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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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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참동안 헐떡거리며 문가에 서있었다. 여러 감정들로 속이 혼란스러웠지만 하녀장이 다시 문을 두드리며 처들어올까봐 두렵기도 했다. 어느새 바깥은 어두워져 있었지만 손 하나 까딱 할 수 없을정도로 몸이 뻣뻣했다. 나는 몸을 떨며 현관의 창문을 가리고 있던 커튼을 걷었다. 가로등지기가 이미 다녀갔는지 길가는 구별이 가능할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물론, 하녀장은 그곳에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자리에 무너져 한참을 쓰러져있었다. 몇분쯤 지나자 속이 울렁거리더니 목에서 시큼한 것이 역류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입을 막으며 화장실로 달려가 점심으로 먹은 것을 모두 토해냈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대충 입을 씻고 그날 저녁은 아무것도 먹지 않은채로 잠에 들었다. 꿈 속의 나는 바로 사고가 난 그날의 헤드룬드 성 별관에 서있었다. 새카만 그림자같은 도련님은 체구가 비슷한 13살 이복동생을 자기 방의 침대에 눕히더니 석유등을 챙겨 본관으로 걸어갔다. 하늘엔 별 하나 떠있지 않았고 나무들은 음울한 비명을 질렀다.

나는 도련님의 뒤를 따라 걸었다. 내 꿈 속이라 그런것이겠지만 그는 기억속 14살 소년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반면에 헤드룬드 성은 도련님을 집어 삼킬것처럼 거대했다. 나는 유령처럼 풀 밭을 미끄러지며 도련님이 별관부터 본성으로 이어지는 길에 석유를 흘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를 막고 싶었지만 내 손은 연기처럼 도련님의 몸을 스칠 뿐이었다.

이윽고 그의 작은 몸이 성에 삼켜졌다. 성에는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련님은 성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썼으나 모든 문은 그 품을 걸어잠궜고 창문마다 걸린 커튼은 쇠처럼 단단했다. 불길은 마침내 나까지 집어삼켰다...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곳이 붉었다.









"헉..!"

창가로 푸르스름한 빛이 새어오고 있었다. 평소 항상 이 즈음에 일어나던 것이 버릇돼서인지 근 몇달간 나태한 생활을 했음에도 시간이 되면 눈이 번쩍 떠지곤 했다. 무척 다행이었다. 나는 자리끼를 마시곤 침대에서 일어났다. 온 몸이 땀에 젖어있었고 속은 아직도 울렁거렸지만 할 일은 분명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죄송해요, 실례지만 부탁이 있어요."

헨리는 아마도 '데이비드 다임'의 유일한 친구일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가 헨리 외에 다른 사람과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고, 그가 폐인과 다름없던 제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음에도 크게 싸웠다는 이야기도 들은적이 없었다.

주말이었고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헨리는 잠이 덜 깬 얼굴로 귀찮아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아마 아침잠이 많은 타입인가보지. 그러나 그의 아침잠을 신경써 주기엔 내가 너무 급했다. 나는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데이비드 다임'의 출생신고서를 찾을 수 있을까요?"

"예?"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툴툴대며 말했다.

"녀석이 돌아오면 같이 가서 찾으시지요. 급한 일입니까?"

"급해요, 제발 부탁이에요."

헨리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었지만 어딘가로 전화를 넣더니 제 명함에 사인을 해서 내게 주었다.

"시청 후문의 2층 사무실로 가시면 콧수염이 난 남자가 있을겁니다. 그에게 명함을 보여주시면 될거예요."

"감사합니다, 실례했어요."

그는 안색이 하얗게 질린 나를 주의 깊게 바라보더니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아뇨, 그런 일은..."

"꼭 마차를 타고 가세요, 정신이 없어보이는군요."

헨리는 그 말대로 문 앞까지 나와서 직접 마차를 잡아주곤 나이트가운을 펄럭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도로는 주말 아침부터 혼란스러웠다. 기도를 드리러 가는 교인들, 주말장을 구경하러 가는 사람들... 나는 마차삯을 손에 움켜쥐고 있다 멈추자마자 마부에게 돈을 쥐어주고 뛰쳐나갔다. 시청의 정문은 닫혀있었지만 후문에는 경비병이 졸린 얼굴로 서있었다. 나는 그에게 헨리의 명함을 보여주고 정원을 가로질렀다.

2층의 사무실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남자가 노란색 종이봉투를 들고 그곳에 서있었다.

"허니씨?"

"네."

