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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02:42
Loki TV Source — Loki - Season 2 First Look


11. 서리 거인




“무슨 짓을 한 거야.”
 
 
로키는 단검으로 스림의 목을 겨누며 말했다. 
 
 
“로키…”
 
 
나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왕자의 눈은 오로지 거인을 향해 있었다.
 
 
“내 말이 안 들리나?”
 
 
로키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허니에게 무슨 짓을 했냐고 묻잖아!”


스림이 대답했다.

 
“북쪽의 냉기에 얼어가는 여신의 목숨을 구해준 것뿐입니다.”
 
 
그는 로키의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인은 왕자를 비웃는 듯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네요. 방법이야 어찌 되었던 간에, 왕자님의 정혼자를 구하지 않았습니까. 목숨이 걸려 있는 판에 그깟 입맞춤이 뭐 그리 대수라고….”
  
 
 
 그 순간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내가 말릴 틈도 없이 로키는 단숨에 스림에게 달려가,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거인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제 발밑에 무릎을 꿇자, 왕자는 그의 상처를 일부러 더욱 세게 파고들며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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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말은 신중히 고르는 게 좋을 거다. 내가 그 볼 품 없는 머리를 네 목에서 뜯어내 버릴 지도 모르니까.”
 
“로키!”
 
 
나는 로키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로키는 내 목소리 따위는 조금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왕자가 말했다.
 
 
“허니에게서 느껴졌던 서리 거인의 한기는 결코 내 착각이 아니었어. 목숨을 구하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었다고? 이 모든 일은 애초에 네 놈들이 아스가르드를 침범해서 벌어진 일이야. 감히 여신을 납치한 뒤 네 더러운 기운을 불어 넣어놓고는 뭐가 어째?”
 

로키는 스림의 목을 더욱 세게 조르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이유야 뭐가 되었든, 네 놈이 내 정혼자의 몸에 손을 댄 사실은 변하지 않아. 더러운 거인 주제에..."


로키의 말에, 스림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말했다.


"거인들이 더럽다는 말은 늘상 듣는 말이니 불만은 없지만, 왕자님께 그런 말을 듣다니...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모르겠군요."

"뭐야?"


거인은 로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의 두 눈이 장난의 신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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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서있는 더러운 거인은 저 한 명 뿐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거인의 말에, 왕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로키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 놈이 그걸 어떻게..." 


무슨 일인지, 스림의 그 한 마디에 로키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한편 스림의 목 아래로 흘러내리던 피가, 로키의 손에 막혀 점점 위로 역류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스림이 고통에 떨며 눈을 지그시 감자, 그의 두 눈 아래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로키는 거인의 피가 제 손에 튀자마자, 그를 바닥으로 내팽개쳐 버렸다.
 
스림은 검게 그을린 대지에 고개를 떨어뜨더니 계속해서 피를 토해냈다. 


나는 그 모습을 걱정과 불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뭐, 곧 죽을 목숨이니… 상관 없겠지.”
 
 
로키는 경멸스럽다는 얼굴로 스림을 한번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손목을 확 낚아채었다.
 
 
“돌아가자.”
 
“뭐? 이대로 갈 순 없어!”
 

깜짝 놀란 내가 소리쳤다. 

하지만 로키는 내 말을 무시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억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나는 손을 빼려고 몸부림을 쳐봤지만 그럴수록 로키는 내 손목을 더 단단히 쥐었다.


내가 말했다.
 
 
“이대로 스림을 두고 가면 죽을지도 몰라! 아스가르드에 지원요청을 하고, 여기로 다시 돌아오려면 시간이…”
 
“우린 돌아오지 않을 거야.”
 
“뭐?”
 
 
내가 눈을 커다랗게 뜨며 물었다.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로키가 대답했다. 


그의 손을 겨우 뿌리친 내가 정면으로 그와 마주 섰다.

하지만 왕자는 제 시선만 내리 깐 채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내가 물었다.
 
