한다. 하늘이 모두 무너져버린 이들에게 다시 하늘이 생기는 그런 기적과도 같은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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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허니"
"안녕, 리키"

 

리카르도가 낡은 매트리스 위에서 그의 티셔츠를 입은채 아직도 졸음에 잠겨있는 허니를 바라보았다.

 

"왜 일 안갔어요?"
"휴가 냈어. 오늘하고 내일은"

 

리카르도가 허니 얼굴로 내리는 햇살을 등지며 매트리스에 앉았고, 그제서야 천천히 펴지는 허니의 미간을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내일 나 배웅해주는 거예요?"
"가능할 거 같아"

 

허니가 손을 뻗어 리카르도의 얼굴을 천천히 매만졌다.

 

"알아요, 나도 싫어"
"나 아무말도 안했는데"
"당신 눈이 다 말해주는데?"
"뭐라고 하는데"
"가지 말라고- 함께 있어달라고"

 

매트리스에서 몸을 일으킨 허니가 리카르도의 얼굴 위로 자잘한 키스를 퍼부었고 간질거리는 기분과 함께 리카르도는 웃으며 허니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어느새 리카르도의 위로 올라탄 허니가 리카르도의 곱슬머리에 손을 얽은 채 그의 오묘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샤워했어요?"
"어디 좀 다녀왔거든"
"어디? 나하고 이따 같이 가지"
"일어나자마자 보여주고 싶어서"

 

리카르도가 매트리스 밑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고무줄로 묶인 작은 꽃다발을 허니에게 건냈다.

 

"꽃이네"
"꽃집이 아침 일찍에는 문을 연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별로지? 오늘 나가서 장미로-"
"리키"
"응"
"고마워, 너무 예쁘다"
"..맘에 들어?"

 

허니가 고무줄을 풀어내고 꽃 한송이를 꺼내들었다.

 

"나도 이 꽃 핀데 가보고 싶어"
"근처야. 이따가 가자"

 

허니가 손에 든 꽃한송이를 만지작거리다 리키를 바라보았다.


 

"리키, 얘 좀 봐요- 햇빛에 닿으니까 빛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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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키하고 닮았네"

 

허니가 조심스럽게 꽃들을 그러모아 창가로 다가갔고 물이 반 정도 남은 생수병에 천천히 꽃들을 꽂아넣었다. 어느새 매트리스에서 일어난 리카르도가 허니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았고 그녀의 목 뒤와 귓가에 키스를 했다.


 

"아팠겠다, 꺽이느라"

"...거기까지 생각 못했어"


 

허니의 뒷목에 입술을 묻은 채 웅얼거리는 리카르도의 머리카락을 허니가 뒤로 손을 뻗어 살살 매만져주었다.


 

"가만보면 당신은 참 담백하게 말하는 거 같아"

"무슨 뜻이야?"

"왜, 있잖아요. 이탈리아 남자들은 대부분 엄청나게 유혹적인 말들을 잘하는데 당신은 그런게 생각보다 없단 말이지"

"해줬으면 해?"

"아니아니. 그런건 아니고-"


 

리카르도가 머뭇거리며 망설이다 허니를 끌어안은 팔을 풀고서 그녀를 돌려세웠고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기대었다. 뺨을 조심스럽게 그러쥐고 눈가를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허니의 입술 위로 리카르도가 나즈막하게 속삭였다.


 

"Àngela, 만일 내게 신이 세상에서 가장 원하는 걸 물으신다면 난 당신을 말하겠어요. 물론 당신은 누구의 집착도, 욕심도 닿아서는 안되는 순결한 영혼이죠. 하지만, 그대가 허락만 하신다면 내 모든 것- 영혼도 육체도, 모든 것들을 주고 당신의 영원한 사랑만을 약속받고 싶어요"

"..."

"허락해줘요, 나의 황량한 영혼을 위해"

"리카르도,"

"죽음까지도- 고통까지도 그대를 위해 삼켜낼게요"


 

리카르도가 색바랜 목걸이를 푸르고 걸려있던 작은 반지를 허니에게 건내며 무릎을 꿇었다.


