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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19:56
아스게일 이야기만 쓰면 좋을텐데 이것저것 욕심이 생기다보니 글이 구구절절 길어진다

늘 인내를 갖고 읽어줘서 고마우이


Baldur's Gate 3_20240226161315.png



게일 오리진 에필로그 ㅅㅍ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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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성대가 으스러지는 통증과 함께 너는 나가떨어진다.


 

다시 생각해보면 목뼈가 끊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너는 입을 벙긋거리며 비명이라던지 말이라던지 하는 것을 내뱉으려 노력하지만, 골을 둔중하게 울리는 통증이 네 음성을 마비시킨다. 새하얀 백지가 된 머리통으로 순식간에 분노의 불길이 뻗친다. 네가 쉰 목소리로 욕을 내지르려 할 때 묵직한 명령이 떨어진다.


 

"그 꽃 버려."


꽃? 무슨 놈의 꽃? "미…친 놈아, 말로 해! 뭐가…, 문제…야!" 지금 사람의 목을 팔뚝으로 쳐서 넘어뜨려놓고 한다는 말이 '그 꽃 버려' 따위인가.


"꽃 버리라고."


 

네가 몸 위의 억압자를 밀어내려 손을 휘적거리는 새에 그가 빠르게 네 품에서 주머니를 채간다. 망설임 없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그가 정확히 푸른 꽃을 집어 빼내는 광경을, 너는 놀란 눈으로 지켜본다. 그러고 보니 너는 언더다크에서 저 꽃을 가져왔었다. 그걸 저 클레릭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네 머릿속에서 급속도로 벌어지는 추리의 장과 무관하게 클레릭은 무언가 불결한 것을 취급하듯 푸른 꽃을 멀리 던져버린다. 순간 네 전신이 어떤 억압에서 벗어난 듯이 가벼워진다. 단순한 오한이라고 느꼈던 감각이 실제로는 구체적인 사유를 가지고 있었음을 깨달을 적의 배신감이란! 너는 당황에 잠겨 반사적으로 자리를 짚고 일어나려 한다. 그러나 클레릭은 자비없는 손속으로 네 머리를 다시 바닥에 처박는다. 너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신음을 내지른다.


 

흐릿한 시야로 날아가는 도끼 자루가 포착되자, 너는 클레릭의 반사작용을 이해하게 된다. 방금 몸을 일으켰더라면 저 도끼 날이 네 목에 처박혔을 터다. 네가 아직도 기능이 되돌아오지 않은 목을 억지로 움직여 감사를 뱉기도 전에, 대니가 바닥을 박찬다. 명령 주문에 강제로 의사를 속박당한 웨어울프가 무릎을 꿇고 엎드리자 늪이 사방으로 지저분한 오물을 뱉어낸다. 그는 쇠뇌를 쥔 채로 대기 상태에 머물러 있던 주문 시전자를 흘긋 본다.


 

"게일."


"좋아, 위브의 흐름이 내게로 돌아오고 있어…. 무력한 쥐처럼 도망다니는 신세는 이제 안녕이군! 드디어 마음이 좀 놓이는데."


 

짐작건대, 네가 지니고 있던 꽃은 마법을 방해하는 힘이 깃들어있었던 듯하다. 전투에 돌입한 후로 게일이 강력한 주문을 시전하는 대신 뜬금없이 쇠뇌를 꺼내들고 사격을 계속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하마터면 네 무지 때문에 너를 포함한 일행 전체가 속절없이 무너질 뻔한 것이다. 너는 등골이 오싹해진다.
 

 

"젠장, 미안. 몰랐어. 저딴 거지같은 꽃은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니었는데."


 

대니는 너를 곁눈으로 한 번 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웨어울프가 고역스런 비명을 내지르며 늪에 전부 잠길 때까지 명령을 유지하고, 놈의 숨이 끊어지기 무섭게 남은 무리에게로 달려든다.


