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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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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노잼의 법칙 ㅅㅂ

전편: https://hygall.com/592381545



허니가 덤덤답답이가 된 타의적 이유 첫 번째, 그건 바로 허니의 첫사랑이었어. 또래 보다 다소 늦게 찾아온 첫사랑은 허니가 열여덟 살일 적 과외 선생님이었지. 부모님이 붙여준 명문대생이라는 남자는 제법 준수한 외모에 똑똑하고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였어. 그 과외 선생님은 학교 선생님과는 다르게 재미있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지루하지 않게 농담까지 던져 허니를 웃게 만들어줬을 거야. 그가 보여주는 미소와 좋은 점수를 받으면 가볍게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허니는 조금씩 가슴이 뛰기 시작했겠지.

기말고사가 끝나고 있는 과외날에 허니는 손편지를 써서 고백하기로 했어. 시험을 치면서도 전해줄 편지 때문에 허니는 온전히 시험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였지.

간단하게 가채점을 하고 잠깐 쉬는 시간을 갖게 된 때였어. 선생님은 화장실에 간다며 방을 비우게 됐지. 허니는 방문이 닫히자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봉투를 조심히 꺼냈어. 허니는 연두색 편지 봉투를 손에 쥐고 엄지로 봉투를 매만지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했어.

편지를 드리면 어떤 반응이실까? 웃어주시면서 받아주실까?

편지를 받고 웃는 얼굴을 상상하다 보니 허니의 얼굴에 자연스레 홍조가 생겼을 거야. 그러나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설레이는 예상은 처참히 무너졌지.

“얘도 부모 잘 만난 케이스야. 부모가 재력으로 잘 밀어주니 노력도 안 하는 그런 애지. 뭐, 부모 빽 믿고 설치는 빡대가리들 중에 조금 머리는 돌아가는 타입인 것 같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노골적인 빈정거림이었어. 허니는 이 목소리가 자기가 아는 그 목소리가 맞는지 잠시 헷갈릴 정도였지.

“얼굴? 얼굴은 좀 봐줄 만해. 꼬실 거냐고? 지금 딱 간 보는 중인데 곧 있으면 넘어올 듯? 내가 조금만 잘해주면 귀까지 벌게지는데 웃겨 죽겠어.”

경박한 낄낄거림이 메아리쳐서 허니의 방 안에 울렸음.

“딱 봐도 처녀인데 나 처녀는 처음 먹어봐. 기다려라, 먹고 나서 이 형님이 후기 알려주마.”

그 후로 통화가 끝났는지 더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약하게 흥얼거리는 소리만 들려왔지. 허니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모든 걸 들었어. 흥얼거림조차 들리지 않게 되자 허니는 들고 있던 편지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어. 얼마 안 가 과외 선생님이 허니의 방으로 들어왔어. 과외 선생님은 몰랐겠지. 자신이 친구와 나눴던 통화 내용을 전부 허니가 들었을 거라고. 허니의 집은 고옥이라 환기구가 방끼리 연결되어 있으며 1층 화장실 환기구가 허니의 방과 연결되어 있을 거라고는 말이야.

십 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과외 선생님은 웃으며 다시 허니의 옆에 앉았음. 허니도 변함없이 웃으며 선생님을 맞으며 공부를 계속했어. 다만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가슴은 더는 설렘으로 떨리지 않았을 거야. 그저 아프게 뛰기만 했지.

허니는 그날 과외 시간 내내 한 가지 생각뿐이었어.

선생님은 그동안 날 한 번이라도 진짜 좋아하신 적이 없었던 걸까.

수업이 끝나고 웃는 얼굴로 제게 작별 인사를 하는 과외 선생님을 허니는 골똘히 바라봤어.

그런데도 어떻게 저렇게 나에게 웃어줄 수 있을까.

