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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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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화ㅈㅇ + 개연성 없음 ㅈㅇ + 썰체 ㅈㅇ + 노잼 ㅈㅇ + 두서없음 ㅈㅇ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메가트론의 즉위식 날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오고야 말았지. 게다가 너붕을 위해 마련된 드레스마저 완성되었다는 옵티머스의 이야기에 너붕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을거야. 일단 가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던 것과는 달리 너붕은 이제 체념과도 비슷한 감각으로 메가트론의 즉위식에 참석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힌 상황이었지. 표면상으로는 옵티머스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메가트론의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너붕의 마지막 자존심과도 같은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었어.

만약 메가트론이 보기 껄끄럽다고 즉위식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건 너붕 입장에서 메가트론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것 같아서 더 싫었거든. 게다가 메가트론과 영원히 얼굴을 보지 않고 살 것도 아니고, 옵티머스의 저택에서 일하는 이상 살면서 언젠가는 적어도 한번 이상 얼굴을 마주하게 될텐데, 그때마다 오늘의 일을 가지고 몇 번씩이고 너붕을 놀려먹을게 눈 앞에 훤히 보이는 듯 했지. 

어쨌든 그 인간에게 조금이라도 얕보여질 일을 만드는 것은 죽어도 사양이었기 때문에, 너붕은 결국 즉위식에 참석하겠다며 마음을 굳히는 수밖에 없었을거야. 옵티머스와 스모크스크린도 함께 가는데 크게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고... 제정신이 박힌 인간이라면 그 자리에서 일을 크게 키우지는 않겠지... 아니, 제발 그러기를 바라는 수밖에...
 
---***---

메가트론의 즉위식 당일 아침부터 저택 내부는 소란스러웠을거야. 이 저택의 주인이자 즉위식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한 옵티머스의 몸단장을 위해서였지. 그리고 그 대상에는 당연히 너붕도 포함이었기 때문에 너붕은 진작에 이른 아침부터 다른 동료들의 손에 끌려나와 몸단장을 시작하고 있던 참이었어.

당연히 혼자서 준비해야 할거라고 생각한 너붕은 갑작스럽게 새벽부터 자신의 방으로 들이닥친 동료 하녀들의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비장한 표정의 그녀들은 너붕을 욕실로 끌고갔고, 무자비한 손길로 너붕의 옷을 벗겨내더니 목욕솔로 가차없이 몸을 문질러댔어.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따가운 것은 둘째치고, 그동안 함꼐 일을 하며 지내던 사이인 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알몸을 맡기게 된 너붕은 그야말로 수치스러워 죽을 지경이었을거야. 

하지만 그런 너붕과는 달리 동료들은 그 누구보다 가장 예쁘게 보여야 한다던가, 자신들에게 맡겨만 달라는 이야기를 하며 너붕의 몸단장에 열과 성을 다했을거야. 그렇게 너붕은 몸에 뭔가를 바른다거나, 머리 모양을 고정시키는 동료들의 손길에 얌전히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고,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너붕의 몸단장은 아슬아슬하게 출발시간에 맞춰 마무리가 되었지.

분명 준비를 도와준 것은 다른 동료들이고, 너붕은 그녀들의 손길을 받기만 했을 뿐인데 몸단장이 끝난 이후의 너붕은 온 몸과 정신이 너덜너덜해진 채 빠져나올 수 있었어. 그리고 매번 외출 때마다 이런 난리를 쳐야 할 이곳의 귀족 여성들을 향한 존경심을 표하며 다시는 이런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입 밖으로 이야기도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너붕이었지. 

어쨌든 이제 준비가 다 끝났다는 동료들의 이야기에 너붕은 흘깃 방 한켠에 마련된 전신 거울을 통해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어. 그리고 거울 너머로 비춰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어. 본판 불변의 법칙이 무색할 정도로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너붕은 다른 의미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지. 이정도면 사기 아니야? 이래도 되는거 맞아?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도무지 이 상황이 밑겨지지 않아 몇 번씩이고 거울을 들여다보는 너붕을 다른 동료들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뿌듯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어.

