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1204815
view 12454
2024.04.17 02:16
알오 세계관인데 인구수가 알파=오메가>>>>베타임 그러니까 베타가 제일 소수자고 특이형질인 거야. 그리고 베타는 알파나 오메가하고는 물론이고 베타끼리도 생식할 수가 없는 형질이라서 완전히 쓸모없는 형질처럼 여겨짐. 그러니까 알파 오메가한테 멸시받는건 물론이고 차별도 많이 받는 존재들임. 머리가 크고 사회에 나가면 다들 체면 차리느라 대놓고 괴롭힌다거나 하진 않지만 정글같은 학생시절에는 아니겠지.

제법 여유로운 가정환경에 어딜 가도 이목을 끌 얼굴, 그리고 미들스쿨에서부터 같이 진학한 절친들이 워낙 날고 기는 애들이라 저절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군림하는 위치에만 있던 오스틴은, 사실 베타를 본 적이 없었음. 물론 오스틴이 다녔던 학교에는 항상 베타들이 몇명씩은 있었지만 오스틴이 그런 애들을 하나하나 인식하고 이름과 얼굴을 기억한 적은 없다는 거임. 오스틴한테 베타라는 존재는 그냥 '그런 사람도 있다더라'의 그런 사람일뿐... 오스틴은 그런 존재들한테까지 신경을 쓰기에는 인생이 그렇게 무료하지가 않거든.

게다가 실제 본인 성격은 조용하고 내향적인 편임에도 본인이 속한 절친무리는 미들스쿨때부터 학내의 중심에 있었고 거들먹거리기 좋아하는 시끄러운 애들이라 거기에 매일 장단맞추는 척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단 말임. 처음 그 친구들을 알게되고 무리에 편입하게 된건 14살때였는데 계기가 된 건 유치원 다닐 나이에 알던 친구 한명을 통해서였음. 오스틴은 그 애를 딱히 정말 친했던 애로 기억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유치원의 같은 반(오메가애들만 있는 반이었음)이라서 붙어다녔지만 엘리멘터리 스쿨을 따로 가면서 잊은 애 중 하나였는데 미들스쿨에서 다시 만나면서 그쪽에서 먼저 아는체하고 다시 친하게 지내자며 다가온거임. 걔는 자기친구들 사이에서는 자기 혼자 오메가라서 얼마나 심심하고 재미없었는지 아냐면서 자기 친구들을 소개시켜줬음. 알파 다섯명이었는데 그 중에 하나는 그 유치원 때 친구랑 사귀는 사이기도 한... 어떻게 오메가 하나가 그 무리에 편입해들어갔는지 잘 알겠는 그런 집단. 반쯤은 억지로 어울리게된 그 전혀 성향 맞지않는 무리들과 하이스쿨까지 섞여지내는 이유는 걔네들이 전부 뒷배 있는 부잣집 아들딸들에다가 알파들은 운동부에 속해있어서 학내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애들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야. 걔네랑 척지는 순간 학교생활은 나락이 된다는 거임. 오스틴은 그런 위험을 감수할만큼 멍청하지는 않았음.

점심시간에 카페테리아의 제일 넓은 테이블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있으면 당연한 듯이 자기 어깨에 팔 한쪽을 둘러서 걸치고 있거나 가끔은 '나는 알파고 너는 오메가니까'라는 분위기로 자연스레 허리를 쓰다듬는, 그리고 그걸 자기들끼리 바톤터치하듯 돌아가면서 하는 애들한테 둘러싸인채로 아무렇지 않은척하고 의식 안하는 얼굴을 꾸며내서 얘기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온 기운을 다 쓰는데 학교의 무슨 지나가는 베타애들이 어떻고 하는 걸 신경쓸 겨를이 있겠어? 베타가 아니라 같은 오메가 애들중에 누구라도 기억할 짬이 안 나. 풋볼팀 연습하다가 왔다면서 약하게 페로몬 씩씩대는 이름만 친구인 알파들 때문에 신경 곤두서있다가 겨우 집에 가나 싶으면 미리 언질도 안 한채로 차에 태워서 파티에 데려감. 그놈의 풋볼팀은 훈련은 안하고 매일 파티를 하는지... 고교풋볼리그 순위가 주 1등이라는게 안 믿기는 정도인 난장판에서 또 적당히 비위 맞춰주면서 빨간 컵에 담긴 펀치나 홀짝이다 보면 오스틴 본인은 얼굴도 모르는 풋볼팀 애들이 와서 은근슬쩍 몸 붙이고 팔 붙잡으면서 "채드가 네 얘기 많이하던데" 하고 친한 척 말을 걸어. 어색하게 인사하고 웃어주면 품평하는 것처럼 훑어보다가 자기들끼리 눈 마주치면서 음침하게 웃고 그러는 게 얼마나 기분나쁜지. 그래도 이젠 중간에 빠져나오는건 잘하게 됨. 집에서 정한 통금이 이르다면서 핑계대고 혼자 이탈해나와서 집 가는 요령을 한두번 피운 게 아니거든. 그렇게 집 가서는 또 피곤해 죽겠지만 공부는 하다가 자야됨. 대학은 제발 쟤네랑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거든 아주 멀리가서 다시는 연락 안 해도 되는 곳으로.

