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웅호열도 먹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 아니냐??
아름다운 원 관계를 퍼먹고 싶어지는 게 맞지 않냐고...



(방해받지 않고) 잠 자는 거 좋아하고




은근히 자기 주변에 관심 많은 애랑




친구가 교실에서 자고 있어도 그냥 가만히 지켜만 보고




북산고의 걸어다니는 콘텐츠 백호군단 리더(with놀림용 꽃종이 상시구비)


이 조합 끝내주지 않냐고....


이런 일도 있었겠지

점심시간에 옥상에 낮잠자러 올라간 서태웅이 정오라 응달이 없어서 그냥 바닥에 누워서 눈 찡그리고 자고 있는데, 갑자기 얼굴 위에 무언가 덮이는 느낌에 몸 일으켜보면 다리에 교복 상의가 떨어져있음. 태웅이 고개 들어서 주변 돌아보면 난간에 벽대고 앉아 담배를 피우던 양호열이 남는 손으로 휘적여서 대충 손인사하겠지. 양호열은 반팔만 입고 있으니 옷주인이 누군진 확실했지만 네 거냐는듯 태웅이 옷을 살짝 들어보였음.

"그냥 써, 눈 부시잖아."

하고 호열이 대답함. 잠깐 고민하던 태웅이 '그러지 뭐'라는 심정으로 다시 누워서 얼굴위에 교복을 덮음. 눈도 부시지 않고, 볕도 따스하고, 귀에는 바람 소리랑 운동장에서 학생들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만 어렴풋이 들리는 환경 속에서 태웅은 아늑하게 잠들었을듯. 따스한 햇빛내음과 함께 호열의 교복에서 옅게 나는 비누향도 어쩐지 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예비종이 울리는 소리에 태웅이 부스스 상체를 일으키자, 호열이 일어났냐, 너 엄청 조용히 자더라며 늘상 보이는 미소진 얼굴로 다가와 상의를 집어가려 함. 태웅은 아직 덜 깬 눈으로 이를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호열의 손을 잡아채선 얼굴 가까이 가져갔음. 입술이 닿을락말락하는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태웅은 킁킁, 냄새를 맡았음.
"엇.."
"...담배 냄새."
바람이 불어서 좀 날아가긴 했지만 아직 호열의 손가락엔 아까 핀 담배 냄새가 배어있었음. 그런데 그게 왜? 애초에 양호열이라는 인간은 술담배를 멀리 해야하는 운동부도 아니거니와, 겉모습부터 대놓고 나 양아치요 주장하고 있는데 거기에 흡연 추가한다고 뭐가 더 달라지겠음. 그런데도 서태웅은 그 담배냄새가 양호열에게 이질적이라고 느껴졌음. 양호열은 이런 것보단 조금 더.. 서태웅의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열은 가만히 태웅에게 손을 맡기고 있다가 또 한 번 수업종이 울리는 소리에 스르르 손을 빼고 자기 상의를 다시 집어올렸음. 상의가 태웅의 얼굴 위를 지나가며 순간 그림자가 지고, 다시 햇빛이 비치자 태웅은 눈부심에 눈을 껌뻑였음. 어느새 호열은 옥상문으로 걸어가고 있었음. 호열은 문고리를 돌리다 말고 아차,하며 고개를 돌려 말했음.

"나 담배 피운 거, 백호에겐 말하지 말아 줘."
"..."
"부탁할게!"

호열은 계단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음. 멍청이랑 친한 친구라면서 굳이 감출 건 뭐지..? 남한텐 숨기는 기색도 없으면서. 태웅은 조용히 생각하다가 자신도 수업을 들으러 일어나 옥상문으로 내려갔음.




며칠 뒤, 체육관에 백호를 찾아온 양호열이 보여 휴식시간에 태웅이 살며시 가까이 가봤지만, 전에 맡은 비누향은 나지 않고 머리에 바른 헤어용품 냄새만 맡아졌음. 키 차이 때문이었겠지. ..아쉽다. 태웅은 자기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 채 집합을 알리는 휘슬 소리를 듣곤 체육관 중앙으로 뛰어갔음.


태웅호열 약호열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