 

"우리 외할머니의 약혼반지야. 어머니도 딸에게 주고 싶었지만 나도, 동생도 아들이었고 결국 나에게 주시며 딸 같은 아이에게 주고 싶다고 하셨어"

"리키, 나는-"

"당신말고는 정말 줄 사람이 없어.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테니까. 당신같은 딸이라면 어머니도 하늘에서 기뻐하시겠지"


 

리카르도가 허니의 왼손을 끌어와 약지에 정중히 입맞춤을 한 후 반지를 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두 다리를 끌어안았다. 말없이 서있던 허니가 리카르도의 어깨를 잡고 그를 떼어냈다.


 

"난 이틀 후면 떠나요"

"알아"

"못돌아와"

"그것도 알아"

"...나에게 줘도 후회 안하겠어요?"

"안해. 너말고 이 반지의 주인은 평생에 걸쳐도 나오지 않을테니까"

"그걸 어떻게 알아.."


 

눈물을 글썽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서 소리없이 우는 허니를 리카르도가 품에 안았다. 그리고 허니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나즈막히 속삭이며 그녀의 등을 쓸어주었다.


 

"말했잖아. 너를 위해 고통도, 죽음도 삼켜내겠다고"

"..."

"당신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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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 기적이라는건 간절히 바란다고 해서 찾아오는 것도 아니며, 모든걸 놓아버린채 기대하지 않는다 해서 찾아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기적이라는건 그래서 '기적'인거다. 예측할 수 없고, 기다릴 수도 없는- 하지만 그래서 바라게 되고, 이루어진다면 더 없이 놀라게 되는 기적을 모든 이들이 꿈꾼다. 기적의 이름은 누군가에는 연인의 이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바라던 꿈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앞둔채 몇일을 더 살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울면서 하염없이 리카르도의 이름만 부르는 허니를 그는 갈비뼈가 서로 맞닿을 정도로 끌어안았다. 8시 26분. 창문 밖으로 나폴리의 아침을 살아가는 이들의 소리가 들렸고 그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은 시간 속에서도 벽에 걸린 초록색 시계는 쉬지 않고 움직였다. 1초, 2초, 3초, 4초-

 

자기자신의 인생끝을 아는 사람이라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서 무엇을 할까, 리카르도가 허니의 자그마한 머리에 키스를 하며 생각했다.



 

*



 

*



 

*



 

둘은 그렇게 또 한참 서로를 마주보면서 매트리스 위에 누워있었다. 상대방의 얼굴로 손을 뻗어 말없이 손끝을 따라 눈을 움직이면서 둘은 말없이 백마디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이름 모를 감정들이 매트리스 아래로 찰랑거렸고 둘은 서로를 끌어안았다.갈비뼈가 닿고 심장이 맞닿는 얽히고 설킨 무더기에서 무엇이 누구의 고동소리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저 두 개의 심장이 세차게 뛰고 있는 것밖에는-

 

그저 평범하게 보내기로 했다. 마지막이라며 고급 레스토랑을 가고 호텔로 향하기에는 가난하고 젊은 배낭여행객과 막노동 일꾼이라서. 그대신 둘은 누가 손을 떼놓기라도 할 것처럼 서로를 단단히 움켜잡은 채 거리를 뛰어다녔다. 고무줄에 묶인 여린 꽃잎들이 있던 언덕- 그 곳에서도 둘은 하염없이 서로의 얼굴을 만졌다. 기억에서 지워진다면 손끝에라도 새겨서 이별할 것처럼 말이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여름, 오후 4시의 태양은 여전히 뜨거웠고 꽃밭 한가운데에 서 있는 청춘들의 이마와 목덜미, 가슴팍으로 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청춘은 그늘로 향하지도, 부채질을 하지도 않았다. 타들어 가는 태양 아래에 그 누구도 서로를 마주보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저녁을 챙기러 내려가려는 노을의 시간, 노부부가 다가와 필름 카메라로 그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였고 리카르도와 허니는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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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이제 너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란다

"..."

-세상 어떤 사람도 원하는 걸 모두 손에 넣고서 살 수는 없지. 그래도 이틀의 시간이 너에게는 충분하다 못해 과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내 말이 틀리니?

"그런거 아녜요, 그냥..."

-그냥?

"내일 어두울 때 떠난다고 했어요. 그 사람이 떠나는 길을 마지막으로 배웅해주고 싶어요. 공항까지만요.. 제발... 형님.."

-...

"...형님"

-너의 뜻대로


 

리카르도가 끊어진 휴대폰을 두 손에 쥔 채 부들거리며 주저앉았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전혀"

"리키- 당신 땀 나. 아파요?"