하여간 그놈의 풋볼팀은 무슨 더비를 이루는 옆 도시 학교랑 대항전을 해서 또 이겼다고 했고, 그래서 또 주장 집은 파티난장판이 됐고, 그 주장의 애인이 자기의 학내 유일한 오메가 친구인 탓에 또 끌려갔고, 이번에는 중간에 간다고 해도 그건 안된다며 오메가 친구가 자꾸 잡아끄는 통에 아주 늦게까지 파티에 있어야 했고... 그래서 오스틴은 평소에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참여하지 않던 대화에도 끼게 되었음. 얘네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는 그래도 필터링이란 걸 해서 얘기하는 거구나 하는 것도 그때 알았지. 풋볼팀 후배부터 같은 물리학 수업 듣는 누군가까지 자기들 주변인들의 사생활 가십이나 뒷담 같은 게 셀 수도 없이 튀어나오는 사이에서 오스틴은 평소처럼 그냥 어색하게 몇 번 웃고 있었음. 중간에 누가 "너 설마 버진이야?" 같은 얘기를 하긴 했는데... 아니라고 얼버무렸지만 목소리에서 티가 났을까 싶음. 그렇게 물어본 새끼가 불시에 허리를 끌어당겨서 굉장히 놀랐거든. 오늘 펀치에는 보드카를 넣었나보다 생각하면서 약간 어지럼증 느낄 때에 그런일을 당하니까 더 놀랐음. 티 안 나게 그 팔 안에서 몸을 빼낼때는 손바닥이 허리에 달라붙어 안 떨어지는 것 같아서 겁도 났지. 빨리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만큼.





"그 병신새끼 아직도 있더라?"

중간에 화장실(이라고는 하지만 오메가 한명 데려간 걸 보니 목적은 달랐던듯) 갔다온다며 사라졌던 친구 중 하나가 다시 오스틴네가 앉아있는 소파의 끝자리에 앉으면서 그랬음. 오스틴을 제외하고는 누굴 말하는 건지 다 아는 것처럼 오스틴 빼고 나머지는 그 말에 다들 웃어댐. 지가 뭘 하겠다고 아직도 안 갔냐? 그니까 지가 누구랑 씹질할건데. 서긴 하냐? 서겠냐 걔넨 씨발 고자잖아. 기역자로 놓인 소파의 긴 쪽을 다 차지하고 있던 알파들이 그런식으로 비웃는 대화를 통해서 그 화제에 있는 누군가가 베타라고 짐작할 뿐이었음. 확실히 베타들은 이런 파티에 올 일도 없고 누가 초대할 리도 없긴 하지. 아무리 베타라 어수룩하다해도 그걸 모르진 않을텐데 왜 이런데에 따라와서 이런 고약한 애들 레이더망에는 걸려서... 얼굴도 모르지만 그 베타란 애, 좀 불쌍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그래도 그 베타 누군가에 대해서 생각을 길게 하지는 못함. 또 이 새끼 손이.... 짜증나게 자꾸 허리를 지분거림. 자기 애인인 풋볼팀 주장에게 눕다시피 기대서 마리화나 한번 빨던 오메가 친구가 "채드, 오스틴 그만 만져! 네 거 아니야 내 친구란 말야!" 하고 갑자기 소리쳐주지 않았으면 집에 갈 때까지 따라붙었을지도 몰라. 솔직히 저 오메가 친구도 친구라고 진심으로 인식한 적은 별로 없지만 지금은 걔가 구세주 같아서 자리 옮겨서 걔 옆에 있다가 집에 갈 때도 같이 가기로 함. 그나마 다행이었지 뭐...

