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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가 도착하자마자 센터의 구급 대원들이 뛰어와 남자를 구급차로 옮겼다. 허니는 저와 떨어지자마자 앓는 소리를 내는 남자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다 스완을 찾았다. 허니의 부름에 급히 인파를 비집고 들어온 스완은 입술에 말라붙은 피를 엄지로 문질러 지웠다.




조심히.




휠체어에 앉아있던 허니를 조심스레 안아들자마자 느껴지는 가이딩에 스완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에 제 턱을 느리게 문질렀다. 하지만 달콤한 가이딩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은 정말 찰나에 불과했다. 허니를 구급차 의자에 조심스레 앉히자마자 다시 몰려오는 고통에 스완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 손을 잡아주는구나. 손을, 또. 스완은 허니가 구급 대원의 안내에 따라 남자의 손을 잡고 가이딩을 해주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남자의 표정이 점점 편안해질수록, 스완의 표정은 점차 굳어갔다. 피를 삼키느라 구급 대원의 질문에 답을 하다가도 연신 말을 멈춰야 했지만, 허니는 지금 스완까지 살필 여유가 없었다.
구급차가 덜컹거리며 스완의 다리에 허니의 무릎이 계속 부딪혔다. 신경이 쓰였던 허니는 혹여 가이딩이 분산될까 봐 스완에게서 조금 멀어져 베드로 몸을 당겼다. 다리가 스칠 때마다 미세하게라도 느껴졌던 가이딩이 아예 끊겨버리자 스완은 저도 모르게 허니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허니의 다리를 향해 뻗은 오른손이 볼품없이 떨리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스완은 정신을 차리고 손을 거두었다.

구급차가 센터의 비상 격리실 입구에 도착하자 스완은 허니를 안고 먼저 차에서 내렸다. 스완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구급 대원, 센터 직원, 의료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스완을 불러대며 지시를 재촉했지만 그는 침착하게 휠체어에 허니를 앉히고 나서야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답했다.




병실로 데리고 가. 파장 간이 검사 진행하고, 문제 있으면 담당의한테 바로 연락해. 혹시 모르니 안정제도. 주사 말고, 알약 형태면 될 거야.




센터 직원에게 허니를 부탁한 스완은 의료진들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격리 대기실로 들어갔다. 울렁이는 속을 진정시킨 허니는 멀어지는 스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사람, 피를 조금 토한 것 같은데. 그제서야 허니는 스완의 입술에 말라붙은 핏자국과 조금 불안정해진 그의 파장을 떠올렸다. 괜찮을까. 허니는 병실로 돌아가면서도 닫힌 금속 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스완은 격리 대기실로 들어가자마자 쓰레기통에 핏덩이를 뱉었다. 피가 흘러나올 때마다 온몸을 얇은 칼로 베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외면당한 파장이 흘리는 피눈물. 쓰디쓴 죗값. 검붉은 핏덩이들이 흰 휴지 위로 떨어졌다. 참고 참았던 핏덩이들을 기침과 함께 토해낸 스완은 손수건을 꺼내 대충 입을 닦으며 허리를 폈다. 실핏줄이 죄다 터진 눈이 토끼 눈 마냥 빨갰다. 스완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날카롭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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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안 해.
그러니까 멍하니 서 있지 말고 가서 저 남자 차트 가지고 와.



