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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7 00:58

Loki TV Source — Loki - Season 2 First Look

***
심심할 때마다 올리는 글인데 혹시 기다린 히들러들 있으면 미안해!
***


10. 틀어져버린 작전




 그 후에 벌어진 일은 예상대로 끔찍했다.


묠니르의 마법을 푼 그 불쌍한 거인은 토르 왕자님의 망치 한 방에 저 멀리 날아가 버렸고, 그것을 본 거인 무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왕자님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천둥의 신은 포효하며 제 머리 위로 묠니르를 번쩍 들어 올렸다.  
 

나는 벙찐 모습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순간 누군가가 나를 식탁 아래로 확 잡아 당겼다.
 

“로키!”

 
잔뜩 인상을 쓴 로키의 얼굴이 보였다.

 
“이를 어쩌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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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형… 내가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

“음식 앞에 당부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 특히 토르 왕자님에게!”

 
그 때 머리 위로 무언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로키와 나는 바깥 상황을 잠시 염탐하기 위해 식탁보를 들추고 얼굴을 내밀었다. 

거인들과 토르 왕자님이 육탄전을 벌이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거인들은 순진하고 속이기 쉬운 족속들이었으나 과연 엄청난 전사들이었다. 천둥의 신의 공격에도 거인들은 포기나 도망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들마냥 용맹하게 그에게 맞서고 있었다.
 
 
 로키가 내게 속삭였다.


“이렇게 된 이상, 여기는 토르에게 맡기고 우리는 반대쪽으로 도망치자.”

“토르 왕자님을 두고 갈 순 없어, 로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이제 곧 요툰헤임의 병사들이 전부 몰려올 거야. 아무리 왕자님이라도 당해낼 수 없을 거라고!”

“형과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너야!”

 
로키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너를 안전하게 아스가르드로 데리고 가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작전이 틀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 지혜의 샘으로 가야 해! 저 멍청한 형이 그래도 작전을 기억하고 있다면, 반드시 그 곳으로 올 거야.”
 
 
그러더니 로키는 덥석 내 손을 잡고는, 나를 식탁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는 거인들이 눈치채기 전에 그의 보이지 않는 신발을 발동시켜 자신의 몸을 바람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로키는 거인들 사이를 지나, 어딘가에 있을 성문을 향해 나를 데리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한편 요툰헤임 성은 제 주인에게 지금 상황을 알리려는 듯 스스로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천둥의 신이 감히 라우페이 전하와의 조약을 깨고 우리의 성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거인들아! 무기를 들고 적을 섬멸하라!”

 
무장한 거인들의 목소리가 사방을 에워쌓다.

 
그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물론 거인들과 혈투를 벌이고 계신 토르 왕자님의 안위도 너무나 걱정되었지만, 동시에 그의 망치에 어쩌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착한 거인들 또한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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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는 스림의 얼굴도 있었다.



라우페이 왕을 데리러 간 스림도 분명 소식을 듣고 연회장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스림은 제 목숨보다 거인들과 요툰헤임을 소중하게 여기는 군인이었기에 분명 죽음을 무릅쓰고 토르 왕자님께 맞설 것이다.
 
 

 한편 많은 생각으로 제대로 앞을 보지 못 했던 탓에, 나는 기어코 발이 걸려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로키의 손을 놓치며 신발의 마법에서 벗어난 내 모습이 눈부신 얼음 바닥위로 비치며 나타났다.
 
 
놀란 로키가 곧바로 내게 달려왔다. 

 
“미안해…. 나는 괜찮아.”

 
나는 그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하지만 내 말과는 다르게, 얼음 바닥에 맞닿은 내 두 손은 갑자기 영롱한 푸른 빛을 띄기 시작했다. 


마치 서리 거인처럼...


로키가 나를 바라봤다.

 
“너…”


 
 
 그 순간이었다.
 
 
“침입자다!”
 
 
성문을 향해 진격해오던 거인 무리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얼음이 갈라질 정도로 소리쳤다.
 
그들과 눈이 마주친 로키는 서둘러 나를 안고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신발의 마법도 우리를 보호하지 못 했다. 


원래의 탈출구였던 성문이 가로막히자 로키는 나를 안고 주위를 둘러보며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이는 거라고는 단단한 얼음뿐이었다. 


