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맨밥 파월풀먼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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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제이크의 아내들 혹은 아내가 될 뻔 했던 사람들과 사이가 좋았다. 아직까지는. 아, 사이가 좋았다기보다는 그들과 밥의 관계에 독성이 없었다고 말하는 게 좋겠다. 그들은 하나같이 밥의 수줍음과 어색함을 마음에 들어했다. 자기 남편은 오만할 정도로 자신만만하고 능글거리는 사람인데 비서는 조용하고 뻣뻣하며 사모님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게 신기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남편이 회사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을 때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다 대답해 주는 게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다. 


"어, 아침에 뭘 드셨냐고요? 사장님은 오늘 커피 세 잔을 벌써 다 드셨습니다. 아침 출근하자 마자 벤티로 드셨고 오후엔 라떼와 에스프레소로 각각 드셨어요. 오늘은 그만 마셔야 할 것 같아요. 참, 재무 이사랑 싸우다가 커피컵을 치는 바람에 옷에 커피 얼룩이 생겨서 다른 셔츠로 갈아 입으셨습니다. 출근할 때랑 다른 옷을 입고 있다고 걱정하실까 봐 알려드리는 거예요. ... 글쎄요, 재무 이사랑 왜 싸우셨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사장실이 유리로는 돼 있어도 방음은 철저하잖아요. 전 그저 사장님이 "플로이드!" 하고 부르셔서 뛰어 들어갔을 뿐이거든요. 사장님은 화가 났을 땐 절 플로이드라고 부르시죠. 평소에는 로버트나 밥이라고 부르시지만요. ... 아, 살짝 감기 기운도 있는 것 같은데 댁에 두통약이나 감기약이 있으시죠? 다 떨어졌거나 하면 제가 준비해서 퇴근하실 때 가방에 넣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시다고요? 네, 그럼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어쩌면 제이크가 마음에 들어하고 선택하는 여자들이 비슷한 성향일 수도 있다. 하여튼 그들, 특히 세번째 아내-가 될 뻔 했던 메이가 특히 밥을 좋아했다. 메이는 밥이 제이크를 '모시러' 올 때마다 고개를 저으며(물론 제이크와의 뜨겁게 키스하느라 한참이나 밥을 등을 돌린 채 기다리게 만든 후에)


"혼자서 가방도 들 수 있고 엘리베이터 버튼도 누를 수 있고 문도 열 수 있는 건장한 성인 남성을 왜 굳이 데리러 오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밥은 수줍게 웃으며,


"수행비서 처음 시작할 때 제가 그렇게 말했다가 프랭클린씨한테 얼마나 비웃음을 들었는지 모르실 거예요. 그래도 사장님이 갑자기 회사 가기 싫다고 도망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선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대답을 했다. 실제로 저 제멋대로인 사장은 이사회 정기 회의가 열리는 날 도망간 전적이 있었다. 그것도 여러 번. 이사회 회의 말고도 거래처와의 미팅이 있는 날, 주지사와 면담을 해야 하는 날, 그냥 아무 일도 없이 바쁠 날. 도망가고 나면 비서 2명이 사색이 되어 제이크를 찾아 댈러스 시내를 온통 헤매다녀야 했다. 그러면 제이크는 충분히 곯려주었다고 생각할 만한 시간에 어느 공원이나 카페나 영화관 같은 데에서 기어나오곤 했다. 망친 회의나 면담은 비서들이 무릎 꿇고 빌며 거짓말로 사정을 꾸며내어 모면해 놓은 후에.

전임 수행비서가 그에게 업무를 인계해주며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얘기했을 때만 해도 밥은 별 생각 없이 웃기만 했다. 그러다 정말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차를 향해 걸어가는 사이에 제이크가 내빼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장 차림으로 정장 구두를 신고 순식간에 튀어나간 제이크는 그러나 5분도 못 되어 잡히긴 했다. 별로 숨가빠 하지도 않고 제이크의 목덜미를 낚아챈 밥이 준엄하게 꾸짖었다.


