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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9 00:44
타인에게 사랑받는 것이 익숙한 행맨이었는데, 두 사람이 만나고 그 법칙이 깨지는 거 보고 싶다.


루스터는 금사빠인 게 좋음. 눈동자 색이 예뻐서,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아서,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집중하는 표정이 좋아서 등등...그냥 사소한 것으로도 쉽게 사랑에 빠짐. 학창 시절부터 쭉 그래왔고, 주변 사람들도 루스터가 그런 타입인 거 금방 눈치챌 정도겠지. "이번엔 또 누구냐, 브래드쇼!"하고 웃으면서 친구들이 장난치는 경우도 많을 거야. 손수건 하나 주워줬다고 사랑에 빠지지를 않나, 별로 마주친 적도 없는데 이름을 기억해 줬다고 사랑에 빠지지를 않나...남들이 보기에는 웃기겠지.

물론 루스터는 사랑에 빠졌다고 곧장 들이대지는 않음. 타고나길 느긋한 성격이어서 그런지, 남에게 빼앗길까 초조해하는 마음도 없고 그냥 멀찍이서 사랑에 빠진 표정으로 바라보는 게 전부였거든. 가끔 그러다가 상대방 쪽에서 루스터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하면 연애를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 하지만 그런 연애는 대체로 오래가지는 못했음. 상대방이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하나 같이 루스터의 애정에 깊이가 없다는 말을 해옴. 루스터는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겠지. 아무리 금사빠인 루스터라도 애인이 생기면 그 사람 외에는 쳐다보지도 않고, 현재의 사랑에 집중했단 말이야. 그런데 '애정에 깊이가 없다'는 말을 들으니까 속상하겠지. 물론 실연의 아픔도 금방 사그라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사랑에 빠지기는 함. 어쩌면 루스터는 '연애'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 감정 자체를 좋아하는 걸지도 몰라.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지 않은 기간은 너무나도 외롭고 쓸쓸했으니까 말이야.



행맨은 어딜 가든 인기가 많았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물론 자신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무리들에게 관심은 안 줄 거임. 행맨은 그런 사람들의 악감정을 전부 시기와 질투라고 단순하게 생각함. 게다가 자기 좋다고 따라다니는 사람이 한 트럭 있는데 굳이 시간 낭비를 왜 하겠어? 행맨의 생일은 물론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핸드폰은 수많은 사람의 연락으로 요란하게 울려댔지. 가만히 내버려 두면 반나절도 되지 않아 방전이 될 정도가 아닐까? 행맨은 그들의 관심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어. 자신이 이룩해 온 업적, 타고나게 지니고 태어난 것들. 그런 것을 눈여겨보는 사람들의 안목을 의심하지 않으니까.

누군가 "제이크, 저 애가 너 좋아한대."라고 말해도 "흠, 그래?"하고 가볍게 웃어넘기는 게 바로 제이크 세러신이었음. 칭찬, 사랑고백, 호감을 얻기 위한 아부. 그 모든 것들에 둘러싸여 지내다 보니까 연애 쪽으로도 행맨은 여유가 있었음. 왜냐하면 자신은 언제든지 '선택'을 할 수 있는 입장이었으니까. 행맨의 취향에 맞든 여러모로 이득이 될 것 같든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연애를 할 수 있었지. 심지어 초면의 사람이어도 말이야. 조금만 상냥한 목소리로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고 자연스레 스킨십을 하면서 생긋 웃어 보이면 그걸로 충분하잖아. 어떻게 그 모습을 보고도 자신을 안 좋아할 수가 있겠어.



그런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났을 때 상황이 완전 반대가 되어버리는 것이 좋음. 처음 행맨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 루스터는 직감했지. '아, 나는 걔를 사랑하게 되겠구나.' 금사빠 기질인 루스터에 대해 잘 아는 부대원들도 킬킬 웃으면서 "걔 보자마자 넋 놓는 거 아니냐? 딱 봐도 네가 좋아하게 생겼어."하고 루스터를 놀리기 바빴음. 슬쩍 비질란테 부대원들 단체 사진도 봤는데 행맨이 누구인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는 금발의 파일럿. 그저 사진 속의 모습을 보았을 뿐인데도 밝은 태양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눈이 부시게 느껴졌지.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쩌겠어. 감정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실제로 루스터는 파일럿들에게 조금 더 쉽게 호감을 갖고 사랑에 빠지곤 했거든. 전투기에서 내려오고 헬멧을 벗은 채 시원스럽게 미소 짓는 파일럿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건데?