로키의 시선은 그 중에서도 가장 얇아 보이는 얼음에서 멈추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발코니로 연결되는 굳게 닫힌 또 하나의 문이었다.

 
로키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문을 향해 달려갔다. 


그가 단단한 얼음을 향해 몸을 날리자 와장창 소리와 함께 문이 깨지더니 둥근 발코니가 앞에 나타났다. 

로키는 뒤를 돌아 거인들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당신, 걸을 수 있겠어?”

 
그가 다급히 물었다.

 
“물론이지, 걱정마!”

 
나는 난간을 붙잡고 발코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절벽이 가파르고 협곡 또한 무수히 많았지만, 어차피 떨어져 죽으나 거인들의 창에 찔려 죽으나, 죽는 건 매한가지였다.
 
 
“저기 발을 디딜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나는 로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가 먼저… 로키…?”

 
뒤를 돌아본 나는 의아함에 눈썹을 찡그렸다. 

이 바쁜 와중에 로키는 제 주머니에서 무언가 주섬주섬 꺼내고 있었다. 


붉은색의 그것은 마치 어디든 날아다닐 수 있는 바람처럼 무척이나 가벼워 보였다. 


나는 그것이 활짝 펼쳐졌을 때가 되서야, 비로소 그 물건이 바로 프레이야의 깃털 망토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로키, 그건…”
 
“지금 당신 질문에 친절히 답해줄 여유가 없어.”
 
“하지만 로키!”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깃털 망토는 오직 한 사람밖에 못 써!”
 
“나도 알아.”

 
로키는 내게 망토를 씌웠다. 

그리고 내가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도 전에 로키는 내 허리를 잡아당겨 단숨에 입을 맞추었다.
 

Tom Hiddleston as Loki in Loki | 1x03 Lamentis : i'm with you til the end  of the line.
“곧 따라갈게.”
 
 
그리고는 내 어깨를 밀어 나를 난간 너머로 떨어뜨렸다.
 
 
“로키!”
 
 
나는 로키를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은 망토와 함께 요툰헤임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


멀어지는 나를 바라보는 로키를 거인들이 에워싸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조차 곧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안 돼! 다시 돌아가! 로키에게로 돌아가라고!”
 

나는 발버둥을 치며 망토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망토는 로키의 바람대로 지혜의 샘만을 향해 앞으로 전진했다.


 
요툰헤임 성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하늘 위에서 아무 힘도 쓸 수 없는 나는, 작전대로 로키가 무사히 지혜의 샘으로 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요툰헤임의 날씨는 생각보다 변덕스러웠다. 

차가운 냉기만이 웃돌던 날씨는 온데 간데 사라지고, 거센 눈보라가 나타나 나의 앞을 막기 시작했다. 

평범한 망토의 모습을 하고 있던 깃털 망토는 이젠 거대한 매의 날개로 변하여 날갯짓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잠시 후, 망토는 내게 곧 지혜의 샘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알리며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망토는 진짜로 매가 땅으로 착륙할 때처럼 크게 원을 그리며 구름 사이로 내려갔다. 

나는 그 덕분에 주변 환경을 둘러볼 수가 있었다.
 

대부분의 요툰헤임 땅은 협곡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그 협곡들은 언제나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채로 그 위용을 자랑했다. 

오죽하면 아스가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쪽 산', '북쪽에 위치한 협곡' 이라는 말은 모두 요툰헤임 땅을 위한 단어였겠는가.


하지만 이상하게도 더 이상 요툰헤임의 협곡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황무지만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모조리 흉측하게 갈라진 꼴은 이 세계의 가장 초라한 나라의 사막보다 못한 땅처럼 보였다. 

죽어버린 별 위에 가뭄이 덮친다 하여도 이것보다는 비옥할 것 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심각한 얼굴로 그것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깃털 망토는 어느덧 비행을 끝내고 무사히 나를 지상에 내려놓았다. 

나는 발밑으로 느껴지는 대지의 기운을 받으며 망토에게 말했다.

 
“우리는 지혜의 샘으로 가야 해.”

 
내 물음에 망토는 바람에 살랑거리며 내게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여기가 지혜의 샘이라고?”

 
나는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를 바라보며 망토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게 더 이상의 대답도 들려주지 않았다. 