 
“돌아오지 않을 거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로키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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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전대로 당신을 아스가르드로 데려가겠어. 하지만 그게 끝이야. 앞으로 당신이 요툰헤임에 발을 들일 일은 절대 없을 거야. 거인들과 마주할 일은 더더욱 없을 거고.”
 
“하지만 너도 알잖아. 지금 헬의 여왕이 이곳을 잠식하고 있어, 로키. 그 여자의 목적을 모르겠어? 여왕의 진짜 목적은 아스가르드라고! 라우페이 왕을 살해하고 요툰헤임을 정복한 후에, 분명 그녀는 북쪽 산을 타고 아스가르드를 침범할 거야. 곧장 폐하께 이 사실을 알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해!”
 
“아스가르드는 온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신들이 사는 땅이야. 죽음의 여신 따위가 차지할 수 있는 땅이 아니라고.”
 
“하지만 요툰헤임은 어쩌고! 이대로 모른 척하면 라우페이 왕은 물론이고, 또 서리 거인들도...”


“관심 없어!”
 
 
로키가 소리쳤다.

그의 얼굴은 다시금 분노로 하얗게 질려갔다.
 

“그들은 거인이야! 그저 동화책에 괴물로만 비치는 더럽고 미개한 종족들이라고! 또 라우페이 왕은 이미 오래 전 오딘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요툰헤임을 멸망 직전까지 끌고 갔어. 게다가 이번에는 헬과의 전쟁에서 또 가망이 없고 말이야. 힘이 없어 제 백성하나 못 지키는 왕이라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없어지는 게 나아!”
 

로키는 손으로 스림을 가리켰다. 

나는 그 손끝을 따라 스림의 얼굴을 바라봤다.

거인은 여전히 피를 뚝뚝 흘리며 우리가 서 있는 곳을 힘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로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이런 로키의 얼굴을 예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오래 전, 불 타버린 오딘의 숲에서 말이다.
 
 
“넌 유독 거인들을 싫어했지.”
 
 
나는 왕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그들을 싫어하는 거야? 나는 이해가 안 돼.”

"그럼 당신은 언제부터 그렇게 거인들을 좋아했지?"


로키가 비아냥대며 되물었다.


"옛날엔 다람쥐들이 새끼들한테 불러주는 자장가 속에서 서리 거인의 이름만 잠깐 나와도 가지를 떨며 무서워 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왜 그렇게 저들을 구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냐고."

 
그의 입가가 조금씩 떨려왔다. 


"뭐, 납치된 동안 서리 거인에 대한 면역이라도 생긴 거야? 아니면 대지의 여신께서 아스가르드의 적들과 벌써 한 패가 된 건가? 그것도 아니면..."


로키가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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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저 더러운 놈이랑 몸이라도 섞은거야?"

"그만해!"


내가 소리쳤다.

발 아래 대지가 분노와 함께 일렁거렸다.

그러자 부서진 땅들이 주변의 끓어오르는 헬의 기운과 맞부딪히며 뜨거운 증기를 쏘아올렸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납치된 건 이 브리싱즈 때문이었어." 
 

내 말에, 로키는 내 목에 걸린 브리싱즈를 한번 쳐다봤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진짜 신들 사이에서 초라하게 보일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나에게, 친절한 프레이야님께서는 용기를 내라며 자신의 보물을 선뜻 빌려주셨지. 물론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완전히 거절할 수는 없었어. 왜냐하면... 나도 진짜 신들처럼 보이고 싶었으니까."


내 뺨 위로 굵은 눈물이 툭하고 떨어졌다.


"그렇게 진짜 신이 되어서, 혹시 내가 아스가르드의 왕비가 되더라도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도록! ...그렇게 네 옆에 당당히 서고 싶었어. 그렇게... 네 꿈을 함께 이뤄주고 싶었다고. 예전의 삶을 뒤로하고 살게 되더라도... 그게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나는 괜찮았어. 너를 사랑하니까..."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아냈다. 

