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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칭 파기. 센티넬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적당히 파장 맞는 가이드의 가이딩은 간신히 폭주를 면하고 목숨만 부지할 수 있는 상비약일 뿐이었고, 매칭 상대를 잃은 센티넬이 빠른 시일 내에 다른 매칭 가이드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담당의와 매칭 센티넬이 달라붙어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빌었을 테고 최종 승인을 내리는 센터장이 유예기간을 상기시키며 파기 계약서를 몇 번이나 반려시켰을 테지만 스완과 허니의 상황은 달랐다.

스완은 휴지를 뽑아 피를 뱉어냈고 붉은 피가 순식간에 휴지를 적셨다. 입이 썼다. 스완은 손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낸 뒤 서류를 다시 봉투 안에 넣었다. 허니가 자신을 거절 할 것이라는 건 이미 병실에서 눈을 떴을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다. 문제는 스완의 어긋났던 파장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고, 여느 평범한 센티넬들처럼 본능이 매칭 가이드를 갈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맹목적인 사랑? 글쎄. 아직 사랑은 모르겠지만, 제 오만함이 처절한 파멸을 몰고 올 거라는 것 정도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무지했던 그는 매칭 가이드의 사랑을 무참히 뭉개버린 죄로 제 목숨줄이 진탕에 처박히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걸로도 모자라 허니의 다리는 부러졌고, 그녀가 앉아있는 병실은 둘의 관계만큼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으며, 자신은 사형대의 계단을 하나씩 오르고 있었다.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완전히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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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나아야 하지 않습니까?




재활이 길어지는 것뿐이래요.




나으려면 허니 씨 몸에 붙어있는 내 파장이 진정되어야 합니다. 일정 시간은 함께 있어야 해요.
내 파장이 당신의 회복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때까지만 계약을 유지-




그러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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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다리 없는 셈 치고 살아갈 겁니까?




그걸 원하시는 거 아니었나요? 아니면 절 사랑하세요? 그래서 계속 고집을 피우시는 건가요?




스완은 말없이 허니를 바라보았다. 허니도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잠시 침묵이 일었다. 다행히 스완은 다시는 걷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럼 알아서 하세요. 당신도 나도 다 죽어봅시다. 하고 도리어 성을 낼 정도로 미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나를 용서해달라며 무릎을 꿇고 빌거나 사실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거짓말을 하며 허니를 회유할 사람도 아니었다.




아를로 씨, 살고 싶으신 거잖아요. 그래서 가이딩이라도 받으시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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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당신 다리와 맞바꾼 내 죽음을 원합니까?




말 끊지 마세요.




허니는 날선 그의 말투에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죽는 걸 바라냐고? 당신이... 허니는 이내 시선을 피했다. 죽는 걸 바라냐고... 허니는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그래, 난 당신이 밉다. 내가 수치심과 굴욕감을 참아가며 당신에게 내 마음을 내보였을 때도, 내가 당신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매칭을 부정하는 말을 내뱉으며 온갖 고통을 참았을 때도, 나는 당신이-... 미웠나? 허니는 우후죽순 떠오르는 생각들에 잠시 집중력을 잃었다가 갑자기 입술에 닿은 스완에 손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뒤로 물렀다.




피납니다.




알아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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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과 가이드 관계를 제쳐 놓고라도 당신 다리를 부러뜨린 건 내 잘못이니까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말입니다.




허니는 대충 손가락으로 찢어진 입술을 문질렀다. 그래, 잡생각은 이미 너무 많이 했다. 당신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고, 하염없이 바라만 보느라 시간도 많이 허비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팠다. 이제는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말을 뱉어도 되지 않을까? 그 정도는 이 사람이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허니는 지끈대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허니는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제 다리랑 당신 목숨이랑은 상관없어요. 그건 아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담당 의사선생님 소견 하에 내일 계약서를 다시 쓰고 싶어요. 제 다리가 나을 때까지 매칭 센티넬인 아를로 씨와 함께 있어야 한다면...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정하는 게 좋겠어요. 그 시간에 이루어지는 가이딩은 여부는 제 마음대로고요. 본능적인 방출은 어쩔 수 없지만요. 뭐, 아를로 씨 말대로 이건 가이딩이 목적이 아니라 제 회복이 목적이니까요. 그리고 원래 계약서에 쓰여있던 정기 가이딩은...




센터에 응급 가이드들과 예비 가이드들이 상시 대기 중이니 정기 가이딩은 신경 안 써도 됩니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허니는 대화가 끝나자마자 침대에 누워 고개를 돌린 채로 눈을 감았다. 스완은 그런 허니를 가만히 바라보다 피 묻은 휴지 뭉텅이와 서류를 챙겨 병실을 나섰다.