 

라샌더의 피를 얻은 후로 대니는 레드 드래곤을 얻은 기스양키 전사처럼 날아다닌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밋밋하지만, 무기를 꺼내들 기회가 주어지기만 하면 전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돌변하는 것을 보아하니 성유물이 그에게 모종의 투지를 불어넣어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요즈음 그는 유물을 거의 신줏단지 모시듯 대하고 있다. 한번은 저녁 내내 명상도 하지 않고 라샌더의 피를 들여다보고 있기에 나머지 셋이 합세해 그걸 치워놔야 했을 지경이다. 게일이 환영술을 써서 주의를 끌고, 네가 철퇴를 슬쩍하고, 제라드가 네게 달려들려는 대니를 붙잡아둬야 했던 소동이 있기야 했지만, 어쨌거나 마지막에 가서 그는 동료들의 처사에 납득했다. 다만 라샌더의 피를 무릎 위에 올린 채 명상에 잠기는 쪽으로 합의했을 뿐이다. 너는 애착 인형이냐는 말을 던졌다가 언데드처럼 철퇴에 맞아 퇴치당할 뻔한다.


 

"괜찮습니다! 대니가 적시에 꽃을 처리해주었어요!"


 

안개 걸음 스크롤의 도움으로 네 앞으로 뛰어들며 제라드가 외친다. 그의 도끼가 시원스러운 호선을 그리면서 네게 날아들던 화살을 튕겨낸다. 아직도 목이 시퍼런 멍이 든 것처럼 얼얼하지만, 너는 정신을 차리고 제라드의 덩치에 숨어 시위를 당긴다. 살아있는 그림자처럼 날아간 화살은 세 갈래로 나뉘어 웨어울프 병사들의 가슴에 공평히 작대기를 꽂아준다. 너는 표적들이 넘어지는 것을 보고 제라드가 자유롭게 날뛸 수 있도록 거리를 벌리려 한다. 팔라딘이 말한다.


 

"도검 결계를 부탁합니다."


 

너는 피리를 꺼내 그가 바라는 바를 들어준다.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앞뒤 분간 안 하고 적들 틈으로 뛰어드는 그의 성향상 방호술 지원은 필수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결계를 두르자마자 웨어울프 무리의 중심으로 단숨에 도약한다. 쇠뇌 대신 지팡이를 바꿔잡은 게일이 그 뒤를 따라 합세한다. 너는 그들만으로 전력이 충분하다 판단하고, 먼발치에서 시위를 당기려 드는 궁수들을 처리하기 위해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제라드와 게일은 두 개의 몸에 들어있는 한 영혼처럼 싸운다. 너는 게일이 적시에 팔라딘을 보조하는 모습에서 그가 근접전을 벌이는 동료와 전투를 함께한 경험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는 때때로 포박 주문으로 적들을 멈춰 도끼가 그리는 호가 치명적인 타격이 되도록 하고, 그 흐름이 신속하게 흐르도록 가속을 걸어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주위의 적들에게 둔화를 걸어 반격의 속도를 늦추는 데다, 주문 시전자의 마법을 봉쇄해 공격 자체를 차단하는 작업까지 수월하게 해낸다. 그러는 동안 팔라딘은 적의 사지를 토막내고, 무기를 깨부수고, 목을 치면서 그들이 두 번 다시는 지상에서 발을 딛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비어있는 책장에 책을 넣는 것처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움직임들은 보고 있다보면 넋을 잃게 될 것 같다. 너는 궁수들의 힘줄을 끊고 목에 단검을 던져 박아넣은 다음에야 그들을 건너본다. 우연히도 웨어울프들이 일직선을 이루고 있는 틈을 타 대니가 햇살 마법을 시전하려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 결정적이다. 너는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게일의 옷깃을 잡고 그를 넘어뜨린다. 한창 주문에 집중하고 있던 그는 위브의 흐름을 잃어버리지만, 그가 서 있던 자리로 광휘의 줄기가 세차게 뻗어나가자 적잖이 놀란 표정이다. 너는 너와 그가 모두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나자 옷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전투할 때는 저 녀석이랑 거리를 좀 두는 게 좋겠어."


 

너는 일부러 지나가는 말처럼 흘리지만, 게일은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한 것 같다. 그는 너를 한 번 보더니 가볍게 수긍한다. "아무래도 그래야겠군. 고마워."


 

아닌게 아니라, 스치기만 해도 언데드들이 가볍게 박멸될 것 같은 무기가 일행의 수중에 들어온 후로 너는 게일의 잔존을 더욱 의문스럽게 여기고 있는 중이다. 저런 무기와 가까이 붙어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되지 않을까? 그가 뱀파이어인 이상 태양의 힘을 지닌 병기의 존재를 꺼려해야 정상이건만, 그는 그 유물이며 유물을 들고 다니는 동료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낌새가 전혀 없는 듯하다.


