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들은, 아직 센티넬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먼 옛날에는, 아니 어쩌면 현재까지. 사람들은 자연을 다루는 센티넬을 신의 대리인이나 신의 화신, 혹은 신의 강림이라고 여겼더랬다.
과학이 센티넬과 가이드의 비밀을 밝힌 현대 사회의 시민들과 마컴 레이놀즈는 센티넬을 신으로 여긴 사람들을 바보로 여겼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마컴 레이놀즈는 하얀 얼음으로 뒤덮인 저의 매칭 센티넬을 눈에 담으며 제 매칭 센티넬을 신으로 추앙하는 바보가 되었다.

*

[코드 레드 발령. S등급 센티넬 폭주. 코드 레드 발령. S등급 센티넬 폭주. 긴급 상황입니다. 즉시 모든 행동을 중지하고 시설 외부로 대피하여 주십시오. 생명의 위험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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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아, 어떡해, 제발, 안돼!!"

방송이 나가는 동시에 센티넬-가이드 연구소가 서리로 가득찼다. 스피커는 몇 초 지나지 않아 지직거리며 그것의 기판이 얼어붙었는지 소리를 내지 못했다. 봄과 여름을 오가는 날씨에 서리와 눈폭풍이라니 아무래도 보통의 폭주는 아닌 것 같았다. 물론 S급이 폭주를 하는 것은 천지개벽을 동반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폭주한 센티넬은 증상이 일어나자 마자 가이드와 함께 패닉룸에 넣어질텐데. 센티넬이 탈주를 했거나 혹은-

"허니비 소장님, 센티넬의 능력이 패닉룸을 벗어났다고 합니다!"

아, 정말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이 찢어지는 상황인 것이다. 도대체 어떤 개자식이 메이저를 저렇게 만든 거냐고, 소장은 제가 들고 있던 태블릿을 부숴버릴 것 같이 쥐며 소리질렀다. 

눈폭풍은 더 이상 연구소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세졌다. 메이저의 매칭 가이드가 탄 항공기가 눈폭풍에 의해 근처의 활주로에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메세지가 왔다. 소장은 해결책을 생각해내려고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생각이 나질 않았다. 패닉룸은 그 자체로 가이딩 파장이 가득찬 공간이다. 그러나 메이저의 심리적 동요가 가이딩의 진정 파장보다 더 강한 탓에 패닉룸의 가이딩 파장 효과가 아예 먹히지 않는 것이다. 그 때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 소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육군 특수임무단 소속 센티넬 딜런 첫스키 중사입니다. 저거, 제가 가봐도 됩니까? 저도 나름대로 A급 자연계 센티넬인데요."

그는 소장의 어깨를 두드린 손과 반대의 손으로 불을 만들어 보이며 소장에게 미소지었다. 소장은 딜런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이 커다래졌다.

"그렇게 자연 속성으로 밀어붙여서 무식하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냐! 별명이 인간 백정인 이유가, 아,"

"하이고, 소장님. 저희 특임단 애들 모두가 인간 백정인데 미안하실 것까지야."
"그리고 가이드가 와봤자 폭주가 해결될 기미는 없어 보이는데."
"가이딩 주사기나 넉넉하게 준비해 주쇼."

딜런 첫스키는 당황한 소장의 어투에 작은 헛웃음을 지으며 그의 사과 아닌 사과를 받았다. 소장은 다른 연구원들에게 가이딩 주사기를 가지고 오라 일렀고, 곧이어 연구원은 가이딩 주사기를 들고 왔다. 연구원이 건네는 가이딩 주사기를 탄창 벨트 카트리지 하나하나에 넣은 뒤, 딜런은 주위를 녹여 가며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

패닉룸의 위치는 간단했다. 연구소 최하층 전체. 딜런은 제가 만들어낸 불로 하얗게 얼어붙은 연구소를 녹여 가며 비상계단 문을 찾았다. 문을 밀자 역시 서리가 낀 비상계단이 딜런을 반겼다. 이대로 패닉룸이 위치한 최하층까지 내려가면 되었다.
그러나 그 후가 문제였다. 패닉룸의 문이 꽁꽁 얼어 열리지 않는 것이다. 패닉룸의 문 앞은 극지방과 같았다. 극한의 온도에서 딜런은 달달 떨며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전등이 전부 나가 버린 어두운 복도 끝에서, 딜런은 제 손으로 밝힌 불 하나에 의지해 문 너머에 있을 센티넬에게 외쳤다.

"메이저! 문 열어! 구하러 왔다!"

역시 아무런 답이 없었다. 폭주 상태에서 정신까지 잃은 것이다. 딜런은 가이딩 주사기 3개를 연속해 제 목에 꽂으며 능력을 방출할 준비를 하며 생각했다.

인간 백정.
딜런 첫스키가 속한 특수임무단 센티넬들의 별명이었다.
그들은 전속 가이드가 필요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모든 가이딩을 통해 파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센티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처럼 몸을 굴려 가며 모든 험한 임무들을 수행했다.

