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와르물 ㅈㅇ
* 폭력/강압적 관계 ㅈㅇ
* 이명헌 18, 정우성 32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무거운 돌덩이처럼 가슴에 가라앉을 때가 있다. 그 돌은 마음을 전부 파내기 전까지 절대 건질 수 없다. 마음을 파내는 데엔 치열한 자각이 필요하다.

무딘 끌로 천천히 마음을 긁는다.

1

네. 오늘부터 출근할 수 있어요. 이삿짐만 옮겨놓고요. 몇 시간 걸리냐고요? 두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요. 아… 네. 빨리 가겠습니다. 사거리 옆 정비소요, 알겠습니다.

빠앙-  푸른 창문 너머로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려온다. 이명헌, 방년 18세 청년은 한 낡은 빌라의 좁다란 층계참을 오르고 있었다. 품에 들린 이삿짐 상자가 명헌의 시야를 반쯤 가릴 정도로 커다랗다. 짐을 옮기느라 손이 모자라 휴대전화를 어깨와 턱 사이에 끼운 채 불편한 통화를 하던 중이다. 그때 뵈어요. 겨우 통화를 끝낸 명헌이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이마 위로 흐른 땀을 훔쳤다.
 

오늘은 명헌이 서울로 상경한 첫날이었다. 날씨는 무더웠고 뜨거운 햇빛에 달궈진 아스팔트는 지글지글 끓었다. 지하철역에서 빌라까지는 15분 남짓. 거뜬히 걸어갈 거리라고 생각했건만, 오산이었다. 명헌은 비탈길을 걸으며 날씨가 더우니 트럭을 부르거나 택시를 타라는 복덕방 아저씨의 말을 들을 걸, 하고 후회했다. 물론 그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고 한들, 명헌에게 택시같은 사치를 부릴 여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빌라 건물 안에 들어오니 공기가 제법 서늘했다. 목덜미로 와닿는 곰팡내 섞인 눅눅한 바람에 햇볕에 달구어졌던 명헌의 몸이 빠르게 식는다. 명헌은 옷자락을 펄럭거리며 짜증스럽게 주머니를 뒤졌다. 분명 열쇠를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것 같은데. 절그럭. 주머니 깊숙한 곳에 들어 있던 열쇠가 바닥에 떨어졌다. 명헌은 허리를 숙여 열쇠를 집어들고 그새 달라붙은 먼지를 후- 불었다. 이 집에는 도어락 따위 달려있지 않다.


이 빌라는 구축 중에서도 오래된 건물이다. 집주인은 낡았기로 따지면 당장 재개발이 되어 허물려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걸 명헌에게 왜 솔직히 이야기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명헌은 나름 마음의 각오를 했다. 그 각오가 충분했는가? 는 미지수지만.
 

간신히 현관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선 명헌은 인상을 찌푸렸다. 복도가 온통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있었다. 콜록, 마른 기침이 나왔다. 명헌이 계약한 집에는 명헌 말고도 다른 사람이 이미 살고 있다고 했다.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방문이 마주보고 있는 해괴한 구조. 방은 따로 쓰지만 화장실과 부엌은 공유해야 했다. 명헌은 복도를 따라 걸으며 집주인이 불법증축을 한 게 틀림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행히 방 안은 멀끔했다. 그는 구석에 상자를 내려놓자마자 창문부터 열었다. 물론 창문으로 흘러들어오는 공기라고 해봤자, 후텁지근하고 텁텁한 서울의 매연이다. 하지만 이게 어디냐 싶어 명헌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정비소에 출근하기로 약속한 시각으로부터 단 2시간. 잠시 숨을 돌리던 명헌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종이 박스의 테이프를 북- 뜯었다.


짐은 많지 않았다. 옷가지 몇벌과 기본적인 식기정도. 다 합쳐봐야 박스 하나 남짓이니 알만했다. 화장실에 양치 도구를 놔두려 다시 복도로 나온 명헌은 본능적으로 코를 틀어막았다. 그의 새로운 플랫메이트가 방에서 흡연을 하는 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복도가 뿌옇게 보인다. 어디선가 독한 락스 냄새도 풍겨왔다.


“...”


방으로 돌아가려던 명헌의 발걸음이 멈췄다. 반대편에서 인기척을 느낀 탓이다. 명헌은 몸을 돌려 동거인의 방을 두드렸다. 똑똑. 그러자 갑자기 집 안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모르는 척 하겠다 이거지? 명헌의 노크가 점점 거세졌다.


