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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00:26
소설체 주의



Por qué este 19 de septiembre se celebra el Día de Batman? – Enterados






브루스 웨인은 철두철미하고 극도로 이성적인 사내였다. 그는 어떤 일을 행동에 옮기기에 앞서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각각의 경우마다 대비책을 짤 정도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뒤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돌발적인 상황, 우발적인 이벤트는 가히 재앙과도 같은 것이었고, 이토록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한 브루스에게 허니라는 여자는 결코 달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브루스의 눈에 비친 그녀는 그저 빨리 이곳에서 보내야할, 반갑지 않은 이방인에 지나지 않았다. 적어도 허니가 그들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녀는 처음 브루스의 강렬한 의심과 진한 경계를 온몸으로 받으면서 아무렇지 않아 했지만, 본인 스스로도 브루스를 향해 엄청난 벽을 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를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는 남성에게 그녀가 구태여 먼저 호감을 내비칠 이유는 없었으니까. 불편한 공생이었지만 오히려 편하기도 했다. 그는 타인이 자신에게 호감을 내비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고담의 황태자 브루스 웨인으로써 존재할 때는 먼저 호감을 보이는것도, 호의를 받는 것도 익숙했지만 그녀에겐 그럴 필요가 없었다. 허니는 그가 배트맨임을 알고 있는 여자였고, 그의 본질은 배트맨에 더 가까우며 브루스 웨인 쪽이 가면이라는 걸 설명해주지 않아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그는 여태껏 다른 여성들에게 했던 것처럼 매력적인 남성으로 보이기 위해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에게 벽을 치고, 자신 역시 그녀에게 벽을 치는 것이 서로에게 사회적인 호의를 내비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편하게 느껴졌다. 허니에겐 불편하겠지만, 적어도 브루스에겐 그랬다.

그는 두 사람의 관계가 더이상 진전되지 않기를 바랐다. 허니 역시, 그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않는 듯 했다. 다른 여자들처럼 먼저 다가오거나, 은근슬쩍 추파를 날리는 일은 전혀 없었다. 알프레드가 준비한 음식이나 디저트를 가져다줄 때도 그냥 맛있게 드세요, 정도로 가벼운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게 다였고 자신에게 뭔갈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이 저택에 길게 머물수록 더욱 불편해하는 기색을 내비쳤고, 늘 가시방석 위에 앉은 것 처럼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호의로 베푼 일에도 어떻게든 보답을 해주려고 했고, 무언가 받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 그런 그녀가 조금은 안쓰럽게 보였으나, 브루스는 당장 그녀에 관한 일을 최우선으로 둘 수는 없었다. 오랫동안 계획했던 일이 있었고, 이 일을 끝내기 전에는 다른 일에 신경을 쏟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 허니 역시 조금 더 머물러줘야겠다는 브루스의 말에 동의했으니,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택 안에 여자를 들인 것은 처음있는 일이기에, 그는 그녀가 행여나 스캔들에 휘말릴까봐 걱정되어 저택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부탁아닌 명령을 했다. 허니는 그건 너무 심하지 않냐고 반문할만도 하건만 가타부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리 하겠노라 수긍했다. 오히려 그런 태도가 브루스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허니는 정말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시선에는 브루스를 향한 무한한 신뢰가 담겨있었다. 그 순간, 그는 처음으로 허니에게 이유모를 부채감을 느끼고 말았다.


집에 처박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자기 방에서만 하루종일 처박혀있던 허니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어느날부터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알프레드의 일손을 돕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 여자가 자신에게 잘 보여서 어떻게든 자신을 설득해 밖으로 나다니려고 하는구나 싶어 그는 경계심을 곤두세웠지만, 그러나 마나 허니는 그저 그들의 출근과 등교를 돕고, 집안을 치우고, 서재에서 읽고 싶은 책을 읽느라 바빴다. 브루스에게도 이전보다 좀 더 자주 웃어주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추파를 던지지는 않았다. 수많은 여자들을 대하면서 날카롭게 벼려진 그의 동물적인 감각이 그에게 말했다. '저 여자는 널 좋아하지 않아.' 라고. 분명 그녀는 브루스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고 늘 그를 걱정했지만, 그게 다였다. 뭔가를 바라지도, 그와 함께 있고 싶어서 시간을 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저 그곳에 서 있다가 눈 마주치면 말갛게 웃어주는게 다였다. 기이한 점은 그가 고개를 돌릴 때 마다 눈이 마주쳤다는 것이다. 마치 그녀는 늘 그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 처럼.

그녀가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책에서 읽어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할 지언정 이토록 무조건적인 호의를 내비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상대를 함부로 믿지 않았다. 아니, 그는 누구도 믿지 않았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의심하고, 검열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허니에게 더더욱 벽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나 허니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전보다 더 자주 웃고, 활동적으로 돌아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더 보기 좋았다. 그러나 그는 그녀에게 더 관심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게 맞는 일이었다. 그의 바운더리 안으로 들어온 이들의 말로는 참담했다.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다치거나, 평생 치료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고 가거나, 혹은 더 끔찍한 모습의 빌런이 되어버렸다. 그가 정을 주는 이들은 모두 그렇게 되었다. 그의 사랑은 상대를 파멸시켰다. 그렇기에 브루스는 누구에게도 쉽사리 정을 줄 수 없었다. 상대방을 지키기 위해선 그리 해야만 했다. 물론 의심의 싹이 완전히 거두어지지 않은 탓도 있었다.