압축공기가 든 카트리지를 부수자 카트리지에서 새어나온 공기들이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딜런은 제 몸을 폭발시킴과 함께 남은 공기를 전소시켰다. 까맣게 타버린, 옷이었던 재들이 딜런의 주위에 휘날렸다. 딜런이 발길질로 패닉룸의 문을 걷어차자, 쩍쩍거리며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딜런의 몸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용암의 피부를 가진 전라의 모습으로, 딜런은 패닉룸의 문을 부수듯이 걷어찼다. 발길질 하나하나가 패닉룸의 문에 빨갛게 남으며 딜런의 상태를 증명했다.

딜런의 충격에 백기를 든 패닉룸이 문을 열어젖히자 설국이 보였다.
패닉룸은 어느 상황이든 전기가 차단되지 않는 유일한 장소였다. 천장에서 비춰지는 하얀 불빛은 마치 겨울의 햇빛처럼 뽀얀 눈이 쌓인 바닥에 비춰져 패닉룸을 더욱 희게 만들었다. 그 끝에서 딜런은 패닉룸에 쌓인 눈을 뜨겁게 녹였다. 한 발짝 한 발짝, 두 명의 인간이 서 있는 곳에 다가가면서 눈은 녹고, 다시 생성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딜런이 그 끝에 당도하자 두 명의 인간은 딜런을 알아보지 못한채 서로를 죽이고 있었다.

한 명은 다른 한 명의 목을 조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의 목을 조르는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목을 졸린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거품을 물고 있었지만, 목을 조르는 남자는 그의 손에 힘을 주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그러나 메이저는 제가 만든 환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옛 이야기에서 태양이 나그네의 마음을 녹여 나그네의 옷을 벗게 만든다고 했던가, 딜런은 그런 감성적인 생각을 하며 메이저를 뒤에서 안은 뒤, 명치에 손을 얹어 그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다. 메이저를 하얗게 감쌌던 서리는 딜런의 손에서부터 녹아내려갔다. 차가운 메이저의 품은 마치 눈사람을 안는 것 같았다.

"하아, 하아..."

"괜찮습니까?"

"아, 내가 무슨 짓을..."

"워워! 진정해요! 또 다시 폭주하면 여기 폭격하는 것밖엔 해결할 방법이 없어요."

딜런은 웃으면서 메이저를 안아들었다. 메이저의 목을 조르던 남자의 손가락도 딜런의 손에 녹아내리며 까닥거렸다. 그러나 딜런은 남자의 몸을 녹일 의지는 없었다. 

"자, 이제 안 답답하죠?"

웅웅거리며 주파수가 잡히기 시작했다. 딜런은 메이저를 품에 안은 채 메이저의 가슴 위에 얹은 손과 반대 손으로 이어피스를 누르며 발신했다. 

"여기는 인간백정, 임무 완수했습니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이 느낌이 아무래도 이 남자 탓은 아닌 것 같다고, 녹아내린 메이저가 생각했다.
딜런은 메이저의 마음도 모른 채, 단단한 팔로 메이저를 안아들어 밖으로 이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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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이 죽일듯이 찾던 그 개자식은 메이저가 며칠 전 파견 나간 적국의 테러 단체의 일원이었다. 개자식은 정신계 센티넬이었는데, 센터의 연구원과 정신을 바꿔치기 하며 메이저에게 접근한 뒤, 그를 자극하며 폭주를 부추겼다. 눈이 가려진 개자식은 심문을 위해 군부대로 호송됐다.
메이저가 만들었던 눈보라가 그치자 마크가 탄 항공기는 기다렸다는듯이 활주로에 안착했다.

*

5월의 텍사스에 눈을 내리게 만들고, 연구소를 극지방으로 몰아넣은 제 매칭 센티넬. 하늘에서 눈폭풍을 보며, 마크는 자신만의 신을 영접하기를 기다렸다. 비행기에 처음 탄 아이처럼 마크는 창문에 이마를 붙일 듯 가까이 하며 저의 메이저가 만들어놓은 설국을 감상했다.

지상에 착륙하자 마자 마크는 준비된 헬기를 타고 연구소로 향했다. 마크는 가까워지는 연구소의 풍경을 보며 상상했다. 헬기에 내리자마자 들것에 실려 오는 저의 사랑에게 입을 맞추고 모든 가이딩을 영혼까지 뽑아 쏟아내리라. 손끝까지 짜릿해지는 그 감각에 마크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헬기가 땅에 닿자 마자 마크는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메이저!"
"아아..."

고대인들은, 아직 센티넬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먼 옛날에는, 아니 어쩌면 현재까지. 사람들은 자연을 다루는 센티넬을 신의 대리인이나 신의 화신, 혹은 신의 강림이라고 여겼더랬다.
과학이 센티넬과 가이드의 비밀을 밝힌 현대 사회의 시민들과 마컴 레이놀즈는 센티넬을 신으로 여긴 사람들을 바보로 여겼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마컴 레이놀즈는 하얀 얼음으로 뒤덮인 저의 매칭 센티넬을 눈에 담으며 제 매칭 센티넬을 신으로 추앙하는 바보가 되었다.

