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89817598
view 13932
2024.04.03 21:42
1: https://hygall.com/585803908
2: https://hygall.com/585804416
3: https://hygall.com/585894070
4: https://hygall.com/585898187
5: https://hygall.com/585995862
6: https://hygall.com/586066187
7: https://hygall.com/586086840
8: https://hygall.com/586099221
9: https://hygall.com/589758499







결혼식 준비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마을 남쪽의 작은 교회를 섭외했고 주례는 항상 불그스름한 얼굴을 한 나이든 신부님이 서주기로 하셨다. 도련님이나 나나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친한 친구들 몇명만 불러 간소하게 치루기로 했다... 아직도 약간의 문제는 남아있었지만 크게 신경쓸 정도는 아니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피곤해서 두번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두번 할 일도 없을겁니다."

가렛은 씩 웃으며 내 종아리를 주물거렸다. 우리는 수도에 있는 그의 4층짜리 플랫에 묵고 있었다. 창가로 왕실이 내다보이는 이 집은 관료들이 많이 사는 구역에 위치해 거리가 깔끔하고 치안이 좋은 편이었다. 웨딩드레스를 맞추기 위해 수도로 올라왔던 나는 어린애들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이곳에서 가족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하녀를 한 명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녀요?"

"그럼 당신이 계속 밥짓고 빨래하려고 했습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빨래는 그때에도 도와주시는 분이 있었잖아요."

세탁물은 세탁부가와서 수거해갔고 식재료를 채워놓는 어린애도 있었다. 심지어 주에 두번씩 청소를 대신 해주시는 분도 왔었다. 내가 데이비드 다임의 '하녀' 로 일하던 동안 한 일은 가벼운 먼지털기나 식사를 차리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언제나 내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왔다 조용히 사라졌기 때문에 이제까지는 크게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살면서 언제나 노동하는 입장이었지 남을 부려본적이 없었던 나는 정말로 하녀를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는 작게 웃더니 놀리는 투로 말했다.

"하녀가 마님이라고 부르면 기겁하겠군요."

"뭐,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죠."

나는 소심하게 말했다. 가렛은 뒤에서 날 껴안더니 귓가에 입술을 붙이며 속삭였다.

"'마님'....이렇게 계속 들으면 조금 익숙해질까?"

마님, 마님... 따뜻한 숨때문에 목덜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도련님은 내가 버둥대지 못하도록 품에 더 힘을 주더니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이상한 상황극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는 발정난 하인이고 나는 정숙한 마님인데 둘이 주인나리 몰래 뒤로 놀아난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음탕한 놈, 매일매일 그 짓 할 생각 밖에 없느냐."

나는 허벅지를 찰싹 치며 장단 맞춰 그를 힐책했다. 그러나 가렛은 이미 몰입했는지 뒤로 단단하게 부풀어오른 물건을 비비적대며 칭얼거렸다. "이게 다, 마님이 너무 야해서..."

따르릉!

바깥에서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가 울려왔다. 도련님은 꾸역꾸역 그 소리를 무시하며 내 치마 끈을 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를 발길질로 쫓아냈다.

"하인이면 하인답게 빨리 전화 받고 와요!"

"제기랄."

그러나 한동안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문 밖으로 나가자 가렛은 진지한 얼굴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금방 표정이 누그러진 남자는 팔을 벌려 날 끌어안더니 내 정수리에 턱을 기대곤 짧게 전화를 끝냈다.

"..-네, 알겠습니다."

탁.

"무슨 일이에요?"

"아무래도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 일주일정도 출장을 갔다와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습니까?"

"심각한 일인가요?"

전쟁이 끝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내 표정이 불안해지자 가렛은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큰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느긋하던 방금 전 분위기와 달리 긴장감이 돌아온 얼굴이었다. 그는 곧장 일주일 치 옷이 든 짐가방과 브리프 케이스를 챙겨 집을 떠났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나는 그가 입을 맞춘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가 마차 안에서 날 보고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 준비는 끝난 것과 다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무척 한가해졌다. 수도에는 아는 사람도 그닥 없었고 지난 몇달간 계속 붙어있던 남자가 없자 묘하게 외로운 마음이 들어 움직일 의욕이 나지 않았다.

"외롭다니, 그게 무슨..."

나는 헛웃음을 짓다가 신문의 구인란을 빤히 노려보았다. 작은 사각형 안에 출퇴근이 가능한 하녀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적혀있었다. 내가 의뢰를 넣은 것으로 주급이 괜찮은 편이라 이제까지 서너명정도가 다녀갔다. 도련님이라면 "너 편한 사람으로 해," 라고 하겠지. 좀더 빠릿빠릿한 상태의 그라면 "아무나 상관 없습니다," 라고 할테고. 말투가 이리저리 바뀌는것도 참 귀여워...

