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3407254
view 5701
2024.05.09 21:08
bgsd: https://hygall.com/593253019
2: https://hygall.com/593293673

소설체 ㅈㅇ
 

카페에서 만난 이후, 교주와 나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교주는 차가운 분위기와는 달리 유쾌한 사람이었다. 일단 앞에 두고 있으면 시력이 좀 좋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지잉-. 휴대폰 진동에 알람을 확인하자, 교주에게서 온 거였다.

[붕남아,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아?]

 

교주는 번번히 붕남을 불러냈다. 밥을 같이 먹자느니, 날이 더워서 혹은 심심해서 등등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오늘 연락한 이유도 같이 술을 마시자는 거였다.

알콜 의존증을 겪었던 탓에 술은 약간 망설여졌지만, 오늘 하루 쯤은 괜찮지 않을까? 여기와서 술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교주와의 만남을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 형 그럼 그때 봐요.]

대화를 마치고 휴대폰 화면을 끄니, 공허해진 방 안의 정적이 평소보다 크게 느껴졌다.

 

..’

별 생각없이 불렀던 그 호칭이 잊고 싶었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붕남아, 형 진짜 한 번만 도와줘라. 나 너 밖에 없어.’

제 이름을 부르며 간절하게 빌던 그 남자가 떠오르자 좋았던 기분이 단숨에 진창에 처박혔다. 들고 있던 휴대폰을 침대 위로 던져버리고 머리를 쓸어올렸다. 개 씨발 새끼. 꼭 내가 행복해지려는 순간 그 남자는 기억 너머에서 기어올라와 저를 그 시간에 묶어놓는다. 마치 족쇄처럼.

 

그 자식 연락이 끊긴지가 언제인데 더 이상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보답받지 못할 애정의 대가는 배신이었다. 그걸 겪었음에도 이따위 미련을 붙들고 있는 저 스스로가 한심했다.

 

거지같은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세면대에 찬물을 틀어내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머리털이 쭈뼛 서는 차가운 온도와 서서히 차오르는 이산화탄소에 숨이 모자라자 역설적이게도 제정신이 들었다.

 

푸하.’

턱을 타고 맺히는 물방울이 바닥 타일에 뚝뚝 떨어졌다.

타올로 얼굴에 남은 물기를 닦아내고 다시 시간을 확인하니 약속했던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았다. 젖은 머리를 말리고 입을 옷 고민하면 딱 맞을 시간이다.


-

 

입을 옷이 없네.”
가벼운 옷장을 열자 정말 입을 옷이 없었다. 도망치듯 떠나오면서 옷가지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긴 했지만 옷장 상태는 약간.. 처참했다. 죄다 후즐근하거나 막 입는 옷들 뿐인 옷장이 오늘만큼 허름해 보일 수가 없다.

 

지금 당장 옷을 사러 나가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벽시계가 탁 탁 소리를 내며 고민을 하는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렸다. 난감한 상황에 머리를 긁적인 붕남은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그냥 다른 거 입을까? 별로 같은데..”

벌써 몇 번째 옷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붕남의 침대 위로 옷가지가 정신없이 널부러졌다.

 

거울 앞에 비춘 제 모습이 영 별로라 결정이 쉽지가 않았다. 무슨 옷을 입든 교주에 비할 바는 못될 테지만 그래도 후즐근하게 입고 싶지는 않은데.

 

그 형은 다 벗어도 그거대로 예술일 듯.”

같은 인간 종인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교주의 외형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현실감이 없었다. 듣기좋은 목소리나 언뜻보면 예민한 것 같으면서도 예쁜 눈매하며 그렇게 다가지고 있으면 질투가 날 법도 한데. 그 조화가 너무 아름답고 완벽하니 질투는 무슨 찬양하고 싶은 마음 밖에 들지 않았다.

 

날이 더워 셔츠를 팔뚝까지 접어 올렸던 그 날, 탄탄한 팔근육까지 예쁜 교주를 생각하는데,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붕남아, 어디야?” 전화 너머로 교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상 속 당사자의 목소리가 들리니 괜히 방 안의 공기가 덥게 느껴졌다.


저 아직 집이긴 한데, 혹시 어디에요?”


우리 저번에 만났던 카페 앞인데, 너희 집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거울을 바라보자 달아오른 귀가 너무 빨갛게 보였다. 교주는 집요한 구석이 있었서 이런 제 모습을 본다면 분명 놀릴 게 틀림없다. 그리고 이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붕남은 재빨리 답했다.

 

아니에요. 형 저 곧 나갈께요.”
널부러져 있는 옷을 뒤로 하고 바로 휴대폰이랑 지갑만 챙겨 나갔다.

 

탁탁탁. 계단을 급하게 내려오느라 미끄러질 뻔했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카페는 집에서 멀지 않았고 뛰면 5분이었다.

먼 거리도 아니었지만 그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
멀리서 보이는 교주에 나는 손을 흔들었다. 나를 발견한 교주가 마주 흔들어주었다.

