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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23:12
낯선 골목길에서 루이는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스르르 주저앉음
코 끝에서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이 맺혀 뚝뚝 흘렀음

2년이라는 시간은 혼자 있기엔 길었고 결혼을 하기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던 루이는 어쩌면 결혼한게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같이 살았던 것 처럼 동거이지 않을까 -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음

왜냐하면 그 사람은 해숙이처럼 갈색머리였고 해숙이와 이목구비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묘하게 어딘가 닮아보였으며 손에는 결혼반지가 확실한 디자인의 반지를 끼고 있었으니까

루이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음 해숙이는 결혼을 했다는 것을

루이는 그렇게 낯선 골목에 해가 질때까지 홀로 앉아 있다 저린 다리로 끝없이 걷고, 걷고, 걸어 천천히 집으로 돌아옴







왜 그냥 갔어?

디음날에서야 발견 할 수 있었던 해숙이의 문자
그제서야 갤러리에서 보았던 해숙이의 표정을 해석 할 수 있었음
해숙이는 정말로, 보여지는 그대로 저에게 단 한 줌의 미련도 없었던 것임 왜냐하면 그래야만 했으니까

루이는 그 모든 일들을 잊어야 한다고 생각했음
그 날 일어났던 사고와 해숙이의 휠체어와 마중나왔던 그 사람과 파란색 대문, 도망치던 제 숨소리까지도
멍청하고 바보같은 생각이었음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적 없다는 핑계로 따르면 안됐던 충동이었음

결혼 축하해
결혼한지 몰랐어 실례 인 것 같아서

하지만 루이의 손은 말을 듣지 않았음 덜덜 떨리는 손으로 루이는 태연하게 해숙이의 문자에 답장을 하고 있었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루이는 동시에 그 대답을 알고 있었음 혹시나, 혹시나 하는 기대가 그 답이었겠지

고마워

하지만 그 기대는

아는 줄 알았어
아예 소식도 모르고 살기엔 우리 꽤 오래 만났잖아

처참히 깨지고

누군가 말 해 줬겠거니 했는데,

루이는 다시 너무 많이 걸어 절뚝절뚝 집으로 향했던 어제의 마음이 되어 어떠한 답장도 하지 못한채 핸드폰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음

돌아보면 그럴만도 했음 지난 2년간 루이는 친구를 잘 만나지 않았음 아마 전시회가 아니었으면 루이는 계속 해숙이의 근황을 모르고 지냈을 것이었음 모두에게 루이는 아마 어마어마한 개새끼일 것이었음 처음에 루이가 해숙이를 만난다는 이야기가 돌았을때 대부분의 반응은 그랬음 해숙이가 루이를 왜 만나? 진해숙이 뭐가 아쉬워서? 걔네 아직도 만나? 안봐도 뻔했음 그런게 아닌데, 해숙이는 알까 생각하던 루이의 귓가에는 지난 2년간 지독히도 떠나지 않았던 해숙이의 목소리가 다시 울림 루이, 날 사랑하기는 해,
끝내 대답하지 못했던건 정말 어마어마한 개새끼가 맞아서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걸까 왜 이렇게 괴로운걸까
도대체 왜?






해숙이를 처음 만났을때 루이는 저렇게 빛나는 사람은 본적도 없다고 생각했음
모두가 해숙이를 좋아했음
해숙이는 잘생기고 키도 크고 자신과 달리 ‘올바른’ 성적 취향을 갖고 있었으며 좋은 학교를 다니고 집도 잘 살았으니까
그리고 루이도 해숙이를 좋아했음
잘생기도 키고 크고 어쩌구한 해숙이가 좋았던건 아니었음 그 생각을 하면 루이는 조금 억울해지기도 했음 해숙이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음

아, 근데 나 게이 아닌데

미안

그딴 말을 하면서 머리를 긁적일거면 왜 술에 취한 자신을 집에 데려다주고 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고 왜 그렇게 예쁘게 웃었는지 모르겠다고

대학 동기 소개로 만난 애, 시시한 이야기지만 해숙이라서 시시하지 않았음 해숙이는 루이가 만드는 음악에 관심을 보였고 훌륭한 음악 취향을 갖고 있었음 경제학과라기엔 너무 끝내주는 음악 취향이어서 억울하기까지 했음 만드는 음악 듣고 싶다 너 작업실에 가도 돼? 그러면서 해숙이는 웃었음 끝내주는 미소였지만 루이는 그당시 작업실이 없었음 그래서 집에 데려왔을 뿐이고 멋쩍어서 냉장고의 차가운 맥주캔을 땄을 뿐이고 제가 만들어놓은 음악 중 가장 멋진것을 들려줬을 뿐이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제가 만든 음악을 듣는 해숙이에게 저도 모르게 입을 맞췄을 뿐인데

해숙이는 게이가 아니라고 했음

미안하다는 것 치고는 해숙이는 진지하지 않았음 그냥 멋쩍은 얼굴로 턱을 매만지며 애매하게 웃었음

나 좋아했구나?

그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니어서 그런가 게이가 아니라는 것 치고는 해숙이는 여유로워 보였고 그래서 루이는 해숙이에게 입을 맞춘 것을 사과하지 않았음

그때 그냥 사과를 하고 고개를 숙인채 물러날 걸,

루이는 후회함

이제와서야
8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해숙루이 래리



이전 이야기는 여기 https://hygall.com/549471203
2024.05.02 23:18
ㅇㅇ
모바일
해숙이 결혼했구나ㅠㅠㅠㅠ센세 숨도 못쉬고 읽었어요ㅠㅠㅠㅠㅠ루이 안타깝기도 하고 속상하다...해숙이 마지막 왠지 ㅅㅂ탑 같은데 루이위해 다친걸 보면 아닌것도 같고ㅠㅠㅠ
[Code: 0774]
2024.05.02 23:19
ㅇㅇ
모바일
센세 와줘서 고마워요ㅠㅠㅠ얌전히 또 기다리고 있을게요ㅠㅜ이제 정주행 다시하러 가야겠다ㅠ억나더ㅠㅠㅠㅠㅠㅠㅠ
[Code: 0774]
2024.05.03 01:10
ㅇㅇ
모바일
헉 센세? 내 센세가 진짜 다시 온 거야?? ㅜㅜㅜㅜ 해숙이랑 루이 둘 다 이해가고 공감돼서 슬프다ㅜㅜ 그래도 루이 속상해하는 모습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요... 해숙이도 루이도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어요ㅜㅜㅜ 루이는 그렇게 후회하면서 다시 해숙이와 거리를 두는 걸까요?ㅜㅜ 둘이 어떻게 관계가 될지 너무 궁금합니다 센세ㅜㅜㅜ 억나더ㅜㅜ 기다리고 있을게요ㅜㅜ
[Code: d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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