***



병동이 아닌 생활 거주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B동의 VIP실로 방을 옮긴 허니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스완이 일주일간 출장을 가는 바람에 재활은 받지 못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평소처럼 잘 먹고, 잘 자고, 검사도 잘 받고, 잘 쉬었다. 종종 담당의에게 스완의 상태를 물었지만 담당의는 '센터장님은 평범한 센티넬과는 다릅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라며 허니의 질문을 가볍게 넘겼다. 찜찜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허니는 파기된 매칭 계약서를 떠올렸다. 이미 법적으로 끝난 관계였다. 더 이상 허니가 그를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일주일 후,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스완은 피곤함을 감추려 도어벨을 누르기 전 얼굴을 두어 번 쓸었다. 작게 심호흡을 하며 벨을 누르자 경쾌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직 리모컨을 컨트롤하는 게 익숙지 않은지 한참 후에야 문이 열렸다. VIP실 중에서도 제일 좋은 방으로 배정하라고 지시했었는데. 스완은 안으로 들어서며 방들을 대충 둘러보았다. 널찍한 거실, 특별히 부탁한 최고급 침대가 놓인 침실, 각종 필기구를 함께 준비해 놓으라고 했던 작은 서재와 부엌-세 끼 모두 짤 짜인 식단 배달되는 형식으로 제공됐지만 형식상-까지. 스완은 거실 소파에 겉옷과 가방을 내려놓고 허니의 침실로 향했다.




왔어요?




허니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스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니의 침대 옆에 있던 작은 스툴에 앉았다. 일주일 동안 이 곳에 적응을 꽤 했는지 허니는 별 불편함 없이 리모컨을 조작하며 편한 자세로 침대에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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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없었습니까?




덕분에요. 여기 되게 좋더라고요. 있을 거 다 있고. 근데 아직 이것저것 해보는 중이에요. 기능이 많아서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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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거 아닙니다.
...이 꽃은 산 겁니까?




스완은 방을 둘러보다 처음 보는 꽃병과 탐스럽게 피어난 장미들을 보더니 조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허니는 아- 소리를 내더니 화려하게 핀 장미 한 송이를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며 웃었다. 즐겁게 웃는 소리에 시선이 돌아간 스완은 허니의 올라간 입꼬리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전에 갑자기 길에서 도와달라고 하셨던 남자분이 주신 거예요. 감사했다고 하면서. 예쁘죠.




스완은 여전히 허니의 입꼬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선을 그리며 예쁘게 휘어져있는 입꼬리. 스완은 예쁘죠? 하는 허니의 질문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예쁘네.




그때 그 남자분, 첫 발현이었대요. 제 가이딩이 첫 가이딩이었고요. 그거 뒤늦게 알고 나서 축하 겸, 안부 인사 겸 장미 한 송이 사서 드렸는데, 그분은 다음날에 이렇게 한 아름을 안겨 주시더라고요.




아, 그 사람에게 장미를 줬구나.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꽃다발을 선물받았구나. 입이 썼다. 내가 처음으로 발현한 날 네가 주었던 그 장미는 지금 어디 있을까.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던 그 장미는, 어디로 갔을까. 스완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허니의 장미는 스완의 것이 되었어야 했고, 이 꽃병에 장식된 꽃다발은 스완의 선물이었어야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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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네요.




스완은 허니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재활 시간이 끝난 후, 스완은 까무룩 잠든 허니의 얼굴을 내려다보다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고 방 밖으로 나왔다. 겉옷을 다시 입고, 가방을 다시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져온 노란색 장미 다발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 시간을 꽃집 앞에서 고민하다 사 온 꽃다발이었다. 꽃집 앞에 장식된 탐스러운 색색의 장미를 보자마자 허니의 첫 가이딩을 축하해 주지 못한 것이 생각나 사 왔지만, 결국 허니 앞에서 선물의 선 자도 꺼내지 못했다. 사실 당장이라도 저 꽃병에 꽂혀있는 붉은 장미 다발을 모조리 빼버리고 제가 사 온 노란 장미를 장식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스완은 꽃다발을 만지작대며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그 많은 장미 다발 속에서 한 송이를 빼내 꽃병에 꽂았다. 하지만 붉은 장미들 사이로 보이는 노란 장미가 꽤나 이질적이었기에 스완은 노란 장미를 붉은 장미들 틈새로 밀어두었다. 이런 의미로 사 온 건 아니었는데. 붉은 장미들 틈 새로 조금 튀어나온 노란 장미 꽃잎을 만지작거리던 스완은 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며 방 밖을 나섰다.