그리고는 다녀오라며, 다른 귀족들에게 기죽지 말라고, 너붕이 제일 예쁠거라는 칭찬들과 함께 너붕은 마차에 탑승하기 위해 저택의 입구 방향으로 애나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너붕은 그야말로 죄책감과 수치심에 죽고 싶은 심정이었어. 처음에는 몸단장까지 도와줬는데 움직이는 것도 혼자 못해서야 되겠냐고, 알아서 하겠다고 했던 너붕이었지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드레스 자락을 밟고 제자리에서 화려하게 넘어질 뻔한 너붕의 모습에 결국 애나가 따라붙었던 거였지.

물론 메가트론의 저택에서도 다른 하녀들의 손길에 치장당한 경험이 있었지만 다시는 만날일이 없을지도 모르는, 그것도 초면인 사람들이어서 그나마 참고 버틸 수 있었던거지, 앞으로 거의 평생동안 얼굴을 보고 살아야하는 동료들에게 이게 무슨 민폐야... 화려하게 치장한 자신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다른 동료들을 이른 새벽부터 고생시켰다는 죄책감에 너붕은 고개를 푹 숙이고 최대한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려 애썼어.

그렇게 이동하던 도중, 익숙한 목소리가 너붕의 귓가에 들려왔을거야. 아, 제발... 아니지? 아니라고 해줘... 하지만 그런 너붕의 바램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너붕의 곁에 서 있던 애나가 "스모크스크린 기사단장님!" 이라고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결국 현실을 직시하는 수밖에 없었겠지. 슬며시 너붕이 고개를 들어올리자 갑옷이 아닌 제복 차림을 한 스모크스크린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어.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당황한 것은 아무래도 너붕 뿐인 모양이었지. 일단 너붕은 애나와 함께 스모크스크린에게 예의를 차린 인사를 건넸고, 스모크스크린은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주었어. 그리고는 물 흐르듯 너붕은 자신이 안내하겠다며 애나를 돌려보내려는 듯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꺼냈어. 그 이야기에 너붕은 자신을 부축해주던 애나의 팔을 잡으며 제발 자신을 혼자 두지 말아달라는 다급한 눈빛을 보냈지. 하지만 그것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한 것인지, 애나는 "당연하죠! 자, 허니! 나도 일이 바빠서 먼저 가봐야겠다! 조심해서 다녀와!" 라며 태연하게 스모크스크린에게 너붕의 손을 넘겨주었어. 그러더니 엄지손가락을 슥 치켜올리고는 입 모양으로 '화이팅!'이라는 말을 남기더니 이내 쏜살같이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을거야. 

그렇게 순식간에 스모크스크린과 단둘이 남겨지게 된 너붕은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어색함에 어찌할줄을 몰라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참이었어. 그런 너붕의 모습을 바라보던 스모크스크린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안내해드리겠다는 정중한 어조와 함께 너붕이 편하게 잡을 수 있도록 자신의 한쪽 팔을 내밀었을거야. 하지만 너붕은 괜찮다고, 혼자서도 갈 수 있다며 다시 한 번 드레스를 움켜쥐고 자신만만하게 발걸음을 내딛어 보았어. 그런 당당한 태도와는 별개로 두 걸음도 떼지 못하고 또다시 드레스 자락을 밟고 제자리에서 넘어질 뻔 했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런 너붕을 잡아준 것은 당연히 스모크스크린이었지. 허리를 단단하게 지탱해준 스모크스크린의 팔 덕분에 그대로 대리석 바닥에 얼굴을 박는 사태는 면한 너붕이었어. 이후 괜스레 몰려오는 민망함에 너붕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기 시작했고, 스모크스크린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얼굴 위로 새어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않은 채 "아무래도 제 도움이 필요하실 것 같습니다." 라며 능글맞게 대꾸했을거야. 