다행스럽게도 대니는 타인과 접촉을 즐기는 인물이 아니지만, 이따금 두 사람이 접촉하게 될 때마다 어쩐지 네가 더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게일이 라샌더의 피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그날부로 너희 일행은 발칵 뒤집어지게 된다. 아무리 좋게 쳐줘도 게일이 두 사람에게 퇴치당하거나, 혹은 두 사람이 게일의 마법에 당해 죽게 되거나 하는, 둘 중 하나의 그림밖에 그려지지 않는다. 만일 그런 최악의 상황에 치닫게 된다면 너는 어느 쪽의 편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



 

전투가 끝나자 늪지대 곳곳에 죽은 웨어울프의 시체가 가득하다. 좀비 상태였던 놈들을 죽였으니 놈들으로서는 두 번 죽은 셈이다. 목적지인 발더스 게이트에 가까워질수록 과거에는 이 근방에서 보지 못했던 괴물들이 시시각각 나타나 너희의 여로를 가로막는다. 하나같이 어둠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 어울릴 법한 언데드들이나 저주받은 생명체들 뿐이다. 제라드는 그런 적들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아하니 길을 제대로 잘 찾아가는 중인 것 같다고 표현했지만, 솔직히 걷기만 해도 힘에 부치는데 거듭 기습해오는 적들까지 상대해야한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너무한 일이지 않나 싶다. 보아하니 오늘은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늪지대에서 야영지를 꾸려야 할 듯하니 밥맛까지 달아날 예정이다.


 

시체들은 전부 늪지대에 잠겨 소지품을 뒤질 필요가 없어졌다. 너는 평소처럼 시체더미를 쑤석이는 대신, 침울한 얼굴로 게일에게 다가간다.


 

"마법이 안 나오면 그렇다고 말하지 그랬어? '거기 누구 언더다크에서 꽃 주워오는 등신같은 실수한 사람?' 이렇게 크게라도 외치지."


"아, 문제 없어. 내가… 한때 그 꽃에 오래 노출되었던 시기가 있었거든." 그가 옷에 묻은 흙더미를 털어내며 말을 이어가느라 너는 그의 표정을 보지 못한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때면 아주 가끔 꽃의 잔재가 몸 안에 남아있는 느낌이 드는데, 이번에도 그런 것인 줄 알았거든."


 

그는 지저분해진 손을 털어내며 너를 돌아본다. 무지는 죄요, 그 점에 한해서는 너와 게일의 가치관이 크게 다를 것 같지 않건만 그의 반응은 퍽 자애롭다. "아무튼, 이제 수서꽃의 위력을 톡톡히 체감했겠지? 그 꽃은 마력을 흡수해. 나같은 주문 시전자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꽃이니 함부로 다루지 않아줬으면 하는군. 다음번에는 그러리라 믿어."


 

너는 늪에 간신히 스며들지 않고 반쯤 파묻혀있는 꽃을 눈에 담는다. 분명 언더다크에서 봤을 때는 눈이 시릴 정도로 새파란 푸른 색이었는데, 햇빛 아래에서 보는 그것은 형편없는 빛깔로 말라붙어있다. 꿀같이 달콤하던 향내도 오물의 일부처럼 불쾌하게 변질되어 있다.


 

주문 시전자들의 마법을 앗아가는 꽃. 햇빛 아래에서는 썩어버리는 꽃. 차원문에서 뻗어나온 손. 세 가지 사실을 조합한 너는 문득 불편한 추측을 떠올린다: 어디 볕 안 드는 곳에서 감금이라도 당한 건가? 오래라면 얼마나 오랫동안?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인 만큼 속단은 금물이다. 정말로 그가 감금당했던 것이라면, 뭐하러 그 끔찍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려 하겠나. 너는 도리질을 치고 꽃의 시체를 더 먼 곳으로 던져버린다. 

 




 

 

"앞으로 이틀만 더 걸어가면 생존자들이 모여사는 구역이 나올 겁니다."