그런데 놀랍게도 행맨을 상대로 사랑에 빠지기는커녕 루스터는 분노만 하게 됨. 실제로 합동 훈련으로 비질란테 부대원들을 만나게 되고 멀찍이 서있는 행맨 봤을 때 두근두근하긴 했단 말이지. 조금 어두운 색의 금발이 바람에 흩날리는 게 얼핏 보일 때는 상투스가 울리는 것 같기도 했고. 근데 비행 후에 느낀 건 '이런 개자식이 다 있나'라는 생각뿐이었지. 분명 행맨의 비행 실력은 뛰어나지만, 독단적이며 이기적이고 너무나도 위험했어. 루스터는 비행 후 행맨이 헬멧을 벗고 시원스레 웃을 때 그 얼굴에 주먹을 날리지 않은 자신이 기특할 정도였음.


행맨은 기가 막힐 따름임. 자기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 있을 수 있지. 애초에 자신의 가치를 몰라보는 인간에게는 관심 없어. 하지만 행맨도 미리 전해들은 이야기가 있거든. 골든 워리어즈에 있는 루스터가 행맨에게 아주 관심이 많다고 말이야. 처음 그 말 전해 들었을 때는 어쩌라는 걸까 싶긴 했지만, 좀 웃겼을 거임. 대체 다른 사람들에게 행맨에 대한 무슨 이야기를 들었길래 그러는 것일까? 고작 남들의 이야기만으로 만나본 적도 없는 자신에게 사랑에 빠진 거야? 얼마나 얼빠진 놈인가 보자, 하는 생각으로 합동 훈련 갔는데 의외로 좀 괜찮은 것 같음. 멍뎅한 표정 짓고 있는 게 웃기긴 하지만, 외모도 그럭저럭 취향에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는 모습이 나쁘지는 않단 말이지. 행맨은 루스터가 자기 좋아한다고 말하면 좀 어울려줄까 하는 생각까지 함.

그런데 이게 웬걸, 전투기에서 내리자마자 씩씩거리며 화를 내더니 행맨 쪽은 쳐다보지도 않음. 그 이후로도 행맨은 루스터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거나 관심을 보이는 낌새가 없으니까 이상하다 싶을 거임. 분명 다른 부대원들이 말하기를 루스터가 자신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했단 말이야. 심지어 훈련 전에 잠시 눈 마주쳤을 때, 루스터가 얼굴 붉히면서 시선 피했던 걸 기억하거든. 그새 또 다른 사람에게 푹 빠져서 이제 자기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걸까? 그런 생각하면서 행맨은 기분이 확 불쾌해짐. 처음부터 자길 싫어하거나 미워했던 것도 아니잖아. 그런 거라면 그냥 무시했겠지만, 어떻게 자신을 이런 식으로 쉽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나 싶음. 물론 이건 행맨의 착각임. 행맨 외모만 보고 좋아했다가 인성 보고 우수수 떨어져 나간 사람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음. 그냥 행맨이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까 몰랐던 것뿐이지. 그러니까 루스터가 '아무 이유 없이' 자신에 대한 호감을 내버렸다 생각하고 그것이 믿기지 않는 행맨.



그 이후로는 쉽게 사랑에 빠지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익숙한 루스터지만, 행맨에 한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보고 싶다....행맨은 타인에게 사랑받는 것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애정과 관심을 당연시 여기고 별 감흥이 없었는데, 루스터에 한해서 애정을 갈구하고 집착하게 되는 것이 보고 싶음.

행맨 꾸준히 '이래도 나 안 좋아할 거야? 이래도?'라는 느낌으로 마구 들이댔으면 좋겠음. 당연히 루스터는 행맨이 자기 진심으로 좋아해서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그냥 자신이 관심을 안 보이니까 오기가 생겨서 저러는 거 다 알고 있음. 그러다가 행맨 찐으로 루스터 좋아하게 되어서 마음 고생 많이 하는데도, 루스터 코웃음 치면서 밀어내겠지.

금사빠 루스터인 만큼 다른 사람에게 쉽게 눈길 돌리니까 행맨 진심으로 초조하겠지. '내가 더 잘났어! 그 사람 말고 나를 봐!'하고 계속 근처에서 얼쩡대면서 방해하다가 루스터 미운 정 고운 정 들어서 결국 행맨한테 붙잡혀 사는 게 좋음. 

당연히 루스터 처음부터 끝까지 행맨 쭉 사랑하고 있었던 거면 훨씬 좋다. 물론 본인 스스로는 그걸 엄청 뒤늦게 눈치채기는 함. 루스터 금사빠기는 하지만 일관적으로 상냥하고 인격적으로 흠이 없는 착한 사람들 좋아하는 편이라 행맨 사랑하게 된 것을 필사적으로 부정한 거겠지. 겉모습은 당연히 처음부터 OK였고, 행맨 비행하면서 인성질에 질린 것도 사실인데 솔직히...짜증 나고 열받는 거랑 별개로 얘가 너무 예쁨. 그런데 그 감정을 쉽게 인정하면 자기가 너무 바보처럼 느껴지잖아. 안 그래도 부대원들이 금사빠라고 놀려대는데, 행맨 얼굴에 홀려서 저 인성질까지 전부 감싸줄 수 있다고 하면 웃기고. 그래서 내심 '나는 쟤 안 좋아함'하고 혼자 멋대로 감정과 상반되는 결론 땅땅 지어놓고 지냈을 뿐임.