나를 바라보는 왕자의 눈동자가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젠 모르겠어."


내가 툭 내던지듯 말했다.


"이젠 자신이 없어."

"뭐?"


그 한마디에 혼란스럽게 움직이던 왕자의 눈동자가 멈춰섰다.


그리고 그는 말 없이 목에 걸린 브리싱즈를 풀어내는 나를 바라봤다. 


"브리싱즈는 너가 프레이야님께 잘 돌려드려 줘."


나는 그것을 로키에게 건네며 말했다.


"작전은 실패했어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 네 체면도 좀 살겠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로키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이걸 왜 나한테..."

“나는 아스가르드로 돌아가지 않을 거란 소리야.”

“뭐?”
 
 
왕자의 눈동자가 다시금 흔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잠깐... 잠깐 기다려, 허니."


로키가 급히 내게로 다가왔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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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아까 내가 한 말은 실수였어. 그건... 그러니까 제정신으로 한 말이 아니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에 로키는 마음이 불안해졌는지, 아까보다 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정말이야... 내가, 내가 증명해 보일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러니까..."


나는 천천히 그를 바라봤다. 

로키의 눈 그늘 아래 눈물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그것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야, 로키."


 긴 침묵을 깨고 내가 말했다.


"너는 네게 소중한 것만을 지키기 위해 싸우지. 네 자신, 그리고 나를 위해서 말이야."


내 말을 따라, 왕자의 뺨 아래로 눈물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가 희생해야하거나 아니면 누군가 죽는 걸 지켜봐야만 한다면... 그런 게 네가 지키고 싶은 왕좌라면... 나는 그걸 지켜 볼 자신이 없어."


나는 영롱하게 빛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서… 이별이야.”
 
 
 
 나는 스림에게로 달려갔다. 

거인은 나와 로키를 번갈아 보며 무언가 말하려는 듯 내게 입을 열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화를 거부했다. 


나는 스림에게 나의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의 벌어진 상처들이 아물며 피가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다. 

나는 거인에게 손을 뻗어 그의 몸이 내게 어느 정도 의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그 시간 동안 로키는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혹은 나를 붙잡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아니,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나는 스림을 데리고 북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로키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저 멀리 보이던 요툰헤임의 성이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이제 주변은 황무지보다 눈과 얼음이 더 많이 보였다. 

스림은 그 긴 시간을 걷는 동안, 로키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나는 오로지 작전에만 집중하기 위해 애썼다.
 

라우페이 왕이 가져간 겨울 상자를 되찾아 오는 것. 

그것이 우리의 작전이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미쳐버린 라우페이 왕이 겨울 상자까지 휘두르면 위험하니까, 꼭 뺏어와야 한다는 거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겨울 상자가 그렇게 위험한 물건이야?”
 
“나라 하나쯤은 통째로 얼려버릴 수 있으니까 당연히 위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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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얼굴을 씻던 스림이 대답했다.
 
나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여태 겨울 상자는 그냥 요툰헤임의 귀한 보물인 줄로만 알았는데.”
 
“보물이기도 하지. 하지만 요툰헤임의 왕이 겨울 상자를 휘두르면 엄청난 힘이 발휘돼.”
 
 
스림이 몸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의 시선이 그의 얼굴을 따라 조금 위로 올라갔다.
 

“만약 네 말대로 그 시커먼 여자가 전하를 집어삼켜 요툰헤임의 왕이 되고 나면, 겨울 상자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지금으로써는 그걸 막아야 해.”
 
“알겠어.”
 
 
나는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어느덧 핏자국을 다 씻어낸 스림이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로 아스가르드로 안 돌아갈 거야?”
 
“응?”
 
 
내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스림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까 왕자한테 그렇게 말하길래.”
 
“아, 그거….”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게까지 말 한 이상, 아스가르드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

"그럼 어디로 가려고?"

"몰라, 어디든 로키가 없는 곳으로 가려고."
 