제 소명을 다한 망토는 그저 내 어깨에서 스르르 떨어지며 내 품에 지그시 안겼다. 

나는 망토를 잘 개어 주머니에 넣었다.

 
 
 아무것도 없는 땅 위에 홀로 남겨진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지혜의 샘일 리가 없어….”
 
 
나는 오래전 보았던 풍경을 떠올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정령이던 시절, 나는 로키와 함께 직접 지혜의 샘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물론 딱 한 번 가본 것뿐이지만, 그 누구든 단 한 번이라도 그곳을 본 경험이 있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혜의 샘은 이그드라실에서 가장 아름다운 샘 중 하나이며, 얼어붙은 땅 요툰헤임에서 유일하게 여름이 지나갈 수 있는 특별한 땅이었다. 

게다가 아홉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보다, 심지어 오딘보다도 지혜롭다는 거인 미미르가 지키고 있는 곳이었는데….
 
 
“이건 불가능해.”
 
 
나는 갈라진 땅 사이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틈 사이로 뜨거운 액체가 연기를 내뿜으며 끓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자칫 잘못하면 뼈와 살을 녹일 만큼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가장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그 액체가 주변 땅 위에 잔뜩 흩뿌려져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수많은 발과 손바닥 자국으로 말이다.
 

나는 몰려오는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쿵!’
 

 
갑자기 땅이 위아래로 요동치며 엄청난 소리를 내었다. 

거대한 바위가 힘겹게 내게로 기어오고 있었다. 그 바위는 끔찍한 소리를 내며 내 앞에 우뚝 멈춰섰다. 

나는 경계하며 그것을 바라보았지만, 위험한 낌새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레 바위 위에 손을 얹었다. 

바위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지금까지 그 어떤 것보다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나를 향해 거대한 몸을 끌고 온 바위의 정체는 다름 아닌, 지혜의 샘의 수호자 미미르였다.
 
 
“미미르님!”
 
 
나는 타버린 장작처럼 새까맣게 변한 거인의 눈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내 부름에 거인의 눈동자가 혼란스럽게 움직였다.

 
“대지의 여신이로군.”
 

나를 알아 본 미미르님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스가르드에 있어야 할 그대가 이곳 요툰헤임까진 무슨 일인가.”
 
“포로로 잡혀 왔습니다.”
 
“포로라니?”

 
미미르님이 놀라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그에게 지금까지 일어난 일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했다.

 
“아스가르드는 천둥의 신의 혼례 연회로 경계가 약해져 있었습니다. 그때 북쪽의 거인들이 저희를 습격했습니다. 저는 그 일로 포로로 잡혀 요툰헤임으로 끌려왔고요.”
 
“거인들이 무슨 연유로 아스가르드를 침략한다는 말인가.”
 

미미르님이 눈동자를 위쪽으로 굴리며 물었다. 나는 대답으로 그에게 내 위치를 알렸다.
 

“총사령관 스림의 말에 의하면 프레이야 여신을 납치하기 위해 아스가르드를 습격했다고 합니다. 부쩍 힘이 약해진 라우페이 왕의 새로운 신부로 삼기 위해서요.”

 
내 말을 들은 거인은 혀를 차더니 말했다.

 
“어리석은 스림… 라우페이 왕에게 필요한 것은 프레이야가 아니다… 프레이야의 힘으로는 그것을 막을 수 없다....”

 
거인은 꼭 오백 살이 넘은 부엉이처럼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나는 다급하게 미미르님의 머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미미르님! 지혜의 샘이 어떻게 된 거죠? 요툰헤임의 모든 것이 황무지로 변했어요!”

 
나는 그의 뺨을 손바닥으로 치며 말했다.
 

“게다가 갈라진 땅 사이로 불꽃보다 위험하고 뜨거운 것이 솟아오르고 있었어요! 그것이 지혜의 샘과 당신을 해친 건가요?”

 
미미르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까부터 혼란스럽게 움직이던 그의 눈동자는 오히려 점점 느려져 갔다.
 
 
안 돼...
 
 
나는 그의 이마 위에 손을 올려놓고 다시 한번 내 힘을 불어넣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생명 안에는 내 힘이 들어갈 자리가 남아 있지 않았다. 