※노란 장미 꽃말) 영원한 사랑, 질투



***



며칠 후, 재활을 위해 평소처럼 허니의 침대 옆에 앉은 스완은 꽃병의 장미 꽃다발에 꽂혀있던 노란 장미 하나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뒤늦게 발견하고 버렸구나. 스완은 아무렇지 않은 척 허니의 안부를 물으며 다친 다리에 손을 올려두었다. 마음이 쓰렸지만 장미의 행방을 물을 수도, 실망한 티를 낼 수도 없었다. 그냥 그런 것이었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그냥 그런 것. 스완은 허니의 무릎을 토닥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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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쐬러 갈까요?




스완과 허니는 센터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멀지 않은 곳에 센터가 있어서 그런지 공원에는 나들이를 나온 센티넬들과 가이드들로 북적였다. 서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가이딩을 해주며 사랑을 속삭이는 매칭 센티넬과 가이드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애정, 사랑, 신뢰. 스완이 욕심내서는 안 될 것들이었다. 부러움에 익숙해져서는 안됐다. 스완이 익숙해져야 할 것은 고통이었다. 만성 두통과 불면증, 그리고 망가져가는 몸. 제법 익숙해진 고통들.
허니는 갑자기 느껴진 센티넬의 파장에 고개를 돌려 한창 장난을 치고 있던 커플을 바라보았다. 간지럼을 태운 건지 크게 웃으며 몸을 비트는 남자와 깔깔 웃으며 풀숲에 드러누운 여자. 허니는 미묘한 표정으로 두 남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원망 혹은 무던함. 하지만 허니는 아직 그 어느 쪽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순간순간마다 터져 나오려는 감정을 숨기기가 더 어려웠다.




미안합니다.




네? 뭐가요?




허니 씨가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을 내가 망쳤으니까요.




아-... 괜찮아요.




...안 괜찮은 거 압니다.




아뇨, 진짜 괜찮아요. 어차피 저희 끝난 사이잖아요.
그리고 사과는 관계를 지속하고 싶을 때 하는 거고요.




스완은 아무렇지 않게 치밀어 오르는 핏덩이를 삼켰다. 이젠 뱃속이 찢기는 고통을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참을 수 있을 정도로 통증에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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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니다.




알면 사과하지 마세요. 사실 그 사과, 아를로 씨 마음 편하라고 하는 거잖아요. 그게 아니더라도... 그냥 하지 마세요. 그리고 뒤늦게 파장이 안정되고 흔히들 말하는 정상적인 센티넬이 되셨다고 갑자기 이러시는 것도 불편해요. 저 없이도 괜찮으시다면서요. 지금 파장도 꽤 안정된 상태인 거 보니까, 진짜 괜찮으신 것 맞네요.




결국 허니가 선택한 것은 뒤로 물러나는 것이었다. 원망도, 분노도, 무시도, 사랑도.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그냥 거리를 벌렸다. 다가오지 않도록, 그냥 서로의 자리에서 각자의 무게를 스스로 견디도록. 허니는 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파장이 뭐라고. 매칭이 대체 뭐라고. 겨우 그거 하나에 널뛰는 감정이 대체 뭐라고 이러는 걸까.




아이스크림 좋아하죠?




한참을 말없이 허니의 말을 듣던 스완은 작은 아이스크림 가판대 근처에 휠체어를 세웠다. 스완은 떨떠름하게 그렇다고 답하는 허니를 잠시 그늘에 두고 딸기와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이 각각 한 스쿱씩 올라간 콘을 하나 주문했다. 색색의 스프링클과 초콜릿 장식을 추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잊을 수가 없었다. 센티넬은 가이드가 했던 말 하나하나를 모두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니까. 단 것들을 좋아했다고 했었는데. 조용히 좀 해달라고 빈정대는 대신에 또 뭘 좋아하냐고 그때 물어볼 걸. 머리속이 어지러워진 스완은 지끈대는 머리를 두어번 문질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완의 삶에 후회가 덧씌워졌다.




