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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안함. 오타많음.




구름이 하늘에 널려있었다. 이런 극적인 모습을 연출할 생각은 없었다만 어쩃든 그랬게 됐다. 뭐 하나 의지대로 되는 게 있기는 했던가. 에밋은 차에서 내려 해변으로 향했다.


파도가 모래를 쓸어가는 육지의 경계로 다가갔다. 바지가 젖지 않을 만큼만 다가가려 했는데 갑자기 넘쳐오는 바닷물이 에밋의 신발과 바지자락이 젹셨다.  파도가 언제 얼마나 넘치고 싶은지는 알 수 있는 인간이 있기는 할까.


신발이 젖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바닷가를 걷는 사람들은 모두 젖었다. 모두 어쩔 수 없었다는 듯 바다에 다가가 젖었다. 그 중 누군가는 비싼 가죽 구두가 젖고 모래가 들어갔다며 짜증나는 척 하기도 했다. 모래사장을 밟고 넘실대며 넘치는 거대한 바다가 있는 곳에 제발로 들어와 있는 주제에 말은 참 잘 했다.


한 번 그렇게 적시더니 파도는 또 에밋이 서 있는 곳 근처로도 오지 않았다. 발목이 소금물에 젖은 채 에밋은 딱 여기까지가 그에게 허락된 경계의 끝임을 자각했다. 에밋은 바다가 자비롭다고 생각했다. 인간과 다르게 바다는 친절하게 더 이상 넘어선 안될 경계를 알려준다.



자기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 마냥 별 거 아닌 일에 울고 불고 난리치는 사람들은 질색이었는데 에밋은 지금 자신의 꼴이 그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을 인정해야했다. 그냥 수술을 앞두고 청승맞게 바닷가에 서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에밋은 코트 주머니에서 손을 꺼냈다. 뭐하러 들고 나왔는지 모를 알버트의 펜이 한 손 위에 올려두고 에밋은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걸 어떻게든 처리해야했다. 이까짓 펜 따위 어떤 증거도 물증도 되지 못 한다. 에밋이 주든 주지 않았든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 낯짝 두꺼운 연방요원이 얼마나 유능하고 잘난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놈도 고작 이 펜 한 자루 하나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안에 든 것이라곤 펜심 뿐인 평범한 볼펜이다. 당연히 그래야 했다. 이 펜은 평범한 펜이어야 했다.



던져버리면 속이 시원할까 하고 잠깐 고민했다. 그냥 쓰레기 통에 버렸으면 될 일인데 여기까지 들고 온 자신이 우수웠다. 가지가지했다. 재수없는 새끼, 그냥 던져버리자. 근데 던지는 것도 웃겼다. 무슨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을 따라하는 것 같아 괜히 부끄럽기 까지 했다. 짧은 고민을 마친 에밋은 모래사장에 옷이 닿지 않을 정도로만 쪼그려 앉았다.



씨발새끼. 개새끼. 진짜 좆같은 새끼. 에밋은 모래사장의 모래를 손으로 조금 파냈다. 욕을 하자면 끝도 없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은 자신이 죽을 줄 몰랐기에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마지막을 남겼다. 너무 얕다. 충분히 깊지 않다. 에밋은 모래를 좀 더 파냈다. 에밋이 느끼는 화를 담기에는 이 세상 어떤 구덩이도 부족했지만 에밋은 지금 분노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의 맨손으로도 충분한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딱 에밋의 손에 딱 맞을 정도의 구덩이라기엔 너무 작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에밋이 손을 크기를 가늠해보기 위해 손을 넣었다. 그의 손목에서부터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위에 있는 팔까지 들어갔다. 너무 얕나 싶었지만 그냥 더 생각하기 싫어졌다.



에밋은 파낸 자리에 녹색 금속 펜을 바르게 뉘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음각의 무늬는 사정도 모르고 매끈하게 빛났다.


상황이 어떠하든 펜 자체로는 참 아름다운 펜이었다. 더 보면 또 속을 것 같아 에밋은 서둘러 그 위에 모래를 덮었다. 지독하고 비겁하고 구질구질한 모든 것이 그대로 덮이길 바랐다. 가지 말라고 하면 가지 않을 것도 아니었으면서 알버트는 에밋에게 물었다. 마치 에밋에게 무슨 선택권이라도 있었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 마지막까지 굳이 그렇게 했다.