 

제라드는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로테이 사체에서 오물과 가죽을 걷어내고 성한 부위들을 잘라낸다. 오늘의 물자 조달 담당은 너와 제라드지만, 이 근방은 굶주린 야수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곳이라 그런지 제대로 된 사냥감을 찾기가 힘들다. 그나마 구한 것이 반쯤 뜯어먹힌 로테이 송장 하나뿐일 정도다. 너는 네 손으로 그걸 해체할 일이 없는 현실에 안도하면서 그가 건네는 고깃덩어리들을 받아든다.


 

"'검은 태양의 해'에 살아남은 사람들을 말하는 거야?"


"네. 다행히도 참사 당시 도시에 있던 다수의 위저드와 소서러들이 적시에 차원문을 열어 시민들의 대피를 도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인 구역은 초창기에 '임시 부락'으로 명명되었습니다만, 도시를 되찾으려는 영웅들의 시도가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면서 어느 순간부터 '마을'이라는 명칭이 정식으로 붙게 되었지요. 그들은 다시 발더란의 땅에 태양이 되돌아오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지새우고 있습니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내장을 잡아뜯으며 설명을 이어간다. "발더스 게이트는 원래 난민들이 많이 모여드는 도시였지요. 이제는 살아남은 사람 모두가 난민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상부 도시에서 탈출한 이들은 하부 도시의 사람들과 구역을 달리해 살아가며 서로를 구분짓는 일에 여념이 없다지요. 생존자라는 동등한 처지 안에서도 계급을 나누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이 씁슬하기 그지없지만… 현실이라는 것이 그렇군요."


"하기야, 그 콧대 높은 귀족 나리들이 하루 아침에 집도 궁도 없는 신세로 전락했는데 얼마나 충격적이었겠어. 하부 도시 천민들이랑 자기들은 다르다고 자기위로하며 살아야 정신줄이라도 붙들며 살 수 있는 거겠지. 이해는 되네."


 

전해들은 소식이 놀랍지도 않아 너는 눈썹을 올릴 뿐이지만, 제라드는 여전히 쓴 미소를 짓고 있다. 


 

"중요한 것은, 거기에 제 하퍼 동료들과 대니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대장장이가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도착하면 거기서 물자를 보급받고… 어쩌면 조력자를 더 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곳은 안전한 건가? 뱀파이어 군주에게 공격당할 일이 없는 거야?"


"아아, 네. 그렇습니다. 과거에 최후의 빛 여관을 수호했던 클레릭 이소벨처럼, 그곳도 선홍빛 안개와 사악의 침투를 차단하는 대규모의 보호막이 쳐져 있답니다. 워터딥의 게일만큼은 아니지만, 대단한 실력을 지닌 위저드가 주문을 시전하고 있거든요. 다행인 일이지요."


너는 입을 벌린 채로 서 있다가 묻는다. "게일? 우리 일행에 있는 그 게일 말해?"


"네? 오, 아닙니다. 동명이인이에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위대한 대마법사, 워터딥의 게일은 오래전에 사망했습니다. 선홍빛 궁전에서 그의 시신을 봤습니다. 뱀파이어 군주가 그의 시체를 궁의 회랑에 자랑스럽게 전시해놓았더군요." 


제라드의 낯빛이 몹시 어두워진다. 당시의 일을 회상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끔찍한 광경이었지요. 만일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뱀파이어 군주를 토벌하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을 텐데…. 반대로 그만큼이나 강대한 마법사가 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잠깐,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적에 마법사도 있는 거야? 그런 소리는 한 적 없잖아?"


"이미 알고 계셨으리라 싶었습니다만… 아닙니까? 그에 대해서 전혀 들은 것이 없군요?"


 

제라드는 기억에 새겨진 글귀에 집중하느라 살점을 해체하던 손을 멈춘다. 그는 뱉어야 할 문장들을 신중하게 조립하고는 설명을 시작한다.


 

"그에 관해 알려진 것이 흑색의 외장뿐이기에 그는 검은 위저드라 불립니다. 그는 뱀파이어 군주가 발더스 게이트를 장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했습니다. 짐작건대 아마 그는 군주의 악행을 듣고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협력 체제를 형성했거나, 혹은 스폰을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에 당해 강제적으로 수하가 된 듯합니다. 