보드카 펀치 때문에 다음날에는 학교에서도 좀 멍했음. 수업은 듣는둥 마는둥 했고 점심은 걸렀음. 그래도 그 짜증나는 친구들 옆에는 앉아있어야 했지만. 다들 어제 파티 끝나고 누구랑 잤는지 낄낄대면서 얘기하는 건 한쪽 귀로 흘려들으면서 테이블 위에 있는 냅킨이나 접었다 폈다 하는데 갑자기 옆에서 떠들던 알파들이 자기들끼리 툭툭 치면서 "야, 야 저기있다." 하고 카페테리아 한 구석을 가리킴. 오스틴도 자기도 모르게 그 손가락 끝으로 시선을 옮겼음. 자리를 찾아 앉는 학생들이 몇 명 지나가는 걸 기다리자 손끝이 가리키는 얼굴이 들어옴. 뿔테 안경을 쓴 얼굴은 식판에 처박혀있다가 가끔 카페테리아 안을 두리번거렸음. 다만 찾는 사람이 진짜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걔 맞은편 자리는 걔가 점심을 다 먹고 일어나 나갈 때까지 비어있었음. 학교에선 베타들은 다 외톨이니까 그건 당연하지만 직접 보니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그러다가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는 키가 훌쩍 큰 거에는 조금 놀랐음. 원래 베타들은 오메가들보다도 작은게 일반적인데 걘 키 하나는 알파들만큼 커보였거든. 베타 맞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학생들이 티나게 피하고 무시하는거 보면 베타는 맞는것 같고. 신기하네... 오스틴에게 그 베타의 첫인상은 딱 그정도의 감상이었음. 이후로는 "저 새끼 카일라가 지 초대한줄 알고 온거라던데" "야 찝적대다가 대니한테 쳐맞았겠는데" "존나 병신베타새끼" 같은 대화를 나누는 알파친구들 사이에서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었지. 불쌍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그거 맞네. 속으로만 생각하면서.



한번 얼굴만 본 건데 그게 오스틴에겐 자기 주변의 베타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인식한 거라 인상이 꽤 컸나봐. 그 베타랑 문학 수업을 같이 듣는다는걸 이틀 뒤에야 알았음. 제일 구석진 자리에 베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큰 키를 구겨앉아있는 걸 흘끗 보고선 오스틴은 잠깐 고민했다가 그 앞자리에 앉았음. 원래 그렇게 구석진 뒷자리에는 안 앉지만 이 수업은 유일하게 혼자 듣는 수업이라서 누구 눈치볼 필요는 없었거든. 그냥 남은 자리중에 제일 적당한 자리가 거기였다고 애써 스스로 납득하면서 앉은 주제에 오스틴은 선생님이 들어와서 자신을 향해 "터너, 일어나라." 할 때는 또 흠칫 놀람. 뒷자리에서 누군가 부스스 몸을 일으키는 기척이 느껴졌음. 이틀 전에는 얼굴을 처음 보고 오늘은 이름 반쪽을 처음 알게 된 베타는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조용해서 그게 또 신경이 쓰였음.

문학 수업이 끝나기 5분 전에 선생님이 작문 과제는 두 명씩 짝지어서 서로 강평해준 내용까지 적어내라고 해서 학생들의 불만을 샀지. 친한 애들끼리 모여서 점수주지 못하게 해야겠다면서 선생님이 직접 둘씩 짝을 붙였는데 오스틴과 눈이 마주친 선생님은 담백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거긴 앞뒤 녀석들끼리 하면 되겠고." 하고 넘어가버림. 수업 내내 조용하던 뒷자리가 그 얘기에 다시 의식이 됐음. 오스틴은 최대한 자연스러운척하면서 뒤로 몸을 돌렸음. 뿔테안경 아래로 드러난 베타치고는 선이 굵은 얼굴은 그냥.. 무표정했음. 오스틴은 대외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나서서 사교성을 발휘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수년간의 경험으로 그런 흉내는 잘 내게 됐으니 먼저 말을 걸어. "안녕, 나는 오스틴-" 하고 자기소개를 하려는데 눈앞의 얼굴이 말을 뚝 자름. 난 너 알아. 많은 의미가 내포된 것 같은 간결한 문장 뒤에 또 무감한 소개가 따라붙음.

