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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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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ㅈㅇ 수정재업ㅈㅇ




너붕은 공식적으로 왕위 계승자 라에니라 타르가르옌 공주와 라에노르 벨라리온의 두 번째 자식이었음. 형제들과 다른 점은 딸이자 유일한 적자라는 거였지. 너붕은 바가르 타고 날아가면서 봐도 라에노르의 자식이었어. 아버지의 짙은 피부색, 타르가르옌의 은빛 금발이 아닌 벨라리온의 은발, 그리고 자안까지 온몸에서 라에노르의 친자라는 걸 드러내고 있었음.

너붕은 갈색 머리를 타고난 오빠 제이스, 동생 루크와 생김새가 확연히 달랐으니 성장할수록 자연스레 비교될 수밖에 없었음. 거기에 기름을 부은 건 너붕에게 쏠린 친할머니 라에니스 공주의 편애였고.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음. 너붕에게 용이 없다는 거임.

요람에서 용의 알이 부화한 형제들과 달리 너붕의 알은 시간이 흘러도 금조차 가지 않았음. 궁정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아이러니도 없었지. 명백한 사생아들에겐 용이 있고 유일한 적자에게는 용이 없다니. 어떤 이들은 너붕에게 벨라리온 혈통이 유독 진하게 흐르는 게 문제라고 조소했어.

과연 용이 없는 타르가르옌을 진정한 타르가르옌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런 탓에 너붕은 형제들과는 다른 이유로 점점 궁정의 시선들을 의식하며 위축되어 갔음. 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 외할아버지, 조부모는 너붕이 형제들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게 사랑을 듬뿍 쏟으며 자존감을 북돋아줬어. 너붕 세대에 유난히 요람에서 알이 부화한 경우가 많은 것일 뿐, 외할아버지와 ㅡ너붕의 고모부이기도 한ㅡ외할아버지의 남동생, 친할머니와 그들의 부모도 전부 다 자란 용과 결속한 거라고 위로해줌. 제이스와 루크도 부모님의 엄격한 가르침에 따라 너붕을 절대 조롱하거나 소외시키지 않았지. 심지어 너붕 가족에게 항상 거리를 두는 의붓 외조모 알리센트 왕비도 너붕이 고모 헬라에나와 함께 놀게 해주고 케이크를 주는 등 친절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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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모든 사람들의 애정과 지지에도 너붕이 용의 부재 때문에 슬플 때 가장 먼저 떠올리고 찾아가는 사람은 따로 있었어. 너붕의 삼촌 아에몬드였지. 사실 너붕과 아에몬드는 나이차가 다섯 살도 채 나지 않아서 삼촌과 조카라기보다 친구에 가까웠음. 아에몬드는 너붕처럼 용이 없었어. 그래서 너붕보다 오래 용의 부재감에서 오는 고통과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왔었음. 친형인 아에곤조차 공공연히 아에몬드를 조롱했고, 왕의 적자인 자신이 아니라 사생아인 조카들의 알이 부화했다는 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어. 그랬던 아에몬드에게 너붕은 유일한 이해자였지. 두 아이는 서로에게 공감했어. 너희 둘은 각자의 형제자매, 심지어 부모들조차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그 공허함을 공유했고 거기서 빚어진 단단한 유대감을 갖고 있었음.

레드 킵에 사는 사람들은 단 하루도 너붕과 아에몬드가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없었어. 둘은 고대 발리리아의 전통, 역사, 철학에 대한 흥미와 베리 타르트를 향한 사랑을 공유했음. 둘은 각자의 가족과 함께 있거나 수업 시간이 아니면 도서관이나 위어우드 아래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음. 즐거워하는 비세리스와 근심하는 알리센트, 마음이 복잡한 라에니라의 시선을 받으며 어린 삼촌과 조카는 언젠가 둘다 용과 결속하고 서로와 결혼하는 날이 오길 바랬어.

아에몬드는 더 나아가 자신이 늙은 왕의 버미토르를, 너붕이 선한 왕비의 실버윙과 결속해 제 2의 재해리스와 알리산느가 되길 꿈꿨음.