 
나는 근처에 얼음 조각을 주워 이리저리 돌리며 얼굴을 비추었다. 

물론 보이는 것은 내 얼굴 뿐이었지만, 역시나 내 눈 앞에 어른거리는 로키의 얼굴은 지울 수가 없었다.



 스림이 말했다.


"화가 무지하게 난 모양이네. 어디든 왕자가 없는 곳으로 가겠다고 하는 걸 보니 말이야."

"화가 나서 그러는 게 아니야."


내 말에, 스림이 눈썹을 찌푸렸다.

나는 짧은 한숨을 쉬었다.


"로키는 어렸을 때부터 과하게 자기 방어적이었어. 내 말은, 본인이 아니라 본인의 이름 말이야. 장난의 신이라던지, 아스가르드의 왕자라는 명함 같은 거."


나는 슬픈 얼굴로 말했다.


"물론 그런 걸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로키는 좀 도가 지나쳐. 게다가 아스가르드의 왕좌라니..."

"뭐, 왕자니까 아버지 자리가 탐날 수도 있지."


스림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의 말에,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로키는 내 명성 또한 자신의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 예전에는 나를 구하지 않았던 내 가족들을 탓하면서 오딘의 숲을 전부 불 태워버린 적도 있어. 게다가 이제는 위험에 처한 요툰헤임까지 모두 죽게 내버려두려고 하고 있어. 모두가 기피하는 서리 거인들과 엮이게 되면, 아스가르드의 왕좌와 더욱 멀어질테니까." 


내가 슬픈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로키가 왕좌를 이어 받게 된다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또 무슨 일을 저지를 지 몰라. 그 애가 자신의 권리를 찾아 왕위를 이어 받겠다면, 말릴 수는 없지만... 그냥, 난 자신이 없어." 


나는 브리싱즈가 걸려있던 목 주변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이게 다 내가 진짜 신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아. 내가 프레이야님처럼, 아니면 시프님처럼 본래 아스가르드의 신으로 태어났다면... 로키가 이래저래 인정 받으려고 고생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아니면... 차라리 내가 로키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모든 일이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나는 긴 한숨을 쉬었다.


"로키가 나 때문에 망가져 가는 걸 지켜볼 바에는, 그냥 이대로 사라지는 게 나아." 



 어느덧 스림은 내 앞에 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네가 왕자의 모든 것을 책임질 필요는 없어.”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 로키를 사랑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사라짐으로써 로키를 구할 수 있다면, 난 그게 헬헤임이 되더라도 상관 없어.”
 
 
스림은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스림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 표정을 잘 헤아릴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항상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던 스림이었지만, 언제부턴가… 굉장히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봐 주었다.

 
지금 이 순간이 특히 그랬다.
 
 

 그는 피식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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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졌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스림은 나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혼자를 기다리며 울던 너에게, 예전에 내가 해준 말이 있지.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사랑’이라고.”
 
“응, 네가 그랬지.”
 
 
스림은 내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그의 얼굴은 다시 본래의 무서운 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왕자를 위해 네가 사라질 필요는 없어. 그 자식이 요툰헤임의 씨를 말려버리겠다고 지랄하는 건 너 때문이 아니니까.”
 
“뭐? 그럼 뭣 때문에 그러는 건데?”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하지만 스림은 대답 대신, 자신의 손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보여줄게."
 

나는 천천히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스림은 내게 자신의 기억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눈처럼 하얀 빛이 내 두 눈을 감싸더니 눈앞이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시력이 돌아왔을 때, 스림은 그 자리에 없었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투 준비! 에시르 족과 발키리 군대가 몰려온다!"
 
 
저 멀리 거인들이 요툰헤임 성에서 줄을 지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무장한 채 방패를 들고 스스로를 보호하며 앞으로 돌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 무수한 화살들이 떨어지며 거인들의 진격을 방해했다.
 

그러다 갑자기 우레와 같은 진동과 함께 엄청난 빛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빛이었다. 