"칼럼이라고 불러."

오스틴은 생전 처음 인식한 베타에 대해서는 이제 이름까지 다 알아버림.







재생다운로드7A88CA58-42C8-4A9B-9ABC-3701507B92A5.gif


재생다운로드The Carrie Diaries s01e02 (10).gif



이렇게 만났는데 클리셰처럼 오스틴이 친구들한테 떠밀려서 반강제로 일종의 내기처럼 칼럼 꼬시다가 그거 들통나서 칼럼이랑 멀어지고... 하이스쿨도 졸업하고 몇년이나 지나서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칼럼이 알파돼있어가지고 개같이 따먹혔으면




칼틴버
2024.04.17 02:26
ㅇㅇ
모바일
응..??? 센세??? 뒤에 짤렸는데???? 억나더 내놓고가ㅠㅠㅠ!!!!!!
[Code: 969a]
2024.04.17 02:32
ㅇㅇ
모바일
미친미친....대존잼 제발 어나더......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
[Code: f0d1]
2024.04.17 02:40
ㅇㅇ
모바일
와 미쳤다 개재밌어ㅠㅠㅠㅠ 막문단 압해ㅜㅜㅜㅜ제발
[Code: fdca]
2024.04.17 02:50
ㅇㅇ
모바일
센세 이렇게 끝내면 안돼.....압해 해주세요 제발ㅠㅠㅠㅠㅠ
[Code: e1b5]
2024.04.17 03:07
ㅇㅇ
모바일
어나더요ㅠㅠㅠㅠ센세 성인되고도 계속 망사인가요
[Code: b4d1]
2024.04.17 03:16
ㅇㅇ
모바일
아니 존나 재밌게 술술 읽으며 술술 바지벗고 있었는데 막문단 압축률 자비없어 센세...... 진짜 개개대대대대대대ㅐ존잼ㅠㅠㅠ
[Code: bcaf]
2024.04.17 06:28
ㅇㅇ
모바일
자 이제 개같이 따먹히는거슬 오조오억자 억나더로 써주실거죠 센세? 센세 꼭 와야해 응?
[Code: 3ed9]
2024.04.17 06:49
ㅇㅇ
모바일
아니 막문단 압축률 무슨일이야 센새ㅜㅜㅜㅜ 돌려줘 뒷부분 더 돌려줘ㅜㅜㅜㅜㅜㅜㅜ 오스틴이랑 칼럼이랑 결국 마음 통하고 사랑하는 얘기까지 줘여ㅠㅠㅠㅠㅠㅠㅠ제바류ㅠㅠㅠㅠ
[Code: e1fb]
2024.04.17 07:17
ㅇㅇ
모바일
??? 왜 갑자기 압축이. 센세 왜 갑자기 이렇게 자비가 없어지신거에오? 왜??? 왜??????? 이럴순없어 ㅜㅜㅜㅜㅜㅠㅠㅠ
[Code: dd47]
2024.04.17 08:44
ㅇㅇ
모바일
센세!!!!!!!!!!! 막문단 압해해주고 가야된다!!!!!!!!!! 나 숨참고 기다린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c431]
2024.04.17 14:45
ㅇㅇ
모바일
와 왜 스크롤이 더 안 내려나는거야ㅜㅜㅜ 더 읽고싶은데ㅜㅜㅜㅜ 와 너무 재밌잖아ㅜㅜㅜㅜ
[Code: fc9f]
2024.04.17 23:30
ㅇㅇ
모바일
와우..... 센세 제발 압해.....압축이 너무 자비가 없어요.... 제발 ㅠㅠㅠㅠㅠ 제발 억나더를 주세오 ㅠㅠㅠ
[Code: 173d]
2024.04.18 00:36
ㅇㅇ
센세 막줄 압해ㅜㅜㅜㅜㅜㅜㅜㅜ
[Code: 4ba3]
2024.04.20 07:06
ㅇㅇ
모바일
마지막줄까지 그저 완벽하다....설정도 개쩔고 칼럼 너무 설레ㅌㅌㅌㅌㅌㅌㅌ순둥이 오스틴도 졸귀ㅠㅜ
[Code: 2f43]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
글쓰기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