어느 쪽이건 그는 오십년의 세월 동안 군주의 바로 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 전투를 보좌했지요. 내로라하는 영웅들의 토벌전이 일방적인 학살극으로 끝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의 일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그는 워터딥의 게일에 비견할 만한 실력자입니다. 만일 군주가 그를 스폰으로 삼았다는 정보가 진실이라면 대륙 어디서 그런 강대한 주문 시전자를 발견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 녀석이 그렇게 대단한 마법사라면 왜 이렇게 알려진 정보가 없는 걸까?"


"우선은 그를 마주하고 살아 돌아온 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항간에서는 그가 은둔자이기 때문에 알려진 정보가 없다 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짐작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너는 칼을 쥔 제라드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가 네 시선을 뒤늦게 눈치채고 제 손을 매만지는 것도. 그는 침착을 가장하고 있다. 


 

"저는 그자를 대면한 적이 있습니다. 헌데 그에 대해서 떠올리면 떠올리려 할수록, 그의 이목구비가 마치 안개에 가려진 실체처럼 흐리게만 느껴집니다. 기억나는 구체적인 형태가 아무것도 없어요. 목소리도 그렇습니다. 아마 주문이나 마법적인 장비의 효력이라고 생각됩니다만…, 그것이 너무 강력한 나머지 인식에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것이겠지요."


"그거 엄청 섬뜩한 소린데? 다시 마주쳐도 이쪽은 못 알아볼 수도 있다는 거잖아?"


"예, 실로 그렇습니다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제라드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찾아든다. 이번엔 안도가 역력한 기색이다. "그 위저드만큼은 아니지만 우리쪽의 게일도 대단히 강하지 않습니까? 저는 요즘 매순간 그가 일행에 합류해준 것에 감사 기도를 올리고 있답니다. 드디어 승산이 보이기 시작했달까요."


"맞아, 그렇지. 게일의 주문 차단이면 그런 녀석의 마법쯤은 한방…에,"


 

순간 네 전신을 타고 오싹한 기류가 스쳐지나간다. 네 머리가 예리하게 몇 가지 정보의 편린을 연결지어 그림의 일부를 완성하지만, 너는 어떻게든 그것을 외면하고 싶다. 너는 이름 없는 고봉들에 일일이 꽃을 놓던 게일을 떠올린다. 이 작은 꽃들이 그들의 여행길을 외롭지 않게 해줄 테니 말이야. 죽은 자를 애도할 줄 아는 이가 어떻게 누군가를 학살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네 짐작에 따르면 그는 수년간 수서꽃이 가득한 방에 갇혀있었던 감금 피해자일 가능성도 있다. 그래, 차라리 그쪽이 더 말이 되는 소리 같다. 그 녀석이 제라드가 말한 위저드와 같은 사람일 리 없어. 


 

너는 어떻게든 네 뒷목을 주무르는 한기를 떨쳐내고 싶어서 황급히 화제를 돌린다. "…그리고 대니도 라샌더의 피라는 귀중한 유물을 얻었고! 그거 완전히 대 언데드용 결전 병기 같더라. 그걸 들고 있기만 해도 달려드는 뱀파이어들이 픽픽 쓰러져 죽을 것 같던데."


"그렇지만 가끔은 그가 유물에 사로잡힌 듯이 보여서 걱정스럽습니다. 부디 자신을 잃지 않는 선에서 신의 피를 다루어야 할 텐데."


"왜, 걱정되시나?"


 

너는 뚜둑, 하는 소리에 시선을 내린다. 코로 순식간에 쓸려오는 피냄새에 들고 있던 것들을 죄다 떨어뜨릴 뻔한다. 제라드가 고기를 썰던 칼로 제 손을 반쯤 썰어낸 채 멈춰 있다. 너는 경악에 잠겨 입을 벌린다.


 

"아……, 잠시 당황했습니다."


"아니, 대답을 하지 말고 치료를 하라고! 지금 손이 동강났는데 말이 먼저 나와?"


"괜찮……습니다. ……아직 회복 주문을 쓸 만한 기력이 남아있습니다……, ……이거 꽤 아프네요."


 

저녁밥으로 동료의 잘린 손을 먹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너는 회복을 마친 제라드의 손을 천으로 칭칭 감아둔다. 너는 그가 보인 기행의 이유를 알 것 같다. 물론 짐작과 확신은 롤스 스원과 셀다린의 차이마냥 천지차이고, 제라드의 경우에는 게일처럼 진실을 함구할 것 같지도 않기에, 너는 대뜸 발언한다.