"사장님, 그전 비서들은 군인 출신이 아니었으니까 성공하셨던 겁니다. 저한테서 도망가실 생각은 안하시는 게 좋아요."


제이크는 이사 영감들이 꼴보기 싫다고, 밥 당신도 똑같이 꼴보기 싫다고 툴툴거리며 끌려와서 기다리던 차에 올라타야 했다. 프랭클린이 운전하는 내내 웃음을 참으려고 입술을 악물고 힙힙힙 하는 동안 밥도 웃지 않으려고 애를 써야 했다.

그날 제이크는 단단히 삐쳐서 밥이 사 온 커피에 손도 대지 않았고 이사회에서는 실적이 나쁜 사업부를 평소보다 더 심하게 뭉개버렸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그날 오후에 밥과 통화하다가 전해 들은 메이는 배를 움켜쥐고 웃으며 즐거워 했다. 아마 저 만만치 않은 악동 같은 제이크를 밥이 물리적으로 지지 않고 제압할 수 있다는 사실(적어도 달리기에서만큼은)을 좋아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메이는 유명한 생화학자였는데, 세러신의 고급호텔에서 메이가 교수로 있던 대학에 호텔과 모 업체가 제휴, 개발한 욕실제품의 인체 유독성 연구를 맡기면서 제이크와 알게 되었다. 메이는 '내 분야에서는 내가 최고'라는 자세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는 면에서 제이크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첫 만남에서부터 둘은 불타 올랐고 결혼까지 약속하기에는 두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메이가 제이크의 집에 들어와 산 것은 만난 지 2주째 부터였다. 둘은 결혼을 약속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두달 정도는 행복하게 지냈지만, 결혼 날짜가 다가올 수록 메이와 제이크의 의견충돌이 잦아졌다. 메이는 세러신 호텔그룹 사장의 아내로서 해야 할 일들- 잦은 사교파티 참석이나 자선 행사들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미디어가 자신을 쫓아다니는 것도, 그래서 연구와 수업이 방해받는 것도 싫어했다. 제이크는 자신과 함께 있자면 어쩔 수 없이 닥칠 일들이라고 했으나 메이는 "이미 완성된 커리어를 가진 내가 왜 굳이 제이크 세러신의 아내로서 새롭게 조명받고 사생활을 간섭받아야 하지?" 라며 화를 냈다. 파파라치가 학생인 척 메이의 수업시간에 들어와 앉아 사진을 찍고 수업을 방해하는 것이 제이크의 잘못이 아니지만, 결국 발단은 제이크와의 관계였기 때문이다. 잦은 다툼은 결국 파혼으로 이어졌다.

제이크와 메이는 이미 완성된 결혼 예복과 드레스를 각자의 드레스룸에 넣어둔 채 결혼식장엔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도 메이는 아직도 자신을 제이크의 세번째 아내라고 부른다. 밥은 그게 아직 메이가 아직도 제이크를 사랑하는 증거라고 믿고 있다.  

메이는 밥이 진심으로 친밀감을 느끼고 좋아한 유일한 '사모'님이었다. 메이가 회사를 찾아오거나 밥이 제이크의 집에 가면, 둘은 나란히 앉아서 메이의 최근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곤 했다. 밥은 군대에서 기체 공학을 다뤘지만 화학쪽 학문이 낯설지 않았고, 메이는 밥의 그런 과학 너드같은 점을 반가워 하고 좋아했다. 가끔 두 사람은 대화에 깊숙히 빠지는 통에 제이크의 존재를 잊어버려 그의 질투를 사기도 했다. 밥은 제이크의 다섯번째 아내가 생기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메이를 그리워 하고 있다.