감사합니다.




여기 휴지도.




허니는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었다. 좋은 날씨, 달달한 간식, 평화로운 주변 풍경. 그리고-... 내 매칭 센티넬이었던 사람. 허니는 옆얼굴에 진득하게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완전히 돌려 호숫가를 바라보았다. 울렁이는 허니의 마음과는 달리 호수는 너무나도 잔잔했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기까지 했다.
스완은 갑자기 돌아간 허니의 고개에 눈을 깜박였다. 나 좀 봐줘. 아니, 내가 보게라도 해줘. 스완은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 허니의 뒤통수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 오리다.




허니는 잔잔한 호수에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는 오리 떼를 보며 저도 모르게 웃었다. 엉덩이를 씰룩이더니 호수로 달려드는 모양새가 꽤 웃겼다. 스완은 신난 허니의 목소리에 첨벙거리며 물장구를 치는 오리떼를 한 번 보고는 다시 허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허니는 작은 것에도 행복해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슬픈 영화를 보면 잘 울었고, 재밌는 걸 보면 잘 웃었다. 감정에 솔직했지만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타인에게 친절했지만 순진하지는 않았다. 몇 달간 스완이 관찰했던 허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미워해야 할 사람에게도 모질지 못했다. 거리를 두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자신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만큼 사랑스러웠고, 좋은 사람과 좋은 곳에서 사랑을 주고받아야 할 사람이었다. 죄인 따위가 감히 욕심내서는 안 될 그런 소중한 사람.

오리 떼도 사라지고, 하늘에는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허니는 여전히 느껴지는 시선에 애꿎은 머리만 정돈했다. 매칭 가이드의 가이딩을 한동안 받지 않아 힘들 법도 한데 스완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가이딩을 부탁하지 않았다. 대놓고 앞에서 앓으며 동정심을 자극하려 하지도 않았다. 매칭을 파기하기 전보다 더 피곤해 보이기도 하고 종종 말을 하다 멈추거나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문지르긴 하지만, 단 한 번도 제 앞에서 아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요구하는 것도, 자랑하는 것도, 애원하는 것도 없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도 없었다. 그저 한 발자국 뒤에 서 있다가 허니가 해야 하는 일을 대신 해주거나 허니의 편의를 위해 노력할 뿐이었다. 직접 고른 수많은 값비싼 필기구와 가구들로 허니의 방을 가득 채우고, 허니가 좋아한다고 흘리듯 말했던 음식으로 직접 식단을 짜고, 고통에 며칠 밤을 지새웠음에도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허니의 상태를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다. 하다못해 밤중에 야식을 먹을 수 있냐는 허니의 물음에 직원 대신 직접 밖에 나갔다 오기도 했다. 허니를 위한 모든 크고 작은 일들은 스완을 통해 해결되었다. 물론 부담을 주지 않도록, 거리를 좁히고 싶지 않아 하는 허니를 위해 그녀가 모르게, 아주 조심스레.

스완은 깨질듯한 두통에 잠시 고개를 돌리며 이를 악물었다. 스완의 파장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 허니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스완은 이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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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돌아갈까요?




허니는 스완에게 그것이 당신의 사랑이냐고 묻고 싶었다. 이렇게 담담하고 차분한 애정이 당신의 사랑이냐고. 무릎 꿇고 잘못을 빌거나 계약서를 들먹이는 대신에 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당신의 최선이냐고. 내 삶에서 당신이 사라지는 것이-... 허니는 아이스크림이 녹아 손에 묻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스완은 제 손에 아이스크림이 묻는 건 상관없다는 듯 재빨리 허니의 손에서 아이스크림을 빼내고 손수건과 물병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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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사올까요?