그렇게 웃는 얼굴로 선생님을 보내고 나서 허니는 편지를 꺼냈어. 계속 만지작거린 탓에 편지는 많이 구겨진 상태였지. 허니는 우두커니 서서 편지를 내려다보다 집 밖으로 나갔어. 그리고 쓰레기 수거함에 직접 그 편지를 버렸어.

그날 허니는 새벽까지 잠들지 않고 기다렸어. 침대 위에 앉아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자 기다리던 기계음이 들렸지. 쓰레기 수거차가 와서 수거함을 비우는 것까지 눈으로 본 허니는 그제야 잠을 청했지. 그래봤자 잠은 오지 않았지만.

밤을 뜬눈으로 지새고 허니는 아침에 밥을 먹으며 부모님께 과외 선생님을 바꿔 달라고 했을 거야. 이유를 묻는 부모님에게 허니는 건조히 말했지.

“성적이 떨어졌어요.”

그 한 마디면 됐어. 허니의 과외 선생님은 그날 바로 바뀌었어. 허니는 눈앞에서 아버지가 과외 선생님을 갈아치우는 걸 들으며 멍하니 식탁을 내려다봤어. 식탁 위엔 허니가 싫어하는 크림 수프가 올려져 있었지. 없던 입맛이 더욱 메마른듯했어. 음식에 손을 대지 않는 허니를 본 어머니가 학교 늦기 전에 빨리 먹으라며 꾸지람을 하자 허니는 식기를 들었어. 목구멍에 느끼하고 진득하게 넘어가는 수프가 역하게 느껴졌어. 그럼에도 허니는 울렁이는 속을 붙잡고 수프를 전부 먹었을 거야.

이 일이 있고 나서 허니는 예의와 친절은 개인적 호불호와는 개별적인 것이라고 깨달았지. 누군가 자신에게 상냥하더라도 그걸 호감이라고 착각하지 않기로 한 계기가 되기도 했어.







성호가 허니의 찻집에 얼굴을 비친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성호는 아직 허니와 통성명조차 하지 못했음. 그럴만한 기회도 없었을뿐더러 허니가 한 번도 성호에게 이름을 묻지 않았거든. 성호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에게도 말이야. 허니의 찻집에선 모두가 ‘손님’이었고 허니는 ‘사장님’이었어.

완벽한 익명제로 운영되는 찻집이 알음알음 알려졌는지 어느새 찻집은 찾는 발길이 은근히 있었어. 허니의 찻집은 나이대가 다양했어.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있는 반면 2, 30대 청년들도 찻집을 찾았음. ‘차’라는 생소한 분야가 흥미롭기도 했지만 개인의 공간을 잘 지켜주는 장소이기 때문이기도 했을 거야.

찻집 내 좌석은 세 명 이상 앉을 수 없게 되어 있었고 손님들끼리 마주 본다거나 동선이 겹칠 일이 없도록 배치되어 있었어. 허니는 손님이 많으면 약하게 음악을 틀었지만 손님이 적을 땐 아무런 음악조차 틀지 않아 찻집은 고요 그 자체였어. 도시에서는 드문 그 고요함을 사람들은 좋아했지. 물론 허니가 만들어주는 차도 한몫했어.

바쁜 일상 속 테이크 아웃 커피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차 한 잔 나오는 데 10분이나 걸리는 것에 괴로워하다가도 침착히 계속 차에 집중하는 허니를 보다 보면 덩달아 그 과정에 빠져들고 말았겠지. 느리지만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은 마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 보이기도 했어. 완성된 차를 보고 있노라면 진짜 그림을 보는 것 같았어. 허니의 그림은 향이 나고 온기가 느껴질 뿐이었어. 찻물이 우러나듯이 허니 라는 존재가 그 공간을 물들였고, 사람들은 허니의 수색을 마음에 들어 했지.

허니는 그저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제 찻집에 오는 건지 신기하기만 했지만.





