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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0 23:13
강백호 주인공인데도 별로 뭐가 없는거같음..
설정은 있음 많음 근데 서사는 아닌거 같은게 그 과거가 현재에 뭔 영향을 미친다거나 백호의 멘탈이나 정신적 성숙에 딱히 영향을 준다는 느낌을 못받겠음
근데 관련해서 태웅이랑 태섭이 서사 푸는 방식도 좀 재밌다

다른 캐릭터들은 다 과거가 있고 안고 있던 문제들이 있어서 그걸 해결하는 방식으로 정신적 성숙과 성장을 보여준단 말임
퍼슬덩에서 태섭이가 대표적이겠지 아버지와 형의 사망, 어머니와의 관계... 원작에서 없던 장면을 넣은거 아픔이 있는 누군가가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노타케도 말했고
대만이도 그렇고 치수도 그렇고 과거에 있었던 일들은 여전히 지금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로 기능함 대만이는 비뚤어져서 농구를 떠나있던 과거가 발목을 잡는데 그때문에 체력이 달려서 경기중에 쓰러지기까지 했음 그치만 결국 완전히 농구로 돌아옴 안센세 말대로 과거의 무석중 에이스 시절을 뛰어넘어서 정상궤도로 왔고 농구로 대학갈 준비도 함 운동하는 사람한테 2년이면 꽤 긴시간인데 그 공백을 몇개월만에 극복한거 ㄹㅇ 사기캐..ㅋ 치수도 과거에 열정만 가득해서 동료들과 조화되지 못했고 도전하려는 사람 기나 죽이려 들던 무기력하고 성격꼬인 선배들한테 들은 말들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었음 그게 위기가 왔을때 효과적인 창이 되어서 치수를 찔러..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이겨냄 인간 채치수는 질 수 있어도 북산은 지지 않는다는걸 깨닫고..아 또 눈물난다 이장면은 볼때마다 뻐렁침 
암튼 이런 과거와 연결된 서사들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실시간으로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어줌

 근데 백호는... 과거가 나오긴 함 그것도 꽤 뭔가 있었겠거니 하고 나옴 원작 퍼슬덩 둘다. 백호는 일단 돈이 없고 아버지는 쓰러져서 돌아가신 걸로 추정됨 그리고 북산고 입학했을때부터 3학년 선배들도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한 양키였음 
근데 여기 서사는 없어...대부분의 설정이 과거에는 알아주는 문제아였으나 건실한 스포츠맨으로 거듭났다는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려고 설치한 장치 정도로 기능할 뿐 과거에 대해 후회하지도 누굴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상처를 받은 것도 그리운것도 안보임 
사실 양키로서의 과거를 정리하는 모습이 종종 보이긴 함 안선생님 쓰러졌을때도 과거 아버지 쓰러졌을때 길막하는 양키들하고 대적하는거 회상하는거나 원래라면 주먹부터 나갔을 상황에서 꾹 참는 모습들이(물론 경기중임..당연한거ㅋ) 백호가 문제아의 모습을 벗고 진정한 스포츠맨으로 성장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줌 
근데 회한이나 반성같은건 없다..적어도 안보임.. 과거는 과거였고 그냥 그게 다임 지금은 지금이고 그것도 그게 다임 그때 그건 잘못했었지 아~그땐 철이 없었지 그런 회고씬도 하나 없음 오히려 백호 보고 자극받아서 양키말고 뭐든 해볼까 하는 건 백호군단임ㅋㅋ 백호는 그냥 그렇게 돼서 그렇게 한 것일뿐
그래서 얘가 분명히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는데 그것조차도 의식하고 하는게 아닌 느낌임 이마저도 본능적으로 해낸달까 
뭔가 새로운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차근차근 만들어지는 형태가 아니라 원래 예정이 되어 있었다거나 이미 그런 자질이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와서 꽃피운듯한..

근데 이쯤에서 태웅이 얘기를 안할수가 없는게 얘는 진짜 백호보다 극심하게 현재에 머물러 있는 캐릭터임
모두가 이미 알고 있지만 얘는 진짜 과거 서사가 없음...백호보다 더 없음 퍼슬덩까지 나왔는데도 얘는 진짜 없었음ㅋㅋ 
근데 나는 그게 이노타케양반이 태웅이를 뭔가 조금 특별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걸 막을수가 없다
태웅이는 철저하게 현재, 지금에 갇혀있음 과거에 관해 신라중 주장이었고 50점을 혼자 넣었다, 그를 존경하는 후배들도 있다 정도는 나오는데 누가봐도 그냥 장치임 에이스임을 알려주고 부각시키려는. 근데 그것조차도 너무 심플하고 태웅이의 정체성같은 에이스로의 실력은 과거로 설명하기 보다 현재적 장면으로 나오는게 대부분임 당장 슛을 하고 돌파를 하는 지금을 보고 대단해! 라고 인정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그게 다임 이 친구의 과거사는 미스터리로 봉인됐음 원작 이후 30년 지난 지금도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도 안풀어줌ㅋ
근데 그게 서운하냐면 누군가는 아쉬울 순 있겠지만 나는 그게 이노타케가 태웅이를 아끼는 방식같음... 뇌피셜이지만 이 캐릭터의 완전함을 지키려는 느낌..?ㅋ 슬램덩크에서 나오는 과거는 대부분 약점임 대만이는 중딩에이스때는 아니지만 방황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렇다고 봄 백호도 본인은 별 생각없어도 벗어야 할 과거의 잔상을 갖고 있음 태섭이도 억눌린 자아와 그릇된 죄책감 같은 것들을 이겨내야 했고...
근데 태웅이는 과거가 없어서 독보적으로 고고하고 고결하다 그래서 태웅이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지금'이지 과거가 아님 가장 약점이 없다 심지어 외모도 최고...