"그런거 아냐. 더워서 그래"


 

리카르도의 이마에 맺힌 땀을 손으로 닦아내주며 허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그런 허니에게 리카르도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나가서 저녁 먹을까?"

"으음-"

"뭐 먹을까. 피자? 파스타?"

"아니, 그거 말고 다른 거 먹자"

"다른 거?"

"내가 요리해줄게요. 여기 밑에 내려가면 공용부엌 있잖아. 거기서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허니가 펼쳐진 옷가지들 사이를 피해 탁자로 다가간 뒤, 자신의 종이 수첩 위로 무언가를 적어 내렸다. 그러고서는 종이를 찢어 리카르도에게 건내며 맑게 웃어보였다.


 

"적어도 애인한테 요리 한 번은 해줘야지 않겠어? 맛은 딱히 보장 못하니까 기대는 하지마요. 아직 장도 안봤는데 이런 말은 좀 그런가- 얼른 다녀와요"


 

쫓겨나듯이 허니의 민박집 밖으로 밀려난 리카르도가 뒷머리를 긁적이다 이내 웃음보를 터뜨리며 시장으로 뛰어갔다.

 

조금 늦은감이 있는 저녁시간인 만큼 몇몇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장바구니와 쪽지를 든 리카르도의 발걸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토마토와 바질, 모차렐라 치즈가 있는 것으로 보아 카프레제를 한다는 것을 눈치챈 리카르도가 과일가게 앞에서 망설였다. 어린 시절, 이태리 사람답지 않게 그닥 생토마토를 먹지 못했던 자신을 위하여 사과를 카프레제에 곁들여 주었던 어머니 생각때문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리카르도가 붉은 사과 몇 알을 집었고 계산을 하였다. 허니라면 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과와 곁들인 카프레제를 좋아할 거 같은 묘한 느낌이 들어서, 아니 아주 맛있게 먹을 거 같은- 순전히 리카르도의 생각에서 나온 행동들이었다.

 

마지막으로 파스타면을 사고서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길, 리카르도는 찰나이겠지만 강렬했던 지난 날을 되돌아보았다. 고작해야 열두 일을 만난 여자-다시는 없을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찬란한 열두 일을 떠올렸다. 처음으로 두 손에서 놓치고 싶지 않던 그 진한 욕심과 이기심. 그 누구와도 상관없이 오로지 나- 자신의 행복을 찾고 싶다는 소망, 애원. 선선하다 못해 약간은 춥게 느껴지는 나폴리의 여름 밤바람을 맞으며 그가 제법 걸음을 놀리다가 멈추어섰다. 그리고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속으로 내뱉었다. 내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그녀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밤하늘에서 시선을 거둔 리카르도의 발걸음이 달음박질을 치나 싶다가 이내 뛰기 시작했다.


 

'알프레도, 알프레도라면...'


 

밤거리를 달리는 리카르도가 울고 있었다.



 

*



 

*



 

*



 

"허니!"


 

공동부엌에 장바구니를 내던진 리카르도가 허니의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같이 가겠다고, 며칠이라도 함께 하겠다고 고백하기 위하여-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허니는 보이지 않았다. 강도나 도둑이 들어온 것처럼 엉망이 되어버린 방과 망신창이가 되어버린 문짝만이 있을뿐- 쓰러질듯이 휘청거리면서 탁자로 다가간 리카르도가 자신의 손에 들린 것과 같은 노란 쪽지를 손으로 짚었다.


 

-Buono sera, Giuseppe


 

바닥에 떨어진 장바구니로 사과가 굴러나왔고 터진 토마토즙이 나무로 스며들었다. 돌아서서 뛰쳐나가는 그의 발걸음으로 토마토가 으깨졌다.


 

욕심을 부리지 말걸 그랬다. 맞아, 내 주제에. 내가 뭐라고- 리카르도의 오른발에서 슬리퍼가 벗겨졌고 언덕에서 넘어지며 찢어진 무릎 사이로 피가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종아리 근육이 끊어지다 못해 쥐어터지는 느낌이 들어도 리카르도는 멈출 수가 없었다.


