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2378273
view 2992
2024.04.29 01:31
https://hygall.com/592180921







92.4%

종이에 써진 숫자를 마이클은 눈이 아플정도로 쳐다보았어. 천생연분이라며 호들갑을 떨다 결혼한 센티넬 가이드 부부의 매칭률은 76%였어. 센터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지. 그런데 92.4%라니. 이런 매칭률은 책에서도 본 적이 없었는데.... 이 말은 즉, 센터뿐만 아니라 기관에서도 두 사람을 지켜볼거란 뜻이었어. 트리플에이급 센티넬인 마이클이 지금까지 잘 활용되지 못했던건 상성이 좋은 가이드가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이 핸디캡이 굿맨의 등장으로 완전히 사라질테니까.

마이클은 다시 숫자를 바라보았어. 평생의 반쪽이 되어줄 가이드를 기다려온 제 앞에 나타난 폭주 직전까지 내몰린 센티넬을 포옹만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정도의 매칭률을 가진 가이드라니, 모두가 부러워하고 시기할 상황이었지만 마냥 행복할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었지. 마이클은 종이에 있던 시선을 핸드폰에 남은 부재중 전화 한통과 메시지로 옮겼어.

> 해리 굿맨 PM 4:55
   많이 바빠? 좀 한가해지면 전화 줄래?
   다운타운에 있으면 같이 저녁 먹자 하려고 전화했어~

목소리 만큼이나 부드런 말투의 문자. 2주동안 깍듯이 격식을 차리는 마이클에게 맞춰 존댓말을 쓰더니 마지막 실험 이후로 말을 놓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야. 마이클보다 열살은 많은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한거였지만 그로서는 마이클과 제 사이 벽이 좀 허물어졌다고 생각했을수도 있지.

후. 마이클은 숨을 한번 크게 쉬고 종이조각을 봉투에 다시 곱게 접어넣어 쌓여있는 책무더기 위 어디쯤에 올려버렸어. 매칭률이 적힌 이 종이조각은 그들이 정식으로 매칭된 센티넬과 가이드라는걸 증명하는 문서였어. 가이드를 가진 센티넬로 등록된 마이클은 앞으로 더 많은, 그리고 쉽지 않은 미션에 배정될테고, 더욱더 친밀한 가이딩을 계속해서 받아야할거야. 제 가이드인 굿맨은 지금도 이렇게 뭘 주지 못해 안달난것처럼 구는데 앞으론 더 심해지겠지. 필연적으로 지금처럼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는것에서 더 나아간 접촉을 해야될거고... 하지만 전 남잔데요? 당황한듯한 굿맨의 목소리가 다시 떠올랐고, 마이클은 조금 울적해져서 이마를 짚었어. 굿맨이 원하지 않는 상황은 절대 만들지 않을 자신이 있는것과는 별개로 괜히 더 외로워지는 것 같았음.
 

PM 05:24
퇴근 시간에 맞춰서 서 앞으로 갈게요.

마이클은 건조하게 답장을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어. 거울 앞에 한참 서서 머리도 잘 정리하고 향수도 사용했지. 센터를 떠난 이후 여러번 굿맨을 만나왔지만 매번 그를 만나는건 가슴 뛰는 일이었음.







- 마이클!

굿맨은 제가 사는 곳에서 걸어서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경찰서에서 일을 했어. 지금까지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았음. 말 그대로 코앞에 두고 헤맸다는 거잖아. 따듯한 봄날씨를 느끼며 익숙한 길을 여유롭게 걸어 서에 도착하면서도 계속 굿맨 생각을 했음. 퇴근 예정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했는데 아마 굿맨도 먼저 나와있었나봐. 경찰차에 기대어 핸드폰을 보고있던 굿맨이 마이클 쪽을 향해 퍼뜩 고갤 돌리더니 웃으면서 손을 뻗었었지. 제가 굿맨의 기척을 기민하게 느낄 수 있는것처럼 굿맨 역시 센티넬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걸 마이클은 그의 행동을 통해 알게 되었을 것.

- 일찍 왔네?
- 걸어오려고 일찍 나왔어요.

뻗어진 손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마이클의 앞으로 먼저 다가간 굿맨이 팔을 어정쩡하게 들고 멀뚱히 선 허리로 팔을 둘러 꾹 안았어. 고장난 로봇처럼 뚝딱거리다가 어깨 위로 살짝 마주 안아주는 마이클에 킥킥 웃은 굿맨이 몸을 물려 상기된 얼굴을 보았어.