 

교주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그 자체로 화보나 다름이 없었다. 그의 입술 사이로 담배 연기가 빠져나왔다. 매캐한 연기일텐데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뿌연 연기는 마치 마약처럼 제 정신을 흐트려놓았다. 붕남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교주가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피울래?”
담배 한 개비를 담뱃값에서 반쯤 꺼내 내게 내밀었다. 바스스 소리를 내며 필터가 타들어갔다.

 

사실 나는 담배를 끊었었다. 그 기억하기도 싫은 놈이 담배냄새를 안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금연까지 했다. 그 놈과의 연락이 끊긴 이후로 미련처럼 피우지 않은 담배였는데..

 

내가 담배를 바라만 본 채 머뭇거리자 교주가 옆쪽으로 고개를 돌려 연기를 내뿜고 다시 나를 보며 웃었다. 어느새 짧아진 그의 담배를 보며 말했다.

그게.. 안 피워서요.”
 

그럼 내가 가르쳐줄게.”

담배 필 줄 모르는 건 아닌데. 왠지 끊었다고 하면 이유까지 설명해야 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교주는 그걸 제멋대로 해석했는지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버려 짓이기고, 새로운 담배를 꺼내 입술 사이로 물었다. 그러곤 라이터로 꺼내 입에 문 담배 끝에 불을 붙였다. 눈을 내리깔자 긴 속눈썹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필터를 통해 연기를 한 번 빨아들인 그가 자신이 피우던 담배를 내 입술 사이에 살짝 밀어넣었다. 교주의 입술에 닿았던 건데. 나는 당황해서 입에 문 담배를 빼내려다 낮은 목소리가 그걸 제지했다.
 

깊게 빨아야지.”

어설프게 쥔 담배를 입에 물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매캐한 연기가 콧속까지 퍼지고 목이 간지러웠다. 오랜만에 피는 담배 연기에 기침이 나올 것 같았지만 억지로 참았다. 담배 하나 못 피우는 어린애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꼴사나운 표정을 보이지 않기 위한 노력이 별로 성과가 없었는지, 교주는 내 얼굴을 보며 웃었다. 퍼지는 담배 연기와 어울리는 낮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빨고 나서 뱉지 말고 입속에 머금었다가 삼켜.”

 

목을 따갑게 치는 담배 연기에 머리까지 핑 돌았지만 나는 그의 말대로 다시 한 번 담배를 깊게 빨았다. 담배 끝이 발갛게 타들어갔다. 빨아들인 후 입속에 머금은 연기는 씁쓸하면서도 중독적이었다. 오랜만에 피운 담배 연기에 뇌가 중독된 탓일까, 눈이 마주친 교주의 시선이 마치 저를 잡아먹을 것처럼 빛나는 것 같았다.

-

 

교주가 데려간 곳은 바다의 전망이 넓게 보이는 프라이빗 룸이었다. 남자 둘이 술 마시기엔 좀 로맨틱한 곳이었지만. 아무렴 어때, 돈 많은 사람들은 이런데서 먹나보지짭조롬한 바닷바람에 폐부를 깊게 들이채웠다. 담배 연기로 인한 몽롱한 감각을 쫓아내기 위해 신선한 바람을 더욱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맑은 정신으로 다짐했다.

오늘은 술 취해서 실수하지 말아야지!‘


 

술이라고 해봤자 소주, 맥주, 막걸리에 익숙한 붕남에게 아이스버킷에 담긴 이름 모를 술들은 새로운 세상이었고. 교주가 따르는 대로 마시니 한 잔이 두 잔되고 두 잔이 세 잔되고..더 이상 잔을 세는 것이 의미 없어질 때까지 마셨다.

 

머리가 진탕이 된 것 같은 취기로 알딸딸한 기분은 붕남을 더욱 필터없이 만들었다. 평소 생각하던 말이 거침없이 내뱉어져 나왔다.

와 근데 형, 딸꾹, 진짜 잘생겼어요..”

 

너 그 말만 일곱 번째야.”

 

아 그런가? ” 멍청하게 히히 거리며 웃는 붕남은 이미 많이 취해보였다. 교주의 얼굴이 잘생겼다는 말을 반복하며 두서없이 말을 이었다. 술에 약한지 금세 새빨간 얼굴로 조잘대는 모습을 교주는 느긋하게 감상했다.

 

붕남을 위한다면 여기서 멈춰야 하는데.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교주는 붕남의 술잔을 비우지 않았다.

쪼르륵 다시 잔이 채워지자, 붕남은 교주가 따르는 대로 또 꼴깍 들이켰다.

 

저에 대한 칭찬만 늘어놓던 붕남이 귀여워서 계속해 술을 먹였는데, 이번에 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 달랐다.

 

형은 이렇게 잘생기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잘생기고 좋은 사람인데.. 그새끼는 얼굴도 형보다 별로면서 나 이용만 하고..”

