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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7 03:32
니가 애야?

삐뚜름한 말에 해숙이는 눈썹을 치켜 뜨고 루이를 올려다 보았음
웃지 않아도 약간 올라간 특유의 입꼬리가 왜 그렇게 고집스러워 보였는지
해숙이는 재활을 하기 싫어했음 사실 하기 싫어한다, 라는 말로는 부족했음 해숙이는 재활 센터에 가는것을 괴로워 했음
재활센터에 가면 해숙이가 하는건 걷는 연습 따위가 아니었음 근육이 위축되지 않게 스트레칭을 해주고 다리 마사지 하는 법, 휠체어에 옮겨 앉는 법을 배우는 것 뿐이었음

루이는 해숙이가 고집을 부릴 때마다 해숙이를 더욱 더 비참하게 만들었음 매번 해숙이를 제 멋대로 들쳐 안아 휠체어에 앉히고 꾸역꾸역 신발을 신겼음 첫날엔 너 뭐하는 거냐고 미쳤냐고 소리를 지르다 뺨까지 맞았더랬지 하지만 루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음

애새끼처럼 굴지 말라고

그게 루이가 얻어맞은 뺨을 문지르며 했던 말의 전부였음
루이는 해숙이의 자존심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음 어쩌면 희망이 있다고 믿었는지도 몰랐음

하지만 루이는 이제와서야 깨달음
자신은 무식하게 해숙이가 더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가진게 아니라
해숙이와 평생 살 생각이었던 것임을
한때는 해숙이의 인생 전부를 책임져야 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8년 전 해숙이에게 처음으로 입맞췄던 그 날 루이는 사과를 하는 대신 해숙이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택했음
해숙이도 그 눈을 피하지 않았음
해숙이는 청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루이를 마주보고는 말했음

시간이 늦었어, 난 가야겠다.

확실히 도망치는 기색은 아니었음 해숙이의 눈빛엔 일말의 혼돈이나 당황스러움 비슷한 것 조차 없어서 루이는 조금 자존심이 상했고 동시에 혼란스러웠음 그게 다야? 물론 그게 다는 아니었고 더 가관이었더랬지

내일도 너네 집에 와도 돼?
너 게이 아니라며
응, 근데 네 방이 마음에 들어

그리고 해숙이는 진심이라는 듯이 방 안을 다시 한 번 둘러봤고 루이는 약간 상처입은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꼈음 하지만 루이는 해숙이에게 꺼지라고 말 할수가 없었음 왜냐하면-

그리고 네가 만든 음악이랑,

해숙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네 침대도

게이가 아니라는 말도 루이의 방이 마음에 든다는 말도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에 루이는 해숙이에게 꺼지라고 할 수가 없었음

그리고 해숙이는 정말로 계속해서 루이의 집에 왔음
해숙이는 ‘잘난 명문대 학생’ 이었으므로 루이와는 대학도 다르고 사는 곳도 40분이나 떨어진 업타운에 곳에 사는 주제에 루이와 함께 공원에도 갔고 그 잘난 친구들과 함께 제가 자주 드나들던 와인바를 지나처 싸구려 펍에서 루이와 굳이굳이 맥주를 마셨음 레코드점에도 가고 갤러리에도 갔고 최종 목적지는 늘 루이의 집이었음 심지어는 종종 자고 가기도 함
그것도 상의를 훌렁 벗고 , 단 둘이
좋았지만,

얘는 원래 성격이 이런가
아니면 개 씹새끼인가
나 갖고 노나
내가 만만한가

결국 별 생각이 다 들었음
그렇게 몇 달간의 뻔뻔한 만남이 이어진 뒤 루이는 여느날처럼 헐거벗은채 제 이불을 제것처럼 뭉쳐 끌어안고 자는 양심없는 개 씹새끼, 아니 해숙이의 뺨에 또다시 입을 맞췄음
갑자기 터져나온 충동은 아니었음 그날도 루이와 해숙이가 자주 가던, 동전을 내고 음악을 틀 수 있는 낡은 싸구려 펍에서 루이가 리1버틴즈의 Narcissist를 틀고 돌아왔을때 이미 한참 전에 눈이 풀린 해숙이는 루이의 코 끝에 제 코 끝을 맞닿은채 말했음 ‘난 니 음악 취향이 미친듯이 좋다고’
그래서 루이는 화가 났음 화가나서 잠도 못잤음
하지만 우정이건 사랑이건 모든걸 태우고도 남을듯한 강렬한 분노와 함께 한 입맞춤이라기엔 루이의 입술은 참 따뜻했고 촉촉했음 그래서 그랬을까

... 나 게이 아니라니까

눈을 감은채 하는 말이 그 모양이었더랬지 지금 생각해보면 입술이 아니라 주먹으로 한 대 맞았어야 하는데 그리고는 이어 또 드는 생각이 그렇게 계속 좆같이 굴것이지,

근데 왜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모르겠어
... ...
넌 알아?

왜 그렇게 희망을 품게 하고 그래서 다 죽어가던 마음에 다시 불을 붙여서 나같은 개새끼한테 마음을 내주고

나는 모르겠어
... ...
어려워

왜 다리도 내줘서는



해숙루이 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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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7 03: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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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잠이 안오더라ㅠㅠ내 촉이 센세가 온다는걸 말해주고 있었어!!!!!!이쯤되면 센세와 나는 운명이다😍
[Code: 398e]
2024.05.07 04:10
ㅇㅇ
모바일
해숙이 ㅅㅂ탑인가 했는데 그냥 혼란스러운 헤테로였구나ㅠㅠㅠㅠ근데 루이는 그렇게 상처주는 이별하고 놔줬으면 그냥 놔주지 왜 또 흔들려고 하는거야..이제서야 평생함께할거라고 생각한걸 깨닫다니...루이 안타까웠는데 점점 조금 미워진다ㅠ해숙이 진짜 결혼한건가?루이야 빨리 가서 그냥 빌어라ㅠㅠㅠㅠㅠㅠㅠ센세 어나더ㅠㅠㅠㅠㅠㅠ으아아앙
[Code: 9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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