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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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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키..”


앓듯이 나온 작은 속삭임에 버키는 저도 모르게 턱에 힘이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스티브의 작은 속삭임은 버키에게 닿지 않았다. 그는 그저 스티브의 입모양을 통해 추측할 뿐이었다.

스티브에게 수백번은 더 불렸을 이름. 너는 날 부를 때 그렇게 입술을 움직였구나.


“어떻게..”
“미안해.”


어렵게 나온 한마디에 스티브의 일렁이던 푸른 눈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뭐?”
“미안해. 이번 일만 마무리 되면 다신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버키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티브에게서 눈을 돌렸다. 말을 하는 턱이 떨려 고작 한 문장을 제대로 끝내지도 못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이렇게 끝날 대화가 아니란 건 알았지만, 스티브 못지않게 버키 역시 이 순간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니, 이런 순간이 오지 않기만을 바랐었다. 버키는 형편없이 떨리는 입술을 꾹 깨물고 스티브를 지나쳐 가려 했지만, 아주 당연하게도 스티브는 버키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너였지?”
“뭐?”
“2012년. 스타크 타워에서. 너였지? 날 봤었던 거야.”


스티브의 말에 버키의 눈이 흔들렸다. 지금 그가 들은 스티브의 목소리와, 그가 본 스티브의 입술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한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 그가 자신을 봤을 리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봤다 하더라도 헬멧과 마스크로 얼굴을 전부 가리고 있었으니 스티브에겐 이미 죽은 사람이었을 버키 반즈를 알아챘을 리 없다.

버키의 반응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스티브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래 너였어. 작은 말 한마디가 버키의 심장을 세차게 두드렸다. 버키가 예상했던 스티브의 말 중에 이런 건 없었다.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됐다. 넌 내게 욕하고 화를 내야 하잖아. 하이드라의 개가 되어 무고한 사람을 죽인 살인마가 들어야 할 말은 이런 게 아니었다.

이렇게.. 그리움과 미련이 잔뜩 묻어나는 말 따위 버키는 기대한 적 없었다.









스티브를 급히 찾는 샘의 등장으로 대화가 잠시 멈췄다. 봐야할 게 있다는 샘의 말에 스티브는 금방 들어가겠다는 대답으로 그를 먼저 보내고 다시 버키를 돌아보았다.


“나 너 못 놔줘.”
“스티브.”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을 거야. 나 너 못 보내. 아니, 안 보내.”


버키의 오른팔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스티브의 얼굴엔 더이상 당혹스러움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버키가 익히 잘 아는 단호함과 고집만이 자리했다. 버키는 체념한듯 한숨을 쉬고서 스티브를 따라 걸었다. 스티브를 만나기 전 단단하게 세워놓았던 벽이 고작 그의 말 한마디에 흔들려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한심스러웠다.

아니, 고작 말 한마디는 아닐 것이다. 스티브가 버키에게 보인 건 그의 마음이다. 버키 반즈를 향한 스티브 로저스의 마음 한조각.









죽은 줄 알았던 버키가 비록 한 팔을 잃었지만 멀쩡히 살아있고, 죽음을 눈앞에서 확인했던 닉 퓨리가 죽기 직전의 몰골로 누워있더니, 장례식까지 다녀왔던 필 콜슨이 4년 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제게 인사를 하자 스티브는 이제 70년도 더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돌아왔대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오늘이 망자의 날이냐고 중얼대는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허탈함이 섞여있었다.


“반즈 병장님께는 제가 연락을 드렸습니다. 대외적인 활동을 꺼리신다는 건 알지만, 사안이 워낙 중대해서요.”
“지금 내게 해야 할 설명은 그뿐만이 아닐 텐데..”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건 죄송하지만 저도 반즈 병장님과 연락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콜슨은 빙글빙글 웃는 순한 얼굴로 잘도 미꾸라지처럼 대화의 주제를 비껴갔다. 스티브가 한숨을 쉬며 퓨리를 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잖게 반응했다.


“요원 개인의 사생활은 내가 간섭할 바가 아니야.”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쉰 스티브는 살아 돌아온 망자들을 추궁하는 대신 힐에게 작전 설명을 부탁했다. 헬리케리어와 졸라의 알고리즘을 역이용할 방법을 듣던 중 스티브는 고가도로에서 만났던 군인처럼 보이던 이를 기억해냈다. 스티브가 이를 언급하자 여태껏 말 한마디 없이 모두의 뒤에 조용히 서있던 버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수퍼 솔져 세럼을 맞은 사람일 거야. 예전에 몇번 마주친 적이 있어.”
“수퍼 솔져 세럼?”


스티브가 되묻자 버키는 그가 아는 놈의 정보를 털어놓았다.


“난 오랫동안 하이드라와 놈들의 연구를 추적했어. 대부분은 내 선에서 정리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도 있었지. 하워드 스타크도.. 세럼 개발을 진행했었고.”
“하이드라는 예전에도 세럼을 훔치려 했었지. 그래서 하워드의 세럼을 훔쳐서 수퍼 솔져를 만들었을 거라는 말이야?”
“확실하진 않아. 다만 스타크가 90년도쯤에 세럼을 완성했다는 소문이 돌았었어. 첫 완성품은 내가 중간에 빼돌리긴 했지만 실험이 완전히 파기됐는진 나도 몰라. 스타크는 관뒀어도 누군가 공식을 훔쳤을지도 모르지.”


버키의 말이 끝나자 하워드의 죽음을 알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워드의 죽음엔 확실히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으니까. 버키는 말을 마치고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여러 사람과 있을 경우 보청기를 끼고 있어도 누가 말을 하는지 한번에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어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스티브를 보는데 그를 보고 있던 스티브와 눈이 마주쳤다. 버키는 아주 잠시 스티브의 표정이 굳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본 스티브의 얼굴은 평소와 같았기에 착각이라 여겼다.









