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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06:17

 3





6.

"릴리...?"
병동으로 옮겨진 세베루스는 눈을 뜨자마자, 릴리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말했다. 그리고 그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병동을 찾았던 릴리는 세베루스의 목소리를 듣고 침대를 향해 달렸다.



"얘야! 만약 네가 계속 그렇게 뛰어다닐 생각이라면 당장 널 내보내야 되겠구나!"
마침 함께 있었던 폼프리 부인이 릴리에게 꾸중하며, 그녀를 앞서 세베루스를 살폈다. 폼프리 부인은 세베루스에게 어지러움의 유무와 통증의 정도에 대해 질문한 다음, 그가 식사 전에 먹을 수 있는 약을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세브,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
평소와 달리 굳어있던 표정의 릴리가 물었다.

 날이 밝을 때까지 계속 잠들어 있었다는 세베루스는 철제 매듭 같은 것이 머리 위에서 끼익거리는 듯한 소리를 들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두어번 정도 깔짝거리던 소리가 사라지자 순식간에 거대한 그림자가 릴리와 자신을 덮쳤고, 정말로 1학년인 것 마냥 멍청히 의자에 앉아있던 세베루스는 그제서야 비로소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릴리를 떨어트리기 위해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샹들리에에 깔렸던 것이겠지.



"기억나. 하지만 왜인지는 모르겠어."
세베루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정말 끔찍했어... 시리우스 블랙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믿기지가 않아."
"블랙이?"
세베루스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우연한 사고였을 가능성을 재보았을지언정 시리우스 블랙을 상상하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대책 없는 대형사고는 제임스 포터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의외의 범인이 거론되었다.
물론 그가 아는 제임스 포터와 시리우스 블랙은 둘 다 오만함과 거만함으로 똘똘 뭉쳐있는 탈선아들이었다. 하지만 둘 사람이 아무리 한 몸 같은 사이래도 결국 각자만의 특성이 갈리기 마련이었다. 제임스 포터는 릴리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세베루스를 괴롭혔다. 그가 세베루스 개인을 싫어할 이유도 몇가지 더 있었지만, 세베루스는 릴리 에반스에게 딸려온 불쾌한 덤일 뿐 진짜 관심의 대상이 될 수는 없었다. 냉대에 상한 마음을 화풀이할 때가 아니라면 말이다. 특히 저학년 시절의 제임스 포터는 제 관심 밖의 존재가 스스로의 생각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인식이 옅었다. 그래서 잔인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냈다. 세베루스가 분노하는 것이 진짜 감정이라는 생각조차 못했다. 자신을 모욕하는 신랄한 말솜씨 뒤에 삭힌 울분과 비참함 따위는 알지 못하는 녀석이었다. 그렇게나 생각이 깊은 구석이 없었으니, 천장에서 샹들리에가 떨어져도 죽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특별하다는 환상에 빠져 있기 쉽상인 이 나이대의 아이들은 흔히들 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블랙은 달랐다. 그는 단순히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도 세베루스에게 저주를 날리는 주범 중 하나이기는 했지만, 그건 제임스를 돕는 행위에 더 가까웠다. 블랙가의 후계자께서는 세베루스 같이 불쾌한 종자에게 직접 손대는 일에 보람을 느끼지 않았다. 물론 순혈 옹호자를 비하하고 괴롭히는 순간이야 즐거웠겠지만, 시리우스는 애초에 접하지도 않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본인의 앙금을 풀기 위해 단순한 괴롭힘 이상을 바란다면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는 방법을, 선택지를 주어 세베루스 자신에게 책임의 소지가 돌아오도록 자승자박의 덫을 까는 것이 시리우스 블랙의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큰 사고를 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세베루스는 그의 머리속이 궁금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상대의 돌발행동이 세베루스의 흥미를 끌어냈다.




7.

 이전 생의 블랙은 제임스의 죽음을 오랫동안 앓았다. 그의 곁에 다른 머로더즈들이 남아있었지만, 진실을 알아낸 세베루스는 블랙의 귀에 피터 페티그루가 어둠의 진영을 들낙거리는 스파이였다고 속삭였다. 그 쥐새끼가 롱바텀 부부의 소재를 흘렸으며, 사지에 몰린 릴리와 제임스가 전사하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녀석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별로 통쾌하지는 않았다. 그저 소중한 것을 잃은 슬픔에 잠긴 인간끼리 잠시간 동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시리우스 블랙은 당연히 세베루스를 의심했다. 그러나 명백한 증거들을 보여주자 부정하지도 못했다. 세베루스는 그러고도 납득하지 못하는 블랙을 위해 그가 숨을 죽이고 숨어 있는 장소에서 쥐새끼를 유인해내어, 녀석을 유도신문으로 가지고 노는 것으로 그를 완벽히 설득했다. 겁먹은 시궁쥐가 그 긴 꼬리를 감추고 사라지자 모습을 드러낸 시리우스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덤블도어 몰래 일을 꾸미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의 레질리먼시 피해야 할 때는 펜시브를 이용하면 되었다. 둘 중 하나가 기억을 빼내고 그와의 면담을 마치면 나머지 한쪽은 보관하던 기억을 다시 돌려주었다. 시리우스와 세베루스가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에 한자리에서 덤블도어와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번갈아서 회의에 참석한다고 해도 주변의 의심을 사지 않았다. 그들은 머지 않아 준비를 끝마쳤다.