 

"아무래도 마음이 있는 게 맞나보네."


"……눈치채셨습니까? 역시 그렇군요. 제가 숨기는 걸 잘 못하는지라…. 하퍼로서는 자격미달이라고 타박을 많이 들었습니다."


 

네게는 딱히 동료간의 애정전선에 간섭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요근래 지켜본 바에 따르면 이 건은 의심의 여지 없이 일방적인 구도에 불과한고로, 너는 그만 이 강직한 팔라딘을 동정하고 만다. 너는 싸늘하기 그지없는 드로우의 얼굴을 떠올리며 유감을 표하는 대신, 일부러 팔꿈치로 그의 명치를 찌른다.


 

"그래서 언제부터야? 언제부터 여기에 사랑의 씨앗이 싹트셨나? 너희 관계를 밀어주지는 못하지만, 축복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고."


"그게……, 제가 네버윈터의 라샌더 수도원에서 데오니시아를 처음 만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그는 라샌더의 석상 아래서 아침의 첫 햇살을 받으며 기도를 드리고 있었지요." 


 

그는 당시의 풍경을 회상하듯이 허공을 들여다본다. 그의 낯에 어렴풋한 미소가 어리는 것이 보인다. 잠시 후 그는 커다란 손바닥으로 가림막을 만들고 네게로 속삭인다. "혹시 첫눈에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더군요. 제가 그랬습니다."


 

모름지기 대부분의 인간이란 타인의 사랑에 지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기 마련이다. 그게 면식이 있는 인물들 간에 발생한 감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너 역시도 그러한 부류의 인간이므로 너는 신나게 그의 명치를 찍으며 야유한다.


 

"사랑 좋지. 내가 그 이야기로 먹고 사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고백할 생각은 있고?"


"고백은… 시기상조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저희 모두 큰일을 앞두고 있지요. 그의 생각을 흐리게 만드는 일은 저지르고 싶지 않습니다." 제라드는 머뭇거리다가 말한다. "만일 뱀파이어 군주를 퇴치해 발더스 게이트를 되찾고 그뿐만 아니라 저도 살아있다면, 그때는 그에게 솔직하게 진심을 건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 싶습니다."


"큰일이 끝났을 때 마음을 고백하겠다는 건 하면 안 되는 이야기인데? 불길한 소리하지 말고 그냥 기회가 있을 때 솔직하게 털어놔버려." 너는 그의 어깨를 붙잡으면서, 이런 사소한 이야기로 막연한 불안감을 잊어버릴 수 있음에 안도한다. "내가 보기에, 너 정도면 승산 있어. 그 쌀쌀맞은 친구가 어쩌면 고개를 끄덕이며 네 손을 잡아줄지도 모르잖아. 네 고백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하면 어쩌게?"


 

제라드가 소리내어 웃는다. 볼을 붉히고 미소를 갈무리하는 그는 처음으로 평범한 시골 처녀처럼 보인다. 


 

"그건 아닐 것 같지만,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한 이들은 신념을 잃고, 악한 이들은 격정에 차 있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재림> 中

 

 

 


 

칼끝이 제 집을 파고드는 것처럼, 예리하고 부드럽게 생살을 찢는다.


 

너는 네 가슴에서 튀어나온 그것을 생애 처음 보는 생물처럼 응시하고 있다. 이건 잘려나간 나무인가? 틀림없이 그렇겠지. 날의 예리함과 길이, 단면의 거친 정도와 강도를 보건대 공격을 위해 깎아낸 말뚝임에 분명하고, 그것은 상당한 완력의 도움을 받아 네 가슴을 정통으로 꿰뚫고 있다. 주문 시전자를 침묵시키는 수서나무 말뚝이다.


 

분석이 끝나자 형언키 힘든 격통이 너를 덮친다. 고꾸라지며 네 눈이 담은 것은 순식간에 동공이 확장되는 붉은 눈이다.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져 순식간에 네 시야가 포말을 마신 것처럼 흐려진다. 사람이 죽을 때는 청력이 마지막으로 상실된다고 하던가. 따라서 네 귀에 들리는 것은 네 이름을 부르짖는 연인의 목소리다.


 

"게일!" 아, 그가 저런 경악에 잠긴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데.


