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2020790


너붕붕은 프레디 집에 들른 이후로 다시 조금씩 바깥에 나가기 시작했음. 빵집에서 갓 구운 빵을 사기도 하고, 꽃 한 송이를 사서 향기를 맡아보기도 했음. 그리고 그 때마다 너붕붕의 뒤에는 프레디가 있었음. 프레디는 멀리서 너붕붕을 바라보면서도 절대 가까이 가지는 않았음. 너붕붕도 당연히 프레디가 자길 따라다니는 걸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할 뿐이었음. 사귈 때는 프레디의 뒷모습만 볼 수 있었는데 이제 둘의 관계가 역전된 것 같아 속 시원하기도 했지. 그 대신 너붕붕은 프레디가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았음. 프레디가 조금이라도 가까이 오려 하면 빠른 걸음으로 멀리 가거나, 택시를 타고 떠나버렸음. 그래서 항상 프레디는 먼 발치에서만 너붕붕을 봐야 했음.



한 번은 너붕붕이 술 취한 남자에게 시비가 걸렸는데 프레디가 손을 치켜든 남자를 막아준 적도 있었음. 프레디가 감사인사를 바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너붕붕의 반응은 생각한 것보다 더 싸늘했음.

"이거 하나 도와줬다고 또 생색내게?"

"아니야, 허니..."

"저 남자보다 네가 더 소름 끼쳐. 볼 일 끝났으면 꺼져."



그 뒤로 프레디는 너붕붕 주변에 나타나지 않았음. 너붕붕은 이제 프레디에게서 해방됐다고 좋아했지만 조금 허전하고, 다른 여자가 생겼나 질투도 났을 거야.

몇 달 뒤 프레디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곳곳에 들렸음. 프레디의 직업은 화가였는데 오랫동안 전시회를 열지 않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겠지. 너붕붕은 콧방귀를 뀌며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아기의 그림이 있을 것 같아 전시 마지막 날에 갈 수밖에 없었음.


둘이 사귈 때에는 프레디의 전시회가 자주 열렸음. 프레디는 전시회가 가까워질 때마다 뒷바라지하는 너붕붕에게 온갖 짜증을 부렸고 너붕붕은 그걸 다 받아줬음. 그런데 전시회에 가 보면 프레디를 뒷바라지한 너붕붕을 그린 그림은 한두 점밖에 없었고, 대부분은 프레디와 바람을 피운 남자, 여자들의 그림이었음. 게다가 너붕붕의 그림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버리는 곳에 걸려 있었음. 그럴 때마다 너붕붕은 속으로 울음을 삼켜야 했음.


프레디의 전시회에는 안 좋은 기억밖에 없어서 전시회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했겠지.



전시회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음. 휙 둘러봐도 이전의 그림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음.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그린 작품도 있었고, 귀퉁이에 아기가 낙서를 한 것 같은 그림도 수정 없이 걸려 있었음. 아기를 모델로 한 그림들은 일렬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점점 커가는 모습이 보여서 너붕붕은 뭉클하면서도 미안했음.

그리고 너붕붕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다가가며 의문이 들었음. 대체 어떤 그림이길래 다들 저렇게 반응할까? 보통 한 벽면에 한 작품만 걸리는 게 일반적인데 그곳에는 수십 점의 크고 작은 작품이 빼곡하게 걸려있었음. 너붕붕의 눈에 가장자리에 있던 그림이 눈에 들어왔음. 너붕붕이 자주 가던 음식점의 로고가 그려져있었음. 너붕붕이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다른 그림들이 보였음. 너붕붕이 좋아하는 꽃, 자주 들르는 공원의 벤치, 매일 걷던 길의 표지판... 모든 그림을 하나하나 뜯어 보던 너붕붕은 몇 발자국 물러섰고, 입술을 꼭 깨물었음.



그림 하나하나가 모여 너붕붕의 얼굴을 완성하고 있었거든.



ed5d17a5d8a226b77ba546e3474b1837.jpg


프레디폭스너붕붕 프레디여우너붕붕
2024.05.01 20:29
ㅇㅇ
모바일
으아아아ㅏㅏ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 나 울고 있어..o̴̶̷᷄⌓o̴̶̷̥᷅
[Code: 89f9]
2024.05.01 21:58
ㅇㅇ
모바일
아기랑 허니 그림 감동이야ㅠㅠ
[Code: f681]
2024.05.01 21:59
ㅇㅇ
모바일
항상 한걸음 뒤에 여우있어요
[Code: f681]
2024.05.02 20:11
ㅇㅇ
프레디 진정 허친자다...
[Code: b230]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