"레이놀즈 씨...!"

모든것이 그의 상상과 같지는 않았지만, 저의 신이 저를 향해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마크는 흥분감을 감출 수 없었다.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철벅거리는 눈이 바짓단에 튈 만큼 그에게 뛰어가 자신의 가이딩을 나눠 주고 싶었다. 그리고, 하얗고 투명하게 눈의 신이 된 제 센티넬의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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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그쪽 매칭 가이드 오셨네. 가이딩 잘 받고, 푹 쉬고. 당신 잘못한 거 하나 없으니까."

은박 담요 따위로 몸을 감싸고 있는 아직 제 힘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붉은 전라의 센티넬을 보고 마크는 분노를 느꼈다. 저딴 작은 불기둥 따위가 제 신의 옆에 서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고, 또 더 큰 분노를 불러와, 마크는 메이저의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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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당신에게 입을 맞출 수 있도록 허락해 줘요."

"당연히 해도 되죠, 마크. 우리는 매칭 관계-"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세게 메이저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추었다. 메이저는 입술을 통해 갈급한 듯 마크의 가이딩을 빨아 갔지만 그들의 모습은 마치 마크가 메이저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형상이었다. 딜런은 마치 그 자리에 그 둘밖에 없다는 양 구는 마크의 모습에 질려 츳, 하고 혀를 차고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행맨밥 파월풀먼 마크메이저 첫스키메이저
해연갤 - 마크메이저 첫스키메이저 센가물로 그런거보고싶다 (hygall.com) << 이거압해
2024.04.28 09:24
ㅇㅇ
모바일
허미 .....내센세가 압해를 해주셨어 ㅠㅠㅠ선생님 무순의 영상화가 이런건가요 진짜 필력미쳐부렀다 사실은 메이저가 마크 가이딩 빨아가는거지만 겉으로 보기엔 마크가 잡아먹는거 ㅌㅌㅌㅌㅌ진짜 개존맛도리 마크메이저첫스키 삼각관계 너무 맛있다 당장 내 지하실로!!!
[Code: 0349]
2024.04.28 09: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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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을 신으로 추앙하는사람들을 바보로 여겼던 마크가 메이저를 보고 바보가 되어버렸네 하 너무 좋아서 이마 빡빡친다 마크 소유욕에 돌아버린 광공모먼트 개좋아 !!
[Code: 0349]
2024.04.28 10: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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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재밌어!!!
[Code: 3d87]
2024.04.28 10:44
ㅇㅇ
내 센세가 압해를 들고 와주셨어ㅠㅠㅠㅠ 이 삼각관계 저는 대찬성이오 메이저가 첫스키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던 마크는 질투로 미쳐날뛸텐데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손끝이 달달 떨려요 햐 복된 주말 아침이다ㅠㅠㅠㅠ
[Code: 3eb4]
2024.04.28 13: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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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0ac9]
2024.04.29 02: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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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피스...센세 제가 이런 대작을 무료로 봐도 되나요 ?ㅠㅠ 첫스키 능력있고 존멋이야 ㅠㅠ마크 질투하는거 진심 대꼴
[Code: e907]
2024.04.29 08:55
ㅇㅇ
와 이거는 진짜 대작이다........ 메이저의 매칭가이드인 마크가 그 곳에 오지 못한 이유도 메이저가 만들어낸 눈보라때문이었구나 능력뭐냐고 미친 그리고 그렇게 폭주하던 메이저를 구해낸게 같은 센티넬이면서 정반대 불속성 능력을 가진 첫스키라니ㅌㅌㅌㅌㅌ 설정이랑 필력이랑 분위기까지 다 미쳤다
[Code: 4a96]
2024.04.29 08:57
ㅇㅇ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마컴 레이놀즈는 하얀 얼음으로 뒤덮인 저의 매칭 센티넬을 눈에 담으며 제 매칭 센티넬을 신으로 추앙하는 바보가 되었다.

하....... 그 마크레이놀즈가 메이저를 자신의 신으로 추앙하는데 그 신의 옆에 인간백정 소리를 듣는 외간 센티넬이 서있다? 마크 눈뒤집히지ㅠㅠㅠㅠ 센세 그래서 이거 대작의 시작맞죠? 마크가 다소 과도하게 질투하고 첫스키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입맞추는게 그냥 기우만은 아닐거같아 메이저 첫스키를 만나서 얼굴에 열이 오르는 그 느낌 분명히 뭐가 있는겨죠!!!!
[Code: 4a96]
2024.04.29 11: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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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아 센세가 압해를 주셨어🔥🔥🔥🔥🔥🔥🔥🔥🔥🔥🔥🔥
[Code: 0d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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