'보고싶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 잡생각을 털어냈다. 집이 쫄딱 타버리는 참사와 몇년간 이어진 끔찍한 전쟁에서도 부득불 내 곁으로 돌아온 남자다. 겨우 일주일 출장에 이렇게 그리움을 느끼다니 새삼 말랑해졌구나 싶었다. 그래도 가솔을 늘리는 일인만큼 그와 상의를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빼놓은 몇몇 사람들의 이력서를 다시 확인할 때였다.

딩동!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문을 열자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자리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하녀 모집 공고를 보고 왔어요... 근데 너?"

여자의 수척한 얼굴에 반가움 같은 것이 언뜻 스쳤다. 나는 습관적으로 예의바른 미소를 지었으나 곧 인상을 찌푸렸다.

과거와 달리 무척 초췌한 인상이었지만... 그녀는 분명 헤드룬드 성의 하녀장이었다.

"정말 오랫만이네, 이곳에서 일하고 있니?"

하녀장은 오래된 친구라도 만난 듯이 살갑게 인사를 하더니 내 품에 코트를 맡기곤 목을 쭉 빼서 안을 들여다보는 시늉을 했다.

"마님은 안계셔?"

"아, 예... 잠깐 나가셨어요."

나는 엉겁결에 거짓말을 했다.

"이런, 그러면 잠깐 기다리고 있어도 되겠지?"

"잠깐만요, 그렇게 들어오시면..."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차라도 한 잔 주렴."

하녀장은 응접실의 의자에 냉큼 주저앉았다. 나는 먼 과거 17살의 어리숙한 하녀였을 때처럼 부엌에 가 얼떨떨하게 차를 끓여왔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가 무슨 염치로 내게 친한 척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남작의 묵인 하에 도련님을 괴롭혔고, 날 속옷차림으로 성에서 내쫓은 여자였다. 생각을 정리할 수록 케케묵은 원한이 되살아났다. 나는 차를 내려놓곤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기, 죄송하지만 차를 다 마시는대로 가주셨으면 해요."

"뭐라고?"

하녀장은 징그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으세요?"

"그게 언젯적 이야기야. 그리고..."

그녀는 차를 홀짝이더니 비웃는 어조로 말했다.

"네가 모시던 주인님이랑 놀아났다는 이야기를 전하면 제일 곤란할게 누군데?"

그제서야 나는 하녀장이 왜 그렇게 태연자약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내가 그 '마님' 인것은 모르고 내 약점을 쥐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됐어, 각박한 세상에 서로 돕고 살아야지. 그렇지 않니?"

"...하녀장을 하시던 분이 왜 고작 하우스 메이드나 하려고 하세요?"

나는 그녀를 당장 내쫓는 대신 빈정거리며 물었다. 하녀장은 기분이 나쁜 듯 했지만 동시에 어떤 불가해한 원한을 표정 가득히 드러냈다.

"넌 몰랐던 모양이네, 헤드룬드 성에 불이 났단다."

"알고있어요, 그런데 그게 왜요?"

"그게 왜? ...이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가엾은 남작님 일가가 그 사고로 모두 돌아가셨어."

"안됐네요."

"이 다리를 봐."

여자가 갑자기 치마폭을 헤치더니 스타킹에 덮인 앙상한 종아리를 드러냈다.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종아리의 오금 아래까지 화상으로 난 커다란 흉터가 남아있었다.

"나는 소공자라도 구하기 위해 불길을 해치고 뛰어들어갔지. 비록 그 분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내겐 이 훈장이 남았어."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그 어조에는 불쾌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이 훈장탓에 이젠 뛰거나 빠르게 걷는건 무리야. 그래서 하녀장이고 뭐고 더이상은 할 수 없게 되었지. 이게 다 그 더러운 사생아놈 때문이야."

하녀장은 이를 갈며 치마자락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구두는 더러웠고 가방은 낡아있었다. 어쩐지 보기 힘들어져 나는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이에요. 도련님은 그날..."

그 도련님이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알았지만 나는 부러 말끝을 흐렸다.

"그 잡종을 도련님이라고 부르다니 넌 비위도 좋구나. 내게 도련님은 한 분 뿐이었어, 그래, 주인님과 마님의 아드님... 하지만 내가 그 고생을 하고 방에 갔을 때 도련님은 방에 없으셨단다."

...일순 내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있는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내가 굳이 들춰보려 하지 않았던 진실이자 의문이었다. 떠들어대는 여자의 입을 막고 싶었지만 동시에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했다. 두가지 상반된 마음이 충돌하며 손끝이 떨려왔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지만 끝내 그녀에게 그만두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게..."

"그래 도련님은 방에 없으셨지. 그런데 성에서 한참 떨어진 별관에서 시체가 발견됐단다. 멍청한 조사관놈들은 그게 그 잡종이라고 결론냈지만 그럴리가 없지, 그럴리가 없어..."

하녀장이 광소를 터트렸다.