허니의 찻집은 정오보단 아침이, 아침보단 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분주했음. 점심시간엔 대부분 테이크 아웃 주문만 있었고 손님도 적었지. 그래서 허니는 간소하게 점심을 먹고 혼자 차나 마시려고 찻잎을 골랐음. 의자에서 일어나 생각해둔 찻잎을 꺼내려고 하는데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손님이 왔나 싶어 허니는 고개를 돌렸음. 손님이 맞긴 했어. 반갑지 않은 손님들인 게 문제였지만.

“이야, 허니 씨 퇴사하고 카페 한다던 데가 여기야?”

지긋지긋한 얼굴 둘이 찻집으로 들어왔음. 허니는 잠시 생각했어. 전 회사에 내가 찻집을 한다고 알린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낯익은 불쾌함이 등허리를 타고 올라왔지. 아무 말 없는 허니를 뒤로하고 성큼 찻집으로 몸을 들인 두 사람은 마음대로 찻집을 거닐었음. 가게에 대한 본인들의 총평을 늘어놓으면서. 찻집 가구 목재가 가벼워 보인다며 허니의 전 부장과 차장이 카운터 앞에 앉았어. 부스러기만 남은 사회생활을 끌어모아 허니는 어떤 차를 마실 거냐고 물었지.

“제일 잘하는 거로 만들어 봐.”

진열된 찻잎들을 구경하며 부장이 말했어. 차장 쪽은 아무거나 달라고 했지. 허니는 냉장고로 가 시험 삼아 만들어 본 레모네이드를 꺼냈음. 그리고 유리잔에 얼음을 채우고 레모네이드를 부어 두 사람 앞에 내놨지. 허니는 두 명과 마주 보지 않는 개수대로 가 최대한 느리게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어. 두 사람은 레모네이드를 보고 미묘한 표정이었지만 한 번 맛을 보더니 썩 괜찮았는지 다른 말은 꺼내지 않았음. 부장은 빨대로 음료를 휘적이며 슬쩍 본론을 꺼냈어.

“허니 씨 그렇게 안 봤는데 그런 식으로 그만두면 어떡해. 허니 씨 후임 찾는 게 얼마나 어려웠는지 알아?”

그래, 결국 불평하러 온 거였구나. 허니는 짐작했던 이유가 맞았음을 알았지. 허니가 시선을 들지 않고 설거지를 계속하자 부장은 뒤틀어진 심기를 더는 감추지 않았음.

“퇴사할 거면 적어도 한 달 전에 말을 했어야지. 경우 없이 그게 뭐 하는 짓이야. 인사팀한테 전해 듣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일주일 전에 말하지 않았나.

“근데 급하게 퇴직하길래 뭐 좋은 제안 받았나 했는데 겨우 카페 하려고 그만뒀어? 아깝게 왜 그랬데, 여자는 경력 한 번 끊기면 힘들잖아. 아니면 뭐 결혼할 남자라도 생겼어? 살림하면서 일해도 되잖아. 요즘 맞벌이 부부가 얼마나 많은데 남 눈치 보지 말고 살어.”

부장의 말은 끊이지 않았어. 부장은 쉴 새 없이 떠들어댔고 레모네이드의 얼음은 녹아만 갔음. 매끈한 유리잔 표면에 부옇게 습기가 생기더니 송골송골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어. 허니는 나무 옹이 같은 물방울들을 물끄러미 바라봤어. 물방울들은 부장의 말이 길어질수록 커져만 갔겠지. 그중에서 조금씩 내려앉는 물방울 하나가 허니의 눈에 들어왔어. 그 물방울은 커져가는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모든 흡착력을 잃고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을 거야. 떨어진 투명한 물방울이 유리잔 테두리를 따라 확 퍼지는 순간, 허니의 입이 열렸어.

“아시잖아요. 제가 회사 그만둔 이유.“

불쑥 말을 꺼낸 허니로 인해 부장의 말은 끊겼어. 제 말이 도중에 끊기자 부장은 불쾌한 듯 눈썹을 찡그렸음. 허니는 찌그러지는 부장의 눈썹을 보고 시선을 살짝 내려 부장의 눈을 응시했어. 허니는 미미한 미소를 띄웠어.

