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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1 00:40

무기징역으로 수감된다면 어디가 더 나을까?

1. 탈출이 불가능하지만 간수가 착함
2. 간수가 미친놈이지만 탈출가능성이 희박하게나마 있음.

물론 내가 무죄인 경우임.

사람마다 자기 취향이라던가 성향에 따라 선택이 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후자이다.

"허니? 지금 뭐하는 거.."
폴의 푸른 눈동자가 떨렸다. 시에치에 온 이후로 줄곧 메시아처럼 굴던 녀석이 저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다. 칼라단에서 저를 처음 발견했던 그 소년이던 시절처럼.

칼라단에서의 추억을 회상한 허니는 그를 향해 옅게 미소를 지었다. 폴은 허니가 하려던 행동을 눈치채고 그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허니의 동작이 더 빨랐다.

탕ㅡ !
샤이 훌루드와 자신을 잇고 있던 줄을 스스로 끊어버린 허니 비는 그대로 모래 폭풍 사이로 빠르게 사라졌다. 모래폭풍 사이에서도 집요하게 허니비를 쫓는 폴의 푸른 눈동자가 반짝였다. 자신을 향해 집착으로 빛나는 폴의 눈동자에 허니는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등골이 오싹했다.



"캬악, ."
입안에 들어간 모래를 뱉어내었지만 여전히 혓바닥에 모래의 까슬거림이 느껴진다. 달리는 샤이 훌루드에서 떨어지는 건 미친 선택이었지만, 퀴사츠 헤더락인지 메시아인지로 각성한 폴에게서 도망치는 방법은 이것 뿐이었다. 이마저도 조력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발바닥 깊이까지 파묻힌 모래를 털어내자, 멀리서 '조력자'가 다가왔다. 검은 갑옷을 입은 전신 대머리 조력자. 그는 페이드 로타 하코넨이다.

"허니 비. 결국 성공했나 봐."
로타는 검은 이를 들어내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저 미친놈의 손을 잡아서라도 도망치는 게 맞겠지.? 허니는 눈 앞의 로타를 마주하자 제 선택에 확신이 사라졌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전지한 메시아게서 도망치려면 미친놈의 손이라도 잡아야지.

묶어서 내 앞으로 끌고 와.”

로타의 명령에 하코넨 병사들이 허니의 양팔을 등 뒤로 포박했다. 모래사막에서 헤집어 나오느라 지친 몸뚱아리가 저항을 할 수도 없는데, 아주 꽁꽁 묶었다. 모래사막에서 하코넨 병사들에 의해 포박당한 허니는 타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당분간 잘 있어. 태양아, 샤이훌루드야.

로타 앞에 무릎 꿇려진 허니는 그를 올려다 보았다. 로타는 아주 즐거워 보였다. 마치 가지고 싶었던 것을 결국에 손에 넣은 아이처럼. 짐승이 영역 표시 하듯 허니의 목덜미를 아작 씹어낸 그는 자신이 만든 잇자국에 키스했다.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어, 허니비

넌 이제 내거야. 흥분에 찬 로타의 목소리가 귓가를 낮게 울렸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순간, 목뒷덜미에 바늘이 꽃혔다.

약속이 다르잖아.. ..”

개새끼야.. 허니는 차마 말을 마치지 못하고 쓰러졌다.

털썩. 전원이 꺼진 기계처럼 모래사막에 푹 쓰러진 허니를 로타가 안아들었다. 이미 의식을 잃은 허니의 이마에 맞대고 로타가 말했다.

 

약속한대로 폴 아트레이데스가 절대 찾지 못하는 곳에 숨겨줄게.”
두 눈을 곱게 감은 허니비는 그 말을 듣고도 아주 조용했다. 깨어있었다면 언제 그딴 약속을 했냐고 난리 쳤을 그가 이렇게 조용하다는 건 약이 아주 잘 들었다는 뜻이다. 만족스럽게 미소지은 로타는 허니를 안고 옵니콥터에 몸을 실었다.

-

캄캄한 밤하늘. 별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하늘을 눈에 담는 건 낭만적일까? 그렇다면 제 죽음이 낭만적일지도 모르겠다.

구명선의 인공지능이 산소부족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띄우지만 허니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날카로운 물건은 우주선 내에 반입금지였기에 이 공간에는 경동맥에 꽃아넣을 나이프 한 자루도 없었다.