다시 눈물이 나려 했는데 수평선이 보자마자 울컥하던 감정이 사그라들었다. 언젠가 저 끝까지 가면 이 모든 것도 모래사장의 작은 모래만큼 작은 일이 될 것이다. 알버트 너는 미리 먼저 가있어라 춥겠지만 니 혼자 그리 오래 두진 않을게. 자비로운 그곳의 바닥은 의외로 따뜻할지도 몰랐다.





에밋이 떠난 자리 위로 파도가 그가 있었던 흔적을 쓸어갔다.














에밋은 그 후 한 번 더 재수술을 했다. 첫번째 수술 때는 전신마취를 했는데 재수술일 때는 수면마취만 해도 되는 시술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호전이라 볼 수 있었다. 에밋은 현장직에서 물러났다. 건강 상의 문제와 에밋의 자의가 반영된 결정이었다. 에밋은 마침내 진짜로 증거를 분실한 경찰이 되었다. 이 역시 긍정적으로 이제 더 억울할 점도 없다는 점에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 볼 수 있었다.



현장을 물러난 경찰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딸과 함께 찍은 홍보용 사진의 모델로는 훌륭히 제 역할을 해냈다. 모든 게 너무 빠르게 흘러갔다. 운이 따라주는 삶이란 흐르기도 쉽게 흘렀다. 에밋은 서류 작업만 하느라 책상에 쳐박혀 있는 경찰이란 것이 수치스러울 정도로 싫었지만 퇴직 연금까지 끌어다 쓴 것도 자신이기에 받아들이는 법을 익히려 애썼다. 날카로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일,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는 일에서부터 멀어지는 것은 누군가에 대해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에밋의 결심을 돕는 일이기도 했다. 좋게 보자면 그랬다.




몸이 무리 하지 않은 정도의 업무를 하고 퇴근하는 길에 뉴욕에서 찬란한 청춘을 보내는 줄리앤과 통화하는 소소한 일상도 어쨋든 연명은 하고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다 그렇게 여기면 될 일이었다. 계속 이렇게 버티다 보면 에밋도 이 짓에 내성이 생겨 할 만 하다고 익숙해졌을지도 몰랐다. 삶의 관성에 날이 깎여 그렇게 무디게 살게 될 노년의 자신을 에밋도 가끔 떠올릴 수도 있어졌다.



새로 사귄 멋진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내는 딸이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좋은 이야기만 한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 할 만큼 둔감해지고 나면 마침내 모든게 평화로워지지 않을까하는 낙천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뉴욕에서 찍은 줄리앤의 사진에서 누군가를 알아보기 전까진 그랬다. 어느 사회학부 대학생, 요트를 즐겨타던 그 남자. 그가 줄리앤과 함께 있었다.




테넌 자공자수



 
 
2024.04.24 23: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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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이게 누구야 ㅠㅠㅠㅠㅠㅠㅠㅜ 센세???? ㅠㅜ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ㅜㅜㅜㅠㅠ
[Code: 4665]
2024.04.24 23:31
ㅇㅇ
모바일
카경장이 알버트의 선물이었던 펜 묻는 거 왜.... 이렇게 가슴 아프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 알버트를 바다에 묻는 거 같아 습습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카경장의 삶이 알버트의 빈 자리도 어렴풋이 묻을 수 있을 정도로 평화로워지고 있는데 아니 저새끼 카경장이 못 잡았던 그 새끼 맞나????? 이게 무슨 일이니 줄리엔아 아이고!!!!!!
[Code: 9d9b]
2024.04.24 23: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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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다!!!!!!!! 알버트가 남긴 펜 이제 보내주는 거 짠하다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드디어 재수술도 받고ㅠㅠㅠㅠ 이렇게 착착 흘러가면 카경장이 삶이 아닌 거처럼 줄리앤 근처에 ㅠㅠㅠㅠㅠㅠㅠ
[Code: 2e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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