 

너는 이따금 그날의 일을 회상한다. 어디서부터 실수였을까.


 

● 미스트라에게 카서스의 왕관을 반납하고 필멸자의 삶을 받아들인 것? 
 

● 발더스 게이트를 지배하자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세상을 돌아보며 신비를 연구해보자고 한 것? 


● 특별한 방호술도 없이 야영지를 조성한 것? 


● 하잘 것 없는 괴물 사냥꾼들을 상대로 방심하고 있었던 것? 


● 주문 시전자를 우선적으로 공격하는 적들의 습성을 잠시 잊어버린 것? 


● 그들 중에서 위브의 응축을 막는 수서나무 무기를 쥔 자가 있으리라고 짐작하지 못한 것? 


● 네게로 발소리 없이 접근하는 투명한 적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 


● 등에 칼날이 파고드는 순간 그것을 뿌리치고 거리를 두지 못한 것? 


● 심지어 네 연인 앞에서 심장에 말뚝이 박힌 것?


 

후회는 무용하고, 죽음까지는 단 한 단어면 충분하다. 모든 것이 내 실수였어. 훗날 이를 두고 게일 데카리오스의 과오라 부를 수 있겠지.


 

"게일."


 

눈을 뜨자 사위로 지독한 피냄새가 남실거린다. 그것이 네 심장에서 뿜어져나온 것인지, 네 연인이 불러낸 종복들의 손에 도륙당한 사냥꾼들의 것인지 너는 알 길이 없다.


 

네 연인은 어둠을 좌우하는 위대한 힘을 얻은 이래 처음으로 갈피를 잃은 것처럼 보인다. 네 입술이 피를 울컥 내뱉지만, 이윽고 그것마저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이 뺨을 감싼 온기 덕에 뚜렷이 느껴진다. 네가 온갖 미사여구의 대상으로 삼는 홍옥색의 눈동자가 사방으로 정처없이 방황하는 것이 보인다. 아, 그가 영면의 개념을 이해하면 좋겠는데. 너는 수많은 서적에서 죽음을 읽었기에 네 전신을 빠져나가는 혼의 썰물이 낯설지 않다. 이른 아침에 해가 뜨면 네 육신은 얼기설기 쌓은 탑처럼 무너지고 마른 재가 되어 대지의 일부로 녹아들겠지. 너는 이런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네 연인이 네게 뱀파이어 스폰이 되기를 제안했을 때, 너는 그로 인해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어 강력해지는 것보다 네가 맞이할 최후의 형식이 달라질 것을 먼저 상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쉽사리 눈을 감을 수 없는 이유는, 죽으면 네 사랑을 혼자 두는 것이라서.


 

너는 연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소를 짓는다. 뺨을 감싼 손에 네 손을 얹고, 그저 괜찮다고.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속삭인다. 네 마지막에 그가 있어 다행이라고. 밤하늘의 별들이 바람을 따라 세상의 끝으로 항해하고 있는, 아름다움과 경이의 처마 아래서 눈 감을 수 있음이 너는…….


 

불현듯 영원을 함께할 수 있으니 한 세기 정도의 여행은 참아주겠다는 네 연인의 투덜거림이 떠오르자 회한이 찾아든다. 만일 칼로 자른 베처럼 끊기는 것이 너의 인생임을 알았더라면, 차라리 네 연인의 바람을 들어주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래, 네가 가진 능력으로 얼마든지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리했더라면 기쁨이 희소했던 그의 삶에 만족의 색실을 짜넣어줄 수 있었을 텐데. 기적의 힘으로 시간을 감아 그의 목소리를 다시 귀에 담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시야가 밤이 지닌 가장 깊은 나락으로 침잠한다. 네 감각이 완전히 끊어지기 직전, 너는 이마로 입술이 닿는 것을 느낀다. 네 연인이 단언과도 같이 속삭인다.


 

"널 죽게 놔두지 않아, 맹세하지."

 

 



 

 

다시 눈을 떴을 때 너는 관에 누워있다. 손으로 밀자 부드럽게 열리는 관뚜껑은 네 반려가 휴식을 취할 때 쓰는 것이다. 지하 미궁의 푸른 천장이 물을 받아내리는 손바닥처럼 하늘을 받치고 있다.