“저 거기 더러워서 그만뒀어요.”

꿀이라도 먹은 듯 벙벙해진 부장의 얼굴을 허니는 눈에 담았음. 묘하게 만족스러웠지.

“사사건건 여자라며 깔보고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는 사람, 본인 실적보다 높은 내 실적에 열등감이라도 느꼈는지 눈에 보일 때마다 거는 시비, 어떻게든 내 공을 자신의 공으로 만들려고 부리던 수작, 내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흘려 넣는 수준 낮은 짓거리 그리고 은근히 내 몸을 훑던 천박한 시선까지, 전부 더러웠어요.”

말을 하는 동안 허니의 시선은 한 번도 부장에게서 떨어지지 않았어. 허니의 말이 끝났을 땐 부장의 얼굴은 새빨갛게 차장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해 있었지. 턱 근육까지 꿈틀이던 부장이 손가락을 들어 올려 허니에게 찌르듯이 뻗었음.

“허니 ㅆ-”

부장의 폭발은 불발할 수밖에 없었어. 성호가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왔거든. 세 사람의 시선이 전부 성호에게로 쏠렸지.

성호는 허니 앞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다 허니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어. 성호의 등장에 놀란 허니도 어색하게 마주 인사를 했지. 씨근덕거리던 부장은 성호의 존재에 하고 싶은 대로 쏟아내지 못하게 되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음. 눈치를 살피던 차장도 찻집을 떠나는 부장을 따라 나갔지.

어수선한 공기에 성호는 조금 겸연쩍게 카운터로 다가갔어. 허니는 빨리 치워드리겠다며 서둘러 부장과 차장의 자리를 정리했음. 허니는 정리를 하면서 혹시 아까 대화의 일부를 성호가 들었을까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졌어. 카운터가 깨끗해지자 성호는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지. 허니가 무엇을 주문하겠냐고 물으려는데 성호가 먼저 말을 꺼냈어.

“여기로 오는 길에 장미 덤불을 봤습니다. 곧 장미가 필 시기가 다가오는데 어떤 장미가 필지 기대가 되네요.”

성호의 말에 허니는 눈을 동그랗게 떴어.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에 허니는 멈칫했지만 이내 기억을 되돌아보았지. 그러고 보니 찻집으로 오는 길 벽따라 어떤 덤불들이 늘어져 있었던 것도 같아.

“아… 그게 장미였나요? 제가 식물은 잘 몰라서 장미였는지도 몰랐네요.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식물을 잘 아시나 봐요.”
“다른 식물은 몰라도 장미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어서요.”

허니가 신기한 듯 묻자 성호는 말쑥하게 웃으며 말했음.

“어릴 적 벌에 쏘인 적이 있었는데 그게 장미 때문이었거든요.”

허니의 얼굴이 호기심을 보이자 성호는 말을 계속했어.

“제가 다니던 학교에도 장미가 피었었는데 어느 날 저는 무슨 연유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향을 맡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미처 그 안에 있던 벌만은 보지 못했던 겁니다. 당연히 그대로 전 벌에 쏘이고 말았죠. 근데 벌로선 타당한 처사였을 거예요. 벌이 봤을 땐 제 코는 영업을 방해하는 무뢰배였을 테니까요.”

성호가 코를 찡긋하며 시원하게 웃어 보였어.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 모습에 허니도 작게 미소를 지었을 거야.

“안타깝게도 학교는 간단한 치료만 해주고 절 조퇴시켜주지 않는 바람에 남은 교시 내내 전 퉁퉁 부은 코로 수업을 들었어야 했죠. 그날로부터 저는 코주부라는 별명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아야 했습니다.”

성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어. 허니는 약하게 웃음을 터트렸지.

“아무튼, 그날로 괜히 장미를 보면 그때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장미만큼은 잘 알아보게 됐죠.”

