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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1 01:16
공기를 들이마시려 벌린 입은 바닷물이 밀려 들어왔고, 허우적거리던 팔다리는 힘이 빠진 채로 굳어 버렸어. 허니는 모든 걸 포기하고 바다가 자신을 끌어 당기는 걸 느끼며 눈을 감았어. 어디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은데 죽기 전 환각이겠지.






잠에서 깬 허니는 눈을 깜박이다가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어. 바다에 빠졌었는데... 그럼 죽은 건가. 주위를 둘러보던 허니는 침대 옆에 앉아 있던 남자를 보고 흠칫 놀랐다가 입을 열었어.

"저.. 죽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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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남자는 허니에게 잔을 건넸어. 익사한 사람이 물을 마신다는 게 기분이 이상했지만 허니는 군말없이 물을 들이켰어.



남자가 준 게 그냥 물이 아니었는지 허니는 또 다시 긴 잠에 빠졌어. 깨어나면 남자는 또 잔을 건네고, 허니는 잔을 비운 뒤 다시 잠들었어. 가끔 남자가 없을 땐 스스로 탁자에 놓인 물을 마셨어. 닫힌 문을 보고 손잡이를 당겨 볼지 고민도 했지만 어차피 죽었으니 문을 열 시간은 충분할 거라 생각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어.





여느날처럼 남자에게서 물잔을 건네받는 순간 발소리가 쿵쿵 울리더니 문이 활짝 열렸어. 문을 연 남자는 빠르게 걸어와 둘을 노려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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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남몰래 숨겨 뒀다던 육지 인간이 이 여자냐?"


새로운 남자는 화를 삭이는 듯 서성이다가 이 사안을 내일 회의에 회부하겠다며, 반드시 참석할 것을 요구하고 떠났어. 방에 남은 남자는 착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쉰 뒤 잔을 가지고 나갔어. 물을 마시지 못한 허니는 밤새 뒤척이며 새로운 남자의 말을 곱씹었지.



회의에 참석하는 건 남자만이 아니었는지 아침부터 사람들이 허니의 옷을 갈아입히고 어딘가로 데려갔어. 도착한 회의장에는 허니를 돌보던 남자와 어제 만난 남자,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어. 어제 본 남자는 허니와 눈이 마주치자 육지 인간의 밀입국 안건을 논의하자 한 뒤 허니를 데리고 온 남자를 강하게 비판했어. 한 나라의 왕자가 밀입국을 돕는 게 말이 되냐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했지. 지적받은 남자는 생명이 위험한 사람을 그냥 두고 올 수 없었다 해명했지만 그 사실을 보고할 생각은 하지 못했냐며 더 비난받았어. 회의를 주도하던 어제의 그 남자는 허니가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추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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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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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를 지키시오, 니콜라스 왕자. 공식적인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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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을 깬 건 회의장에서 가장 어려 보이는 남자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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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인의 밀입국이 이례적이긴 하나 그만큼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까. 이 여성의 체류를 허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유입 인구가 없으니 유전병의 위험도 증가하고 있고요."


허니는 자신을 하나의 도구 취급하는 남자의 발언에 눈살을 찌푸렸어. 회의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수군거렸지. 남자는 한 술 더 떠 허니를 가리키며 "괜찮으시다면 저는 언제든지 결혼할 의향이 있습니다."라 말했고 회의장은 난리가 났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분위기에 회의는 흐지부지 끝나 버렸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흩어졌어.


"채프먼 공이 갑자기 왜 저러실까요?"

"분명히 지난 달까지도 결혼 생각이 없다 하셨는데... 그 좋은 혼처를 거절하시지 않았습니까."





허니는 이해 안 되는 이 상황이 너무 답답했어. 분명 죽은 줄 알았는데 저 소설 같은 발언은 뭐냐고. 내가 지금 꿈을 꾸나? 혼수상태에서 환각을 보는 거야? 그래서 허니는 가장 익숙한 '니콜라스'에게 여기가 대체 어디냐고 따져 물었어. 천국인지 지옥인지 아니면 제 3의 공간인지 납득이 가게 설명해 달라고. 둘의 옆을 지나치던 어제의 그 남자가 헛웃음을 치며 대신 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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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가 구해 주면서 설명도 안 했나? 밑바닥에 온 걸 환영하네. 여긴 아틀란티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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