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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6:41
ㄹㅇ 정신 없고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거지??? 싶은데 보고 나면 결국 친절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임. 내가 좆같이 살아가는 만큼 남들도 다 자기만의 좆같음이 있음. 근데 누가 더 좆같은지 겨뤄보자 ㅅㅂ 하면서 싸워봤자 넓은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 소모일 뿐이고, 차라리 그 시간에 관대함을 서로 주고 받는게 훨씬 생산적일 수 있음. 별 것도 아닌 일로 싸우기엔 생이 짧음. 어차피 우리의 생은 영원하지 않음.

물론 살면서 치열하게 싸워야 할 때도 있지만 이 유한한 삶에서 무엇을 사랑할 것인지, 무엇을 위해 투쟁하고, 무엇을 위해 양보할 것인지는 나의 결정임. 심지어 과거에 했던 별로 좋지 않은 선택마저 그 때 나에게는 최선이었음을 받아들여야 함.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게 관대해져야 함. 여기서 말하는 관대함이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임. 못난 과오는 반성하되, 지나온 시간을 부정하지 말아야 함. 과거를 없애려 할 수록 현재에 이뤄낸 반성과 성찰마저 헛되이 만드는 시도일 뿐임. 그러니 과거를 너무 미워하지 말고 내가 겪었던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길 것. 그것이 친절한 마음의 시작이고, 타인에게 친절해지는 첫번째 관문임.

우리는 각자 못난 시기를 거쳐왔고, 또 거치게 될 것임.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너그러이 이해하려 애쓰잖음? 그 너그러운 시선을 타인에게도 적용시켜 볼 수는 없을까. 다중 우주의 세계에서 멋지고 화려한 삶을 사는 나도, 별 볼일 없는 초라한 나도, 심지어 지금보다 더 부족해 보이는 모습의 나조차 각자의 못난 순간을 거치며 살고 있음. 나라는 존재가 영원불변하지 않듯이 남들도 그러함. 비록 타인의 삶이 못마땅해 보일지라도 그의 삶에서는 그게 최선일 수 있음. 우리도 우리 앞에 주어진 모든 때와 모든 순간에 만점짜리 인생을 살지는 않잖아. 남들도 그래. 심지어 지구에 존재하는 사람은 몇 십억인데 정답이 하나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야.

결국 에블린이 어떤 우주를 가서 자신을 들여다봐도 다 각자의 삶을 살고 각자의 고통이 있음. 심지어는 잘 태어난 것만 해도 다행이고 잘한 일임. 언제나 존재에 정답은 없음. 우리 모두 그냥 살아가는 과정을 겪을 뿐임. 다만 내가 지나온 과정을 관대하게 바라봐주면, 타인도 관대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됨. 우리가 진정으로 듣고 싶은 말은 "너만 제일 힘드냐?" 가 아니라 "너도 힘들겠구나?" 잖아. 결국 우리는 모두 그 자체로 존중받기를 원하면서, 남들에게는 쉽게 존중을 잊어버림. 그러나 가까운 사이일 수록 존중을 잊으면 안 됨. 에블린이 돌멩이가 되어서 절벽을 굴러도 끝까지 조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도 이와 연관이 됨.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너도 힘들었구나!! 를 이해하면 아픔에 우열을 나누지 않고, 소중한 사람이 혼자서 위태로운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도울 수 있음. 그게 에에올이 말하는 친절함의 본질이 아닐까. 도망치고 후회하고 깨지고 굴러도 타인의 삶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는 힘은 결국 친절함에서 온다는 것...
2024.04.27 16: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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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ㄱㄹㅇ 사람들이 진정으로 듣고 싶은 말은 "너만 제일 힘드냐?" 가 아니라 "너도 힘들겠구나?"다. 나에게 먼저 자비를 배풀면 남도 자비롭게 볼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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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7: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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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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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7: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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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kind...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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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7: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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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벌써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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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7: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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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진짜 좋다 타인의 삶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는 힘이 친절함에서 온다는거 이거 너무 공감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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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7: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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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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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8: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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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막줄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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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8: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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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점부다 ㅈㄴ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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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8: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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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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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9: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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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글 보니까 에에올 한번 더 보고싶어졌음ㅜㅠㅜ vod사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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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9: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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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너 칼럼니스트냐 덕분에 영화 내용 한번 더 곱씹게되네
[Code: ba01]
2024.04.27 22: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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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참 조리있고 설득력있게 잘한다. 에에올 안봤는데 이 글 보고 보고싶어짐
[Code: 4247]
2024.04.27 22: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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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글이다..지우지 말아줘...
[Code: 9c1b]
2024.04.27 23: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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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통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불교가 탄생한 것일 수도
[Code: f3d2]
2024.04.28 17: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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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맠 지우지 말아조우ㅜㅜㅜ
[Code: f1b1]
2024.04.28 18: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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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야 난 이렇게 잘 못느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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