아에곤은 게으른 주정뱅이에 라에니라의 아들들은 누구나 아는 사생아야. 라에니라가 무사히 즉위한다 해도 왕국의 영주들은 끊임없이 조카들의 적법성을 의심해 압박할거고, 그러면 라에니라는 본인의 후계자를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그럼 전대 왕의 적자와 여왕의 적녀 말고 또 누가 차기 왕과 왕비에 적합하겠어? 둘의 결합이라면 가족 간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아버지도 기쁘게 찬성할 거야. 왕비인 어머니도 후계자인 누이도 왕이 자식들의 혼인을 직접 명령하면 감히 거부할 수 없겠지. 

야망과 순정이 공존한 차남의 머릿속엔 그렇게 미래의 계획이 차근차근 쌓여갔어.









하지만 어느날 형제들과 삼촌들의 훈련 도중 어머니와 유독 가까웠던 하윈 경이 킹스가드인 크리스톤 경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둘의 평화가 깨짐. 너붕은 도망치듯이 집을 떠나 낯선 드래곤스톤으로 가는 게 두려웠고, 외할아버지와 헬라에나랑 떨어지는 게 싫었고, 아에몬드를 남겨두고 떠나는 걸 견딜 수 없었음. 하지만 라에니라는 이것만이 우리 가족이 모두 평화롭게 사는 방법이라고 너붕을 달랬어. 까마귀로 아에몬드와 편지를 주고받는 것도 재밌을 거라고 덧붙이면서. 결국 너붕은 어머니의 말에 더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지.

다행히 너붕은 드래곤스톤에 점차 적응해나가기 시작했음. 형제들과 함께 성 안의 곳곳을 탐험하는데 점점 재미를 붙였고 친절한 마에스터 제라디스와도 친해졌지. 시선을 돌릴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용 조각과 그만큼 자주 보이는 드래곤글래스를 구경하고, 아에곤의 정원에서 야생 장미의 향을 맡으며 붉은 보석 같은 크랜베리도 땄음. 너붕은 아버지와 칼 경에게 훈련받는 형제들을 구경하며 어머니와 케이크를 먹는 일상을 조금씩 즐기게 됐어. 물론 아직도 아에몬드가 그리웠지만 어머니의 말대로 편지를 주고받는 게 허전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줬지.

하지만 드래곤스톤에서의 잔잔한 일상도 오래 가지 못 했어. 펜토스에서 살던 고모 라에나가 아이를 낳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온 거야. 그 비보에 어머니도 크게 놀랐지만 아버지의 충격과는 비교할 수 없었음. 비탄에 빠진 라에노르는 친가의 본성 하이타이드에 도착해서도 정신을 추스리지 못했고 너붕은 그런 아버지가 걱정스러웠어. 평소 다정하고 쾌활한 아버지가 제정신을 유지하지도 못 하는 듯 했으니까. 

각자 용과 배를 타고 온 왕실 가족들을 비롯해 조문객들이 도착하고 장례식이 시작됨. 너붕은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넋을 잃은 아버지가 신경 쓰여서 너붕과 시선을 마주치려 애쓰는 아에몬드를 눈치채지 못했어. 너붕은 작은할아버지 바에몬드 경이 하이 발리리아어로 조문을 읊는 내내 아버지 곁에 서서 손을 잡고 있었음. 그런데 말이 이어질수록 점점 벨라리온 친척들의 시선이 너붕과 형제들에게 쏠리는 것 같았어. 너붕은 자기에겐 친절하지만 형제들에겐 냉랭한 바에몬드 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직감적으로 그가 불쾌한 말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챔. 어머니가 바에몬드 경에게 칼날 같은 시선을 보내는 걸 보니 너붕의 짐작이 맞는 것 같았음. 너붕은 으레 이런 상황에서 그랬듯 마음이 불편해져서 이리저리 시선을 방황하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너붕을 열심히 응시하던 아에몬드를 발견함. 너붕도 모르게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고 아에몬드도 표정이 부드러워짐.