두번째 아내인 제시카는 금융회사의 잘나가는 젊은 이사였다. 젊고 유능하고 아름답고 야심만만한. 제이크가 케이트와의 첫번째 결혼을 끝내고 홀가분해졌을 때 고급 바에서 칵테일을 주문하다 만났다. 차갑고 도도한 미녀에게 제이크는 꼴딱 넘어갔고 만난 날 바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뜨거운 밤은 보냈지만 제시카는 쉽게 제이크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고 제이크를 손 안에 넣고 휘둘렀다. 밥은 당시 수행비서는 아니었으나, 매일 제이크가 전전긍긍하며 제시카에게 꽃다발을 보내고 명품 구두를 사서 보내는 걸 지켜보았다. 지켜보았다기보다는, 밥이 매번 꽃다발을 선택해서 주문하고 배달시키고, 구두 샵에 가서 주문하고 결제를 직접 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제시카는 선물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제이크를 몇달 동안이나 몸이 달게 만들다가 결국 결혼을 했고, 호텔 회사 사장과 금융회사 이사의 결혼은 경제계의 큰 관심거리가 되었다. 밥은 아직도 주식과 금융과 경제를 잘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제시카가 이사로 있는 금융회사의 펀드 판매액이 몇배 급증했고 주가도 껑충 뛰었다. 제이크는 제시카에게 완전히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이혼을 하게 된 이유는 바로 그 예복 단추 사건 때문이었다. 승승장구하는 세러신 호텔의 내부 정보를 얻기 위해 경쟁 호텔에서 아톨리니의 디자이너를 매수해 도청장치를 단추에 심었다. 밥은 거기서 끝날 줄 알았으나 제이크는 뭔가 미심쩍은 게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계속 이 일을 조사했고, 결국 그 경쟁 호텔과 제시카가 연계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제시카가 경쟁 호텔로부터 쭉 거액의 뇌물을 받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제이크를 이용해 정보를 빼내 경쟁사에 넘기려는 게 제이크에게 접근한 목표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회사도 성장하고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보너스였다. 제이크는 사실을 밝혀내자 마자 증거를 모아 소송을 걸었고 혼인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나중에 소송이 모두 끝나고, 대체 어떻게 해서 제시카를 의심하게 되었는지 밥이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제이크는 얼음이 들어 있는 스카치 잔을 빙글 돌리며 대답했다.


"이상하지 않아? 평생 단 한번 밖에 입지 않을 예복 단추에 굳이 도청기를 달 이유가 뭐가 있겠어? 내가 결혼식 예복을 입고 비밀 회의를 할 것도 아닌데 말이야. 경쟁사가 변태들이라서 내가 아내와 잠자리를 갖는 소리를 듣고 싶어한 것도 아닐 테고. 뭐, 물론 나의 뛰어난 테크닉에 대한 소문이 사실인지 알고 싶었을 수는 있겠지.(밥이 눈을 굴렸다) 하지만 내가 예복을 입고 있을 그 순간에 반드시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다면?"

"무슨...? 아, 그... 콜럼비아 호텔을 인수하기 위한 입찰 가격 결정 말씀이십니까?"


제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사무실 통창으로 내려다 보이는 댈러스 시내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어. 그래서 보안을 위해서 투찰하기 바로 직전에 인수가격을 결정하기로 했지. 입찰에 뛰어든 다른 경쟁사들한테 정보가 새어나가더라도 그들이 조치할 시간적 여유가 없도록 즉각적으로 말이야. 내 결혼식이 중간에 딱 걸리더라도 어쩔 수 없었어, 콜럼비아 호텔 인수는 몇년이나 준비해 온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입찰에 참가하는 담당팀장과 나 말고는 다들 이미 그 전에 입찰가격을 결정하고 투찰을 완료한 줄 알았을 거야. 담당팀장이 랩탑을 가지고 내 결혼식 날 바로 투찰할 계획일 줄은 몰랐겠지.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와 그 팀장, 그리고 제시카 뿐이었어."

"제시카한테는 왜 알려주셨는데요?"

"알려준 게 아니야, 내가 팀장과 통화할 때 제시카가 같이 있었던 거지. 그 입찰건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내가 통화한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겠지만 제시카는 이미 알고 있었어. 그래서 도청기를 예복에 달기로 한 거야. 그 순간에 내가 팀장과 화장실에 가 있을지 신랑 대기실에 있을지 모르니까, 아예 내가 입을 옷에 도청기를 붙여 놓은 거지. 내가 말하는 소리를 도청해 듣고 우리보다 1달러만 적게 써 내도 콜럼비아 호텔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 죄송합니다. 마음이 좋지 않으셨을 텐데." 

