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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00:20
2.
열다섯에 킬러가 된 뒤, 그는 죽음에 무감해졌다. 거둬들여야 하는 생명 앞에서 연민이나 자비심 따위는 자리할 수 없었다.
몇 번이고 생사를 넘나들며, 자신 자신의 목숨에 대한 의식마저 희미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자신을 변화시켜준 사람은 애인이었던 제시카였다.
같이 조직을 빠져나가자고 약속했었는데... 일은 꼬이고 제시카는 죽고 말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복수를 다짐하지도 않았다.
단지 누군가 심장을 도려내간 것처럼 허탈했다.
킬리언은 죽은 동박새의 사진을 면밀히 찍어 보관한 뒤, 직접 땅을 파 새를 뒷뜰에 고이 묻어 주었다.

"문 닫히기 직전에 온 사람, 이 작가를 좋아하나봐."
칼럼이 카트의 책을 꺼내들며 허니에게 말을 걸었다.
마뉴엘 푸익.
'거미 여인의 키스.'
"거미가 키스를 해요?'
허니는 의아하게 물었다.
"응. 아주 지독한 키스를 하지."
칼럼이 장난스레 허니를 툭툭 쳤다.
"나 먼저 간다!"
허니는 책을 펼쳐들었다. 마지막 장에 책갈피가 꽂혀 있었다.

사랑하는 발렌틴, 그런 일은 결코 없어요.
이 꿈은 짧지만 행복하니까요.

자신이 죽은 새를 박아 넣었던 집의 남자가, 다음날 도서관으로 찾아왔다.
"책갈피 찾으러 왔습니다."




한편 칼럼은 퇴근길에 짝사랑하는 허니랑 키스하는 상상하면서 쭈굴해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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