쾅, 쾅. 어느 순간 명헌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앞으로 함께 살게 될 사람이 집 안에서 흡연을 하던 말던, 참고 넘기면 되는 일이지만 오늘따라 무시가 되지 않는다. 명헌은 주먹이 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문을 내리쳤다.
 

덜컥-

결국 문이 열렸다. 문 틈으로 한 남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명헌은 남자의 얼굴을 확인할 새도 없이 흥분한 채 쏘아붙였다.
 

“저기요. 담배는 나가서...”

“......”
 

흡. 명헌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그의 목덜미가 빳빳하게 굳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복도에 깔려 있던 연기를 모두 뒤덮을 만큼 지독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그는 입술을 다물고 문고리를 붙잡은 채 벌벌 떨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 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티셔츠의 넥라인 위로 문신이 어지럽게 새겨져 있다. 땀에 젖은 것인가, 그의 목덜미가 옅게 빛난다. 입술은 굳게 닫혀 있고, 앞머리는 덮수룩하다. 느리게 흔들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시커먼 눈동자가 번들거린다. 명헌은 그의 눈에서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릉 -
 

쾅. 감정 없는 눈길로 명헌을 응시하던 남자는 거세게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바람에 회칠된 벽에서 먼지가 푸스스 흩날렸다. 눈 앞에서 남자가 사라지고 나서야 명헌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 순간에도 전화벨은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제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남자가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명헌은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


- 언제 오는거야? 우리 일손 부족해.


그러나 명헌의 귀에는 정비소 직원들이 그를 윽박지르는 소리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명헌은 남자에 대해 생각했다. 그의 어두운 눈, 젖은 어깨 그리고 익숙한... 아니.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로,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명헌이 이 남자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명헌은 남자를 기억했다.


“......”


이삿짐을 대강 풀어둔 명헌은 몇분 쉬지도 못하고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폭염이 명헌을 훅훅 볶는다. 그는 비탈길을 내려가다 말고 뒤를 돌아 빌라의 창문을 올려다 보았다. 명헌의 발걸음이 멈췄다. 누군가 창가에 서있다.


그 남자다.

정우성.


남자는 창가에 서서 길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다. 창문을 꽉 닫은 채로, 뿌연 유리창 너머로 명헌을 바라보며 그는 태연하게 담배를 폈다. 그의 입가로 하얀 연기가 옅게 퍼져나간다. 그러더니 입꼬리를 올린다. 남자가 웃는다.


지금 나 보랍시고 저러는 거 맞나? 명헌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미간을 좁히고 남자를 노려보던 명헌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비탈길을 내달렸다. 한달음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명헌은 무릎을 짚고 숨을 몰아쉬었다.


버스에 올라탄 명헌은 차창에 머리를 기댔다. 그는 창문을 조금 열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꾸벅 졸았다. 꿈 속에서 명헌은 13살의 어떤 날로 돌아갔다.


명헌이 한달 전부터 달력에 표시해 가며 고대한 생일날이었다. 아버지는 명헌을 차를 태워 시내로 나갔다. 커다란 상점에 가서 생일 선물을 고르게 해주시겠다고 했다. 시내로 향하는 내내 명헌은 상기된 얼굴로 바깥 풍경을 구경했다. 그간 명헌의 아버지는 위험하다며 조수석에 앉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명헌은 조수석의 안전벨트를 꼭 쥐었다.


에어컨이 고장난 차는 숨이 막히도록 더웠다. 더위를 견뎌보려 숨을 몰아쉬면, 누렇게 삭은 카시트에서 올라오는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래도 명헌은 기뻤다. 오늘은 오로지 명헌의 생일을 축하하는 날이었으니까. 그런데 시내로 들어가기 직전, 아버지가 핸들을 홱 꺾었다. 그 바람에 주행거리 20만km를 훌쩍 넘긴 고물 자동차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 아, 아빠?

- …불려 놓으면 될거 아냐, 불려 놓으면.


그는 무언가에 홀린듯 중얼거리며 엑셀을 밟았다. 자동차는 덜컹거리며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낮게 자란 나뭇가지들이 빗줄기처럼 자동차의 지붕을 때린다. 명헌은 나무 사이로 멀어지는 시내를 돌아보았다. 좁다란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가니 공터가 나왔다.
 

공터는 이미 주차된 차들로 가득 차있었다. 에이씨! 핸들을 잡은 아버지의 손이 덜덜 떨린다. 그는 공터를 세번 돌고 겨우 빈자리를 찾아 내던지듯 차를 주차했다. 그리고 조수석의 글로브 박스에서 현금다발을 꺼냈다. 한 어린아이의 생일 선물을 사기에, 또 판돈으로 걸기에 적당한 액수였다.
 