나는 숨을 내쉬며 헨리의 명함을 건냈다. 남자는 사람좋은 미소를 짓더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차가운 물이라도 한잔 하고 가라며 친절하게 물어주었다. 나는 경직된 미소를 지은채 고개를 내저었다.

"제안 감사하지만 급하게 처리 할 일이 있어서요."

뛰어들어온것과 다르게 돌아가는 길은 무척 느리게 걸었다. 나는 몸을 돌리자마자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몇번씩 읽었다. 데이비드 다임, 나이는 가렛 헤드룬드와 같았으나 생일은 달랐고 출생지도 달랐다. 아니, 그곳은 헤드룬드 성에서 몇 키로 떨어진 근교의 마을이었다... 그는 실존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나는 서류를 잘 접어 봉투 안에 넣고는 기차역으로 가서 헤드룬드 영지로 가는 가장 빠른 기차표를 샀다. 역무원은 눈물 범벅이 된 내 얼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내가 철길 가까이로 다가갈때마다 경계하는 눈길로 나를 쏘아보았다.

기차에서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서류봉투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쾌속철을 탔는데도 무려 9시간정도가 걸렸다. 역에서 내린 다음엔 근처의 여관을 잡아 불편한 잠을 청했고 날이 밝자마자 마차를 잡아 '데이비드 다임'의 출생신고서에 적힌 마을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여기서 기다려주실래요? 값은 치를게요."

...황량한 영지였다. 전쟁 당시 적군들이 내려왔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살고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쟁기를 끌고 걸어가던 노인에게 길을 물어 길을 찾아갔다.

아, 그곳은 폐허가 된 고아원이었다...

담장은 스러져있었고 벽에 간 금 사이로 지네 한마리가 꾸물꾸물 사라졌다. 창문은 모두 깨져 그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잡초만 수북한 마당에 길을 잃은 사람처럼 서있던 나는 결국 마차로 돌아갔다.

"이런 마을엔 무슨 일로?"

마부는 나이든 여자였다. 나는 어둡게 질린 숲을 바라보며 중얼중얼 말했다.

"아는 사람이 살았다고 해서요, 혹시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그게 누군데요?"

"데이비드 다임..."

"그 데이비드 다임? 아가씨 운이 좋네요, 내가 이 마을 토박이에요. 그 남자는 잘 알지."

"안다구요?"

"저쪽 고아원에 살던 꼬마였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미남은 아니었지만... 아, 데이비드 다임과 아는 사이라고 하셨나?"

"네."

"실제로 봐도 포스터처럼 잘생겼나요?'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네..."

마부는 한동안 말없이 마차를 몰았다. 그러나 헤드룬드 성에 도착하기 전 그녀가 고백하듯 말했다.

"사실 나도 잘 아는 건 아니에요. 그 녀석, 12살에 고아원을 뛰쳐나갔거든. 그래도 일이 잘 풀렸으니 망정이지, 하하..."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사시사철 온화한 기후의 남쪽과 다르게 북쪽 최상단에 위치한 헤드룬드 영지는 거의 항상 차갑고 쓸쓸한 분위기였다.

"여기서도 기다릴까요?"

"아뇨, 음... 마차를 잡기 힘든가요?"

"뭐 아까 그곳보다는 괜찮을거에요. 여긴 비교적 큰 편이니까. 역으로 돌아갈게 아니라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아무 여관으로나 들어가는 걸 추천해요."

"감사해요, 오늘은 여기서 자려구요."

마부가 떠나고 나는 천천히 기억속의 영지에 발을 옮겼다. 내 기억과는 모든것이 달라져있었다. 목재를 쓴 아름다운 저택 대신 작고 투박한 형태의 집이 언덕위에 우뚝 서있었으며, 뒤로 끝없이 펼쳐져있던 숲은 나무가 줄어 황량한 분위기를 더했다. 나는 우편국에 들러 애나벨에게 전화를 걸었다.

- 허니? 세상에 허니, 어디야? 다임씨가 전화를 걸어서 네가 없어졌다고 미친 사람처럼...

"애나벨, 물어볼게 있어. 사실대로 말해줘."

- 응? 왜 그래, 무섭게... 지금 괜찮은거지? 어디 이상한 곳에 끌려간건 아니지?

"네가 본 도련님은 어떤 사람이었어?"

- ...혹시 메리지 블루니?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몰라, 그럴지도. 나 지금 헤드룬드 영지야."

- 뭐? 언제 거기까지 간거야? 어휴, 발도 빠르네. 것보다 빨리 니 약혼자한테 전화좀 해. 그 사람 좀 무섭더라.