.. .. 시발..”

정말 욕 밖에 다른 감상은 나오지 않았다. 서서히 죽어가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눈물이 주륵 흘렀다. 우주비행사가 되어 우주선에 탑승할 때까지 이런 죽음을 상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막상 죽음을 눈 앞에 두니 느껴지는 건 공포와 무력감이었다. 쏟아지는 별을 눈 앞에 두더라도 결코 낭만적일 수 없는 죽음에 허니는 눈을 감았다. 점점 죄여오는 숨통과 인공지능의 경고메세지를 벗삼아 허니 비의 의식은 끊겼다.

 

분명 그렇게 죽었어야 했는데..

 

여긴..어디지..’

코 끝에 닿는 물비린내. 무중력에 익숙해져 근육이 빠진 신체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중력. 여긴 지구인가? 허니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이 없는 몸으로 겨우 눈을 뜨자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칼을 가진 소년이 저를 흔들고 있었다.

 

이야.. 왕자님처럼 생겼네.’

그럼 나는 인어공주인가? 죽다살아 맛탱이가 간 뇌가 개소리를 하는 중에도 그 소년의 얼굴은 뚜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렇게 아름다운 청년은 보기 드무니까..

 

뭐라 말했는지, 말은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눈 앞의 소년에게 구조요청을 마친 뇌는 자신이 할 일은 다했다는 양 그대로 꺼졌다. 훗날 알게된 거였지만, 허니 비를 구한 그 소년은 왕자님이 아니라 아트레이데스 공작의 후계자였고. 허니 비가 떨어진 곳은 지구가 아니라 칼라단의 드넓은 호수였다.

-

우주비행사 허니비가 우주에서 조난당했는데 깨어난 곳이 칼라단인 거 보고싶다.
허니 비가 살고 있는 지구는 듄의 시점에선 한참 고대인 2040년 쯤임. 인공지능이랑 안드로이드가 생활 전반에 깊숙이 들어와서 인공지능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
그런 세계에서 시공간을 뛰어 넘은 허니 비에겐 특이점이 있었는데.
원래 이 시점에 존재하지 않는 허니 비는 퀴사츠 헤더락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는 전지한 능력에도 걸리지 않았고. 마치 허니비 존재자체가 에러인 것마냥 그와 관련된 미래는 까맣게 먹칠되어 있는 거. 
허니비의 존재가 나비의 날개짓마냥 예지된 미래를 깨뜨리는 걸 본 폴은 자신이 보았던 끔찍한 성전을 피할 수 있는 열쇠가 허니비일까 하는 생각에 희망을 걸게 됨. 퀴사츠 헤더락으로 각성한 이후에는 그 집착이 점점 커지는데.
허니 비 앞에서는 오롯이 평범한 인간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를 향한 집착은 폴 아트레이데스가 메시아가 아닌 평범한 인간일 수 있었던 갈망만큼이나 커지게 됨. 
그러나 허니는 지구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했기에. 이대로 가다간 폴에게 붙들린다는 폴이 완전히 각성을 이루기 전에 빠져나오려고 수를 쓰는데.
그 과정에서 허니 비에게 협력한 게 페이드 로타 하코넨임.
아트레이데스가 하코넨에 의해 기습당한 날. 생포당한 허니비는 포로로 끌려가 페이드 로타와 조우하게 되는데.
허니 비 입장에선 미친놈에 기겁해서 도망친 것 뿐인데, 무슨 버튼을 눌렀는지 그에게 집착하는 페이드 로타. 이쪽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으로 집착하는 거 보고싶다. 

듄굗 폴너붕붕 로타너붕붕 티모시너붕붕 오틴버너붕붕

2024.05.11 01:03
ㅇㅇ
모바일
대작의 시작이다.... 센세..... 어나더......
[Code: 30af]
2024.05.11 01:24
ㅇㅇ
모바일
센세 어나더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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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1 01:57
ㅇㅇ
모바일
ㅁㅊ 센세 당장 억나더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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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1 03:01
ㅇㅇ
모바일
캬 맛있다 억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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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1 03:38
ㅇㅇ
모바일
센세 더줘
[Code: 64f9]
2024.05.11 13:47
ㅇㅇ
천재센세 어나더플리즈..
[Code: fbbd]
2024.05.15 00:31
ㅇㅇ
대작의 시작이다 센세
[Code: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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