바이프로스트의 빛과 함께 날개달린 말을 탄 발키리 부대가 무서운 기세로 요툰헤임의 창공을 가로지르며 나타났다. 

한편 대지 위로는 신들의 왕, 오딘이 이끄는 아스가르드의 군사들이 요툰헤임의 경계를 넘어오고 있었다.
 

먼 옛날 벌어진 아스가르드와 요툰헤임의 전쟁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쉬… 아가야… 괜찮아."
 
 
갑자기 낯선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황급히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요툰헤임의 백성이라고 보기엔 몸집이 작은 여자 한 명이 아기를 안고 바위 뒤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가 가슴 안에 품고 있는 아기는 계속해서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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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 우리는 무사할 거야. 엄마가 지켜줄게… 스림."
 
 
그 순간, 엄청난 폭발이 대지를 흔들었다. 

그 폭발은 하늘 위에 별을 부술 만큼이나 강력했다. 


별의 잔해들은 곧 나, 그리고 그 여자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조심해요!"
 
 
나는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녀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스림의 어머니는 떨어지는 별들을 바라보며 아기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잠시 후, 흙먼지가 사라지며 다시금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눈이 보이자마자 스림의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불쌍한 스림은 폭발음에 깜짝 놀란 듯 더욱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어찌나 세게 끌어안고 있는지, 스림은 숨조차 쉬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멍한 눈으로 그저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 때, 커다란 거인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물론 그들 또한 나를 보지 못했다.
 
 
"전하, 에시르 신들이 경계를 넘어섰습니다."
 
"남아있는 군사들이 전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장한 거인들이 라우페이 왕을 재촉하며 말했다. 


라우페이 왕은 그들의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다."
 
 
왕의 말에 놀란 두 거인은 주위를 한참 둘러보더니, 이내 곧 스림과 그의 어머니가 숨어 있던 바위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전하, 저기 누군가가 있습니다."
 
 
거인들이 우리 앞으로 걸어왔다. 

스림은 그들을 보자 더욱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거인 혼혈의 아기인 것 같습니다."
 
 
거인이 말했다.
 
 
”다른 이는 어떠한가.“
 
 
왕의 물음에, 또 다른 거인이 여자에게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가 어깨를 건드리자 스림을 안고 있던 팔 하나가 힘 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죽었습니다.“
 
"불쌍한 것.“
 
 
라우페이 왕은 스림을 안아 올리며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스림은 울음을 그치고, 큰 두 눈으로 똑같이 왕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라우페이 왕은 스림을 거인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이 아이를 북쪽 산으로 데리고 가거라. 분명,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있을 거다.“
 
”하지만… 전하…“
 
”그리고 이 여인을 성 안으로 데리고 가라. 이 전쟁이 마무리되면, 장례를 치뤄줄 것이다.“
 
”전하…“
 
”어서!“
 
 
라우페이 왕은 거인들에게 소리쳤다. 

거인들은 명령에 따라, 각각 스림과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왕에게 예의를 표한 뒤 다시 성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절벽 아래엔 나와 라우페이 왕만이 남아있었다. 

라우페이 왕은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뒤 품 속에서 또 다른 아기를 꺼내었다. 

거인의 아기라고 하기엔 작은 얼음 조각처럼 연약해 보였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질 것이다.“
 
 
왕은 그 아이를 스림의 어머니가 앉아 있던 바로 뒤, 절벽 틈새에 숨기며 말했다.
 
 
”성 안은 아스가르드의 병사들로 위험하니, 여기에 잠깐 숨어있거라.“
 
 
라우페이가 속삭이며 말하자, 아기는 파란 손을 쭉 뻗어 왕의 손가락을 덥석 잡으며 웃기 시작했다.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작은 왕자는 알 리가 없었다. 그는 그저 제 아버지의 손가락을 부여잡고 위아래로 흔들며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라우페이 왕은 그런 아들을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로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라우페이 왕은 로키를 바위 아래에 숨기고는, 다시금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왕은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왕자가 무사한지 확인했다. 