결국 너붕은 스모크스크린의 한쪽 팔에 몸을 지탱한 채 드레스를 잡아올리고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어. 그렇게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복도를 거닐던 두 사람이었지만 이내 스모크스크린이 먼저 너붕에게 말을 걸어왔어.

"허니, 오늘 정말 예뻐."
"빈말이어도 고맙다... 그런데 이런 경험은 평생동안 한번이면 족해..."

질린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이는 너붕을 보며 스모크스크린은 작게 웃어보이다가도 이런식으로 너붕이 자신에게 의지해주는 상황이 자신은 마음에 든다고, 자신은 좀 더 욕심이 난다고 장난스럽게 속삭였어. 물론 지지않고 너붕도 자신이 언제까지고 스모크스크린에게 의지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을거라고, 오늘만 그런거라며 대꾸했지. 그 대답에 스모크스크린은 웃음을 참지 않으며 이렇게 대답했어.

"허니라면 그렇게 대답할 것 같았어."

그게 무슨 뜻이야? ...설마 나 놀리려고 그런거냐? 어? 장난스럽게 스모크스크린을 향해 짐짓 위협적인 표정을 지어보이는 너붕의 모습에 스모크스크린은 어떨 것 같냐며 애매하게 대답을 흘렸을거야. 하여간... 한마디도 안진다니까... 그 모습에 졌다는 듯 너붕이 피식 미소를 지어보였지. 

그러던 와중, 스모크스크린이 너붕이 입고 있는 드레스에 눈길을 주더니 이런 옷이 있는줄 몰랐다고, 정말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건넸어. 그 이야기에 너붕은 아무 생각 없이 "아... 옵티머스 공작님께서 선물로 주셨어." 라고 대답을 하게 되었지. 너붕 입장에서는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는 데다가, 옵티머스가 자신에게 옷을 선물해준 이유를 정말 순수하게 보상체계의 하나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나온 대답이었어. 그런데 그 이야기에 스모크스크린의 표정이 잠시 미묘하게 변하는 것을 너붕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겠지. 

"어... 스모크스크린? 괜찮아? 무슨 문제라도..."
"응? ...아니, 역시 옵티머스답다고 생각해서."
"그게 무슨..."
"허니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역시 옵티머스답지?"
"어? 응... 뭐, 디자이너분까지 모셔와서 맞춰주셨으니까..."

그 이야기에 역시 대단하다며, 자신이 모시며 존경하는 분 답다고, 너붕은 좋겠다는 식으로 살짝 토라진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스모크스크린이었지. 평소와 다름없는 스모크스크린의 모습에 너붕은 이내 자신이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방금 전 미묘하게 변했던 스모크스크린의 표정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어. 하지만 너붕이 제대로 본 것이 맞았을거야. 지금 스모크스크린의 마음속은 제법 복잡한 상태였거든.

남성이 여성에게 옷을 선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옵티머스가 모르지 않을텐데... 게다가 너붕은 모른다고 생각했겠지만 이미 저택 내에서 너붕과 스모크스크린이 교제중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는데 그것을 옵티머스가 모를 리가 없지.

그런 너붕에게 옷을 선물하다니, 옵티머스의 성품을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받으려고 하지 않는 너붕의 성격을 고려해 돈이 아닌 여성의 입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주려고 했을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어. 하지만 스모크스크린은 감은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거든. 순수한 호의가 아닌, 명백히 다른 의미를 품고 있는 이 선물에 스모크스크린은 잠시 고민을 했지만 그 이야기를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을거야.