명헌은 멍하니 아버지가 돈을 들고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손발에 피가 잘 통하지 않았다. 명헌은 저릿한 손바닥을 바지에 문지르며 아버지를 따라갔다.
 

누런 천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명헌은 아비를 따라 하우스를 가로지르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카드를 놓지 않았다. 초록색 테이블 위에 둥그런 칩이 가득하다. 천막 안에는 명헌의 키보다 큰 대형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명헌을 선풍기 앞에 세워두고 테이블에 앉았다.


명헌은 신발로 흙바닥을 긁으며 물끄러미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지폐 한다발을 전부 칩으로 바꾼 아버지는 곧바로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았다. 집에서는 시종일관 희뿌옇게 죽어있던 눈동자에 생기가 맴돈다. 카드를 보는 눈에서 불똥이 튀고, 판돈을 거는 목소리는 경쾌하다. 명헌은 그렇게 즐겁고 활기찬 모습의 아버지는 처음 보았다.


아버지는 도박패를 손에 쥐어야 비로소 사는 사람이구나.


미적지근한 바람이 명헌의 앞머리를 휘날린다. 목덜미에선 계속해서 땀이 흘렀다. 대형 선풍기로도 도박장의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명헌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멀뚱하게 아버지의 도박을 지켜보았다. 아버지의 도박은 해가 산자락 아래로 지고 나서도 계속 되었다. 더위를 견디다 못한 명헌이 제자리에서 휘청거릴 무렵이었다.


- 오셨습니까?

- 아, 예예. 가서 일 보세요.


입구가 시끌시끌하더니, 정장을 입은 한무리의 남자들이 도박장으로 들어왔다. 참 도박장에 안어울리는 차림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들어보니, 이 하우스를 소유한 깡패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건 명헌의 알 바가 아니었다. 명헌은 그저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눈 앞이 노랗게 물든다. 심호흡을 하면 할수록 숨이 막혔다. 어느 순간 천장이 빙글 돌았다.


그때, 쓰려지려던 명헌의 팔뚝을 누군가 붙잡았다. 명헌은 눈을 깜박였다. 남자는 남는 의자를 끌어다 명헌을 앉히곤 그와 눈높이를 맞췄다. 명헌은 멍하니 남자를 마주보았다. 그는 자켓을 벗어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하얀 셔츠와 검은 넥타이. 그리고 시원한 미소를 띈 남자가 묻는다.

여기 덥지? 형이랑 나가서 놀까?

명헌의 아버지는 명헌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도박을 즐겼다. 명헌의 열세번째 생일날, 그는 생일 선물을 사러가던 길에 아버지를 따라 도박장을 방문했다. 결국 그 날 명헌은 생일 선물을 고르지 못했다. 대신 명헌은 한 남자를 만났다.

그의 이름은 정우성이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신입아. 너 이 씨발, 담배 펴?”


뻐억.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 뺨이 욱신거린다. 비틀거리던 명헌은 작업대를 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정비소 출근 첫 날. 명헌은 그를 아니꼽게 본 다른 정비사들에게 얻어맞았다. 자동차 정비소는 고향의 지인이 주선한 일자리였다. 명헌은 그 일자리가 달갑지 않았지만, 중졸에다 미성년자인 그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마침 명헌은 자동차 정비를 조금할 줄 알았고, 미리 봐둔 집과도 가까웠기에 어쩔 수 없이 정비소에 출근하게 된 것인데...


이 정비소의 신고식은 아주 좆같았다. 정비소 직원들은 별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아 명헌을 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핀잔만 주다가, 서울에 연고가 없고 나이도 퍽 어려 만만하게 봤던 명헌이 제법 정비에 대해 아는 게 많자 손을 올렸다.


안타깝게도 명헌은 폭력에 익숙하다. 뺨이 퉁퉁 부었는데도 명헌의 낯빛이 변하지 않자, 정비사들은 당황한 눈치였다. 명헌은 우두커니 서서 정비사들을 마주보았다. 명헌은 그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턱을 조금 올렸다. 더 때려보라는 눈치였다.


그때, 입구쪽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다. 정비사들이 헛기침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 명헌은 뺨을 문지르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정비소 앞에는 새하얀 차가 서있었다. 차종에 문외한인 명헌이 봐도 비싸보였다. 운전석 창문이 내려간다. 명헌은 숨을 멈췄다.


우성이다. 번듯하게 셔츠를 입고, 긴 머리는 하나로 묶었다. 그가 명헌을 향해 손을 흔든다. 여느 때와 같은 미소를 띄우고. 그러자 정비사들이 일제히 명헌을 바라보았다.