그가 완전히 사라지고 얼마 후에, 왕의 출격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요툰헤임의 성에서 울려 퍼져 나갔다.
 
 

 나는 라우페이 왕이 무릎을 꿇고 서 있던 자리에 다가갔다. 

그리고 작은 바위틈에서 조용히 숨어 있는 어린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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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마치 내가 보이는 듯 내게로 손을 뻗으며 예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 작은 손을 만지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로키….“
 
 
 
 
 
 
 다시 밝은 빛과 함께 나는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동시에 힘을 풀리며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스림은 한쪽 무릎을 꿇고 다부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로키가 라우페이 왕의 아들이라고…?“
 

나는 스림에게 물었다.
 
 
”하지만 왜…“
 
”아스가르드와의 전투가 있던 날 밤, 내가 너에게 보여준 기억대로 전하께선 하나뿐인 아들을 이 계곡 아래에 숨겨두셨지. 혹여 에시르 신족의 화를 입을까 걱정하면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만 숨겨두실 작정이었다더군.“
 
 
스림은 길게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모든 전쟁이 끝나고 돌아와 보니 왕자는 사라지고 없었어. 거인들은 왕자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후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서 알게 된 거야. 왕자가 멀쩡히 살아있었다는 걸…. 더 이상 요툰헤임의 왕자가 아닌 아스가르드의 왕자라는 이름으로….“
 
”그럼 라우페이 왕은 왜 그 때라도 로키를 요툰헤임으로 데려가지 않은 거야?“
 
 
내 물음에 스림은 쓴웃음을 지었다.
 
 
”시도를 안 한 건 아니지. 데려올 수가 없었어.“
 
”그게 무슨 말이야?“
 
”전하께서 아스가르드에 직접 찾아가 왕자를 돌려달라고 말했지만, 신들의 왕은 왕자를 만나게 해주지 않았어. 그러면서 왕자는 더 이상 라우페이의 아들이 아닌 오딘의 아들이기에 함부로 데려갈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지. 이미 한 번 버린 아들이 아니냐면서 말이야.“
 
"하지만 라우페이 왕은 로키를 버린 게 아니였잖아. 그냥 잠깐 숨겨둔 거라면서?"

"내 말이 그 말이야."
 

스림이 짧은 한숨을 쉬었다.


그런 그의 한숨을 듣고 있자니, 예전에 있었던 일이 갑자기 머릿 속에 떠올랐다.



 어느 날 있었던 일이다.
  
 
"로키!"


나는 평화롭게 책을 읽고 있는 로키를 발견하고는 쏜살같이 그를 향해 달려갔다.


"로키... 너... 너 그 이야기 알아?"


숨을 헐떡이는 나를 향해, 로키는 눈길 하나 주지 않으며 되물었다.


"무슨 이야기."

"옛날 이야기인데..."

"그러니까 무슨 옛날 이야기."

"아, 지금 말해주려고 하잖아. 말 좀 끊지 말고 들어 줘."


나는 곧 그의 옆에 앉아,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람쥐 대장이 새끼 다람쥐들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야. 자정이 넘어서도 잠을 안 자고 있으면, 북쪽에서 서리 거인이 바람처럼 달려와서 팔 다리를 단숨에 먹어 치운대."

"그 놈들은 몸이 무거워서 바람처럼 달려오는 게 불가능해."


로키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아니, 바람처럼 달려오든 파도처럼 밀려오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팔이랑 다리를 단숨에 먹어 치운다는 게 정말 무섭지 않니?"

"그건 그냥 늦게 자는 꼬마들을 빨리 재우기 위해 어른들이 만들어낸 멍청한 동화일 뿐이야."

"멍청한 동화일지 아니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동화일지 그걸 어떻게 아니?"


나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이번 만월의 밤 행사는 건너뛰는 게 좋겠어."

"서리 거인이 뭐가 무섭다고 그 야단인지, 도통 모르겠네."