하지만 이내 스모크스크린이 너붕을 옵티머스의 바로 앞으로 안내했을 때, 옵티머스가 너붕을 바라보며 건넨 말 한마디에 스모크스크린은 확신했어. 자신의 좋지 않은 예상이 맞았다고 말이지. 드레스가 정말 잘 어울린다는 옵티머스의 이야기에 너붕은 감사하다며, 옵티머스가 아니었다면 이런 비싼 옷은 아마 평생동안 입어보지도 못했을 거라는 인사를 건넸을 뿐이었지만 그 말 한마디에 옵티머스의 눈빛이 한순간 자신이 너붕을 바라볼 때와 같은 빛으로 물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챘거든. 하지만 스모크스크린은 그 자리에서 굳이 그것을 문제삼지는 않았어. 

어쨌든 너붕이 선택한 것은 자신인 데다가, 무엇보다 너붕의 성격상 이 선물의 숨겨진 의도를 알았더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받지 않았을 것임이 분명하니까. 자신을 두고 다른 이를 마음에 품는 그런 행위를 절대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스모크스크린은 지금 당장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겠지. 그 행동의 근간에 깔려 있는 것은 꼴사납게 다른 남성을, 그것도 자신이 한 평생을 바쳐 지켜온 주군을 잠시나마 질투하고 의심했다는 꼴사나운 모습을 너붕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말이야.

게다가 오늘은 축제와도 같은 날이니까. 평소에도 생각이 많고 다른 이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너붕의 성격상 자신의 말 한마디로 전전긍긍하며 오늘 하루를 망치게 될지도 모르지. 그렇기에 스모크스크린은 자연스럽게 옵티머스에게 너붕을 안내해주고는 자신의 자리로 복귀하려 했어. 그 와중에 옵티머스의 안내를 받으며 마차의 안으로 탑승하던 너붕이 살며시 고개를 돌려 자신을 향해 '좀 있다 보자.' 라고 말하며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에 금새 마음의 응어리가 사르르 풀어지는 듯 했지만 말이지. 
 
---***---

왕궁에 입성하자마자 너붕이 생각한 것은 딱 하나였을거야. 돈을 아주그냥 있는대로 들이부었구만. 국민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를 이런 곳에 쏟아붓다니... 뭐, 국왕한테 목이 날아갔을 때 한번 오긴 했으니 아주 낯선 풍경은 아니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으니까. 그때는 왕궁의 풍경을 구경한다거나 하는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있을 수도 없었는걸. 덕분에 너붕은 창 밖으로 비춰지는 화려하고 웅장한 정원과 건축물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애를 썼을거야. 

그런 너붕의 모습을 바라보던 옵티머스는 마치 어린 동생을 바라보는 듯한 다정한 눈빛으로 오늘 하루 정도는 사용인으로 왔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며 이야기를 꺼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격 없게 굴면 그건 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제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어떡해요?... 그 이야기에 옵티머스는 자신의 먼 사촌이라고 둘러대도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절대 그럴 일이 없도록 구석에만 찌그러져 있어야지, 라고 생각한 너붕이었지. 
 
---***---

생각보다 즉위식 자체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어.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복잡한 절차를 좋아하지 않는 메가트론의 성격 탓인지... 너붕은 후자가 좀 더 큰 원인을 차지하지 않을까, 라며 즉위식이 진행되는 동안 너붕은 그런 잡다한 생각들을 했을거야. 

그의 머리에 왕관이 씌워지고, 새롭게 왕위에 앉은 그가 스스로 왕이 되었음을 선포함과 동시에 수많은 박수갈채들이 홀을 가득 채웠겠지. 슬쩍 시선을 돌려보니 옵티머스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축하해주는 듯한 모습에 너붕도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작게 다른 사람들을 따라 박수를 치며 새롭게 왕위에 오른 그를 향해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겠지.

그 이후에는 다행스럽게도 이 제국을 구원한 전대 프라임인 옵티머스에 대한 축사가 이어졌지만 너붕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을거야. 너붕은 다른 귀족들의 박수갈채를 받는 옵티머스와 메가트론의 모습을 보며 저 자리에 자신이 만약 있었다면... 이라는 상상을 해보다가 이내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듯한 느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겠지. 역시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며 스스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던 너붕이었을거야.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새로운 왕과 다른 귀족들과의 화합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주최한 연회였지. 다른 귀족들은 새로운 세력의 중심이 된 메가트론의 눈에 조금이라도 들고자 그의 주위를 맴돌았고, 너붕은 다른 귀족들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쳐박혀 와인만 홀짝이며 다른 사람들을 구경했을거야. 

