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는 고등학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여러 폭력 건에 휘말리고, 다른 애들 다치게 한 것도 다친거지만 자해에 손을 대기 시작해버려서 결국 구급차 출동할 정도의 자해를 저질러 버린 끝에 입원을 (당)함. 젠장. 사춘기 소년의 청춘을 다루는 어른놈들 꼬라지가 거칠기 그지 없구만. 존나게 요란들이야. 투덜거려도 강제로 먹고 맞는 안정제 탓인지 아니면 모든 자극을 차단하는 환경 덕인지 붕대와 이것저것으로 묶여있는 두 팔 때문인지 아무튼 바깥에서보단 얌전한 채로 멍하니 누워/앉아있는 백호겠지

그러다가 자해방지용 절대안정독방에서 다인실로 옮긴 첫날, 옆 침대 쓰는 병실메이트 서태웅 만난 거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처음 한 대화가

- 야 빨강머리. 거기 내 자리야.

- 뭐? 침대에 이름표 있잖아. 이거 내 거야.

- ....죽어.

- 야 뭐라고 했냐 새끼야 너 지금 나한테 뒤진다고 했냐?

- 나 오후 2~3시에 햇빛 안 받으면 저주 받아 죽는다고.

- ......뭐, 뭐라는 거야




알고보니 태웅이는 망상증이 있는 애라고 했음. 처음 그 얘길 전해들었을 땐 '오ㅅㅂ 망상증이라니 여기 ㄹㅇ 미친놈들 오는 정신병원 맞구나. 에라이 나도 미친놈이라 이거지 투덜투덜' 이런 감상이었는데 '걔, 원래는 중학생인데 농구 국가대표 후보로 훈련받을 정도로 유망주였대. 근데 무슨 사고인가 부상으로 농구를 하기 어려워져서... 재활병동에서 혼자 오래 지내고 부모님도 점점 이런저런 종교에 의존하시고...이러다보니까 어느 순간 자기가 만든 세계에 빠져버렸다는거 같아. 자기가 여우랑 고양이 신을 몸에 모시고, 같이 다니고 있다고 생각한대.'

이런 뒷얘기를 듣고 갑자기 뭔가 안쓰럽고 뭔가 가슴이 찡해지고 그런거지. 일단 딱봐도 키크고 몸 좋게 생겨서 딱봐도 마O클 조O만큼 농구 잘하게 생겼는데 펴보지도 못하고 사실상 은퇴라니. 그리고 백호 자기도 엄마랑 아빠 돌아가셨을 때 한참동안 상상놀이에 과하게 몰입했던 적이 있어서 왠지 그 '여우녀석'이 더이상 미친놈으로만 보이지 않고 내적 친밀감을 갖게 된거임.

물론 백탱의 병동생활은 절대 얌전하게 훈훈히 흘러가지 않음. 증상적인거 빼고도 일단 전두엽이 일 안하는게 디폴트인 10대 수컷들이라 정신병원 특유의 제어환경으로도 제어안되는 우당탕퉁탕 사건이 일어나고 고릴라 남간호사(맞음 채치수임)가 겨우 와서 둘 멱살 잡고 제지시켜야 사고친거 겨우 수습하는 그런 일상(?)들이 반복되는거지

근데 이제 어쨌든 같이 치료활동하면서 '너 그림 졸라 못그려' '응 멍청이 너보단 나아' 이렇게 디스하는데 주제가 '친구 얼굴 그려주기'라서 사실 둘다 자기딴에는 진지하게 신경써서 그려주고 있는거......일기나 수필쓰기하면서 서로 속마음이나 생각 듣는 거 하면서 서로 관심호감도 올라가고 있는거고 어느 순간은 태웅이가 백호한테 (지식적으로) 농구도 가르쳐주고...... 그리고 어느 순간은 '여우님이 네 기운이 필요하대' 이 핑계로 당직들 순찰 시간대 피해서 한침대에서 태웅이가 백호 꼭 안고 있는거고......안고서 백호 자해 흉터들 잘 지워지라고 만져주고......

그렇게 썸타면서 사실 둘다 상태 호전되는데 아무래도 백호가 빨리 퇴원을 하게 됨. 짐 싸는거 빤히 보고있는 태웅이한테 백호가 섭섭함을 최대한 뒤로 감춘 목소리로 말함

- 야 여우자식. 너 퇴원하면 연락해라. 퇴원 선물로 농구화 사줄게.

- 나 농구 못해. 부상... 아니 여우님이 하지 말래. 싫어해.

- ...해도 된대. 곧 할 수 있대. 여우님이 내 꿈에도 나와서 말해주셨어.

- ........

- 건강해라 새끼야.




그렇게 대충 태웅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사실은 태웅이 부모님이랑 가족이랑도 인사를 함.

'백호 군 만나고 나서 태웅이 상태 많이 좋아졌어요. 주치의 선생님도 태웅이 곧 퇴원할 수 있댔어요. 조만간 다시 재활의학과에 외래다니면서 학업병행하면서 치료 가능할거고....어쩌면 농구를 다시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백호 군, 백호 군 덕분이에요 태웅이한테 잘해줘서 고마워요.'

이런 논지의 감사와 선물을 받으면서 백호는 어른한테 칭찬 받는거, 처음이라 느낄 정도로 오랜만이다. 라고 생각함.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여우녀석 코트에 복귀하면 꼭 응원...아니 놀려주려 가야지' 이런 생각했겠지




그리고 정말 태웅이 퇴원 소식 듣고 알바해서 산 농구화 들고 태웅이 다닌다는 고등학교 수소문해서 찾아갔는데

태웅이가 병원에 입원했던 거 없는 일로 해야 해서, 없던 일로 하고 싶어서 환히 인사하던 백호 모른 체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지나쳐버리는, 그 몸에 치여서 백호가 사온 농구화 바닥에 떨어져버리는

그런 엇갈림으로 퇴원 뒤 2부가 시작되는 백호태웅이 보고싶네


슬램덩크 백호탑 태웅텀 하나루
2024.05.02 12: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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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존잼
[Code: d6dd]
2024.05.02 15:14
ㅇㅇ
모바일
2부 나올 때까지 숨참음
[Code: 7a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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