처음 보는 고모부ㅡ이자 외할아버지의 남동생ㅡ 다에몬 왕자가 조문 도중 날카로운 웃음소리를 낸 걸 제외하고 장례식은 잔잔하게 흘러갔어. 너붕은 아에몬드와 재회의 인사를 나누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애도하는 사촌들을 위로하는 게 먼저라며 너붕을 타일렀음. 그래서 너붕은 어머니 말대로 사촌들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넴. 바엘라와 라에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서 제이스도 따라와 네 명은 침묵 속에서 서로의 곁을 지켰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너붕의 할머니 라에니스 공주가 다가와 너붕의 어깨를 기특하다는 듯 토닥이고 사촌들 앞에 무릎을 굽혔음. 평소 너붕만 편애하던 할머니가 불편한 제이스는 그녀의 시선을 받자 몸을 돌렸고 너붕은 그런 오빠를 따라 자리를 옮겼어. 그러다가 아에몬드와 마주보게 됨. 오랜만에 보는 삼촌은 너붕을 보자 눈빛이 반짝였지만 제이스를 보고 멈칫함. 둘은 눈을 마주쳤고 아에몬드는 제이스에게 뭔가 말하고 싶은 것 같았어. 너붕은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적대감이 없는 게 신기해서 말없이 지켜봤지. 하지만 끝내 아에몬드의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고 제이스도 마찬가지였음.









너붕은 비통해하는 아버지가 걱정돼서 형제들을 따라 처소로 돌아가지 않고 아버지의 곁에 머물렀어. 라에노르는 누이의 관이 영영 가라앉은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너붕은 아버지가 지금 자기가 있다는 걸 눈치는 채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음. 보다못한 아버지의 친구 칼 경이 더 늦기 전에 자기가 너붕을 처소까지 모시겠다고 했지만, 너붕은 이대로 아버지를 혼자 두면 누이를 따라 바닷속으로 걸어들어갈까봐 두렵다고 했어. 그 말을 들은 칼 경도 부정하지 못하고 라에노르를 불안하게 바라봤음. 너붕은 여긴 벨라리온의 영지고 내 할아버지의 땅에서 감히 나를 해할 자는 없으니 아버지 곁을 지켜달라고 부탁함. 아버지와 절친한 기사는 갈팡질팡했지만 결국 너붕의 말에 순응하고 자리에 머뭄. 너붕은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자리를 떠났어.

여러 생각이 얽혀 복잡해진 머릿속으로 걸은 탓일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너붕은 지금 있는 곳이 처소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서둘러 돌아가려고 했음. 그런데 그때 아이들의 비명과 둔탁한 소음이 들려왔어. 너붕은 본능적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뛰어갔고 상상도 못한 광경을 맞닥뜨림. 너붕의 형제들과 두 사촌, 아에몬드가 흙투성이가 된 채 싸우고 있었음. 너붕은 경악해서 달려갔지만 아에몬드는 이미 제이스와 루크를 차례로 쓰러뜨린 뒤였어. 사촌들은 겁에 질린 채 뒤로 물러났고 너붕이 도착했을 때쯤 루크는 이미 단검을 집어든 상태였음. 뒤에서 달려온 너붕은 단검을 보고 놀라서 아에몬드를 황급히 밀쳐냈어. 그리고 루크에게 고개를 돌린 순간ㅡ
















너붕은 잠깐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식하지 못했음. 주위가 일제히 조용해졌고 너붕은 공포에 질린 루크의 얼굴이 유독 붉어보인다는 걸 깨달았어. 코가 부러졌나봐. 그럼 루크의 얼굴에 묻어있는 게 피일까? 그리고 마치 불타는 듯한, 점점 심하게 따끔거리는 통증에 너붕은 목을 움켜잡았음. 목을 움켜쥔 손틈 사이로 따뜻하고 끈적한 액체가 흐르며 옷을 적셨고, 점점 숨을 쉬는 게 힘들어졌지. 마치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고 이내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고 말았음. 주위에서 사람들이 뭐라고 소리치는데 귀가 웅웅거려서 마치 먼 곳에서 메아리가 울리는 것 같았어. 그리고 차가운 무언가가 너붕의 몸을 들어올리는 듯한 감각을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었음.










믣 하오드
아에몬드너붕붕
2024.05.03 22:51
ㅇㅇ
모바일
허얼 아에몬드 대신 다쳤구나ㅜㅜ
[Code: e836]
2024.05.04 14:07
ㅇㅇ
모바일
와.. 미쳤다ㅠㅠㅠㅠ 대작의 시작 앞에서 센세를 뵙습니다ㅠㅠ
[Code: a7d4]
2024.05.06 16:32
ㅇㅇ
모바일
천재 개사랑해
[Code: 9d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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