스모크스크린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귀족처럼 보이는 여성이 기사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좀 이상해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금 스모크스크린은 다른 귀족들에게 둘러싸인 옵티머스를 호위하기 위해 그의 곁에 붙어있는 중이어서 너붕이 부를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홀에 음악이 흘러나오더니 남성과 여성이 차례차례 짝을 짓는 듯한 모습에 너붕은 황급히 연회 홀을 빠져나왔을거야.

물론 옵티머스에게 배운게 있으니 기본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너붕이 춤을 잘 춘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긴장한 탓에 술을 물처럼 홀짝홀짝 마셔서 그런지 취기도 좀 도는 것 같아 너붕은 정신을 차릴 겸 정원을 조금 걷기로 했어. 옵티머스의 저택에 조성된 정원도 당연히 훌륭하기 그지없지만 그곳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규모의 정원에 너붕은 혀를 내둘렀을거야.

그렇게 여기저기 정원을 둘러보던 너붕은 나무들을 미로처럼 조성해둔 영역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어. 제법 연회홀로부터 멀리 떨어졌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도 희미하게 음악소리가 너붕의 귓가에 잡히는 것을 보아하니 춤을 추는 시간이 끝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처럼 보였을거야.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 옵티머스가 걱정할지도 모르니 음악이 끝나갈 때 즈음에 돌아가면 되겠다고 생각한 너붕은 숨어있기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미로 정원의 안쪽으로 좀 더 걸음을 옮겼어. 

애초에 연회가 한참 진행중이기도 하고, 굳이 이런 미로 정원의 안쪽까지 찾아올 사람이 없을거라고 생각한 너붕은 당연히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무방비 상태였을거야. 그런 너붕을 누군가가 불렀을 때, 너붕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 너붕은 거의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뒤로 나자빠질 뻔했는데, 그런 너붕을 누군가 잡아주었어. 하지만 너붕은 그 상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기보다는 당신이 왜 여기있냐며 되묻는 것을 택했지. 왜냐하면 이 연회의 주최자이자, 주인공이어야 할 인물이 너붕의 앞에 서 있었거든.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는데, 너무나도 자신의 상상을 벗어난 상황에 너붕의 머리는 좀처럼 해야 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해주지 않았지. 그런 너붕의 모습에 메가트론은 주의가 부족하다며 충고를 건넸고, 그제서야 너붕은 소리없이 뒤에서 다가온 누군가만 아니었어도 괜찮았을거라며 말대답을 했어. 그리고는 스스로 제자리에 설 수 있을 정도로 다리에 힘이 돌아오자마자 슬그머니 자신의 허리에 감긴 메가트론의 손을 밀어내며 메가트론과 거리를 벌렸을거야.

메가트론은 대놓고 자신을 피하는 너붕의 태도에 잠시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너붕을 바라보다가도 고귀하신 아가씨께서는 아무래도 연회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 모양이라며 비꼼인지 무엇인지 의도를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던졌어. 저거 지금 나 비꼬려고 하는 말 맞지? 이 아저씨가 진짜... 그 이야기에 발끈한 너붕은 그건 당신도 똑같지 않냐며, 빨리 있으셔야 할 곳으로 돌아가시는게 어떠신지? 라는 식으로 응수했어. 하지만 메가트론은 능숙하게 귀하신 분께서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듯 한데, 어떻게 자신이 마음 편하게 연회를 즐기겠냐는 식으로 너붕의 이야기를 받아쳤지.