***



재활은 매일 1시간, 허니의 부러진 다리 위로 스완이 손을 올려놓고 있는 것 이상으로 특별한 건 없었다. 그 사이에 허니는 책을 읽거나 만년필을 꺼내 필사를 했다. 가끔은 음악을 틀어놓고 잠을 자기도 했고 핸드폰으로 넷플릭스를 보며 울고 웃기도 했다. 하지만 스완은 허니의 시간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 대화도 없었고, 이렇다 할 가이딩도 없었다. 스완은 매일 침대에 걸터앉아 손 하나를 다친 다리에 올려놓은 채로 허니가 즐거워하고, 웃고, 울고, 집중하고, 지루해하는 모습을 한 시간 내내 관찰하다가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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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이 답답하진 않습니까?




이주 만에 스완은 입을 열었다. 허니는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다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놀라 잉크를 엎지르고 말았다. 급하게 병을 세웠지만 이미 잉크는 허니의 손과 책상을 잔뜩 물들이고 말았다.




아, 큰일났다...




스완은 허둥대는 허니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아들어 올렸다. 그리고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물을 적셔 허니의 손에 쥐여주고는 잉크가 흥건한 책상을 조심스레 들어 올려 바닥에 내려놓았다. 차분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주변을 정리하던 스완을 힐끔거리던 허니는 갑자기 붕 뜨는 시야에 놀라 몸을 굳혔다.




실례 좀.




손을 허공에 띄운 채로 얼어버린 허니를 안아든 스완은 화장실 세면대 앞까지 걸어가 몸을 살짝 숙였다. 어색함에 눈을 굴리던 허니가 손을 뻗어 비누를 묻혀 손을 씻고 옆에 걸린 뽀송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까지 스완은 허니를 비스듬히 안아 든 채로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물소리와 옷이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릴 뿐, 둘 사이에 오가는 말은 없었다. 스완이 허니를 다시 침대에 내려놓고 이불을 덮어주자 그제서야 허니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내일 외출 좀 하고 싶어요. 잉크 좀 사게요. 찾아보니까 근처에 매장이 있더라고요. 내일 이 시간에 나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뭐... 굳이 더 시간 들여서 만날 일은 아닌 거 같아서요.




혹시 모르니 센터 직원 두 명도 동행할 겁니다.




허니는 먼저 내일 시간이 되냐고 묻지 않은 자신의 무례함에 조금 놀랐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지, 가자면 가야지.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피어오르던 죄책감을 지운 허니는 잉크로 엉망이 된 책상과 종이, 만년필을 그러모으는 스완을 지켜보았다. 손에 잉크 묻는데... 허니는 입 밖으로 꺼내려던 말을 삼키며 세척해서 가져다준다는 스완의 말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걱정해 줄 필요가 있나. 안 지워지는 것도 아니고. 아니 근데- 저거 손 바로 씻어야 잘 지워지는데. 허니는 표정으로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마음이라는 건 생각보다 둔감해서 자주 흔들어주고 혼을 내야지만 제정신을 차렸다. 그럼에도 한껏 머리를 숙인 그의 진심에 자꾸 시선이 갔다. 잉크로 더러워진 그의 손에, 자꾸 관심이 갔다.

스완은 책상에 흥건했던 잉크가 기울어진 경사 때문에 흘러 제 손에 묻자 미간을 조금 찌푸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잉크는 점점 손에 스며들었고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손이 잉크로 엉망이었다. 책상과 만년필 세척을 부탁하고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었지만 잉크는 잘 지워지지 않았다. 스완은 제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거의 비어버린 잉크 통. 얼룩이 진 손. 그리고- 쏟아져 버린 허니의 마음, 그리고 잘 지워지지 않는 자신의 과오. 스완은 검은 물이 뚝뚝 흐르는 손을 바라보다가 신경질적으로 손을 문질러 닦았다. 잉크는 여전히 잘 지워지지 않았다.



***



날씨 좋다.




허니는 오랜만의 외출에 기분 좋게 웃었다. 햇빛은 반짝이고, 날은 선선하고, 거리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산책하기에 최고의 날이었다. 스완은 허니가 탄 휠체어를 밀며 센터 직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고, 잠시 후 직원들은 조금 물러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스완과 허니를 따라갔다. 허니와 스완에게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던 직원들이 멀어지자 둘 사이에 침묵이 찾아왔다.
이제 허니는 침묵이 더 익숙했다. 이제는 그 침묵을 깨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으니 마음까지 편했다. 반면 완전히 상황이 뒤바뀐 스완은 입술을 달싹였다. 말을 건네는 건 언제나 허니의 몫이었다. 벽에 대고 혼자 이야기하고 질문을 던지기만 했던 것을 대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대화라는 것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람은 항상 허니였다. 누군가의 세상에서 제외되는 기분.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에게 철저히 무시당하는 기분. 뱃속이 뒤틀렸고 싸한 고통이 심장을 움켜쥐었다. 스완은 동그란 허니의 머리를 한참 동안 내려다보며 통증을 삼켰다.