"당신이 미안해 할 일이 뭐가 있어, 잘못한 건 제시카인데. 당신 덕에 내 집과 내 회사에 스파이가 스며드는 걸 잡을 수 있었으니 고마울 수 밖에."


제이크가 스카치 잔을 들어올리며 빙긋 웃었다. 그 웃음에는 순수한 감사 외에 다른 부정적인 감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으므로 밥도 불편한 마음을 내려 놓았다. 그러나 진심으로 매료되었고 사랑했던 사람을 조사하고 내치게 된 마음이 어땠을지, 그리고 그 사랑하는 사람이 사실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때 심정이 어땠을지는 둔한 밥도 모를 수가 없다. 밥이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그런 고마움을 제가 원하지도 않던 사장님 집에 살라는 것으로 표현하시다니 정말 특별하군요. 다른 사람 같았으면 포상금으로 백만달러쯤을 주든지 주식을 주든지 했을 텐데요."

"결국 거기 안 살고 나왔으면서."

"그거야 그렇게 큰 집에 혼자 살기는 너무 아깝고 댈러스 집값이- "

"내가 아끼는 사람한테 돈으로 감사 표시를 하기는 싫었어."


제이크가 창 밖을 보며 나즈막하게 던진 말에 밥은 입을 다물었다. 돈 때문에 생긴 일에 돈으로 보상하고 싶지는 않았을 마음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제이크가 고개를 돌려 밥의 표정을 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다.


"지금 '월세를 깎아주는 것도 어차피 돈으로 감사 표시를 하는 거잖아요' 라고 생각하고 있지?"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집은 나중에 당신한테 소유권을 이전해 줄게."

"지금은 왜 안 주시는데요?"

"당신이 '내 집'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좋으니까."


그리고는 스카치 잔을 입에 댄다. 호박색 액체가 출렁이는 위로 제이크의 녹색눈은 조명과 스카치의 색을 띄어 금빛으로 빛난다. 밥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헉 들이쉬었다. 제이크의 눈빛은 먹이를 앞에 둔 호랑이 같기도 하다. 밥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이만 나가보겠다고 말하며 사장실을 나왔다. 사장실을 나와 문에 기대어 선 그의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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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가 회사로 찾아왔다. 애나 트렌튼이 왔어! 라는 소근거림이 번져나가면서 여기저기 부스에서 직원들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비서실 유리 통창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며 밥은 눈을 굴렸다. 물론 이해는 한다. 애나 트렌튼은 지금 헐리웃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인 배우니까. 고작 스물 한살이고 넷플릭스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리즈의 주연 아역배우 출신이었다. 성인이 된 후 첫 출연작이었던 로맨스 스릴러 영화가 빅 히트를 쳐서 애나는 헐리웃과 세계가 주시하는 영화계의 재목이 되었다.

그런 애나가 이렇게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는 것은 커리어에 좋지 않다고 언론이 떠들어댔으나 애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남성 배우보다도 여성 배우가 결혼 후 일감 찾기 더 어려워진다는 건 자명한 사실인데도 애나는 자신은 사랑을 위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밥은 애나가 아직 너무 어려서 사랑 밖에 눈에 보이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내버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스스로를 낭만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어쨌든 애나는 지금 자신의 '일생 일대의 사랑'을 만나기 위해 회사에 와 있다. 경호원 두명과 개인 비서를 대동하고 말이다. 


"집에 들여놓을 소파 무늬를 다시 상의하고 싶어서 왔어요."


맞이하러 나간 밥과 다른 비서에게 애나가 웃으며 말했다. 그 사이에 제이크가 사장실에서 나와서 애나를 맞았다. 모든 직원들이 고개를 빼들고 쳐다보는 와중에 전혀 부끄러움 없이 제이크는 애나의 허리를 휘어잡고 진득하게 키스했다. 어딘가에서 휘유우 하는 휘파람 소리가 들렸으나 무시하고 있다. 밥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 소리가 신호라도 되듯 제이크가 애나에게서 마지못해 몸을 떼어냈다. 밥이 속삭였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블라인드를 내려드리겠습니다."


