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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21:51
슬덩 생각 1도 안하고 봤는데 곱씹을수록 대만태섭 > 우성태섭으로 가는 이야기같음
스포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긴 한데 영화 내용이랑 대사 나옴ㅅㅍㅈㅇ


태섭이 어릴 때 만난 첫사랑 대만이인데 몇 년만에 운좋게 고등학교 때 또 만나서 간질간질하게 마음 키워감. 대만이 대학가고 가끔 만나면서 서로 마음 확인하는데 태섭이 유학가는 바람에 차마 사귀자고 하지는 못하고...애매한 사이로 남아서 편지나 전화로만 연락 주고받았음. 시간 지나서는 이메일이나 영상통화했겠지.
섭이가 대만이한테 한번 미국 놀러오라고 하는데 대만이도 아직 학생 신분이고 대학리그 뛰느라 정신없어서 좀처럼 쉽지 않겠지. 그리고 태섭이가 어떤 마음 먹고 미국 갔는지 아니까 태섭이한테 국내에 들어오라고 할수도 없음. 미국에서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지 아니까.
태섭이는 대만이랑 연락하면서 푹 빠져있다가 어느날 결심할 거야. 미국에서 선수로 성공할 각오로 온 건데 자꾸 한국행 비행기표만 찾아보고 있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다고.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고 하겠지. 대만이는 잠시 침묵하다가 답함. 그러냐, 알았다. 난 그래도 너 항상 응원한다. 여긴 이제 훈련 갈 시간이라 이만 끊을게.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

그렇게 둘다 눈물 삼키면서 자기 일상으로 돌아감. 그 사이에 대만이는 입대해 버리고 태섭이는 2군 리그 진입했다가 우성이 만나서 친해짐. 고등학교때 만난 인연보다는 타지에서 농구라는 꿈 하나 잡고 외롭게 버티는 생활이 어떤지 아니까 금방 공감대가 생겼겠지. 그렇게 대만이랑 연락이 끊긴 시간 동안 태섭이는 우성이랑 결혼하고 시민권 따고 선수생활함

그러다가 삽십대 중반에 우연히 대만이랑 다시 연락이 닿아서 옛날 추억 되살렸으면 좋겠다. 대만이는 무릎 이슈로 비교적 일찍 은퇴하고서 지도자 코스 밟기 전에 잠깐 쉬는 동안에 미국여행 가기로 함. 여행도 하고 잠시 머리 비운다고 했겠지만 사실은 태섭이 만나고 싶어서 가는 거겠지.

대만이 온다고 해서 들뜬 태섭이 보고 우성이가 조금 걱정하겠지. 한 침대에 누워서 도란도란 얘기 나눌듯.

- 그사람 얼마나 있다 간대?

- 4 days. 왜, 남편 뺏길까봐 걱정돼?ㅋㅋ내가 대만 선배랑 도망갈까봐?

- 너무 낭만적인 첫사랑 얘기잖아 태서바~ 난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견제하는 나쁜놈 역할 같지 않아?

- 내가 택한 건 너야 우성아.

- 그래. 하지만 미국에 와서 우연히 만난 게 내가 아니었어도, 그랬어도 네가 나랑 결혼했을까?

- 난 여기까지 오려고 정말 노력했어. 내가 원하던 삶은 바로 여기 있고, 난 너랑 함께하는 삶에 만족해.

- 알아. 근데, 너 잘때 가끔 잠꼬대로 형이라고 하는 거 알아? 준섭 형님 말고. 울면서 선배라고 애타게 부르더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네 세상을 전부 알 수 없을 거고, 그래서 겁이 나.






대만이가 마침내 미국에 와서 태섭이랑 정말 오랜만에 만났을 때 웃음꽃 피우면서 옛날얘기도 하고...요즘 어떻게 지냈는지, 북산 친구들 근황도 얘기하고 정말 반가웠겠지. 선배는 하나도 안 변했네요. 야 너도 똑같은데? 기사 사진으로 볼 때랑 완전 달라ㅋㅋ

태섭이가 우성이도 소개시켜준다고 해서 셋이 식당에서 저녁 같이 먹는데 계속 대만이랑 태섭이만 아는 북산 시절 얘기하면서 둘이 고딩처럼 깔깔 웃고 우성이는 말없이 은은한 미소 지으면서 둘을 쳐다봤으면 좋겠다.

저녁먹고 나와서 밤되니까 태섭이가 대만 선배 바래다주고 올테니까 우성이한테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하겠지.
둘이 말없이 잠깐 산책할때 북산 시절에 훈련 끝나고 집에 같이 걸어가던 그 기분을 느꼈겠지. 대만이가 택시 타고갈 장소까지 다 와서 눈 마주쳤을 때, 어릴 때부터 시작된 기나긴 사랑에 비로소 마침표가 찍혔다는 걸 둘다 그때 느꼈을거 같다. 태섭이랑 대만이가 동시에 말 꺼냈겠지.

- 태섭아.
- 선배.. 먼저 말해요.

-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 무슨 생각이요? 

- 내가 그때 미국에 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그러면 우리는 애인이 되었을까. 결혼했을까. 아이도 가지고?
내가 널 좋아한 이유는 너가 너라서야. 그리고 넌 떠나가는 사람이야, 태섭아.


태섭이도 뭐라 대답할 수 없었겠지. 아빠와 형을 묻은 고향 바다를 떠나고, 북산을 떠나고, 대만이를 떠나고, 고국을 떠나서 계속 농구를 쫓아왔으니까.


- ..형이 알던 송태섭은 이제 없을걸요.

- 알아. 하지만 난 열아홉살의 그애를 사랑했어.

- 형하고 인연도 질기네요, 참나. 우리 전생에 뭐라도 있었나봐요. 전생에 부부였나?

- 원수였을지도?ㅋㅋ 그래서 다시 만나서도 그렇게 치고박은거 아니겠냐, 하하

- 그냥...우린 이번 생은 함께할 인연이 아닌가봐요. 절대 형하고 내 마음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인연이 그런 거예요.

- 그러게. 그럼 다음 생에는 무슨 인연으로 만나려나.

- 글쎄요. 다음에 태어나서 만나면 머리카락이 찰랑찰랑하다고 안 놀릴게요.

- 나도 다음 생에 만나면 짝짝이 눈썹 안 놀릴게.

- ...

- 태섭아.

- 네.

- 그때 보자.





대만이는 택시 타고 떠나고 태섭이는 꽤 쌀쌀한 밤바람 맞으면서 왔던 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감.
그리고 현관 계단 앞에는 우성이가 나와서 기다리고 있을 거임. 우성이 품에 안겨서 완전히 무너져서 한참을 흐느끼는 태섭이가 보고 싶다. 우성이가 큰 손으로 등을 천천히 쓸어주면서 위로하는 밤이었겠지.





대만태섭 우성태섭
 
2024.05.10 23: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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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보자라니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슬퍼ㅠㅠㅠㅠㅠ.....
[Code: eff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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