- 우편 받았어?
- 네.
- 숫자 너무 놀랍지 않아? 논문 보니까 상위 0.001%일거래.
- 그렇군요.
- 90%대 매칭률은 역사적으로 없다시피 한대. 엄청나다, 우리!

높은 매칭률에 굿맨은 굉장히 들뜨고 신난듯 했음. 그럴 일이 전혀 아닌데 초보 가이드라 그런걸까.

- 좋아할 일이 아니에요, 해리.
- 왜?
- 이제부턴 저와 당신이 계속 붙어있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 그게 왜 좋은일이 아니야?
- 센터는 앞으로 저한테 힘든 미션들을 줄거고, 저는 당신을 계속 필요로 할거라구요.

마이클의 대답에 굿맨이 아! 하고 놀랐어. 센티넬과 가이드의 본분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을테였음. 그들은 국가에 귀속된 군인과 다름이 없었는데 말이야.

- 제 미션에 당신이 동행해야하는 일들도 많아질거에요. 의레 이런 일들은 다 외지에서 벌어나는 일들이라 가족을 떠나야하고요.
- 음. 그리고 네가 힘들어지는 상황도 많이 생기겠네.

굿맨의 말에 마이클이 입을 꾹 다물었어. 만자자마자 끌어안은 덕에 가까워져있던 몸이 어느새 거리를 벌리고 있었는데 그걸 인식하자 조금 서글퍼졌어.

- 그래도 우리 매칭률이 높으니까 금방 괜찮아질거야. 그렇지?
- ...물론 그렇긴 하겠지만ㅡ
- 그거면 됐지 뭘 걱정해. 출장비나 많이 받아서 맛있는거 사먹자.

별것도 아닌걸 신경쓴다는 투로 가볍게 대답한 굿맨이 마이클의 팔을 끌어당겼어. 오늘은 앞으로 내가 널 위해 어떤걸 준비하면 될지 알려줘. 감사의 뜻으로 스테이크를 살게. 앞장서 걷다가 저를 돌아보며 빙긋 웃는 얼굴에 마이클이 에휴 하고 들으라는 듯 한숨을 쉬었어. 아직 모르는게 많아 저렇게 속편한 소릴 하고 있겠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그의 말이 맞기도 했지. 벌써부터 그런걸 걱정할 필요는 없었어. 일정관리를 잘 하고 스스로 파장을 잘 다스리면, 마이클은 그걸 매우 잘하는 센티넬이었으니, 굿맨을 번거롭게 하지 않고도 지금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거였어. 당장은 그냥 제 가이드와 편한 시간을 보내는데만 집중해야했지.








예상대로 마이클은 점점 더 힘든 미션들을 수행하게 되었어. 그중엔 민간에 알려지지 않는 격전지에 혼자 떨어지는 일들도 굉장히 잦았음. 몸과 정신이 모두 힘든 상황을 맞닥뜨릴때면 가이딩이 간절했지만 미션에서 돌아와 굿맨에게 가이딩을 받는걸 상상하는것 만으로 훨씬 괜찮아졌어. 굿맨과 통화하면서 오늘은 어땠어? 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파장이 안정화되는게 좀 우습기도 했지. 굿맨을 생각하느라 집중을 잃는 부작용이 잦았지만 정말로 견딜만 했어.

하지만 아무리 매칭률이 높대도 친밀한 가이딩 없인 차곡차곡 쌓여온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았을 듯. 손을 잡는건 아주 일시적인 거지 센티넬의 근본적인 부하를 해소해주진 못했음. 그래서 격전지에 홀로 떨어지게된 세번째 미션을 마치고 도시로 돌아온 마이클은 제 집엔 들리지도 않고 굿맨이 사는 플랫으로 대뜸 찾아갔어. 해도 뜨지 않은 아주 이른 아침시간 이었어서 선뜻 노크도 못하고 문 앞을 서성이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렸지.

- 네가 와있는 것 같았어.

굿맨이 놀라지도 않고 말했음. 마이클은 막 잠에서 깬것같는 멍한 얼굴의 굿맨을 더 멍한 표정으로 보다가 들어와ㅡ하는 명령에 따라 집 안으로 몸을 들였어. 마이클은 굿맨이 손을 끌어다 쇼파 위로 앉히는대로 앉았고 컵 한가득 채워온 물을 내밀면 얌전히 받아 마셨어. 그러면서도 굿맨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지. 핏자국이 묻은 자켓을 벗겨주고 우선 씻으라고 얘기하려던 굿맨이 앉은 마이클의 무릎 위로 올라와 목을 꽉 끌어안아버렸어. 울렁이던 파장이 더 강하게 요동치는게 느껴져서 일단 진정시켜주고 싶었거든. 품 안에 들어오는 몸을 강하게 받쳐안은 마이클이 굿맨의 목덜미에 고갤 푹 파묻고는 어딘가 아픈 사람처럼 끙끙거렸어. 마이클의 얼굴을 살피기 위해 몸을 물리려 했지만 등어리와 어깨를 옭아맨 힘이 너무 강했음.