허니를 감시하면서 그는 일을 마치면 조속히 그녀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허니가 먼저 좀 더 이곳에 머물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는 그걸 거절할 수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옆에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의심하고 불신하는 상대를 계속 곁에 둘 필요가 있나? 그는 스스로의 결정이 모순이라는 것을 알았다. 알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허니가 먼저 돌아가고 싶다고 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무조건적으로 호감을 내비치는, 자신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거부하고 마다할 수 있을까. 그는 스스로의 감정을 억눌렀지만 그녀를 향한 감정이 점점 싹트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제아무리 이성적인 남자라 해도 결국 그 역시 사람이었다.

그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열망이 거대한 사람이었기에, 그는 허니가 자신의 곁에 머무르겠다는 말에 작은 기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스스로를 향한 환멸이 차 오르고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허니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향해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음에도, 그는 그녀라는 거대한 존재가 자신을 천천히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라는 압도적인 물결에 그는 하염없이 쓸려나갔다. 보잘것 없는 작은 인간의 힘으로는 재앙을 막을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 허니는 그런 존재였다. 비록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당신을 많이 사랑하거든요, 브루스.'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분명 그렇다고 믿었는데.


'늦었네요, 저는 이만 자러 가 볼게요. 패트롤 조심히 다녀와요.'


부드럽게 웃으며 자신을 향해 사랑을 읊조리는 눈앞의 작고 사랑스러운 여인은 분명 허니였다. 그녀는 늘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고, 걱정하고, 그의 상처에 아파하고, 슬퍼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그 무엇도 바라지 않으면서, 그 무엇도 다 가져다 줄 것처럼 굴었다. 모든 걸 다 내어줘도 아깝지 않을 것 처럼. 늘 자신만을 위하고 있는 것 처럼... 아니, 어쩌면 그녀는 늘 자신을 향해 사랑을 내비치고 있었음에도 자신이 바보같고 우둔하여 그 마음을 눈치채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다! 허니의 시선 끝에는 언제나 자신이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비겁한 겁쟁이였던 자신이 그녀의 마음을 모른 척 회피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상하지. 왜 자신에게 '좋은 여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하는건가. 마치 그녀 본인은 좋은 여자가 아니라는 것 처럼. 그녀는 자신의 짝이 될 수 없다는 뉘앙스의 말이었다. 왜 그런 말을 한 걸까. 브루스는 멍하니 바닥에 누워 생각에 빠졌다.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 울리는 것 같았다. 먼지가 연기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랐다가 천천히 내려앉으며 그의 시야에 우중충한 고담의 하늘에 띄워진 시그널이 들어왔다. 이윽고 그 시야에는 레드로빈과 나이트윙이 들어찼다. 그들이 자신을 향해 다급하게 무어라 외치는 것 같았지만 브루스의 귓가에는 잘 들리지 않았다. 시그널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못내 서글펐다.

허니가 본인 스스로를 좋은 여자가 아니라고 하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자 브루스는 조금 서러워졌다.

그는 자신의 몸이 천천히 바닥에서 일으켜세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시야가 암전되고, 귓가에는 마치 바람처럼 가볍게 나긋한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 목소리를 끝으로 그는 정신을 잃었다.










뱃시비
뱃시너붕붕


 
2024.04.16 01:11
ㅇㅇ
모바일
오마갓 센세 이즈댓 유?????
ㅠㅜㅠㅜㅠ 금무순 감사합니다ㅁㅊㅁㅊ 뱃시너붕붕크아악
[Code: 7aa1]
2024.04.16 02:38
ㅇㅇ
모바일
센세...???? 센세????!?!??!?!?!??!??!?!???
[Code: fa02]
2024.04.16 03:42
ㅇㅇ
모바일
ㅁㅊㅁㅊ 센세?????
[Code: 98bb]
2024.04.16 06:01
ㅇㅇ
모바일
ㅁㅊ센세??????????
[Code: 18dd]
2024.04.16 13:46
ㅇㅇ
모바일
센세 ༼;´༎ຶ ۝༎ຶ`༽!!!!!
[Code: 36ea]
2024.04.16 20:50
ㅇㅇ
모바일
센세!!!!!!!!!!!!!!!!!!!!!!!!!!!!!!!!!!! 내센세왔다!!!!!!!!!!!!!!!!!!!!!!!!
[Code: 5b2e]
2024.04.17 23:13
ㅇㅇ
모바일
오마갓... 센세 이즈 댓유?????? 내 센세가 돌아왔다ㅠㅠㅠㅠㅠ 센세 다시 와줘서 고마워
[Code: 8fc0]
2024.04.19 01:38
ㅇㅇ
모바일
센세 ㅠ어디갔다온거야 ㅜ 내가 뱃케이브 나가지말랬잖아 ㅠ
[Code: c138]
2024.04.23 23:18
ㅇㅇ
모바일
센세!!!!!!
[Code: 2228]
2024.04.26 19:16
ㅇㅇ
모바일
엥???? 센세 미쳤다 나 왜 이거 지금 봤냐 아 미쳤다 나 너무 놀래서 지금 다리에 힘 빠짐 너무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주행 갔다올게 건강해 항상ㅠㅠㅠㅠ
[Code: 8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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