애나가 경쾌하게 웃었고 제이크는 밥을 쳐다보며 씩 웃었다. 그들이 먼저 사장실로 들어가고, 밥은 뒤따라 들어가 열심히 블라인드를 촘촘히 내려 아무도 보지 못하게 했다. 제이크의 아내들이 회사로 찾아올 때마다 해 온 일이다. 누군가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일이 빈번했는데, 제이크 본인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지만 기업 홍보팀에서는 아주 싫어했다. 회사 사장이 자꾸 이런 일로 언론에 오르내려 봤자 회사 이미지에 전혀 도움될 게 없어서였다. 회사 사장이 일보다 연애에 더 정신 팔려 있는 모습을 보이는데 어떤 투자자가 좋아하겠는가. 소비자들도 그런 회사를 못 미더워할 것이다. 그래서 밥이 꼬박 꼬박 쫓아들어가 블라인드를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제이크와 애나는 밥이 블라인드에서 아직 손도 떼지 않았는데 이미 서로를 거침없이 만져대고 있었다. 밥은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문을 닫고 나갔다. 


"부럽다."


다른 비서가 블라인드로 가려진 사장실을 쳐다보며 한숨을 푹 쉰다. 밥이 그의 등을 찰싹 때렸다. 


"일이나 해."

"넌 안 부럽냐? 안 부러울 수가 없잖아. 사장님 좀 봐, 세계 제일의 미인이랑 결혼하잖아."

"당연히 부럽지. 하지만 부러워 해 봤자 현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잖아."

"영감 같은 놈."


동료는 투덜거리며 랩탑으로 고개를 돌리고 밥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도 부럽다. 그저 동료와는 부러워 하는 대상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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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의 연인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끔은 목숨이 위험해질 때도 있다. 애나 트렌튼이 경호원을 네명이나 데리고 다니는 것도 돈이 남아 돌아서가 아니다. 사무실이야 안전하다고 믿어서 두명만 데리고 들어왔지만.

제이크는 애나와 함께 소파를 고르러 나갈 때 밥에게 따라 오라고 지시했다. 수행비서니까 당연히 따라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은 애나가 인터넷 카탈로그로 보아 둔 소파에 직접 앉아 보겠다며 유명한 앤틱 가구점으로 향했다. 애나의 경호원 네명이 제이크와 애나를, 더 정확히 말하면 애나를 에워싸고 상점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누군가 갑자기 그들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경호원들이 재빨리 애나와 제이크를 옆으로 빼내는 동시에 앞으로 나서 괴한을 제압했다. 귀에 꽂은 이어피스로 급박하게 연락하며 제이크와 애나를 둘러싸고 그들의 차로 대피시키려는데, 그 틈을 노려 다른 녀석이 반대쪽에서 공격해 왔다.

밥은 놈들이 명백하게 애나가 아닌 제이크를 노리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애나의 경호원이 테이저를 꺼내려는 찰나에 놈이 칼을 들고 제이크에게 덤벼들었고, 밥이 재빨리 그 손을 한 팔로 밀어막으며 다른 쪽 팔꿈치로 남자의 얼굴을 가격했다. 남자의 얼굴에서 빠직 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놈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싸쥐고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러느라 칼이 바닥에 떨어지자 밥은 황급히 발로 칼을 밟아 놈에게서 멀리 떨어뜨렸다. 애나와 제이크는 그 사이에 애나의 차로 도피했고, 경호원들이 두 습격자들을 제압해 바닥에 눌러 엎드리게 했다. 이런 일에 경험이 많을 애나의 경호원들에게 뒷처리를 맡기고 밥은 서둘러 애나의 밴으로 뛰어갔다. 거기에도 경호원이 경계태세로 서 있다가 밥을 보자 비켜주었다. 문을 열자 넓고 호화스러운 밴 안에서 파랗게 질려있는 애나와 굳은 얼굴의 제이크가 서로 껴안은 채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괜찮으십니까, 사장님? 애나?"

