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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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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울 여름과 올림픽을 앞두고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이 지속되던 3월 틴민이는 18살이 됨. 드디어 성년이 된거지. 새해부터 그렇게 기다리더니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어도 아직 못 정했다며 미적대. 또 최애 캐릭터가 들어간 한정판 상품을 검색해서 보여주겠거니 했는데 예상이 빗나갔어. 그런 건 이제 시들해진건가.. 언제나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고, 즐겁게 말하던 아이었는데 어느새 훌쩍 커버린 것 같아.

도통 말해줄 기미가 안 보여서 뭐가 좋을지 혼자 이것 저것 찾아보고 있을 때 메세지가 왔어. 받고 싶은 게 있는데 당일날 알려주겠다고, 참고로 물건은 아니래. 무슨 꿍꿍인지 가늠해보며 스케줄표를 다시 확인했지만 생일이라고 훈련량이 다르지는 않아. 설마 생일 핑계로 하루 빼먹고 싶은 걸까? 매일 같이 반복되는 고강도 운동에 장난칠 기운도 없는지 요즘 꽤 얌전하긴 했지. 뭐, 반나절쯤은.. 괜찮겠단 생각도 들어.

좀 파격적인 제안을 해도 어떻게든 어울려줄 마음이었던 잭양은 저녁식사 후 선물을 챙겨 틴민이 방으로 향했어. 점심 때 코칭 스탭들과 동료선수들이 모여 축하를 하고 케이크를 나눠먹으며 평소보다 느긋한 식사를 한 것 빼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하루였어. 저녁에는 부모님이 오셔서 같이 시간을 보냈지. 아침에 만나자마자 본론을 꺼내 줄 알았는데 점심시간이 끝나도록 아무 말이 없어서 대체 뭔데 뜸을 들이냐고 물었지. 이따가 훈련 끝나고요. 라며 빙긋 웃는 걸 보니 땡땡이는 아닌데 문득 불안해져. 꼬맹이 나 몰래 사고라도 쳤나..



틴민이는 자라면서 자기가 잭양을 단순히 스승제자 사이로 좋아하는 게 아닌 걸 자연스레 깨달았지. 만나면 설레고 떨어지면 보고 싶고, 친해질수록 닿고 싶어. 선생님이랑 키스하는 상상을 처음했을 때는 스스로도 놀랐지만 한번 떠올리고나니 도저히 생각을 멈줄 수가 없었지. 나중엔 그런 생각을 피하기보다 실현가능성을 더 따져볼거야.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선생님이 자길 애로 본다는 거지. 꼬맹이라는 애칭이 좋은데 싫어. 나이 차이는 크게 신경 안 써. 이세상에 그런 커플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우린 공통점도 많고 서로 잘 맞는단 말야.

결론은 돌고돌아 늘 똑같지. 얼른 자라서 성인이 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여. 어린 애가 아닌 어른으로 동등한 취급을 받으려면 시민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돼. 이렇게나 생일을 기다려본 적이 없어. 그래, 생일!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어. 생일선물이라면 아마 들어줄거야. 그땐 나도 성인이니까 선생님 말고 다른 관계를 원할 수 있는 거잖아?! 잭양을 떠올리며 형이라고 불러봤지. 어쩐지 더 가깝고 특별한 사이 같아서 기분이 좋아. 형- 소리가 입가에 계속 맴돌아.

계획대로 외출복을 차려 입은 틴민이가 방문을 열어주자 묻고 싶은 게 많은 얼굴로 들어온 잭양이 테이블 위에 선물을 올려놓았어. 자, 선물. 나 아직 말 안 했는데.. 알아, 네가 말 안해줘서 내가 골랐어. 포장을 풀어보니 향수라 바로 손목에 뿌리고 시향부터 하는데 틴민이가 맘에 들어해서 잭양은 퍽 안심했지. 이제 말해보라는 듯 가만히 종용하자 준비한 게 분명한 말이 길게 이어짐.



그러니까 형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끄덕끄덕.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그래. 난 또 뭐라고 괜히 맘 조렸네- 속으로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렸어. 그런 건 그냥 말해도 되는데 굳이 생일 선물로 고른 이유가 뭐냐니까 버릇 없다 오해할까봐 그랬대. 내가 너랑 지낸 게 몇 년인데 그걸 모를까, 대신 훈련시간은 안 돼. 알지? 만족한다는 듯이 수긍한 녀석이 그럼 이제 옷 갈아입고 오라네. 이 시간에 어딜 가냐고 물으니 영화 예매해놨대. 상의 없이 계획해놓고 이건 허락 맡을 걱정도 안 한 게 눈에 보여. 괜히 장난치고 싶어져서 너무 늦게 끝난다고 지적하니 자기 생일 아직 안 지났다며 귀여운 항의를 하지.

