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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0 23:45

 

펜으로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건 참 오랫만입니다. 특히나 항상 곁에 있는 사람에게 쓰는 건 더더욱 그렇고요. 내 옆 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작 중요한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면서 말이죠. 

 

사실 글을 쓰게 된 건 굉장히 사소한 일이 계기입니다. 며칠 전, 라쿤 시티 경찰서를 살폈었습니다. 거기서 좀비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제 상사가 되었을 사람의 메모를 발견했었죠. (이 악마놈이 왜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만들어냈는지 의문이긴 합니다.) 

이제는 제법 감정이 무뎌졌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거기 없어서 다행이라는 그 짧은 문장이 그 날 따라 묘하게 뇌리에 박히더군요. 뒤이어 왜 당신이 생각났는지는... 사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그 때의 감정을 뭐라 딱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제 표현력의 한계인가 봅니다. 그리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감정을 좀 더 표현하는 게 좋다는 말도 생각났습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전 당신만큼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지레 찔렸다고 보는 편이 맞겠네요. 

 

원래 세계의 우리는 살아가는 시간대가 달랐다는 것 알고 있죠? 사실 당신이 살아가는 시간대에서는 동성과의 애정표현이 그렇게까지 지탄받지 않고, 오히려 응원하는 분위기라는 걸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런 자유 속에서 살아온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가는 시간대에서는 동성애라는 것은 배척받다 못해 자칫하면 포비아에게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게이 남성이 길거리에서 호모포비아에게 구타당해 사망했던 사건이 일어났을 정도였으니까요. 동성애가 사회악으로 치부된 사회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숨기고 지냈습니다. 

그렇기에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전 그 세계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애정 표현이 좀 힘들었다는 겁니다. 조금 더 변명하자면 동성과의 만남 역시, 처음이기에 더더욱 그랬을 테고요. 

 

글이라면 그래도 좀 표현하기가 편할 줄 알았는데, 썩 그렇지만도 않군요. 이 짧은 문장들 사이에서도 '그 단어'는 제대로 나온 적이 없어요. 하하. 새삼스럽게 당신의 표현력이 부러워집니다. 당신은 저에게 언제나 넘치게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당신에게 받은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봅니다.

 

 

사랑합니다. 

이건 진심이에요.

우리가 있는 곳은 지옥이지만, 당신이 제 옆에 있다면 이 곳은 천국입니다. 

반대로 당신이 곁에 없다면, 그 곳이 천국이더라도 내게는 지옥일테지요. 

이 지옥의 끝이 없듯, 우리의 끝도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게 제 최대의 표현이자 용기입니다. 당신이 내게 표현해준 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믿어주었으면 합니다. 

 

From. 레온 S. 케네디







레온지운
ㅌㅆ 올린 적 있음

2024.04.21 00:53
ㅇㅇ
모바일
헐 레온지운!!!!! 지운이 답장도 보고싶다ㅠㅠㅠㅠㅠㅠ
[Code: 10f1]
2024.04.21 04:50
ㅇㅇ
모바일
이건 문학이야 센세......
[Code: 9cbb]
2024.04.22 04:15
ㅇㅇ
모바일
하 스바 제목부터 보고 경건한 마음으로 몸 한번 씻고 심호흡 한번하고 들어와서 읽었는데 눈물 좔좔 쏟아서 다시 씻으러 가야할 듯.... 아니 레온 이렇게 애틋하게 편지를 쓸 일이냐고 읽는 지운이 감동해서 눈물 흐르겠다고 뭔 일이야ㅠㅠㅠㅠㅠㅠ
[Code: 96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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