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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00:25
1.
하와이의 한 별장. 카르멘의 회장 정일언은 들어가기 전에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제 뒤에 서 있는 오메가들을 향해 외쳤다.

“자 우리, 여기서 한번 알파 잘 만나서 팔자 한번 고쳐보자고!!”

그 말은 흡사 포주의 말과 비슷했지만 일언은 상관하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 그는 그런 존재였으므로. 그는 힘차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안에 있을 알파를 만나기 위해.

2.
하지만 그가 문을 열고 들어 갔을때 그 안에 있는 사람은 그가 예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3.
“어? 너 왜 왔어?”
“무슨 소리야, 비 회장. 우리 '진짜' 쩐주이신 여 선생님께 오메가들 가져다 드리려고 왔지. 업무 보고도 할 겸.”
“아니, 내가 네 비서한테 연락 했는데? 일정 미룬다고.”

안에는 공식적인 일언의 쩐주, 카를라의 회장 허니 비가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사실 진짜 쩐주의 비서 나부랭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일언과 쩐주, 그리고 허니 비 이 세 사람밖에 없었다. 데리고 온 오메가들에게 주방에서 아무거나 꺼내서 먹으라는 손짓을 한 일언이 허니 비 반대편 소파에 앉아 물었다.

“못 받았는데.”
“이런, 너무 늦게 연락이 갔나보네. 돈은 줄게.”
“그건 당연한거고. 왠일이래? 뭐든지 칼같이 자로 딱딱 맞추는 사람이.”
“아, 그거.”

허니가 장식장 안에서 위스키를 꺼내 따르고 일언에게 한 잔 건냈다. 일언이 잔을 들어 입에 가져다대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애가 아프대.”

꿀렁이던 일언의 울대가 멈췄다.

4.
“애?”
“응.”
“아니 우리 여선생, 언제 애를 또 낳았대? 몇살이야?”
“아홉살이던가 열살이던가…… 딸이야. 엄마 닮았나봐. 엄청 귀엽게 생겼어.”
“으흠.”

일언이 잔을 내려놓았다. 선글라스로 감쳐진 그의 눈이 이상하게 반짝였다.

“그럼 저 오메가들은 어쩌지? 네가 할래?”
“오, 나는 그런거 안해.”

허니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성교는 그냥 땀만 나고 머리를 멍청하게 한단 말이야.”
“성모 마리아 나셨구만. 아아, 비 가문의 대가 끊기는 소리가 들려.”
“비 가문의 대는 이미 끊겼어.”

허니가 킬킬거리면서 말했다.

“우리 오라버니가 살해당한 그 순간부터 말야. 너도 그냥 좀 쉬다 가.”
“됐어.”

일언이 몸을 일으켰다.

“짬내서 온거라서 곧장 들어가봐야 해.”
“알았어, 그럼.”

허니가 다시 채운 술잔을 들고 인사를 했다. 나가려던 일언이 멈추더니 뒤를 돌아보고 물었다.

“그럼 당분간 여 선생한테 보고나 연락은 안되는거지?”
“그렇지 뭐. 나나 너나 애가 없어서 모르지만……애 아픈데 일이 손에 안 잡히지 않을까?”

허니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알았어. 휴가 아닌 휴가구만.”
“그렇다고 너무 팡팡 놀면 안돼~”
“내가 누군데. 걱정 마.”

일언은 몸을 돌려 나갔다. 허니와 대화할때 보였던 미소는 싹 지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5.
유계원은 이 작고 허름한 딤섬집을 아주 좋아했다.

혹자는 염정공서의 팀장이기도 한 그가 대체 왜 으슥한 홍콩의 뒷골목에 위치한 이 작고 허름한 딤섬집을 좋아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첫째로, 여기 딤섬은 끝내주게 맛있었다.

둘째로, 이 곳은 그가 오랜 세월 쫓아온 정일언의 단골집이었다.