- 마이클, 아파?
- .....아니요.

살 위에 웅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굿맨이 마이클의 뒷머리를 살살 쓸어주었어.

- 누울까?
- 불편해요?
- 조금. 누우면 더 편할것같아.

그 말에 굿맨의 몸을 번쩍 들어 쇼파 위로 길게 눕히고는 그 위로 몸을 폭 덮으며 누웠어. 어린이 시절 이후로 누군가에게 들려본건 처음이라 굿맨이 으하하 하고 웃었지만 마이클은 못들은척 하고는 쇄골즈음으로 얼굴을 파묻었지. 굿맨은 제 턱을 마이클의 정수리에 붙이고 등을 천천히 다독여줬어. 음. 어째서인지 포옹만으로도 잠잠해지던 파장이 불규칙하고 요란스럽게 요동을 쳐댔지. 그래서 굿맨은 제 옆구리를 꽉 잡고있는 마이클의 손을 끌어와 손바닥을 펴서 그 위에 쪽 소리나게 입을 맞췄어. 무슨 총소리라도 들은것처럼 마이클이 몸이 들썩 할 정도로 놀라서 상체를 벌떡 일으켰음.

- 이건 별로 효과가 없나?
- ㅁ..뭐...뭐한, 방금 뭐 한 거에요?
- 너 파장이 좋아지질 않아서. 제대로 가이딩 하려면 이렇게 해야되잖아.

굿맨이 흠 하고 숨을 뱉았다가 손이라서 그런가봐 하더니 마이클의 목을 잡아 내려 벌어진 윗입술을 가볍게 물었어. 마이클은 양 팔로 몸을 받친채 완전 굳아서 어쩔줄 몰라했지. 굿맨이 입술을 문채로 픽 웃으면서 설마 뽀뽀 처음하는거야? 하고 짖궂게 물으면 목덜미까지 빨개져서 확 하고 몸을 일으켜 앉았겠지.

- 그럴리가 없잖아요!!

굿맨이 펄쩍 뛰는 마이클의 반응에 진심으로 재밌어져서 웃으면서 상체를 반쯤 일으켰어. 팔을 뻗어 마이클의 뺨을 가볍게 잡으니 씩씩 거리던 숨이 멎고 금세 손바닥 위로 얼굴을 더 기대었지. 마이클은 굿맨이 제 뺨을 당기는대로 홀린듯 몸을 내려서 발갛게 젖어있는 입술 위로 제 입술을 꾹 눌렀어. 입술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울렁거리던 파장이 점점 안정적으로 바뀌는게 느껴졌어. 반면에 가까이 닿은 마이클의 심장은 쿵떡거리고 난리가 났겠지. 하아 하는 만족스런 숨이 새었고 굿맨이 혀를 작게 내어서 부드럽게 얽어오면 곧 거기에 집중해 고갤 꺾어 깊이 입을 맞췄음. 머리칼을 쓸어내리는 손길과 촉촉하게 닿은 입술에 기대어 안정을 찾아가는 마이클을 굿맨이 한참동안 끌어안아주었음.








재생다운로드
재생다운로드

놀즈놀즈 마이클굿맨
2024.04.29 20:39
ㅇㅇ
모바일
하...불안해하는 마이클이랑 헐랭하면서도 따뜻하게 안심시켜주는 굿맨 개좋다...
[Code: 1194]
2024.04.29 20:46
ㅇㅇ
모바일
키스!!!!! 했다고!!!!!!!!! 굿맨 알고 저러는지 모르고 저러는지 마이클 입장에서 조니까 안절부절 답답하긴 한데 무자각 행동 때문에 더 마이클 가슴 떨리겠다 싶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뽀뽀라니!!! 왜 끌어안고도 파장이 불규칙했겠냐고 유죄굿맨ㅠㅠㅠㅠㅠㅠ 하 굿맨이 어떤 생각인지 어떤 마음을 먹었는지 궁금하다ㅠㅠㅜ 얼른 마이클이 마음껏 굿맨 소유 주장했으면 ㅠㅠㅜ
[Code: b595]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