어? 여기가 아닌가?




가게가 이전해서 골목을 한 번 더 지나가야 합니다.




그래요? 언제 옮겼대...




허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비틀거리며 걸어오던 젊은 남자가 허니의 휠체어 앞에 주저앉았고, 스완이 그의 팔을 잡아채기도 전에 남자가 먼저 허니의 팔을 움켜쥐었다.




도와, 도와주세요...




실핏줄이 다 터진 눈으로 허니에게 가이딩을 애원하던 남자는 스완이 제 파장으로 남자의 파장을 내리누르자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본능적으로 휠체어를 뒤로 등진 채로 남자의 앞을 가로막은 스완은 남자를 일으켜 세우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아를로 씨! 비켜보세요.




허니는 다급하게 말하며 스완의 어깨를 잡았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들었고 둘을 따라오던 센터 직원이 급히 달려와 남자를 부축했다. 남자는 몸을 가누지 못했지만 끝까지 허니에게 손을 뻗으며 도와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허니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스완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가이딩- 가이딩 해야 해요? 말 좀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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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이드가-




제가 할게요. 비켜주세요.




센터 직원은 기절 직전의 표정으로 매칭 센티넬 앞에서 다른 센티넬을 .가이딩 하는 건 위험하다며 허니를 만류했다. 허니는 멍하니 서 있는 스완과 고통에 울부짖는 남자,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다 스완의 손을 움켜쥐었다.




아를로 씨. 괜찮죠? 응? 사람이 죽어가잖아요.




스완은 허니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허니. 허니, 할 수 있지? 응?' 결국 스완은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았다. 두 배, 세 배로 더 아프게 돌려받았다. 스완의 주변이 고요해졌다가 마구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이 미친 듯이 빙글빙글 도는 것에 맞춰 파장과 본능이 비명을 지르며 날뛰었다. 하지만 그는 허니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도 그랬기에. 스완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스완은 남자가 허니의 무릎에 머리를 묻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인파 속을 빠져나왔다. 급하게 뒤따라온 센터 직원 한 명이 시뻘개진 눈을 하고 가로등 아래에 핏덩이를 뱉고 있는 스완을 부축하며 소리쳤다.




거절하셨어야죠! 이러다 속 다 망가지십니다!




심장과 내장이 날카로운 칼로 난자당하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본능이 저 남자를 당장 죽여버리고 매칭 가이드를 되찾아오라고 소리쳤지만 스완은 그냥 눈을 감은 채로 가로등에 등을 기대고 섰다. 그리고 울컥하며 올라오는 핏덩이를 꾹꾹 눌러 삼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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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자격으로.





스완너붕붕
스완아를로너붕붕
2024.03.30 19: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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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ㅏ 이거지예 뻑예 센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숫자가 뭔지 알아? 바로 럭키세,븐이야 왜냐면 앞으로 센세가 7나더를 줄테니까..그 다음엔 8..9..10..영원히 함께 해 센세
[Code: 982f]
2024.03.31 00:57
ㅇㅇ
모바일
내가 무슨 자격으로 센세의 글을 이렇게 봐도 될까...고맙고 사랑해 센세ㅜ
[Code: 2f52]
2024.03.31 16:56
ㅇㅇ
모바일
크아아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업보빔 제대로 맞는거 진짜 존나마히다 ༼;´༎ຶ ۝ ༎ຶ༽ ༼;´༎ຶ ۝ ༎ຶ༽ ༼;´༎ຶ ۝ ༎ຶ༽
[Code: beac]
2024.03.31 19:06
ㅇㅇ
모바일
하..진짜 미쳤다..센세 제발 어나더..
[Code: 3a96]
2024.03.31 22: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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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고 눈치보는거 존맛;;;;;;; 센세 최고의 필력
[Code: 3c80]
2024.04.01 23: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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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스완이 눈치보는거 뭐임 너무 맛있다 예전 일까지 제대로 돌려주네 센세 최고야
[Code: 8017]
2024.04.05 01:11
ㅇㅇ
모바일
센세... 기다리고있어.... 미국간거아니지...?
[Code: 4286]
2024.04.05 21:05
ㅇㅇ
모바일
존나 맛있다;;;
[Code: 7c18]
2024.04.06 01:36
ㅇㅇ
모바일
센세ㅜㅜ 얼른와ㅜㅜ
[Code: a068]
2024.04.06 20:51
ㅇㅇ
모바일
센세 어딨어 나 기다려ㅠㅠ
[Code: e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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