그래서 일부러 행맨 밀어내고 싫어하는 척, 관심 없는 척 열심히 피하긴 했음. 그냥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좋은 사람이 새롭게 나타날 거라는 걸 알거든. 근데 자꾸 행맨이 근처에서 얼쩡거리니까 미치겠는 거야. 자기가 얘를 때리고 싶은 건지, 키스하고 싶은 건지도 헷갈리기 시작함. 솔직히 망설일 것도 없이 후자가 맞긴 하지만, 냅다 키스 갈길 상황도 아님. 그러다 결국 못 이기겠다는 듯 알겠다고 사귀자고 말하는데 행맨이 너무 기뻐해서 루스터 그 자리에서 무릎 꿇어버림.



두 사람 연애하면서 관계가 재밌는 방향으로 뒤집힘. 연애 전에는 행맨이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루스터! 나를 봐!'하는 타입이었다면, 지금은 루스터가 행맨 쫓아다니면서 '자기햐! 나 여깄어!'하고 팔 붕붕 흔들고 있음. 타인을 사랑하는 것에 익숙한 루스터인 만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도 잘 알겠지. 짝사랑 중이라면 여유롭게 거리감을 잘 유지했겠지만, 지금은 연애 중이니까 아낌없이 애정을 퍼부어줄 거임. 장거리 연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음. 비질란테 부대로 꼬박꼬박 행맨에게 선물도 보내주고 연락도 매일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10개 국어로 할 수도 있게 됨. 물론 행맨은 빵 터져서 녹음해 두게 다시 한번 말해보라고 했지만.

행맨이야 사랑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인만큼 루스터의 애정표현을 여유롭게 받아넘기고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매일 심장 터질 것 같아 미치고 환장할 정도임. 연애 처음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한 일이지. 타인에게 선물 공세 받는 건 지금까지도 쭉 이어지고 있음. 근데 다른 사람이 준 선물이 루스터가 준 것보다 훨씬 비싸고 고급스럽고 유용해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음. 루스터가 보낸 압화 책갈피나 편지 같은 게 너무 좋아서 액자에다가 따로 넣어두기도 할 거임. 


그러다가 꽤 시간이 흘러서 두 사람의 관계도 훨씬 깊어지게 되면 '행맨'을 사랑하는 것에 익숙한 루스터랑 '루스터'에게 사랑받는 것이 익숙한 행맨이 되는 것도 좋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행맨과 사랑받는 것에 어색해하면서도 기뻐하는 루스터도 보고 싶다.



루스터행맨
2023.03.29 00: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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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이 얕다는 소리 듣던 루스터는 행맨의 결점까지 다 사랑하는 사람이 됐고 애정을 받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하던 행맨은 여유를 잃고 루스터 사랑을 소중히하게 됐네ㅠㅠㅠ 성장 말고 다른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 사랑에 빠진 루행 너무 소중해ㅠㅠㅠㅠㅠ
[Code: 1c4e]
2023.03.29 00: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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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자기가 가장 잘하던 방식의 익숙한 사랑법이 아니어서 멀리 돌아서 오래 걸려 도달하는 루행 너무 좋아ㅠㅠ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행맨과 사랑받는 걸 기뻐하게 되는 루스터 생각하니 또 행복해진다ㅠㅠ
[Code: aaeb]
2023.03.29 00: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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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진짜 서로 세상을 바꿔놓았네... 천생연분이 아닐수없다 개좋아 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461]
2023.03.29 11: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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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칭 루스터한테 매달리다가 사랑받는 게 익숙해지는행맨이랑 행맨이 사귄다는말에 좋아하니까 무릎꿇는 루스터랑 ㅠㅠㅠㅠ 루스터 사랑받는거 어색한데 기뻐하는거 너무 뭉클 ㅠㅠ영사해ㅓㅜㅜ
[Code: ed8f]
2023.03.29 12: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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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세상에 ㅇㅣ렇게 완벽한 사랑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 너모 좋다.. 서로에게 사랑주고 사랑받는게 무엇보다도 익숙해지는거 동화속 사랑얘기처럼 넘 달콤하당
[Code: ae6f]
2023.03.29 13: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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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맛도리 ㅠㅠㅠㅠㅠ 영사해
[Code: 4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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