당황스러움이 조금 섞인 스완의 목소리에 허니는 조금 울고 싶어졌다.



***



센터의 모든 층과 동에 귀가 찢어질 것만 같은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복도를 달리듯 지나쳐 사무실로 뛰어들어 간 스완은 진통제를 물도 없이 씹어삼키며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갑작스레 도시 곳곳에서 발생한 테러는 평화로웠던 센터를 뒤흔들어놓았다. 생존자 구조 작전에 투입 가능한 모든 센티넬들과 훈련된 대원들이 화재 진압과 생존자 구출을 위해 파견되었고, 센터의 책임자인 스완은 몰아치는 스트레스와 가이딩 부족을 견뎌내며 쉴 새 없이 지시를 내리고 밀려드는 보고를 받았다. 하필 오늘은 해외에서 컨퍼런스가 있는 날이었고, 훈련된 많은 센티넬과 가이드들이 일찍이 센터를 비운 상태였다. 투입이 가능한 인원에 비해 수습해야 할 곳은 점차 늘어났기에 스완의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두 군데, 아니 이제 세 군데. 다행히 테러 조직이 건물을 점거하지는 않았지만 테러로 인한 화재와 건물의 붕괴로 인해 사상자의 수는 갈수록 늘어났으며, 센티넬과 가이드들이 자주 가는 공공장소를 타겟으로 한 테러였기에 센터가 감당해야 하는 피해도 컸다. 스완은 미친 듯이 지끈대는 머리를 감싸며 계속 추가되는 소식을 메모했다.




여보세요.




센터장님, 접니다. 지금 허니 비씨랑 연락 되십니까? 함께 계십니까?




아니. 왜?




긴급 투입 가능한 가이드 목록을 보고 있는데 오늘 외출 신청서에 허니 비 씨가 있어서요. 대충 위치를 도서관이라고 적어두셨는데 지금 메일 보시면 테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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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은 직원의 말에 즉시 전화를 끊고 허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열 통 가까이 전화를 걸었지만 단 한 통도 받지 않았다. 하필 오늘. 왜 하필 오늘. 스완은 대충 쓰레기통에 핏덩이를 뱉으며 숨을 헐떡였다. 폭주 직전의 불쾌한 느낌이 몸을 감쌌다. 안돼. 안돼. 스완은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금이 간 유리 책상을 보고 이성을 붙잡은 스완은 창틀을 짚고 심호흡을 한 후 외투를 챙겨 사무실을 나섰다.




어, 나야. 중앙 도서관에 투입된 센티넬이 몇 명이지? 아직도? 왜 진입을 못해? 다른 곳은 지금 진입 다 해서 생존자 파악하고 있는데 왜 도서관 쪽은 아직도 진입을 못해?




스완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초조하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결국 계단으로 향한 스완은 순식간에 로비를 가로질러 건물 밖으로 나갔다. 스완은 도서관으로 출발하려는 차에 올라타며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는 영상을 재생했다. 타오르는 불길과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건물들. 비명과 고함소리. 네가 이곳에 있을까. 설마, 네가. 스완의 심장이 덜컹거리기 시작했고 온몸의 혈관이 비틀리고 꼬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스완은 떨리는 손으로 진통제를 입에 털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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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속에 처박혀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잖아.'







스완너붕붕
스완아를로너붕붕
2024.04.10 02: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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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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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5 00: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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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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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15: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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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센세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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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1 09: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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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오고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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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01: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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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나는 영원히 기다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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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23: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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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얼른와.... 날이 궂다... 웰치스랑 군만두 준비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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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 00:33
ㅇㅇ
센세...나 아직 기다려 얼른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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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 03: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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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이 새벽에 멈추지 못하고 달렸어 둘의 엇갈린 사랑에 가슴이 메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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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20: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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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얼른와..나 기다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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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01: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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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아엠 웨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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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 13: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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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잘 지내지ㅠ 일교차 심한데 건강 잘 챙기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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