대개 두번째 목적으로 이 곳에 오는 계원이었지만, 오늘은 첫번째 이유로 이 곳에 왔다. 일언이 모종의 이유로 출국한 탓이었다. 목적지는 언제나 달랐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출장이라고 보면 출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달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나가는게 의심스러웠다. 어쩌면 뒤에 있는 쩐주에게 보고를 하러 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원의 머릿속을 스쳤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를 미행하고자 하는 노력은 전부다 실패로 돌아갔다. 어떻게 하면 그를 미행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소룡포를 무는 계원에게 그림자가 드리웠다. 계원은 고개를 들었다.

“여기 있을 줄 알았소, 유 팀장.”
“정회장님?”

계원은 황급하게 소룡포를 삼키다가 입을 데였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급하게 내용물을 삼켰다. 언제나 눈빛을 읽지 못하게 만드는 선글라스를 낀 일언이 그의 앞에 놓인 의자를 꺼내 앉았다. 사장이 그에게 물과 메뉴판을 가져다줬지만 일언은 물만 받고 메뉴판은 돌려주었다. 계원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봤다. 일언이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양손을 깍지 껴서 식탁 위에 올려놓고 몸을 기울였다.

“유 팀장.”
“네.”
“내가 당신이 하는 수사에 협력해주는 조건으로 부탁 하나를 들어달라고 하면 받아들일건가?”
“그건 제 소관이 아닙니다.”
“당신 소관이어야 할 거요.”

일언이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왜냐하면 이게 염정공서 내부의 다른 사람에게 들어간다면 그 즉시 난 홍콩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없어질거거든.”
“회장님 쩐주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요?”
“물론.”

일언이 계원에게 몸을 기울이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지금 이 대화도 간신히 틈을 내서 한거요. 만약 여기에도 감시의 눈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두번다시 날 못 만나겠지.”
“글쎄요.”

계원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정회장님 같으시면 의심이 안되시겠습니까? 너무 좋은 조건이지 않습니까. 이제까지 제대로 수사도 안 받고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가시던 분이 갑자기 오셔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하시니 저로써는 믿음이 안 가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알고 있소. 나라도 못 믿을거라는거.”

일언이 선글라스를 벗고 계원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날 믿어달라고밖에 말할 수 없어서 유감이오.”
“대체 이유가 무엇인가요?

계원이 물었다.

“대체 무슨 이유가 있으시길래 이렇게 필사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말씀하시는겁니까?”
“내 딸을 찾기 위해서.”

6.
계원의 눈동자가 바쁘게 돌아갔다. 계원은 일언 다음으로 일언의 신상을 샅샅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일언은 베타고, 애인은 세끼 밥 먹듯이 갈아치우지만 결혼조차도 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난 오메가요. 아니, 오메가'였었지'.”

일언이 씁쓸하게 말했다.

“망가진 오메가이지만. 그래도 망가지기 전에 아이를 낳은 적이 있었소. 젖 한번 물려보지 못하고 빼앗겼지. 그 아이를 찾고 싶소. 당신은 염정공서이니 충분히 가능하겠지?”
“찾아서 본인이 키우고 싶어서 그렇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수사에 협조한다고해도 형이 가볍게 나오진 않을겁니다.”
“내가 키운다는 소리는 아니오.”

일언이 손사레를 쳤다.

“나는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사람인데, 애까지? 애한테도 못할 짓이지. 그저 알고 싶은거요. 고아원에 있으면 고아원에 있는건지, 입양이 되었으면 어느 부모 밑에서 크고 있는지, 죽었으면 죽었는지……그저 그걸 알고 싶은거요.”
“아이는 몇살인가요?”
“살아 있으면 올해로 10살이 되겠지.”
“10살이라. 10년간 무시하다가 갑자기 엄마라고 찾아오면 확실히 애한테도 안 좋겠군요. 하지만 아직 대답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왜 수사에 협조하시려고 하시는지.”
“정말 다 듣고 싶어서 그러오?”
“우리가 맺을 관계의 첫 단추라고 생각하시면 마음이 편하실거 같군요. 그리고 앞으로 계속 많은 이야기를 나눌텐데 벌써부터 나누지 못할 비밀이 생기면 곤란하니까요.”
“……복수하려고.”
“복수요?”