"애나벨, 빨리 말해줘. 네가 본 도련님은 어떤 사람이었니?"

- ...

애나벨은 황당해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곧 결혼을 앞둔 내가 어떤 이해못할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생각하는지 상냥하게 대답했다.

- 뭐, 도련님이었지. 좀 이상한 구석은 있었고...

질질 끄는 목소리에서는 불편함이 묻어났다. 대답을 않자 곧 애나벨은 풀죽은 투로 말했다.

- 솔직히 말해도 돼?

"당연하지."

- 난 그 분이 싫었어.

"왜?"

- 네가 그 분이랑 각별했어서 굳이 말하지 않은 것 뿐이야. 성에서 그 분을 꺼림찍해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어.

"도련님은..."

- 그래 너랑 있는 모습은 봤어. 그래, 너한테는 어린애처럼 구시더라. 근데 나나 다른 하인들한테는 안 그랬어. 항상... 공격적이었지.

"어느정도로?"

- 내가 소공자가 널 모욕한 적 있다고 말 했나? 물론 나도 그 싸가지 없는 꼬마를 혼내주고 싶었지만 그 분이 그 날 소공자를 반쯤 죽일뻔했다는거 아니?

"그냥 목을 졸랐다고만 했잖아."

- 그냥 목을 조른게 아니야, 목을 조르면서 바위에 머리를 내려치더라니까. 과하게 잔인했어. 소공자한테만 그랬던게 아니야, 네가 떠난 후에는 더 심해졌어. 아무리 사생아라고 해도 그렇게 미움받은 이유가 있었어.

"그게 전부야?"

- ...

수화기 뒤에서 애나벨의 망설이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차분하게 침묵을 지켰다.

- 그리고 나 봤어... 그 분이 네 속옷으로 수음... 하시는 거. 계속 니 이름을 중얼거리더라 징그럽게...

나는 가만히 듣고있었다.

- 너가 불편해할까봐 전하지 못했지만... 도련님이 너한테 얼마나 집착했는지 몰라. 둘 사이에 아무 일 없었다는건 알지만 솔직히 정상이 아니었어. 꼭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것 처럼, 곁에서 보면 불안했지. 차라리 니가 떠난게 잘 되었다 싶을때도 많았어.

"응..."

- ...나 진짜 말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도 말하니까 후련하네. 너가 도련님이랑 친했던거 알지만 이젠 놓아드려, 그 분도 이젠 네가 당신 없이 행복하길 바랄거야. 너가 너무 도련님을 이상화 하는것 같아서 말해주는거야.

달칵.

전화를 끊었지만 도련님에게 전화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겪고 들은 그 남자라면 곧 헤드룬드 영지에 도착할테지. 생각이 정리된 것과 별개로 도련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나는 근처의 여관으로 들어가 그대로 방에 쓰러졌다.









가렛너붕붕

完: https://hygall.com/589923970
2024.04.04 23: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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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센세 뿐이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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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4 23: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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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가 성실 수인이라니 센세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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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4 23: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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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루브르

노벨

그 무엇도 센세의 글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Code: d9b6]
2024.04.04 23: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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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ㅜ내ㅜ센세 성실수인 (ᵕ̣̣̣̣̣̣﹏ᵕ̣̣̣̣̣̣) 최곱미다…
도련님 당신 누구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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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4 23: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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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매일 센세만 기다려.. 군만두랑 웰치스 잡수세요…
[Code: 9b37]
2024.04.04 23: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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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많이༼;´༎ຶ ۝༎ຶ`༽
[Code: fb72]
2024.04.04 23: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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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위태위태 아슬아슬한 느낌ㅜㅜㅜ센세 최고야ㅜㅜㅜㅜ
[Code: 5c72]
2024.04.05 00: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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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어떻게 된거야ㅜㅜㅠㅜㅜ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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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00: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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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렛이 진짜 죽인걸까....??? 그러면 허니는 가렛이 한 일을 알고도 계속 사랑할까.....??? 궁금해서 돌아삐
[Code: 6d57]
2024.04.05 00: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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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건지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센세 필력에 훅 빠져 들어가지고 막 줄줄 읽어내림 걍 허니가 그 장소에 가는걸 내가 영화로 보는거 같음 이게 무슨 상황인거지 다임이....고아원 출신? 주인 집에 불 지르고 별관으로 주인집 아들 데려와 눕힌 다음에 탈출하고 고아원에 사는 애랑 신분을 바꿔치기한거겠지..?
[Code: a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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