페티그루는 아즈카반이 위치한 북해 어느 곳에 정박된 머글식 배에 납치되었다. 오직 디멘터들이 관리한다는 섬을 향해 움직이는 배를 본 페티그루는 그야말로 쥐새끼처럼 벌벌 떨었다. 움직임을 멈춘 배 뒤로는 연고 없는 죄수들이 묻힌 무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불길하기 짝이 없는 넝마가 다가와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페티그루는 학창시절의 정을 두고 블랙에게 애원했다. 시리우스 블랙은 너 같은 배신자가 제임스를 추억할 자격이 있을 것 같냐 윽박질렀고, 세베루스의 페트로누스가 보호하고 있는 경계 밖으로 추악한 시궁쥐를 걷어차버렸다. 
두 사람은 디멘터의 키스를 받는 피터 페티그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뒤에야 헤어졌다.


 그 뒤로 블랙은 리무스 루핀과 만나지 않았다. 세베루스는 그가 루핀에게 페티그루에 대한 진실을 말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살인은 절친한 두 사람이 서로를 찾지 않을 이유로 훌륭했다. 그렇게 블랙은 오랫동안 칩거를 유지하면서 불사조의 기사단을 지원하다가 덤블도어가 죽고 나서야 기어나와 교장이 된 세베루스의 뒤를 도왔다. 이전 생의 세베루스가 죽기 직전까지만 해도 개의 모습으로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정보를 물어왔는데 서로의 마지막을 보지는 못했다.




8.

 회상을 끝마친 세베루스는 릴리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그녀는 분노와 불안이 뒤섞여 조바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에게 릴리처럼 소중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전 생의 시리우스 블랙과 공유했던 시간 탓에 그를 마냥 제임스 포터와 같은 무리로 취급하기 싫은 것도 사실이었다. 비극에 깎이고 꺾인 시리우스 블랙이 망부석처럼 굳어있던 탓에 그들은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었다. 서로에게 유일할 만큼 가까이에 있었다.


 당시의 세베루스는 자신의 밑바닥을 알기 때문에 많은 대화가 필요하지 않은 관계가 절실했다. 그는 덤블도어를 잃고 나서야, 그 자신이 홀로서야만 할 때라는 것과 그래야만 보호가 가능한 존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의무는 세베루스 자신같이 비뚤어진 인간에게 가능한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초상화들에게 과하게 의지했었다. 이미 죽은 인간들이 남기고 간 얼굴과 목소리에 의존하며 매일 같이 봐야하는 경멸과 배신감에 가득찬 눈빛들을 견뎌내었다. 그러던 중 피니어스의 초상화가 시리우스 블랙을 불러왔던 것이다.
우스운 일이었다. 분명 역대 교장들의 초상화들의 충성을 받고 있는 것은 세베루스였으나, 그가 여전히 알버스 덤블도어의 지시를 갈구하던 탓에 일어난 일이었다. 덤블도어는 애매한 상하관계를 이용해 시리우스 블랙에게 비밀을 노출시켰다. 세베루스는 알버스의 초상화가 그림이 되고 나서 뒤늦게 망령이 들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베루스는 적어도 자신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몇번 휘두른 뒤에야 블랙과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블랙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을 물어봤다. 몇십년 전에도 그랬듯이.


그리고 세베루스는 너무나 외로웠다, 처음으로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을만큼이나.
눈 앞에 있는 시리우스 블랙은 종이 위에 얹어져 있는 물감과 달리 액자 밖에서 살아 숨쉬는 인간이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알버스가 떠난 뒤, 실망한 눈빛으로 세베루스를 힐난하는 사람들로만 가득한 그의 곁에 처음으로 다가온 남자였다. 그가 갇혀 있는 교장 실 안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밑바닥을 알고 있던 공모자들이었다. 세베루스는 제게 다가온 온기를 거절하지 않았고, 언젠가부터 멋대로 시작된 시리우스와의 관계를 차라리 기꺼운 일처럼 여겼다.



 


살아남은 아이가 네빌인 세계

세베루스는 이미 저번생에서의 관계는 다 끝난 것이라 다름없다고 생각하지만 나름 전 애인 취급해줌. 마음을 연 대상에게 관대한 것이 슬리데린이니까ㅇㅇ 그리고 생각보다 괜찮게 봐주는 것 같아서 고마움. 당분간은 쭉 시리스네임. 다음에는 떡가지고 올게.

해리스네기반 시리스네 스네이프텀 
2024.04.28 06: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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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 몸과 마음을 시리우스 블랙에게 의지했던 세베루스 스네이프라니 전두엽이 도파민으로 터져버렸어 센세
[Code: bc06]
2024.04.28 06:38
ㅇㅇ
모바일
거기다 여전히 마음 한 켠을 유하게 내주고 있다?
[Code: bc06]
2024.04.28 06: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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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존나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센세 어나더 크흡
[Code: bc06]
2024.04.28 08:4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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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존나 좋다....
[Code: 0ff8]
2024.04.28 11:18
ㅇㅇ
모바일
나름 전 애인 취급해준다니 존나 좋다... ..
[Code: d6f0]
2024.04.30 00: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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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Code: 0c57]
2024.04.30 11: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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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베루스의 아무도 모르던 속내 ㅠㅠㅠ
[Code: 601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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