성호는 잘게 머리를 흔들며 웃음을 흘렸어. 허니의 입가에도 반듯한 호선이 그려졌지. 성호는 허니의 얼굴에 웃음이 맴돌자 조금 안심하기 시작했어. 사실 성호는 부장이 주절거리고 있을 때 찻집에 도착했거든. 근데 밖에서 봤을 때 딱 봐도 들어갈 분위기가 아니어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어. 그러다 우연히 대화 일부를 듣고 말았지. 너무 사적인 내용에 아차 한 성호는 돌아가려고 했으나 뭔가 부장의 반응이 영 좋지 않아 보여서 가게 안으로 발을 들이고 만 거야. 실수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허니의 얼굴을 본 순간 성호는 그냥 자리에 꾹 엉덩이를 눌러붙였지. 허니의 얼굴이 너무 생기가 없어 보였거든. 원래도 활기가 넘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아까처럼 아예 무생물 같은 느낌은 성호에게 뭔가 잘못된 것처럼 보였어. 다행히 성호의 노력이 통했는지 지금은 훨씬 허니의 얼굴이 풀려 있었지. 성호는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내쉬었을 거야.

“사담이 길었군요. 오늘은 조금 달달한 게 마시고 싶은데 추천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럼 밀크티가 좋겠네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성호의 주문에 허니는 부드럽게 웃으며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지. 찻잎과 우유를 데우는 동안 허니의 눈치를 보던 성호가 슬쩍 물었어.

“사장님도 같이 드시겠어요? 달콤한 걸 혼자 마시기에는 조금 적적해서요.”

허니는 잠시 멋쩍게 웃는 성호를 바라보다 그러겠다며 잔을 하나 더 꺼내왔어. 강성호 씨는 이때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지.

홍차를 우린 찻물에 따뜻한 우유를 넣은 허니는 잔과 다식을 성호 앞에 내려두었어. 그리고 한 잔은 제 앞에 내려놓았지. 기호에 맞게 설탕을 넣고 잔을 들어 올려 향을 먼저 맡은 성호는 많이 맡아본 향에 잠깐 멈칫했어. 입가에 맺혀있던 웃음은 밀크티를 한 모금 마신 뒤 스물스물 더 커져갔지. 입안과 비강 가득히 장미 향이 들어찼어. 진한 장미의 향은 달콤한 밀크티가 목 안으로 넘어가고 나서도 희미하게 머물렀어.

숨겨지지 않는 성호의 웃음을 보고 허니도 미소지으며 밀크티를 마셨어. 장미 향을 머금은 달달하고 따뜻한 액체를 마시자 저도 모르게 굳어있던 근육의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지. 그리고 허니는 이 모든 게 성호의 배려라는 걸 눈치챘을 거야. 과연 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들은 것인지는 몰라도 일단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 자신을 위해 이런 식으로 배려를 했다는 건 알 수 있었어. 손과 뱃속에서 퍼지는 따뜻함을 허니는 가만히 느껴보았어. 한 모금 더 마신 허니는 눈을 들어 성호를 슬며시 바라봤지. 성호는 여전히 입매가 풀려 있는 상태였어.

정말 친절한 사람이구나.

허니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밀크티를 마시면서 감추었지.











바람이 성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어. 성호는 그 안에서 익숙한 향을 찾을 수 있었지.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얼굴에 웃음이 만발한 채 성호는 뒤를 돌았을 거야. 발소리조차 없는 제 연인은 오로지 향만을 달고 다녔지. 제가 뒤를 돌자 가늘게 휘어지는 눈매가 무척이나 손을 간질였어.

“어떻게 항상 내가 온 건지 아는 거야?”
“나한텐 당신만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달려 있거든. 몰랐어?”

성호는 능글맞게 대답하며 허니의 손목을 매만졌어. 뭔가 손끝에 걸리자 성호는 그제야 허니가 무언가 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 성호가 시선을 내리자 허니가 바스락거리며 손에 든 것을 들어 올렸지. 성호의 시야에 붉고 화려하게 핀 장미 한 송이가 들어왔어.

