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 좋아하면 좋겠다.

원래도 매버릭을 좋아하는데, 매버릭이 피곤할 때 나오는 크고 하얗고 보들보들하고 풍성한 꼬리털이 아이스를 미치게 할듯. 피곤한 매버릭이 자기 꼬리를 베개 삼아서 껴안고 웅크리고 자는 걸 본 날 아이스는 생각했겠지, 저 하늘다람쥐는 내 하늘다람쥐다. 지구가 멸망해도 쟤는 지켜야한다고 말이야.

큰 결심을 한 후 서벌로 수인화해서 잠자는 매버릭 옆에 소리없이 다가간 아이스는 풍성말랑따끈보들보들한 하늘다람쥐의 꼬리를 서벌의 앞발로 슬며시 만져보았고, 서벌의 동공은 확 커졌음. 흥미를 느낀 꼬리가 완전 신난다는 표시를 하고, 꼬리 끄트머리에 발톱이 안 나오게 꾹꾹이를 하며 저도모르게 골골대던 아이스는 자다가 깬 매버릭이 "뭐야... 아빠?" 하면서 자기를 폭 껴안자 그대로 숨을 멈춤.

귓가에 느껴지는 좋아하는 사람의 숨결과 등짝에 느껴지는 그 상대의 체온, 그리고 지금 있는 곳은 하늘다람쥐의 말랑풍성 꼬리였으니 아이스가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하냐고. 정신줄따위 놓아버리고 행복한 골골송을 부르면서 꼬리에 꾹꾹이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만끽하겠지.

그리고 지나가다 그 꼴을 본 구스가 저저저!!! 하면서 뒷목을 잡으려는데 슬라이더가 구스의 입을 막더니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으면서 "마더구스, 너와 나에게 주어질 카잔스키의 고급 양주와 포도주를 생각해. 그게 아니더라도 이 사진이 얼마나 쓸모 있겠냐."라 속삭였고, 구스는 꿀잠자는 친구의 부모님과 행복해하는 동기놈의 부모님을 한번씩 떠올리며 머릿속으로 무게추를 움직이다가 뭐든 남는장사라는 결론을 내린 후 카메라를 뺏어가서 더 멋지고 교묘한 앵글로 사진을 막 찍었음.


낮잠을 자다가 깬 매버릭은 자기 품에서 기절한듯 자는 길다란 고양이를 보고 조금 멍때리다가 어째 한번 물어보고 싶게 생긴 커다란 귀를 얌-하고 물 것 같다. 귀가 물린 서벌은 먕?! 하고 일어나더니 매버릭이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호다닥 도망을 감. 매버릭은 귀여운 짬타이거라고 다음에 만나면 소세지를 줘야겠다 생각하며 기지개를 피면서 일어났고, 구석탱이에서 폴라로이드 사진 20장의 배분을 끝낸 구스와 슬라이더는 기지개를 핀 매버릭이 수인화해서 이쪽으로 날아오는 걸 보고 황급히 사진을 숨기겠지.



그리고 그 사진은 매년 연말이나 연초에 시니어슈슈나 크리스배리네에 배달될 것 같다.

<어머니, 아버지! 안녕하십니까! 두 분 다 건강하시죠?
두 분의 짭아들 닉 구스 브래드쇼입니다! 보내주신 선물 잘 받았습니다! 저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매버릭의 부대 사진 하나 동봉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어머니, 아버지! 건강하십니까? 슬라이더입니다!! 이번 연초에는 제가 못 찾아뵐 것 같아서 서면으로 인사드립니다! 사진은 꼬맹이녀석 사진인데 아이스랑 같이 자는 버전도 같이 첨부했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십쇼!!>


해마다 오는 다양한 각도의 사진을 보는걸 즐기게 된 어른들은 구스와 슬라이더의 귀여운 수작질에 넘어가주겠지 뭐. 그리고 그 사진들은 양가 어른들의 책상이나 냉장고에 붙어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