7.
이야기의 전환이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며 계원이 눈을 깜빡였다. 일언이 말을 이었다.

“내 쩐주에게 복수하려고.”
“당신 아이랑 쩐주에게 복수랑 어떤 상관관계가 있습니까?”
“쩐주의 아이이기도 하거든.”

일언의 얼굴이 뒤틀렸다. 마치 애써 태연해보이려고 하지만 영혼에 새겨진 상처가 올라오는 것처럼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와의 자식은 내다 버렸으면서, 다른 오메가와의 자식은 애지중지 품고 있으니까.”

일언이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선글라스를 꼈다.

“이게 내가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성애요. 내 자식이 받을 수 없었던거라면 그 누구도 받지 못하게 하는 것. 답이 되었소?”
“네.”
“그럼 이제 협력 하는걸로 보아도 되겠소?”
“네. 악수라도 할까요?”
“난 경찰하고는 악수 안하오. 염정공서는 더더욱이고.”

일언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럼 또 연락하겠소. 식사 마저 하시오.”
“네, 그러죠.”

계원이 황급하게 빠져나가는 일언의 뒷모습을 보며 말을 이었다.

“다 식어버렸지만.”

계원은 식어버린 소룡포를 집어들며 새로 얻은 정보들을 머릿속에 입력했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에 계원은 놀랐다.

“저 사람, 나한테 대체 어떻게 연락하려고 하는거야?”

설마 사무실로 하는건 아니겠지, 하고 불안에 휩싸이는 계원이었다.


덕화조위
계원일언
여락일언
2024.05.06 00:33
ㅇㅇ
모바일
1이란 숫자가 붙었다는건 담편도 있다는거?! 복수하는 이유나 방식이 일언이답긴한데 계원이도 동조하는건가 어나더어나더
[Code: 71cf]
2024.05.06 00:37
ㅇㅇ
모바일
헉헉헉ㅌㅌㅌㅌㅌㅌㅌ 어나더를 기대하게하는 1이네요 센세ㅠㅠㅠㅠㅠㅠ 여락이랑 일언이와의 사이에 애가 있을 정도로 뭔가 얽힌게 많은거 같은데ㄷㄷㄷㄷ 계원이한텐 저렇게 얘기하고 일언이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여락이 키우는 애 왠지 일언이 애일거 같은 느낌인데.....어나더 무지 궁금해진다ㅠㅠㅠㅠㅠㅠ
[Code: bdea]
2024.05.06 01: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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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어 여락일언 계원일언 너무좋아ㅠㅠㅠㅠㅠㅠㅠㅜㅜ 여락이 다른 오메가 애 키운다고 생각해서 복수 결심하는 일언이 ㅁㅊ ㅠㅠㅠㅠㅠㅠㅠㅠ 계원이랑 손잡을 생각부터 실행까지 해치우는 행동력 봐ㅠㅠㅠㅠㅠㅠㅠㅠ 계원이도 일언이 감시할려다가 딤섬맛집 뚫었냐고 존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1cb9]
2024.05.06 19:40
ㅇㅇ
모바일
요즘 계원일언에 여락일언까지 많이 보여서 좋아ㅠㅠㅠㅠㅠㅠ 게다가 어나더.....센세ㅠㅠㅠㅠ 기대해도되나요
[Code: 2a86]
2024.05.07 01:26
ㅇㅇ
모바일
헐 일언이가 여락 애를 낳았었다고? 그것도 십년전? 미친 여락일언 과거사 궁금하다ㅠㅠㅠㅠㅠ 계원일언도 둘이 손잡고 어케 복수 하는지 어나더ㅠㅠㅠㅠ 일언이 오메가'였었다'고 하는거도 존나 처연하고 꼴린다 ㅌㅌㅌㅌㅌㅌㅌㅌㅌ
[Code: 6c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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