로키가 고개를 천천히 흔들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그들을 제대로 본 적도 없잖아."

"바로 그 점이 무섭다는 거야."

  
내가 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동화 속에서만 존재하던 괴물을 실제로 만나면 얼마나 무섭겠냐고. 게다가 다람쥐 대장이 그러는데, 예전에 일어난 아스가르드와 요툰헤임 간에 전쟁에서 요툰헤임이 크게 패하는 바람에, 라우페이 왕이 복수를 위해 아스가르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대."

"그 거인이 이기지도 못 할 싸움을 왜 또 하겠어."


로키가 말했다.


"정말 멍청한 게 아닌 이상 말도 안 되지."

"뭐, 대장말로는 지난 전쟁 때 소중한 걸 우리에게 빼앗겼대나 봐."


그 때까지만 해도 내 말에 시큰둥하게 반응하던 로키의 눈이 두 배로 커지며 나를 향했다. 

그가 당황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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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거라니...? 다람쥐 대장이 정확히 뭐라고 했는데?"

"음, 요툰헤임의 보물이라고 했는데. 그 수정처럼 빛나는 작은 상자말이야."  
 
"아..."


로키가 짧게 숨을 내뱉었다. 

그러더니 그는 곧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겨울 상자 말이구나."

"아, 맞아. 그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웃어보였다. 

로키도 나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때는 왜 로키가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알 수 가 없었다. 

아니, 눈치조차 채지 못 했다. 
 



 
 ”그래서 그랬던 거야.“
 
 
나는 기억을 떠올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로키가 거인을 싫어하는 이유, 토르 왕자님보다 권위와 입지가 낮았던 이유, 왕위 계승자로서 인정받기 위해 그렇게나 잔인하게 굴었던 이유가… 바로 양자이기 때문이었어.“
 
 
나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스림에게 말했다.
 
 
”무엇보다 완전한 아스가르드의 신이 되고 싶었던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로키였던 거야.“
 
”그래, 그 자식이 싸가지 없는 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했잖아. 그냥 가족관계가 복잡해서 삐뚤어진 거지….“
 
 
스림이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로키의 얼굴을 떠올리니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스림에게 소리쳤다.
 
 
”아스가르드로 돌아가야 해! 로키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 물론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아무튼 로키를 만나야만 해.“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스림은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아스가르드로 돌아가야지. 방향이…“
 
”일단 겨울 상자를 먼저 찾아보자.“
 
 
나의 말에 스림이 얼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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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상자를 찾자고?“
 
”응, 물론 로키도 중요하지만... 네가 말했잖아, 라우페이 왕이 지금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라며. 헬의 여왕이 그를 만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가서 겨울 상자를 안전한 곳에 숨겨두자.“
 
 
나는 턱을 만지며 과연 어디가 이 우주에서 가장 안전한 곳일까 라는 생각에 잠겼다.
 
 
 
안전한 곳이라…. 안전한 곳….
 

 
 잠시 후, 나는 스림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겨울 상자를 찾아서 아스가르드로 가져가자!“
 
”뭐?“
 
 
거인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


내가 말했다.


”폐하께서 계시는 아스가르드보다 더 안전한 곳은 없어. 물론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겨울 상자를 들고 가는 게 이 상황을 설명하기 더 쉬울 거야.“
 
 
스림은 나에게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스림의 팔을 잡아끌며 그의 말을 끊어냈다.
 
 
”어서, 성으로 가보자! 시간이 없어!“

스림은 여전히 얼굴을 구긴 채 어쩔 수 없이 내 힘에 이끌려 조금씩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나는 오로지 로키를 위해 이 일을 어서 끝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
갑자기 설정 붕괴가 와서 잠시 멘붕;; 히들러들 흥해라!
 
2024.05.11 08: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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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영화아니야? 대작임 정말로 ㅠㅠ 너무 재밌어 모든 내용 모든 글자 항상 고마워ㅠㅠ
[Code: 9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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