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도 구린데 무슨 데이트냐고 난 집에서 영화나 때리겠다는 깡식이를 대장님이 그래도 휴일인데 외식하면 좋지 않냐고 기어코 끌고나오겠지 코란도 조수석에서 안전벨트 매고 얌전히 앉아있으면서도 다들 정신이 나갔구만 비도 오는데 왜이리들 놀러다녀 (식아 우리도 놀러가는거야/에헤이 말이 그렇다는거지) 꿍얼대는 식이지만 대장님 눈에는 마냥 귀여울듯 대충 가까운데서 먹지 안그래도 차막히는데 어딜 가냐고 몸을 배배꼬는 식이를 겨우 달래가며 도착한 곳은 교외의 쭈꾸미볶음집이겠지 인기가 많은 곳인지 차도 많고 사람도 많음 무심한 것처럼 굴었지만 은근 기대했는지 식이 입이 댓발 나왔지 거 기왕이면.. 고기가 낫지 않나 사람이 육지동물인데 육지짐승을 먹어야지 여기가 얼마나 잘하는지는 몰라도.. 육고기파 식이 식성 다 아는 대장님이라 당황하지 않고 자자 일단 들어가세 하면서 식이 동그란 어깨 커다란 손으로 부드럽게 밀면 못마땅하다는 표정 지으면서도 결국 식당에 얌전히 들어가겠지ㅋㅋㅋㅋㅋㅋ 뭐 여기까지 왔으니 먹어나봅시다 크흠 큼 맛없으면 아마도 5년치 잔소리감에 들어갈 각오가 보이는 식이 얼굴 한 가운데서 작은 코가 쫑긋거리는걸 보는것도 큰 묘미지 대장님에게 행복은 큰게 아닐거임 지금 이 순간이 무엇보다 큰 기쁨이고 즐거움이지.. 드디어 나온 쭈꾸미볶음을 식이가 잠깐 킁킁대며 냄새를 맡아보더니 제법.. 괜찮구만? 하고는 이내 젓가락을 들어 하나 집어먹는데 안그래도 반짝이는 파란눈에 더 생기가 돌기 시작함 어때, 나쁘지 않지? 대장님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 것도 제대로 안보고 이제 눈앞의 접시를 미친듯이 비우는 식이겠지 좀 매워서 하아 씁 쓰읍 하면서도 야무지게 잘먹음 대장님은 원래도 식탐이 없으니 몇개 안먹고 다 식이 주겠지 사실 식이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니까 그렇게 순식간에 접시 비운 식이 식당에 비치돼있는 딸기랑 초코맛 아이스크림까지 싹싹 긁어먹고는 이 집이.. 아이스크림이 괜찮네, 다음에 또 옵시다 하면서 식당 문 나서면 대장님 뒤에서 계산하면서 귀여워 죽으려고 할듯 잘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라디오 틀면 다들 어린이날 얘기 뿐이라


- 그러고보면 식당에도 애들있는 집들뿐이었던 것 같은데.
- 응?
- 아니 뭐.. 우리만 어린이날에 안 어울리고 겉돈다고 해야되나 좀 그런 느낌이라..
- 우리도 어린이날 즐기러 나온건데.
- 뭐요?
- 그래서 오늘 식이 데리고 나온거야.
- 아니 내가 뭐 앱니까? 


아까 입가에 쭈꾸미 양념이랑 아이스크림 다 묻히면서 먹을때는 제법 귀여운 아이같았다는 말은 대장님도 눈치가 있으니 안하기로 하겠지 식이야 뭐 어린이날 아니어도 평생 대장님 눈에는 싱그러운 아이가 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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