지혜의 샘과 그 수호자의 몸은 점점 용암이 식는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갔다.


 미미르님은 힘 없는 눈동자를 겨우 내 쪽으로 옮기며, 그의 마지막 생명을 다해 내게 속삭였다.
 
 
“헬의 힘….”
 
 
그 순간 거인의 머리가 바닥으로 힘 없이 쓰러졌다. 샘처럼 빛나던 미미르님의 두 눈은 이젠 밤하늘처럼 차갑게 식어있었다.
 
 
지혜의 샘은 그 수호자와 함께 종말을 맞이했다.
 
 

 
 나는 미미르님의 시신으로부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내 얼굴은 방금 전 거인의 눈동자만큼이나 혼란으로 가득차 있었다.
 
 
“헬이라니….”
 
 
나는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미미르님께서 했던 말을 되뇌었다.
 
 
“그럴 리가 없어….”
 
 
나는 현실을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황무지로 변해버린 지혜의 샘은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지 계속해서 위험한 증기를 내뿜으며 그 영역을 더 해가고 있었다.





 나는 미미르님의 마지막 말을 나지막히 혼자 되뇌었다.


"헬의 힘이라면..."


..만약 정말로 이 사태에 그 여자의 힘이 조금이라도 개입되어 있다면, 이것은 단순히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다시금 내 주위로 열기 어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실눈을 뜨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뿌연 연기 사이로, 누군가 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로키!”


곧게 솟은 뿔 아래로 로키의 얼굴이 보였다.

연기 속에서 불안해보이던 왕자의 얼굴은, 나를 보자마자 곧 안도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내가 그를 끌어 안자, 왕자 또한 나를 품으로 끌어 안았다.



Tell Me Gif Loki  
“당신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서 걱정했어.”

“난 괜찮아.”
 
 
나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넌 괜찮은 거야? 다친 데는 없는 거지?”
 
“물론이지.”

  
로키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두 발 아래 번쩍이는 황금 신발을 가리키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멍청이들이 일격을 가하기 전에 신발과 함께 모습을 감춰 버렸지. 갑자기 내가 사라지니 그 바보들이 꼭 더 바보가 된 것처럼 우왕좌왕하더라고. 그 꼴을 당신이 봤어야 하는 건데.”
 
 
로키는 어린애처럼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함께 웃을 수가 없었다.
 

 
 나는 있는 힘껏 로키의 다리를 발로 걷어찼다.
 
로키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더니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한 번만 더 그런 위험한 짓을 했다간 그땐 발차기 한 번으로 안 끝날 거야!”

  
나는 그에게 경고하며 말했다.
 
로키는 고통에 신음하며 다리를 문질렀다.


“그래… 당신이 왜 화가 났는지는 알겠어.”

 
그가 내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쨌든 작전은 성공했잖아? 망할 토르가 거의 망칠 뻔했지만, 결국 지혜의 샘까지 당신을 데리고 나왔으니까. 뭐, 정확하게는 지혜의 샘이 아니라 황무지 한 가운데지만 말이야.”

  
로키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프레이야의 망토도 수명을 다했나 보군. 당신을 도대체 어디로 데리고 온 거지?”
  
 
내 예상이 맞았다. 

내가 그러했듯이 로키도 이곳이 감히 지혜의 샘이 있던 자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로키의 옷자락을 잡으며 그를 불렀다.
 
 
“로키….”

  
왕자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나는 슬픈 눈으로 로키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망토는 틀리지 않았어. 여기가 바로 지혜의 샘이야.”

  
로키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았다. 

그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나도 처음엔 그랬어.”

  
나는 로키의 말을 부드럽게 자르며 말했다.

  
“그런데… 여기가 맞아.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이 바로 샘이 파여있던 자리야. 저기 움푹 들어간 자국이 보이지?”


로키는 내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물이 흐른 자국이 내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하지만 로키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말도 안 돼. 지혜의 샘은 미미르가 수호하는 불멸의 땅이라고. 당신 말대로 여기가 지혜의 샘이라면 미미르는 어디 있는 거지?”

  
로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한 번 더 로키의 옷자락을 잡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미미르님은 돌아가셨어, 로키.”

“뭐?”

  
내 말에 로키의 얼굴이 충격으로 일그러졌다.