 

우스운 일이지만, 네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토름 일가의 비극이다. 너는 천천히 눈꺼풀을 열고 닫으면서 네가 혹여나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을 잠들어 있었을까 고민한다: 이소벨 토름은 백년의 세월을 지나 아버지의 품속에서 눈을 떴지. 그렇다면 너는 어떨까.


 

불행 중 다행으로 네 짐작은 빗나간다. 네 앞으로 그립고 애틋한 얼굴이 차오를 때, 너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너는 눈을 감고, 다시 열면 그가 사라져있지 않길 바라면서 성대를 울린다.


 

"맙소사, 심장에 구멍이 뚫리고도 네 곁에서 눈을 뜰 수 있다는 게 기적같군. 만약 이게 꿈이라면 이 만족감에 젖어있는 천치를 호되게 깨워주겠어? 진심이야. 지금 내겐 그런 친절이 필요해."


"내 친애하는 위저드는 다른 방식의 친절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가 너를 으스러지게 껴안아서 너는 웃음을 토해낸다. 그러나 너는 숨이 막힌다고 농을 뱉는 대신 그의 등을 가만히 끌어안아준다. 맞닿은 피부를 타고 지독한 불안감이 흘러드는 것에서 너는 서글픔을 느낀다. 그를 잃는다는 상상만으로도 네 영혼이 산산히 부서지고 그 잔해가 지옥으로 가라앉는 고통을 겪는 것처럼, 네 사랑이 너를 잃은 시기에 겪었을 상실과 고독의 깊이를 너는 헤아릴 길이 없다.


 

"살아있다는 것이 이렇게 큰 축복처럼 느껴진 적이 없군." 너는 그의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쓸어준다. 손 안에 세상을 넣은 것 같다. "널 다시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내 사랑."
 

네 사랑이 목 안으로 쿡쿡 웃고는 말한다. "말했잖아, 널 죽게 놔두지 않겠다고."


 

그건 맹세였지. 네 목덜미에 코를 비비며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소리가 간지럽다. 네 살에 닿는 숨이 고향의 바람이 담긴 온기처럼 따스하다. 그의 애정어린 숨결이 존재하는 세상이라야 비로소 너는 호흡하며 살아갈 수 있다. 너는 그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던 손을 내려 뺨을 붙잡고 입을 맞춘다. 그가 네게로 더 깊게 내려앉자 관이 밤의 침상처럼 너희를 받친다.


 

그를 깊이 들이마시자 로즈마리와 베르가못이 가미된 체취에 섞인 희미한 혈향이 네 폐를 감돈다. 너는 그것이 그의 흡혈 식성 때문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돌이켜보면 행복이라는 사슬은 어찌나 네 직감을 철저히 봉하고 있었던가. 참으로 우둔했지. 너는 눈을 뜬 순간 가장 먼저 네 생환의 조건을 의문했어야 했다.
 

 

피로 얻게 된 생명은 피로 메워야 하는 법. 혼의 수복에는 혼의 흡혈이 요구된다. 의식의 주인이 살아있는 한 불경한 초월의 의식은 형태를 바꾸어가며 끊임없이 되풀이될 뿐이다. 너를 되살리기 위해 그토록 많은 피가 흘렀어야 했음을 알았더라면 너는 순수하게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까.


 

네가 탑을 오르기 시작했을 때, 세상은 쥐 죽은듯이 고요하고 하늘에는 검은 태양이 떠 있다. 


 

너는 그 광경에서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한다. 그것이 네 과오의 크기를 상징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스게일 블러드위브
2024.05.09 20:38
ㅇㅇ
모바일
아니 시발 센세 내가 이걸 공짜로 읽을 수 있음을 감사해... 플롯 미친거 아니냐고...
[Code: 7d79]
2024.05.09 21:34
ㅇㅇ
모바일
아니.... 게일 살리려고 이런거냐고.... 하... 미치겟다 검은태양아...
[Code: a75b]
2024.05.10 10:06
ㅇㅇ
모바일
아니 센세ㅠㅠㅠㅠㅠㅠ하진짜 미치겟다 센세 진짜 한번 사랑해
[Code: 11e0]
2024.05.11 01:48
ㅇㅇ
모바일
미쳤다 ㅅㅂ 이런 사연이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 ㅅㅂㅅㅂ
[Code: 8c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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