 

붕남의 입에서 다른 사람얘기가 나온 건 처음이라 교주는 조금 더 캐물었다.

그 새끼가 누군데?”

 

그 새끼요? 그 새끼.. 대학교 선배였는데.. 나한테 잘해줘서.. 같이 술도 마시고.. 놀러도 다니고 그랬는데.. 형만큼은 아니었지만 그 형도 잘생겼었어..”

 

붕남은 묻는 대로 답하는 것 뿐만 아니라 묻지 않은 사실까지 말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교주의 심기에 거슬렸다.

 

그 형이라고?‘

붕남은 교주를 이라고 불렀다. 나름의 애칭같은 건가 싶어 내버려 두었던 건데, 그에게 다른 '형'이 있었다니. 그러나 만취한 붕남이 교주가 느낀 배신감 따위를 알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그 형 좋아했거든요?... 근데 그 새끼는 나 이용만 하고.. 내가 지 좋아하는 거 아니까 그거 이용해서 나한테 돈 빌려 달라고 딸국, 하고-.”

 

방 안의 분위기가 점점 냉랭해졌음에도 붕남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나쁜 놈인데.. 빌려 달라고 빌려준 나도 미친 놈이야..”

 
자조하던 붕남은 목이 마른지 술을 찾았다. 손을 뻗었지만 약간 짧아 닿지 않아 낑낑대고 있는 붕남을 교주는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닿지 않은 술병을 그는 야속하게만 바라보았다. 

 

근데 웃긴 게 뭔지 알아요? 내가 돈 빌려주고 밀린 월세도 다 내줬는데 그 놈이 결국 도망가서 연락 잠적했어요. 내가 대출까지 받아서 빌려준 돈이었는데.. 근데.. 그렇게 배신당했는데도 난 그 놈 연락 기다렸다?..

 

..근데 연락이 안오더라구요.. 나쁜 새끼..”

텅 빈 술잔을 짜증스럽게 테이블 위로 놓은 붕남이 허탈하게 말했다.

 

말을 뱉은 붕남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술에 취해 붉어진 건 얼굴 뿐만이 아니었다. 술김에 속에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모두 토해낸 붕남은 탈진할 것처럼 울었다.

 

난 그래도 사랑했는데..”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그 놈을 향한 열띤 사랑고백을 이어갔다. 정말 그 형을 좋아했다면서 서글픈 고백을 이어가던 붕남이 대뜸 우는 것을 멈추고 교주의 손을 붙잡았다.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고 헤 하고 웃는 모습이 정말 멍청했다. 이번엔 대체 또 뭘 하는지 지켜보자 싶은 교주는 순순히 손을 내어주었다.

 

, 이 형은 손이 나보다 크네.. 단단하고 완전 섹쉬해

혀 풀린 소리로 지껄이는 붕남은 뭐가 재밌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그 자식은 나랑 손 크기 똑같았던 거 알아요? 막 그래서 우리 손 대조해보고 그랬는데.. 나 이런 것도 기억할 만큼 형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붕남은 풀썩 머리를 테이블 위로 떨어뜨렸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든 붕남의 손은 교주의 손을 꼭 붙들고 있었다.

 

제가 아닌 다른 이를 향해 열띤 사랑고백을 부르짓던 붕남을 교주는 제 품에 안았다. 당장이라도 뺨을 때려 깨우고 싶은 만큼 열이 받았지만, 붕남의 멍청함 정도야 이미 알고 있었으니 다시는 다른 놈을 생각하지 못하게 교육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교주의 분노는 이성적인 이유만으로 잠재워지지 않았다. 화풀이할 대상을 찾던 그가 밖에 대기 중이던 부하를 호출했다.

 “그 이라는 놈 내 눈 앞에 데려와.”


-
보급형 교주너붕남 봄신너붕붕 션오너붕붕 칼럼너붕붕 킬리언너붕붕 티모시너붕붕 간디너붕붕 베일너붕붕 알슼너붕붕 뿌꾸너붕붕 매튜좋은너붕붕 매즈너붕붕 철옹너붕붕 조지너붕붕 키아누너붕붕 빵빨너붕붕 존조너붕붕
2024.05.09 21:19
ㅇㅇ
모바일
선개추 후감상
[Code: 6e78]
2024.05.11 18:41
ㅇㅇ
모바일
헐....쓰레기 데려와라 데려와 ㅠㅠㅠㅠㅠㅠ 근데 붕남이는 어떻게 되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궁금하다!!!!
[Code: 4d41]
2024.05.11 22:28
ㅇㅇ
모바일
센세....예일 하버드 샤대....휴지끈....
[Code: 9e06]
2024.05.12 13:32
ㅇㅇ
모바일
센세.. 어나더 시급해요!!!!! 교주 화내는거 보여줘!!!!!!!!!
[Code: 9854]
2024.05.19 23:03
ㅇㅇ
모바일
센세......오는거 맞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7a7b]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