  
“당신, 지금 뭐라고…”
 
“믿기진 않겠지만 사실이야. 내가 그걸 지켜본 사람이고....”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굉장히 끔찍한 모습이었어…. 마치, 어둠이 그의 몸을 집어삼킨 것처럼….”

  
내 말에 로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처럼 그 또한 어마어마한 충격에 빠진 듯 했다.

  
“이 땅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 지혜의 샘이 무너지고, 얼음이 녹아 황무지가 될 리가 없잖아. 미미르님은 이 모든 일이 헬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했어.”

  
로키는 나의 마지막 말에, 특히 ‘헬’이라는 단어에 크게 놀라며 나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헬이라니?”

  
그는 너무 놀라, 제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 버린 듯 했다. 

그는 내 어깨를 붙잡고 다시 한번 내 말을 확인했다.

  
“미미르를 살해한 사람이 헬의 여왕이라는 거야?”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요툰헤임을 집어 삼키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여자야, 로키. 대지가 갈라지는 것도 모두 헬헤임에서 이곳까지 오기 위해 통로를 만들고 있는 것이 분명해. 라우페이 왕이 약해져 있는 틈을 타서 요툰헤임을 먹어버리려는 속셈인 거야!”
 
“그 말이 사실이라면 아버지께 알려야 해.”




Where to, Cap? — marvelheroes: LOKI | Episode 5 “Journey Into...  
로키가 심각하게 말했다.

  
“아버지께서 염려하셨던 북쪽의 어두운 기운… 당신이 그것을 발견한 걸지도 몰라.”
 
“그럼 빨리 아스가르드로 돌아가자.”

  
나는 로키에게 재촉하며 말했다. 

하지만 문득 내 머릿 속에 어떤 사람이 하나 떠올랐다.

  
“토르 왕자님은 어쩌지?”

“뭐, 인정하긴 싫지만 형은 꽤 강하니까. 게다가 묠니르와 함께라면 차라리 거인들을 걱정하는 게 낫겠지.”
 
 
나는 그 말에 안심하며 다시 깃털 망토를 어깨에 둘렀다.
  
 

  나는 망토에게 아스가르드로 돌아가자고 명령했고, 로키 또한 나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 미미르님의 시신을 넘어서 우리 앞으로 구르며 떨어졌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가렸고, 로키는 나를 재빨리 자신의 뒤로 숨기며 단검을 뽑아 들었다.
 
 
나는 손가락 사이로 그 사람을 천천히 확인했다. 

온몸이 찢겨 피투성이가 된 탓에 알아보기가 힘들었지만, 분명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스림!”
 
 
나는 로키를 지나쳐, 스림을 향해 달려갔다. 

거인은 내 목소리에 반응하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흘러내리는 피 때문에 눈을 뜨기가 힘든지 그의 눈가가 계속해서 떨렸지만, 그는 힘겹게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This is a Problem | Tom hardy, Hardy, Best actor
“네가 여긴 왜…”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이게 다 어떻게 된 거야?”
 
 
스림이 천천히 대답했다.

  
“전하께서… 폭주하셨어. 나는 그걸 막을 수가 없었고…”


묵직한 기침과 함께 피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하께선 내가 보관하고 있던 겨울 상자를 빼앗아 입으로 삼키고는... 모든 걸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기 시작했어. 그를 지키고 있던 군사들도… 시종들도… 나는 당연히 너와 프레이야 여신도 당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더니 그는 나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다… 무사해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곧 가슴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를 부축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내 손이 미처 거인에게 닿기도 전에, 로키의 불같은 목소리가 나를 막아 세웠다.
 
 
“그 거인에게서 떨어져.”

  
로키가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스림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려는 듯 고개를 들었다. 

두 눈이 마주치자 두 사람의 표정은 확연히 갈라지며 변하였다. 

스림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로키를 바라봤고, 로키는 그 어느 때보다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스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스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당신이 여긴 왜…”
 
“네 놈한테 대답할 의무는 없다.”

  
로키는 차가운 목소리로 스림을 응시하며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고쳐 잡았다. 

로키는 계속해서 스림을 주시하며 나에게 물러나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그의 손에 들린 검을 보며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물음에 로키가 답했다.
 