모두 각자 준비를 할 동안 버키는 지모에게 연락했다. 상황을 전달받은 그는 쉴드나 헬리케리어보단 이 일이 전부 끝난 후 세상에 알려질 정보들에 더 관심을 두었다.


[알잖아, 제임스. 난 사람들을 지키는 덴 관심없어.]
“그래.”
[우리의 동맹은 여기까지로 하지.]
“..확실해?”
[그래 제임스.]


버키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먼저 보내준 자료들은 전부 분석한 뒤 보내주겠다는 지모의 말을 마지막으로 통신을 끊으려던 버키는 마지막으로 그를 이름을 부르는 지모의 목소리에 손을 멈췄다.


[내가 말했었지? 너는 스티브 로저스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버키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지모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바뀌겠지. 너도, 스티브 로저스도. 그러니 어느 쪽이든 부디 더 재밌는 결말이 나오길 바랄게.]
“헛소리 할 거면 끊어.”


칼같은 버키의 말에 지모가 실없이 웃었다.


[넌 스티브 로저스의 집착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니까.]
“스티브는 나한테 집착같은 거 안 해.”
[그래.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어.]


‘안녕, 제임스.’ 마지막 인사와 함께 지모가 먼저 통신을 종료했다. 버키는 통신이 끊긴 후에도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제 이동할 시간이라는 힐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귀에서 뺀 통신기를 왼손으로 으스러트렸다. 이제 더이상 지모와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버키는 얼굴을 숨기기 위해 눈 아래를 모두 가리는 두꺼운 마스크를 착용하고서, 이걸 쓰면 말을 하기 불편하다는 명목으로 말을 일절 하지 않았다. 청력이 망가졌다는 걸 스티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만약에라도 스티브가 알게 된다면 그는 분명 이유를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그럼 버키의 세뇌 코드까지 알게 될 테고.

그가 아는 스티브라면 어떻게든 세뇌 코드를 풀어주고 싶어할텐데, 버키가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스티브 앞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이미 버키에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이번 일만 끝나면 누구도 찾을 수 없을 만큼 숨을 자신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먼지처럼 사라질 그 순간까지만.











색창도배ㅁㅇ 곧끝남
2024.05.11 00:45
ㅇㅇ
모바일
왜 곧 끝나 센세ㅠㅠㅠㅠ 억나더로 압해해줘
[Code: fd4b]
2024.05.12 13:58
ㅇㅇ
모바일
끝내지 말아줘 센세ㅠㅠㅠㅠㅠ
[Code: 0995]
2024.05.13 03:17
ㅇㅇ
나 진짜 무순 읽으면서 몇 번 임종했는지 모르겠어 센세................ 진짜 모든 문장마다 임종한듯 인간에게 이런... 수준의... 쾌락이... 허락되어도 되는 걸까? 일단 한번 더 죽고 올게
[Code: 6666]
2024.05.13 03:19
ㅇㅇ
하 버키가 본인 윈솔로 더 많이 자아정체화 하고 있는 게 진짜...... 하 너무 좋아서 잠깐 달로 날아갔다왔잖아
이렇게.. 그리움과 미련이 잔뜩 묻어나는 말 따위 버키는 기대한 적 없었다. < 라니..... 진짜 둘이 대화하는 장면 어절마다 기절하면서 봤는데 이 부분이 진짜 사람 세게 치고 감 히죽대면서 광광 운다
근데 버키가 자낮하든가 말든가 일단 그거 너지? 하는 스팁도 너무 좋음 그리고 그때 알아봤다는 것도 ㅠ 스티브 로저스는 항상 버키 반즈를 놀래킨단 말이예요...
[Code: 6666]
2024.05.13 03:21
ㅇㅇ
자격 없다고 생각하면서 쌓아놓은 철벽 스팁 만나자마자 와르르 무너지는 거 개좋고요 ㅅㅂ 앙큼한 버키반즈 같으니 죽도록 보고싶었으면서 그걸 어떻게 참았냐 스팁 고집부리는 거 잘한다잘한다 역시 우리 캡틴 로저스거등요 콜슨 등장도 너무 좋다... 근데 결국 하워드는 하이드라한테 살해당했나보네 ㅠ 와중에 보청기 때문에 예민해지는 버키 개꼴려 버키야 미안 이런 나라서... 하지만 니가 먼저
[Code: 6666]
2024.05.13 03:24
ㅇㅇ
지모 스팁 캐해 잘하는 거 ㅋㅋㅋㅋㅋㅋㅋ 재밌다 그치그치... 버키야 네가 스팁한테 어떤 존재인데... 그리고 스팁은 그 스티브 로저스라고 하 자낮버키 왤케 맛있냐 자낮할 이유가 너무 분명해서 더 맛있는 거겠지 켈켈켈 스팁이 집요할 거라고 예상하는 것과 실제로 그럴 거라는 게 너무 꼴림... 버키가 스스로 청력 '망가졌'다고 말하는 건 또 왜 이렇게 꼴리는지...
아 이런 대작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임 사나더 올 때까지 여기서 1인시위한다 근데 곧 끝난다니...? 그럴 순 없어 센세 억나더를 보장하라 보장하라 팔만대장경나더를 보장하라 보장하라
[Code: 6666]
2024.05.13 03:25
ㅇㅇ
아니 근데 전개가 끝내주게 재밌는데 어떻게 글도 미친듯이 잘 쓰는 거야 하..... 이런 갓벽한 센세가 내 센세라니 너무 행복하다
[Code: 6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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