아, 형~ 빨리요 재촉하며 자연스레 호칭도 바꾸고. 영화관으로 가는 차 안에서 잭양은 네가 하루 째겠다고 할 줄 알았다고 털어놨고 틴민이는 그건 생각조차 못 했다고 아쉬워하며 왜 이제 알려줬냐고 티격태격 했지. 오랜만의 나들이는 확실히 기분 전환이 됐어. 곁에서 나는 달고 푸릇한 향이 아이와 잘 어울리는데다 처음이라 향수범벅이 된 것도 귀여웠지. 다음엔 조금만 뿌리라고 일러주며 꼬맹이라고 놀렸다가 아! 맞다. 형 이제 그것도 금지! 라고 단호하게 받아친 틴민이에게 한방 먹음. 나름 첫데이트라고 들떠서 신경썼는데 애취급받기 싫은 틴민이와 이제 성인으로 대해달라던 의미를 조금 진지하게 곱씹는 잭양.

근데 잭양은 이때까지도 내 어린아이가 다 컸구나 정도였겠지. 뭔가 본인 범주 안에 없는 건 상상도 안하는 타입일 것 같음. 그래서 그후로 자꾸 틴민이가 치대도 친구같은 형동생 관계로 받아들임. 성년의 밤 기념한다고 술 사준대서 같이 한 잔 했던 날, 괜히 설레서 뭔지도 모르지만 기대같은 걸 품었던 틴민이는 확실히 알게 됐지. 돌직구 아니면 절대 모를 거란 걸. 그래서 순간적으로 올림픽 메달 따면 자기 소원 하나 들어달라고 했을거야. 잭양은 너만 좋은 건데 왜 그래야하냐고 농쳤을테고 동기부여가 중요하지 않겠냐는 틴민이에게 그 소원 꼭 듣게 되면 좋겠다고 답해줬음.



그리고 그 결과가 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겠지. 틴민이는 메달 따고 주목 받아서 여러 방송도 나가고 광고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사랑도 받고 안정적으로 커리어 이어가도록 후원도 받음. 근데 정작 받고 싶었던 마음은 답이 없었지. 소원으로 좋아한다고 고백하면서 진지하게 생각해달라고 했을거야. 아무것도 따지지말고 그냥 나를 한사람으로 봐달라고, 그런 기회라도 달라고. 생각지도 못한 고백공격에 제대로 놀란 잭양은 그래 라는 대답만 겨우 하지 않았을까. 한동안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기도 했지만 틴민이가 보내는 신호가 확실해서 진짜 많은 생각을 했을 듯.

아무렇게나 답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온 답이 스스로 감당이 안 돼서 말을 못하는 것도 있었겠다. 처음엔 반사적으로 말도 안되고 당연히 아니오 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어째 갈수록 말이 되고 점점 네 라고 하는거지.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아서 시간이 좀 걸렸는데 그러는 동안 틴민이는 기반이 잡혔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잭양이 떠나기에는 좋은 조건이 됨. 지도해줄 사람도 여럿 생겼고 본인도 마음이 생긴 이상 계속 같이 일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겠지. 쓸데없이 양심만 많아서 애 울리는 잭양.. 어차피 울릴 거면 양심 갖다버려도 될 것 같은데 왠지 마음자각 하고나면 물러날 것 같다. 틴민이는 첫사랑이라 아무것도 안 보이겠지만 잭양은 현실적으로 그럴수가 없으니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한때 추억이 되길 바라는 잭양의 바람과는 달리 틴민이는 계속 연락하겠지. 덤덤하게 연습 잘 하고 있다고 일상 공유하는 때가 많지만 가끔은 조금 취한 채로 전화해서 울기도 할거야. 불공평해.. 나는 형 얼굴 보고 싶어도 못 보는데.. 형은 나 보고 싶으면 맘대로 볼 수 있잖아. 나 훈련도 열심히 하고 기록도 나아진 거 알잖아. 나 진짜 잘 하고있는데... 한 번만 만나러 와주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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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풀린 날 억울해져서 우는 틴민이랑 다 맞는 말이라 아무말도 못하는 잭양
2024.05.04 03:15
ㅇㅇ
모바일
미친 존나 맛있어... 한발 물러나는 연상 직진하는 귀여운 연하.. 클래식최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07d0]
2024.05.04 23:23
ㅇㅇ
모바일
미미미미미미미미친 센세는 천재야🥹 미슐랭 다섯개스타
[Code: a69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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