"우린 괜찮아요. 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람!"


애나가 히스테릭하게 대답하고는 제이크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난 괜찮아, 밥."


제이크가 애나를 끌어당겨 안고 어깨를 토닥여 주며 밥을 쳐다보았다. 밥은 차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그들의 맞은 편에 앉았다. 제이크의 얼굴, 목, 손, 드러난 부분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려 했다. 제이크가 날카롭게 말했다.


"난 괜찮다니까. 당신은?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저도 괜찮습니다.... 어."


그제서야 밥은 팔에 예리한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왼팔을 들어보니 손목에서부터 팔뚝까지 정장 자켓이 주욱 찢어져 있고 피가 묻어 있다. 거기서 피가 흘러내려 바지와 바닥에 툭 툭 떨어지고 있었다. 애나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앞자리에 타 있는 경호원에게 구급상자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제이크가 애나를 품에서 풀어주고 밥에게 다가 앉으며 그의 팔을 홱 잡아챘다. 날카로운 통증에 밥이 자기도 모르게 아얏, 하며 얼굴을 찡그리자 제이크가 험악하게 굳은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제이크가 찢어진 옷을 헤집고 열어보인 팔에는 칼을 막으면서 칼날에 스쳐 생긴 듯한 예리하고 긴 상처가 나 있었다. 상처가 깊지는 않지만 피가 계속 났다. 제이크가 상처에서 눈을 들어 밥을 쳐다보았다. 마치 이 모든 게 밥의 잘못이기라도 한 것처럼 밥을 노려보고 있어서 밥은 억울해졌다.


"상처가 깊지 않으니까 괜찮습니다. 소독만 잘 하면 금방 나을 거예요."

"잘못했으면 더 크게 다칠 수도 있었어."


제이크가 이를 갈며 내뱉었다. 밥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렇게 다치지 않을 걸 아니까 제가 덤볐던 건데요."

"이건 다친 게 아니야? 그럼 어느 정도 칼로 후벼파야 다친 축에 들 수 있는데?"


제이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황한 밥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하는 동안, 경호원이 구급상자를 가지고 그들이 앉은 뒷자리로 건너왔다. 밥이 팔에 옷감이 스치지 않도록 자켓을 벗는 걸 도와주고, 와이셔츠를 조심스럽게 걷어 올려 주었다. 그리고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바른 후 붕대로 감아 주었다. 상처가 깊지 않아 그렇게까지 붕대로 동여맬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 했으나 제이크가 노려보는 눈길이 매서워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차 안에서 대기하는 동안 경찰이 도착했다. 경호원들이 잡아둔 괴한들을 체포하고 제이크와 애나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 다시 확인하고 진술을 받았다. 밥에게도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 제이크는 경찰들에게 부상자가 한명 발생한 살인미수, 중대 범죄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밥이 큰 부상은 아니라고 다시 말하자 제이크가 버럭 화를 냈다. 


"가만히 있어! 당신, 칼에 찔렸다고!"

"네, 아프긴 한데 그렇게 심하진 않잖아요. 그러니까..."

"당신은 내 비서지 경호원이 아니란 걸 잊지 마. 애초에 당신이 겁도 없이 뛰어들 자리가 아니었단 말이야."


그 말에 밥은 입을 꾹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밥은 수행비서일 뿐 경호를 담당하지도 않고 경호에 필요한 자질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그에 관한 교육도 훈련도 받은 적이 없다. 그저 그의 상사인 제이크에게 위험이 닥치자 본능적으로 막아선 것 뿐이다. 그가 군인이었던 것이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했어도 그는 제이크의 말대로 경호원으로서의 자격은 갖추지 못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제이크가 다치는 일을 막았는데, 그의 덕에 제이크가 무사한 건데 고맙다는 말은 한마디도 못 듣고 왜 끼어들었냐고 혼만 나고 있으니 밥도 무안하고 억울했다. 제이크에게 배신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밥의 얼굴이 시무룩해진 것을 보고 그의 기분을 눈치챘는지, 애나가 손을 뻗어 밥의 무릎을 다정하게 토닥거렸다.