 

'신께서 정말로 저를 사랑하신다면, 저를 굽어 살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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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던 곳으로 되돌아 온 이 밤. 어머니와 헤어지고 지금의 가족이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그 해안가 절벽. 모든 것이 이 곳에서 시작되었고 끝도 여기서 나리라는 걸 리카르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이야기의 끝을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그는 무서워졌다. 아니, 절망하였다. 백번이고 천번이고 열살부터 지금까지 그려왔던 동화이지만 이런 동화는 아니였으니까. 희생을 이해하기에는 어렸고 사랑을 받아들이기에는 여려서 리카르도는 자신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오른발이 너덜거려 축축해질 즈음에야 리카르도는 달빛을 온전히 받아내는 자신의 Àngela를 알아볼 수 있었다. 절벽의 끝에 서서 위태롭게 바람에 흔들리는 Àngela를-


 

"허니, 허니"


 

눈물로 얼룩진 허니가 리카르도를 돌아보았다.


 

"이리와. 너가 있을 곳이 아니야"

"리키-"

"늦지 않게 왔구나"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밤하늘을 갈랐고 남자가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였다.


 

"12시까지 2분 남았네. 곧 있으면 내일이고- 너가 말한대로 어두운 내일"


 

리카르도의 핏빛 발자국이 달빛을 받아 선명하고 붉게 땅을 더럽혔다.


 

"형님, 제발..."

"사람이라는게 참 그렇지"


 

남자가 담배를 이로 잘근거렸다.


 

"한 번이면 될 거 같은데 이 망할 욕심이라는 건 끊임없이 저 밑 단전에서부터 끓어올라. 너가 말한대로 이뤄진 소망을 보는 기분이 어떻지?"


 

남자가 절벽 끝에 선 허니에게 총을 겨누었고 그녀의 어깨가 불안하게 떨리며 발걸음이 주춤거렸다.


 

"허니, 움직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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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이러지마세요.. 제발요. 아,알아요, 형님의 배려로 제가 이틀이나 더 살 수 있었다는 거.. 형님 제발요..."


 

리카르도가 무릎을 꿇은 채 기어가 남자의 바짓단을 붙잡았고 그의 구두에 입맞춤을 하였다. 그러자 남자가 웃음을 터뜨리며 리카르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고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아 자신을 올려다 보게 하였다. 눈물이 흘러내려 턱 끝으로 떨어졌지만 리카르도는 남자를 보며 함께 미소를 지었다.


 

"좋아, 요셉. 우리 내기를 하는 거야. 여기서 저 해안 절벽 끝까지 너가 5초를 세는 동안 다다르면 저 여자와 너를 살려주마. 대신 죽은듯이 없는듯이 살아야 한단다. 알겠니?"

"네,네,"


 

주위 양복쟁이들의 낄낄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렸고 남자가 천천히 총을 하늘에 겨눈 채 방아쇠를 당겼다.


 

"달려, 요셉"


 

무릎을 땅에서 떼어내자 모래가 피가 엉켜 찢어진 틈새로 스며들었고 마지막이었던 왼발 슬리퍼가 벗겨졌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빨리- 리카르도의 핏빛에 젖어든 발이 그녀에게로 지체없이 달려갔다.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조금만 조금만-






 

이제 막 3초의 순간이었다. 귀를 먹먹하게 하다못해 터지게 만드는 그 이명의 소리가 그 곳을 가득 메우게 된건. 순백의 색이지만 낡고 커다란 티셔츠가 핏빛으로 물들어 갔다. 장미는 괜찮다던 그녀의 몸 위로 장미가 피어올랐다.


 

"아냐, 아냐- 제발!"


 

절벽 끝, 휘청거리면서 떨어지는 Àngela의 가녀린 손목을 리카르도가 바닥을 구르며 잡아챘다.


 

"내 손 놓지마. 괜찮아, 금방 올려줄게"

"...리키"


 

리카르도의 몸이 절벽 끝으로 밀려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허니 조금만 버텨줘. 내가, 금방 내가-"


 

리카르도가 바닥에 넘어지면서 찢어지고 피가 베어나오는 손을 허니에게 뻗었다.


 

"리키, 자기야. 나를 놔요. 안 그러면 우리 둘다 떨어지게 될거야"

"조용히 해!"


 

허니의 얼굴 위로 연인의 눈물이 떨어졌고 잠시 말을 멈춘 그녀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러나 저러나 죽-"

"사랑해"

"..."

"사랑한다고.. 제발.. 사랑해... 그러니까 그런 말 좀 하지마..."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는 여자의 얼굴 위로 이슬이 맺혔다.


 

"나도야.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빨리 만날걸 그랬어"

"Àngela.."