“......”


명헌은 고개를 돌려 그를 외면했다. 어? 너 그거 뭐야. 명헌의 뺨에 든 시뻘건 손자국을 발견한 우성이 소리를 질렀다. 뒷걸음치던 명헌은 얼굴을 가리며 눈을 감았다. 젠장. 우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명헌과 정비사들을 번갈아보았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명헌에게 손을 올린 정비사가 표정을 굳혔다. 차창이 다시 올라간다. 이대로 가려나.


콰앙.


명헌은 입을 쩍 벌렸다. 정비소 입구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우성은 자기 차를 정비소에 그대로 박아버렸다. 우성은 일부러 사고를 내고도 천연덕스럽게 차에서 내렸다. 그는 충격에 오그라든 범퍼를 발로 툭툭 치더니 태연하게 정비소 안으로 들어왔다.


우성은 사고 현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장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차고 있던 팔찌를 풀어 사장의 손바닥 위에 떨어트렸다. 묵직한 금팔찌였다. 우성은 웃으며 사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장났네. 고쳐줘요.”


명헌은 미간을 문질렀다. 저 또라이같은 인간. 그때, 우성이 달려와 뒷문으로 도망치려던 명헌의 팔뚝을 붙잡았다.


“......”

“너는 나 좀 보고.”


우성은 명헌의 팔을 잡고 제멋대로 끌고 갔다. 우성이 그를 데려간 곳은 정비소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상가 건물 옥상이었다. 우성은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한대 물었다. 곧 담배 연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난간에 턱을 괴고 본인이 엉망으로 만든 정비소를 내려다 보았다. 명헌은 그에게 붙잡혀 욱신거리는 팔뚝을 문질렀다.


“아, 웃기다. 그치, 명헌아.”

혹시 그가 나를 기억할까, 라고 생각할 틈도 없었다. 우성은 마치 어제까지 명헌을 마주보던 사람처럼 천연덕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어쩐지 명헌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명헌은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뭐가 그렇게 웃긴데요?”

“너는 이게 안 웃겨?”

“......”


우성은 뜻 모를 소리를 늘어놓았다. 차를 정비소에 들이박은 게 재밌다는 걸까? 명헌은 입을 꾹 다물고 우성의 시선을 따라갔다. 정비소 입구에서 사람들이 자동차를 견인하고 있다. 금팔찌, 무거워 보이던데. 자동차를 수리하고 정비소 입구를 고쳐도 남을 만큼. 저 사람들이 뭐가 예쁘다고 금을… 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정비를 하는 모습을 보니 고소하긴 하다. 후텁지근한 바람과 함께 우성의 냄새가 불어온다. 명헌은 자기도 모르게 코를 찡긋거렸다.


담배를 마저 피운 우성이 꽁초를 옥상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리곤 구두 뒤축으로 문질러 타들어가던 불을 껐다. 우성이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작은 사진 여러장을 꺼냈다. 명헌은 얼굴을 굳혔다. 명헌이 자기 방에 보관해두던 아버지의 사진이었다. 우성은 명헌이 소중히 보관하던 사진을 함부로 꺼내 명헌의 눈 앞에 흔들었다. 우성의 눈꼬리가 휘어진다.

“아버지 찾으러 온거지?”
“...내놔요.”
“내가 도와줄게.”

명헌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당신이 뭔데 날 도와? 라는 말이 명헌의 목구멍을 기어올랐다. 그러나 명헌은 그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다. 맞아요, 나는 아버지를 찾으러 여기 왔어요. 나를 버리고 서울로 가버린 아버지를 찾으러 여기 왔어요-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치민다. 명헌은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우성이 내민 사진을 낚아챘다.






*
깡패 아저씨 정우성이랑 이명헌이 지독하게 엮이는 거 보고 싶다





명헌우성
슬램덩크


 

2024.04.21 01:44
ㅇㅇ
모바일
대작의 시작ㄷㄷ
[Code: 710d]
2024.04.21 12:08
ㅇㅇ
모바일
_(:3 」∠)_
_(┐「ε:)_
센세가 다시 올 때까지 드러누워서 굴러다니는 중
[Code: 6a27]
2024.04.22 02:15
ㅇㅇ
모바일
와 좃된다....와 대박
[Code: cdef]
2024.04.22 12:05
ㅇㅇ
모바일
미친 분위기 도랐다… 하드보일드 느와르 느낌 제대로자나ㅠㅠㅠ
[Code: 7f84]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