"고마워요, 밥. 당신의 빠른 판단 덕에 우리 둘 다 무사해요. 정말 고마워요."


밥이 고개를 끄덕이자 애나는 다시 제이크에게 몸을 돌려 속삭였다. 


"오늘은 이대로 돌아가야겠죠? 나도 너무 무섭고 아직도 진정이 안돼요. 내 집으로 가서 쉬는 게 어때요?"

"그러지."


그리고 제이크는 밥을 노려보며 지시했다.


"플로이드, 당신은 곧장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고 퇴근해. 사무실에 돌아갈 생각은 하지도 말고."

"응급처치 받았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병원에 가서 제대로 치료 받아. 안 그러면 해고할 거야."


차가운 제이크의 목소리에 밥은 "네, 사장님." 이라고 짧게 대답하고 애나의 커다란 밴에서 내렸다. 경찰 한명이 밥에게 근처 병원으로 태워다 주겠다고 해서 밥은 순순히 경찰차에 올라탔다. 오늘 성공적으로 사장을 지켜냈는데도 마음은 한없이 무겁고 불편했다. 







사장의 지시에 따라 병원에서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고(응급처치 받은 것과 별 다를 게 없었다. 밥은 병원비로 나갈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갔다. 제이크 사장이 사는 집의 맞은 편 건물. 가운데 큰 길을 사이에 두고 있어 서로 창문을 열어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이지만, 그리고 제이크의 30층 집과 밥의 3층 집은 서로 눈을 씻고 봐도 아무 것도 안 보이겠지만. 그는 붕대를 조심하며 조심 조심 자켓을 벗어 소파에 걸쳐두고 그 옆에 주저 앉았다. 진통제를 먹어서 아픈 건 좀 덜하지만 여전히 욱신거린다. 

집에 오는 내내, 아니 병원에서부터 밥은 계속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곱씹어 생각해 보고 있었다. 제이크가 화를 내는 이면에는 그에 대한 걱정도 포함되어 있음을 안다. 그는 둔하지만 그걸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다만 걱정되면 걱정된다고 솔직히 말해도 됐을 것을 왜 화까지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다. 밥이 정말 목숨을 내던지며 제이크를 몸으로 감싼 것도 아니고, 그저 칼로 덤비는 어리숙한 놈한테 반격했을 뿐인데. 그를 매섭게 노려보며 화를 내던 제이크의 모습이 떠올라 밥은 또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밥이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렸을 때 거실은 이미 캄캄했다. 아마 소파에 앉아 있다가 스르르 옆으로 기대며 잠들었다가 이미 저녁이 된 듯 했다. 무엇이 잠을 깨웠던 걸까 하고 멍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현관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저 소리에 잠이 깼던 모양이다. 집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밥은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다가가 구멍으로 내다보았다. 그리고는 놀라서 급히 문을 열었다. 센서등이 반짝 켜졌다.

문 밖에는 제이크가 서 있었다. 한 손에는 브리프케이스를 들고 다른 손에는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놀라 크게 뜬 밥과 눈이 마주치자 제이크의 이맛살이 구겨졌다. 


"옷도 안 갈아 입고 뭐했던 거야. 설마 그대로 잤나?"


밥은 제이크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피가 묻고 찢어진 와이셔츠 왼팔을 내려다 보았다. 살짝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잠들기 전보다는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다. 정확하게 알아맞힌 제이크에게 밥이 머쓱하게 대답했다.


"네, 저도 모르게 깜박 잠들었네요. 그런데 사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그러자 제이크가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들어 보였다. 한 눈에 봐도 음식이 담긴 것 같은 플라스틱 그릇들이 차곡 차곡 쌓여 있었다. 제이크가 내미는 것을 밥이 엉거주춤 오른손으로 받아들자, 제이크는 초대받지도 않았는데 성큼 성큼 밥의 집으로 걸어 들어왔다. 거실로 거침없이 들어가려는데 밥이 "사장님!" 하고 불렀다. 제이크가 험한 얼굴로 또 뭐라고 화를 낼 것처럼 쏘아보자 밥이 말했다.