아주그냥 사람 할말 없게 만드는 능력이 있으시네요. 개열받네. 너붕은 그 이야기에 뭐라고 한마디를 더 얹으려다가도 이내 그래봤자 메가트론의 페이스에 놀아나게 되는 꼴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어. 그리고는 진짜 연회는 어떻게 하고 온 거냐며, 주최자인 당신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을 꺼냈을거야. 그 이야기에 사운드웨이브에게 맡기고 왔다는 대답이 돌아와서 너붕은 안타까움이 섞인 탄식소리를 내뱉었지.

여기에서도 열일하는구나 당신... 어쩜 좋아... 그런 너붕의 모습에 메가트론은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냐며 의문을 품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별일 아니라는 듯 딱 잡아떼는 너붕의 모습에 일단은 믿어주겠다는 듯 너붕을 바라보다 마치 잡으라는 듯 자신의 팔 한쪽을 너붕에게 내밀었어.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메가트론의 요구사항에 응해주고 싶지는 않았던지라 "왜그러세요?" 라며 역으로 질문을 던졌을거야.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빤히 메가트론을 바라보았지만 메가트론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아가씨를 혼자 내버려두는 것은 신사로서의 도리가 아니지 않겠냐며, 자신에게 맡겨달라는 이야기까지 하며 능글맞게 상황을 넘겨버렸어. 이 미친... 그의 뻔뻔한 태도에 소름이 돋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너붕이었지만 이 자리에 메가트론을 홀로 남겨두고 떠날 만큼의 베짱도 없는 데다가 무엇보다 이렇게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 그를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에 결국 슬며시 메가트론의 팔에 거의 손가락 끝을 닿을락말락하게 걸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을거야. 

물론 이후에 메가트론이 어두우니 발밑을 조심하라며 너붕을 자신의 쪽으로 가까이 붙ㄷ록 했지만 말이지. 처음에는 메가트론의 곁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걷다가 질색을 하며 그로부터 멀어지려 했지만 메가트론의 말마따나 정원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메가트론에게 몸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을거야. 하늘 위에 떠오른 달빛을 제외하면 아무런 광원도 존재하지 않는 어두운 미로 정원 속에서 한동안 고요한 침묵이 이어졌어. 그러다 메가트론이 먼저 운을 뗴었지. 옵티머스의 안목이 꽤나 괜찮은 모양이라고 말이야.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너붕이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아마도 옵티머스가 마련해준 옷을 말하는 거겠지... 오늘 하루종일 너붕을 만난 이들이 하나같이 옷이 잘 어울린다며 칭찬일색이었으니 정말로 잘 어울리기는 하는 모양이라며 너붕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런 티를 겉으로 내지는 않았어. 그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며, 옵티머스 공작님께는 감사할 따름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으려 했지.

그런데 메가트론이 자신이 준비했었던 선물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거냐며 어딘지 모르게 뼈가 있는 듯한 이야기를 했을거야. 처음에는 저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예전에 메가트론의 저택에 반 강제로 끌려갔을 때, 메가트론이 그냥 입고 가도 된다고 했던 옷을 죽어도 싫다며 벗어버리고 갔던 일이 떠올랐지. 

아니, 지금 그거가지고 뭐라 하는거에요? 옵티머스한테는 받고 자기거는 안받았다고? 이 속좁은 하남자 같으니라고... 너붕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은 시선으로 메가트론을 올려다보았어. 그런데 메가트론은 이럴줄 알았다면 자신도 뭔가를 준비하는 편이 좋았을 뻔 했다며 웃어보이는데 저 웃음이 어딘지 모르게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어서 너붕은 다시금 슬며시 메가트론과 거리를 벌리며 애써 태연한 척, "아, 진짜...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라며 대꾸했어.

그러다 문득 메가트론이 너붕에게 아무래도 마음을 정한 모양인데, 그 충견 녀석은 어떠냐며 대화 주제를 돌렸어. ...진짜 죄송한데, 다들 뭐 관상학 이런거 볼 줄 아세요? 아니면 마인드리딩?... 너붕은 단 한번도 메가트론에게 스모크스크린과의 교제사실을 말한 적도 없는 데다가 옵티머스가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흘렸을 리가 없으니 알 방도가 없을텐데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그런 시선으로 너붕이 메가트론을 바라보자 그때도 말하지 않았냐고, 너붕처럼 생각이 얼굴 위로 전부 드러나는 녀석도 드물거라는 식으로 응수했겠지. 