그런데 그게 백호를 풀어내는 것하고 조금 맥락이 비슷해 보이는게
백호도 캐릭터를 파고들어가 보면 이미 내장하고 있는 자질들이 크게 부족함이 없음 부상당한건 일단 논외로 치고 성격이 유별나서 그렇지 솔직히 재능만으로는 먼치킨 수준임... 경험미달이 간신히 얘를 초보자로 붙들고 있을뿐 점프 스피드 파워 감각 멘탈 운동신경 전부 얼마나 뛰어난지 원작에 다 나오는데 그것도 디테일하게 나옴
근데 태웅이도 비슷함 백호의 능력치를 묘사하는 것처럼 대놓고 보여주는 장면이 조금 덜할 뿐이지 이미 완성형 수준인 실력인데 종류나 정도가 똑같진 않아도 백호에 준하는 신체적 역량이 있다는 것도 간간이 보여줌 놀랍도록 스피드도 빠르고 점프도 타점도 빠르고 높은거 다나옴
그런데 둘 다 과거는 심플하고 담백하다 퍼슬덩에 와서는 백호의 과거는 더 너프돼서 아버지 쓰러지는 장면은 나오지도 않았음 불필요하게 과한 장면이었던거지 원작에서도 어영부영 그런일이 있었다 정도로 뭉갰었는데 퍼슬덩에서는 없애버림ㅋ 태웅이는...그대로 없고...ㅋ
정리하면 백호도 태웅이도 먼치킨 수준의 놀라운 자질을 보유하고 있어 그리고 극복해야 할 어떤 과거 같은것에 매여있지 않음
여기서 백호는 친화력이나 융화능력에서 우월하다면 태웅이는 농구력의 성숙함에서 백호가 따라잡아야 할 절대적인 선구자가 됨
그런면에서 이노타케가 처음에 둘을 쌍둥이로 설정했었다는거 좀 이해가 감 그리고 갑자기 둘을 함께 묶어서 보며 감탄하다 못해 머리를 쥐어뜯던 안센세도...

그래서 상대적으로 퍼슬덩이 태섭이가 주인공인 이유가 굉장히 명확한 편인거같다...직관적으로 가장 큰 약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 다른 캐릭터는 태섭이만큼의 약점이 없음...(여기서 약점이란거 문제라기 보다 어려움 정도로 해석해주길) 사실 신체적 약점(진짜 약점이라기보다 하필 농구라서 생겨버린 약점이지만) 말고는 알려진게 없었는데(피어스는 논외..) 퍼슬덩에서 특히 정서적으로 깊게 의지했던 가족의 상실이라는 초특급 상처를 안겨줌 그것도 농구랑 연관성 백만개.. 그정도만해도 약점으로 강점을 극대화시키는데 태섭이만큼 적합한 캐릭터가 없음 그리고 결국 극복했을때의 감동과 쾌감도 그렇겠지 
 그래서 백호가 영화 주인공에서 탈락된 이유가 있다고 봄 백호로 하려다 탈락시켰다는게 아니라 이노타케가 영화구상하면서 처음부터 백호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 구상하다가 태섭이를 낙점했을거 같은데 아픔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목적의 측면에서 백호의 약점이 생각보다 명확하지가 않음 신체적 정서적으로...원작에서 이미 그렇게 해놔서 여차하면 캐붕남 가정환경적으로 약한 부분은 들쑤시면 한도 없을 캐릭터긴 한데 그건 또 30년 전부터 날려버렸던 설정이라.. 태웅이도 마찬가지임 치수나 대만이도 핵심적인 이슈 한두개정도 빼면 그다지 삶이 어려운 친구들이 아님ㅋ 
 그래서 태섭이가 퍼슬덩의 주인공이라고 봄 물론 아픔을 안겨주기 위한 조금 억지스러운 전개가 없진 않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정신적 성장만큼은 가장 약한 곳에서 시작됐을때 가장 완성될 수 있다고 봐서 작가양반의 영화를 만들던 처음의 목적을 생각하면 마냥 무리수는 아닌듯 그래서 미국도 안보낼 수 없었을것 얘가 보여줘야 하는 성장의 사명이 있었어서..결과적으로 너무 타당함....백호가 이상적인 측면에서 멘탈갑이라면 태섭이의 정신적 강인함은 독보적이라고 봄 이건 실질적이고 경험적이고 실제적이라서..백호도 부모님을 잃었을수 있지만 태섭이랑 결이 좀 다른게 태섭이는 가족의 상실을 농구라는 본인 인생 전체의 정체성을 관통하는 주제와 엮어서 싸워야했음 남은 가족과의 관계성도 이겨내야 한다는 큰 과제가 있었고...중고딩이 감내했어야 할 일치고 굉장히 처절한 편...ㅠ
그래서 퍼슬덩 주인공은 너무 태섭이라는 생각...태섭이는 확실히 원작하고 많이 다르다 원작은 그래도 외강내강형같은데 영화는 외유내강의 전형임 근데 그걸 스스로 노력해서 검증한 캐릭터야...기특해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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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0 23:24
ㅇㅇ
모바일
해석글 너무 좋다... 지우지마로라
[Code: 98ec]
2024.04.21 04:54
ㅇㅇ
모바일
미친 글 너무 좋음ㅠㅠㅠㅠㅠ 이런게 영화 해석이구나싶다...ㅠㅠㅠ 잘 읽었다ㅠㅠㅠ
[Code: afed]
2024.04.21 10:23
ㅇㅇ
와 글 좋다..동감 가는 부분도 많고 좀 더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어
[Code: 6f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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