"신발은 여기 벗어 놓아 주세요."


현관 옆 귀퉁이를 가리킨다. 거기에는 밥의 다른 신발들(운동화와 군화, 로퍼가 전부지만)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제이크가 콧방귀를 뀌면서도 다시 돌아와 자신의 신발도 벗어두고는 다시 성큼 성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사장의 뒤를 쫓아 거실로 따라 들어가다가, 문이 닫혀 현관 센서등이 꺼지자 밥은 그제야 거실이 어둡다는 걸 깨닫고 벽의 전등 스위치를 찾으며 말했다.


"불을 켜겠습니다. 자느라고 어두워진 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안 켜도 돼."


제이크가 짧게 대답했다. 불을 켜려던 손을 멈추고 밥은 제이크를 쳐다보았다. 창문 커튼이 걷어져 있어서 밥의 작은 거실은 바깥에서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과 맞은 편 건물 불빛들로 어스름하게 채워져 있었다. 제이크는 거리를 내려다 보는 거실 통창 앞에 서 있었다. 밥에게 등을 돌린 채로. 밥은 벽에서 손을 내리고 그의 넓고 곧은 등을 쳐다보았다. 제이크의 어두운 금발 머리와 어깨 위로 금빛 불빛들이 내려앉아 있다. 


"오늘 미안했어."


제이크가 말했다. 제이크는 여전히 밥에게 등을 돌린 채였고, 유리창에 비친 그의 얼굴은 흐렸으므로 밥은 그의 표정을 정확히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낮게 깔린 그 목소리가 이제 화가 난 것처럼은 들리지 않았다. 밥이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주제넘었다는 사장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 날 보호해 준 건 고마워. 그러느라 다칠 동안 난 아무 것도 못한 게 미안하고."

"그건 사장님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 걸요. 전 전직 군인이고 사장님은 민간인이잖습니까."

"애나가 나보다 유명한 사람이고 팬이 많으니 미리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이런 때를 대비한 경호인력을 보충하지 않은 건 내 잘못이지."

"애나에게 경호원이 4명이나 있었으니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게 당연하죠. 그렇게 말하자면 사장님게 경호인력을 배정해 달라고 말씀드리지 않은 제 잘못도 있습니다."


제이크가 콧방귀를 뀌더니 밥을 돌아보았다. 가로등 불빛을 받은 제이크의 얼굴에 웃음이 떠 올라 있는 게 보였다. 밥은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든 자신의 일로 만들고야 마는군. 그래, 당신 그렇게 순진한 척 고집 부리는 걸 내가 어떻게 꺾겠어."

"순진한 척이라뇨!"

"아무 것도 안 먹었을 것 같아서 음식 좀 포장해 왔으니까 먹고 쉬어. 난 이만 가 볼 테니까."


제이크가 몸을 돌려 현관 쪽으로 향하자 밥이 황급히 말했다.


"어... 감사합니다. 사장님은요? 같이 드시면..."

"난 애나의 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오는 길이야."

"아, 네."


실망으로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제이크는 밥이 서둘러 다가와 현관문을 열어주려는 걸 뿌리치고 자기가 열었다. 집에서까지 비서 행세를 하는 거냐면서. 문을 열려다 말고 제이크가 잠깐 멈추더니, 현관문 손잡이에 시선을 두고서 말했다.


"다치지 말아, 밥. 당신이 다치면 내가 형한테 면목이 없어지잖아."


밥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제이크는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뒤늦게 켜진 현관 센서등이 문이 닫히기 전까지 제이크의 뒤를 비추어 주었으나, 문이 닫히자 밥은 다시 희미한 어둠 속에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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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3 00: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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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어둠 속ㅜㅜ
[Code: eb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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