그 이야기에 너붕은 대꾸도 하지 못하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다 이내 깊은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했을거야. 내가 먼저 티내지 말자고 했으면서 아주 그냥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고 다녔구나... 진짜 내가 싫다... 그나저나 메가트론한테는 뭐라고 설명을 하면 좋을지,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져서는 마음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을거야.

그런데 그 때, 조용한 정원의 안쪽에서 너붕은 이상한 소리를 들었어. 풀숲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너머로 사람의 대화소리가 들려왔지. 헉, 우리만 있는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있었구나... 방금 우리가 말한거 들었으면 어떡하지? 그리고 그것은 메가트론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어. 너붕에게 목소리를 낮추는 편이 좋겠다는 식으로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주의를 주었거든. 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 너붕은 이내 메가트론과 함께 상대방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어. 하지만 이내 그 선택을 후회했을거야.

왜냐하면 너붕과 메가트론이 들었던 것은 남몰래 연회장에서 뛰쳐나온 한 커플의 은밀한 밀회와 관련된 것이었거든. 이러다 누가 오면 어떡하냐는 여자의 목소리와, 연회가 한창이어서 아무도 모를거라는 남자의 목소리, 그리고 그 이후에 이어지는 낯부끄러운 신음소리까지... 연애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너붕도 이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챌 정도로 너무나도 명백한 신호였어.

저, 저기 죄송한데... 지금 연회를 연 당사자가 여기 있거든요?... 지금 당장 그만두고 돌아가시는게?...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이 너머의 사람들에게 태연하게 전할 수 있을 리가... 일단 너붕은 메가트론의 옷자락을 잡아끌며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다급하게 속삭였어. 

그런데 메가트론은 꿈쩍도 하지 않았을거야. 당황한 너붕은 뭐하는거냐고, 여기에 오래 있어봐야 뭐 좋은꼴 보겠냐고, 기분 안좋은건 이해하겠는데 뭐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지 않냐며 어떻게든 메가트론을 이 자리에서 끌고 나가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을거야. 그러데 그 때 메가트론이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너붕의 허리를 한 팔로 감은 채 자신의 몸 쪽으로 가까이 끌어당겼어.

당황한 너붕이 뭐라 반응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메가트론의 품에 안긴 꼴이 되어버렸지. 뒤쪽으로는 커플이 밀회를 즐기고 있고, 지금 눈앞에서는 메가트론이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진퇴양난인 상황 속에서 너붕은 그대로 얼어붙어버렸어. 그런 너붕의 모습에 메가트론은 아무렇지도 않게 낮은 목소리로 너붕의 귓가에 속삭였을거야. 저쪽도 즐기고 있는 모양인데 마침 잘 되지 않았냐며 말이지. 

죄송한데 미치셨어요? 당장 이거 안놔? 당황한 너붕이 그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머리 하나 이상이 차이나는 성인 남성을 상대로 너붕의 승률은 거의 0에 수렴하는 정도인걸... 그런 너붕에게 메가트론은 마침 잘 되지 않았냐며, 아직 늦지 않았다고, 그 충견이 아닌 자신을 선택할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며 너붕의 귓가에 속삭였어. 

트포, 트포너붕붕
2024.05.04 18: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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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게 있으면 꼭 얻어내려는 메가트론이 존섹이에요 센세
[Code: cfdb]
2024.05.04 21: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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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뫀옵티메가 삼파전 넘 짜릿해
[Code: a902]
2024.05.04 23: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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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거
[Code: 8e18]
2024.05.04 23: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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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아 셋 다 맛이 좋단다
[Code: 24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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