"알아, 나 천사인거"


 

가늘게 들리는 웃음 소리에 리카르도의 충혈된 눈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나에게 천사라고 했잖아요. 부끄러워서 말 못했는데 이제야 말하네. 괜찮아- 당신말대로 나 천사니까"

"아냐, 그러지마. 날 버리지마-"

"괜찮아. 날 놔줘"


 

리카르도의 손목을 붙잡고 있던 허니가 그를 놓았고 리카르도의 손만이 그녀를 붙들고 있었다.


 

"잡아, 잡으라고!"

"잘들어. 오늘을, 내일을 살아가는 거야. 눈물이 나도 억울하고 슬퍼도 살아가는 거야. 알겠죠?"

"허니, 손에서 땀이나. 놓치겠-"

"나도 할 수 있어요, 리카르도"

"..."

"당신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엎드려서 울다 휘청거리며 일어난 리카르도를 양복쟁이들이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부드러운 남자가 리카르도에게 외쳤다,

 

"Ciao"





 

다시 한 번 이명의 소리와 함께.


















-그를 잡아 구덩이에 던지니 그 구덩이는 빈 것이라 물이 없었더라


 

창세기 37장 24절












 

2019.12.18 00: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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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미 이게 모야 센세 이건 대작이야 대작
헐미 내가 글을 좀 못써 아니 근데 이건 정말 대박이다 정말
아니 그런 의미에서 어나더 알죠? 허미 어이구 허미 정말 이건 별점 5개도 모자라요 센세 내맘 알죠? 책좀 읽을걸 그랬나봐 여기에 댓글 좀 쓰게 암튼 센세는 존나 대박이에요 어나더 센세
[Code: 4e00]
2019.12.18 00: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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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와 씨 센세 글쏨씨에 같이 쳐다보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거 같아요 ㅠㅠㅠㅠㅠ
[Code: 80d0]
2019.12.18 00: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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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시방 내가 뭘 본 것이여 이게 글이여 금이여 센세 와나.....
[Code: 09e9]
2019.12.18 00: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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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 둘 다 어떻게 된거야ㅠㅠㅠㅠㅠ
[Code: 73e8]
2019.12.18 00: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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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ㅜㅜㅜㅜㅜㅡㅜㅜㅜㅜㅜ 미쳤다 센세 무순 앞에선 제가 한없이 작아져요 작은 글자들이 모여서 이렇게 개오진 대작을 만들어낸다니... 센세는 정말 천재가 틀림 없어 너무 슬프잖아 ㅜㅜㅡㅜㅜㅜㅜㅜㅜ 그 초반에는 여름날 저녁의 미적지근한 공기에 바람 불면 적당히 시원한 분위기 내다가 어떢케 이렇게 손에 땀나고 눈무나는 대작을 만들어내시는 거에요 센세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ㅡㅜㅜ쉬발 눈물질질띠 진짜 문학이다 이건 센세 사랑헤 ㅜㅜㅜㅜㅜㅜㅜ리키랑 허니 행복하게 해주세요 아냐 어떻게되든 존나 다 좋아요 센세 사랑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ㅡ
[Code: 3480]
2019.12.18 00: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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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왜 개추는 한번 뿐인겨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존나 91818373456833824번 누르고 싶어 여운 오진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ㅡ
[Code: 3480]
2019.12.18 00: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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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문학이야 센세..... 센세 직업셀털을 이렇게 하네.....
[Code: 0695]
2019.12.18 02: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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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ㅠㅠㅠㅠㅠ센세 기다릴게요..대박이야 진짜..
[Code: 9f96]
2019.12.18 08: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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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허니랑 리카르도 공중부양해서 살아남음 내가 앎!!!! 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토지만큼 써줘야돼 ㅠㅠㅠㅠㅠㅠㅠㅠ 내세버전도 좋으니 또 오새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dd2]
2019.12.18 09: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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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이게 어캐 된 일이야 나붕은 아직도 궁금한 게 많어 센세 센세... 어떡해 나붕 찌찌가 아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리키허니 어떻게 된거야 리키 무슨 일이야 허니는 어떻게 된건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f4d]
2019.12.18 09: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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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남자 이개놈자식 왜이러는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전에도 리키는 조용히 살았잖아요 대체 무슨 일이 돌아가고 있었던 건가요ㅜㅜㅜ 센세 텔미 플리즈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f4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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