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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12:07
어벤1 이후에 그날도 토니는 혼자 작업실에서 노래 크게 틀어놓고 수트 업그레이드에 몰두하고 있는데 인기척이 들리는 거.

페퍼려나, 싶어 고개를 든 토니의 눈앞에는 생각도 못한 남자가 있었지.

바로 촌스러운 체크무늬 셔츠로도 가리지 못한 언제나처럼 끝내주는 몸매에 어딘가 긴장된 얼굴을 하고 있는 스티브 로저스였음.

"토니, 자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찾아왔네."

"나한테?"

감이 전혀 잡히지 않은 토니가 눈을 크게 뜨고 빤히 바라보고 있자 스팁은 푸른 눈으로 토니를 똑바로 마주하며 입을 열었음.

"나는, 줄곧 자네에게 사과하고 싶었어."

"뭐?" 토니는 귀를 의심하며 반문했음.

"...미안하네. 내가 자네에 대해 한 말은 부당한 표현이었어. 자네는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는데 말이야."

"...뭐???!"

토니는 믿을 수가 없었음. 캡틴 아메리카가 나한테 사과하고 있다니, 이 비현실적인 상황은 뭐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음. 오히려 어벤저스 멤버들이 스타크 타워에 살기 시작한 이후 아침저녁으로 스팁을 캡시클을 비롯한 온갖 별명으로 놀려대고 있는건 자신이었는데 말이야.

"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캡?"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눈썹을 찌푸린 채 던진 토니의 질문에 스팁은 여전히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음.

"왜, 그, 헬리캐리어에서의 일 말일세."

아.

토니의 머릿속에서 그제야 그들의 말다툼이 떠올랐지. '너는 실험실의 쥐에 불과해, 로저스. 너의 모든 것은 병 하나에서 나왔을 뿐이야.' 자신은 분명 그렇게 말했었음.

"아니, 하지만! 워, 그건 이미 한참 전의 일인걸. 게다가 그 초록외계인의 영향이었고!"

"글쎄, 영향은 줬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 나의 언행을 셉터의 탓으로만 돌리고 싶지는 않네. 거기에 내 의지와 생각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었냐고 한다면, 그건 사실이 아니니까 말이야."

"오..... 캡, 하지만, 아니, 그건, ......!"

늘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토니가 할 말을 잃고 말을 더듬는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 하지만 스팁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

"히어로로서 자네의 선택은 매우 용감했다고 생각해." 스팁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음. "...자네는 좋은 사람이야."

토니는 입이 딱 벌어졌음. 캡틴 아메리카가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니의 머릿속에서 처음 떠오른 생각은 지금껏 자신의 몹쓸 장난에 대한 복수인가?였음. 그게 복수라면 성공한 셈이지. 지금껏 누구도 그 토니 스타크를 이렇게까지 당황하게 만든 적이 없었기 때문임.

하지만 눈앞의 사내의 맑은 푸른 눈에서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진정성이 흘러 넘치고 있었어.

"방해해서 미안하군. 그럼 이만, 실례하겠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스팁은 뒤돌아 나갔고, 토니는 여전히 말을 잃은 채로 스팁의 넓은 어깨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었었음.


그리고 이 날이 바로 토니가 스팁한테 푹 빠진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4.05.06 17: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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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당황한 거 귀여워 ㅋㅋ 어나더!
[Code: 33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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