“저자는 아스가르드를 침략하고 여신을 납치한 범죄자야. 게다가 왕자비를 납치했으니 그 죗값은 당연히 목숨으로 받아야겠지.”

“왕자비라고?”

  
스림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는 나와 로키를 번갈아 보고는 이제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는 듯 커다란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나는 놀란 표정으로 스림에게 고개를 돌렸고, 로키도 얼굴을 찡그리며 스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가 애타게 기다리던 정혼자가… 저 왕자였어?”
 
 
스림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로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실망인데.”


“어느 안전이라고 그 더러운 입을 함부로…”

  
로키가 분노에 떨며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는 곧 여유로운 표정을 되찾더니 비웃음이 섞인 어조로 스림을 향해 말했다.

  
“하긴… 거인 종족에게 예의를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지. 왕좌를 지키려고 아등바등하는 꼴이라니….”

  
이번엔 스림이 같은 목소리로 로키에게 말했다.

  
“왕좌를 지키려고 아등바등하는 사람은… 저희 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더니 거인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왕자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당장이라도 목을 벨 기세로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안 돼, 로키!”

  
내가 두 팔을 들고 로키의 앞을 막아 세웠다.
 

“비켜!”

  
그는 내게 소리치며 말했다.
 
 
“지금 누굴 감싸고 도는 거야? 저자는 당신을 납치하고 가둔 더러운 거인이야! 아스가르드의 적이라고!”
 
“스림은 내 친구야!”

  
나는 로키에게 소리쳤다. 

왕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그를 피하지 않았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로키에게 말했다.

  
“물론 스림이 아스가르드를 공격한 건 맞지만… 그건 모두 라우페이 왕을 구하기 위한 거였어. 방법은 잘못됐어도, 스림은 나쁜 거인이 아니야.”
 
“당신…”
    
“부탁할게! 스림을 해치지 말아 줘!”
 
 
나는 로키에게 애원하며 소리쳤다. 

로키는 내 목소리만큼이나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말했다.

  
“스림의 죄를 묻는 것보다는,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폐하께 보고하는 일이 먼저야! 헬의 여왕이 라우페이 왕을 집어삼키기 전에 폐하께 도움을 요청해야 해. 아스가르드의 힘이라면 분명 요툰헤임과 라우페이 왕을 구할 수 있어!”

  
나는 로키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로키의 표정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 때 스림이 끔찍한 신음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살이 찢어져 피가 떨어지는 모습은 그의 신음보다 더욱 끔찍해 보였다.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왕자를 설득해서 거인들에게 적선이라도 하려는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아.”

  
스림은 미미르님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요툰헤임이 지도에서 사라진다면, 가장 기뻐할 사람은 바로 저 왕자니까… 윽…!”

  
스림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나는 재빨리 스림에게로 달려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에게로 몸을 날린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로키는 나의 행동에 놀라 소리치며 단숨에 나와 스림에게로 달려왔다.

  
“물러서, 허니! 서리 거인에게 손을 대면…”
 
 
로키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섰다. 

거인을 부축하기 위해 그의 어깨에 손을 두른 나를 바라보며, 왕자는 이제껏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가장 끔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신…”

  
로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와 스림을 번갈아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로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서리 거인의 몸에 닿으면 살결은 당장이라도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손은 멀쩡했다.

그저 거인들처럼 영롱한 푸른 빛을 띄고 있을 뿐이다.
 

처음 서리 거인의 몸을 만졌을 때, 내 손은 북쪽의 냉기에 못 이겨 얼어붙기 시작했고 그 힘은 곧 내 심장까지 위협했다. 

하지만 그 순간 스림이 나를 구했다. 

자신의 힘을 내게 불어넣어 내가 북쪽의 한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 스림은 내게 입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LOKI — TOM HIDDLESTON as LOKI LAUFEYSON LOKI (2021)...
애석하게도 로키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
히들아 일본만 가지말고 한국도 좀 가줘/ 히들러들 흥해랏

 
2024.05.07 22:49
ㅇㅇ
모바일
센세 고마워! 잘 읽을게
[Code: 27b4]
2024.05.11 08:20
ㅇㅇ
모바일
아미친 나기다렸어 ㅠㅠㅠㅠ 고마워ㅠㅠㅠㅠ역시 존잼
[Code: 9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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