“웬 장미야?
“그냥 오는 길에 꽃집이 보여서 사 봤어. 예쁘지 않아?”

장미 한 송이를 들고 허니는 생긋 웃어 보였지. 성호는 장미보다는 장미 뒤로 보이는 연인에게 더 시선이 갔을 거야. 당신이 더 예쁜데, 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어. 그런 말을 했다간 허니가 느끼하다며 눈을 흘길 게 뻔해서 성호는 꾹 참고 장미를 받아드렸지. 꽃을 얼굴 가까이 끌어올리고 향을 맡자 또한 익숙한 향기가 맡아졌어. 그 향을 가만히 즐기고 있는데 그 모습을 허니가 빤히 쳐다봤어. 허니의 시선을 느낀 성호도 눈길을 허니에게로 돌렸지. 눈을 맞추고 왜 그러냐고 물으려던 찰나, 허니가 발꿈치를 들어 올리더니.

쪽,

하고 제 코끝에 입맞춤을 남겼지. 따뜻한 입술의 감촉이 제 코에 닿고 떨어질 때까지 성호는 멍하니 있었어. 입까지 벌어진 성호를 보는 허니의 얼굴에는 보기 드문 장난기가 묻어있었어.

“이것도 벌에 쏘인 건가?”

미인은 제 연인을 놀리는 게 그리도 재밌는지 키득거렸지. 저를 보고 웃는 연인을 앞에 두고 성호는 천천히 손을 들어 눈을 감쌌어. 뜨끈뜨끈 올라온 열이 눈까지 몰리는 것 같았지. 새빨개진 귀에는 즐거운 웃음소리가 울렸어. 커다란 덩치가 무색하게 성호는 깃털 같은 입맞춤 한 번에 무너졌어. 성호는 손을 입가로 내리고 방긋 웃고 있는 허니를 다시 바라봤어.

이 나이 먹고 이렇게 좋아해도 되는 건가?

성호가 심장이 터지려는 것도 모르고 허니는 코에 분홍색 립스틱을 묻힌 채 얼굴을 붉히고 있는 연인이 너무 귀여울 뿐이야.









아 밀크티 마시고 싶다

아직 강성호 허니 이름 모름ㅋㅋㅋ
사실 부장이 ‘허니’라고 불러서 빡쳐서 들어간 것ㅇㅇ


성강너붕붕
2024.05.09 22: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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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센세 다시 온거야???시벌 시밞소림랆ㄹㅁ라롤
일단 댓달고 정주행하러간다ㅠㅠㅠㅠㅠ 센세라니ㅠㅛㅠㅠㅠ 어디갔다왔어ㅠㅠㅠ
[Code: 1389]
2024.05.09 22: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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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때문에 행복해졌어.. 억나더로 책임져ㅠㅠㅠ
[Code: 813a]
2024.05.09 23:4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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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ㅜㅜ 미쳤다ㅜㅜㅜ 아 미쳤다ㅜㅜㅜ
[Code: e5ec]
2024.05.10 00: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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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너무 좋아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 내 인생에 이것만큼 달디단 밀크티는 또 없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bca]
2024.05.10 00: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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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하 진짜 최고네요
[Code: d7a0]
2024.05.10 00: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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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장미향과 찻향이 제 주위를 맴돌았어요 어떻게 이렇게 달콤쌉싸름한 글을 쓰실 수 있나요 분위기에 취해서 술도 안마셨는데 헤롱대고 있어요 둘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렴...
[Code: 450b]
2024.05.10 07: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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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ㅠㅠㅠ센세 나 오랜만에 왔는데 내가 읽은 첫글이 이거다... 센세 우리는 운명이에요 제발 어나더
이 문학에 내가 남길 수 있는 말은 오로지 어나더뿐...
[Code: ed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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