"일이 다 끝나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아니? 네 도련님이라는 더러운 새끼가 불이 나던 날 밤 석유등을 들고 성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였어!"

재생다운로드Tumblr_l_758695286964684.gif


"..."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쏘아붙였다.

"나가주세요."

"...내 얘기가 너무 거북했구나, 미안해, 네가 그 사생아와 친했다는 건 잘 알지."

하녀장은 거북한 눈길로 날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꾹꾹 눌러참고 있던 감정이 폭발했다.

나는 그녀를 억지로 일으키곤 미친 사람처럼 끌고 나갔다. 코트 행거에 걸려있던 외투를 얼마나 세게 잡아당겼는지 원목으로 된 자루가 그대로 바닥에 큰 소리를 내며 엎어졌다.

"악!"

하녀장은 당황해 비명을 지르더니 허우적대며 현관 바닥에 쓰러졌다.

"이 개같은 것이, 네 마님한테 편지를 쓸테다!"

"당신 마님 눈 앞에 있답니다. 다시는 보지 말죠."

나는 숨을 몰아내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하녀장의 얼굴에 의혹과 낭패감이 스쳤으나 그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에 들려있던 자기 모자를 빼앗았다.

"장난치는거지? 그럴리가 없어."

"나가요, 가요!"

현관을 열고 하녀장을 사정없이 떠밀었다. 내 기세가 워낙 격렬했기 때문에 그녀는 속절없이 떠밀렸다.

하녀장은 마침내 내가 이 집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분개한 얼굴로 길가에 섰다. 그러나 곧 그 수척한 얼굴 위로 기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정말 네가 마님이구나, 그래,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당당할리가 없지. 축하한다, 걸레질이나 하던 주제에 이젠..."

그녀가 어딘지 광인 같은 얼굴로 부드럽게 물었다.

"그나저나 네 도련님한테서 연락이 온 적은 없니? 다들 죽었을거라고 했지만 난 계속 의심이 가. 묻고 싶었던 건 이것 하나란다..."

나는 그녀의 눈 앞에서 문을 쾅 닫았다.








가렛너붕붕

11: https://hygall.com/589917779
2024.04.03 21:51
ㅇㅇ
모바일
센세 억나더어어어ㅓ어어어어ㅓ어어어ㅓ어어ㅇ어
[Code: be32]
2024.04.03 21:53
ㅇㅇ
헐 저 하녀장 도련님 알아보면 어캄 아 심장 떨려
[Code: eec7]
2024.04.03 21:53
ㅇㅇ
모바일
슬슬 그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건가?! 너무 좋아,,
[Code: 1704]
2024.04.03 21:56
ㅇㅇ
모바일
제목 보자마자 달려옴
[Code: c77e]
2024.04.03 21:57
ㅇㅇ
모바일
크허억 미친... 불안해지는 전개.... 안돼 ༼;´༎ຶ ۝ ༎ຶ༽
[Code: c494]
2024.04.03 22:00
ㅇㅇ
모바일
하지만 덮여져있던 진실을 들춰내고 둘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둘이 괴로운건 싫어......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진실된 모습을 봐줬으면 좋겠어... 정말 내 마음은 몰까?
[Code: 1b66]
2024.04.03 22:01
ㅇㅇ
모바일
들킬까봐 쫄려( o̴̶̷̥᷅⌓o̴̶̷᷄ ) 가렛이랑 하녀장이랑 마주치지마라
[Code: 02fe]
2024.04.03 22:03
ㅇㅇ
모바일
하녀장님 마차 앞에 서봐요..ㅠㅠㅠ
[Code: 81c9]
2024.04.03 22:23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돌았냐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1b66]
2024.04.03 22:50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ebd4]
2024.04.03 23:13
ㅇㅇ
모바일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66bc]
2024.04.04 00:26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2a74]
2024.04.04 01:22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39b7]
2024.04.05 00:34
ㅇㅇ
모바일
ㅋㅋㄱㅋㅋㅋㄱ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
[Code: a647]
2024.04.03 22:06
ㅇㅇ
모바일
어나더가 필요해요!!!
[Code: 8e00]
2024.04.03 22:19
ㅇㅇ
모바일
하 짐짜 심장떨리는 이 전개…센세 정말 ദ്ദി*꒦ິ⌓꒦ີ) 꿀맛
[Code: 6a22]
2024.04.03 23:07
ㅇㅇ
모바일
이걸...다임이 봤으면...하녀장은 쓱싹....
[Code: 2c6c]
2024.04.04 15:02
ㅇㅇ
모바일
헉헉헉 대박
[Code: 9c81]
2024.04.05 00:34
ㅇㅇ
모바일
하녀장 쉽게 안 떠날거 같은데 뭔가 두 사람 주위를 서성이며 속시끄럽게 할거 같다 그나저나 가렛이 수를 쓰긴 썼구나
[Code: a647]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성인글은 제외된 검색 결과입니다.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