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https://hygall.com/588646503



눈을 뜨자 컴컴한 방에 능력을 차단하는 수갑으로 묶인 채 누워있는 로우였음. 겨우 그딴 허접한 속임수에 걸려들다니.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거람. 몸을 비틀었더니 누군가가 다가왔음. 커다란 손으로 로우의 얼굴을 잡아채더니 이리저리 들여다보는 그 얼굴을 알아본 로우가 창백해짐.

듣던 대로 아름답네. 멱을 따서 내 컬렉션으로 보관하고 싶어♡


히어로 연수 때 특히 주의를 거듭 받았던 빌런 일당이 있었지. 특별등급의 위험 인물들로 대장급이 아닌 히어로들은 함부로 상대하지 말라고 교육 받았던. 머리가 좋은 로우는 그 일당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음. 검은수염의 부하 중 하나인 데본이구나. 아름다운 사람을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아름다운 사람들의 목을 잘라 컬렉션으로 모으는 싸이코. 여성 빌런들 중 가장 악명을 떨치는 범죄자.




하지만 보스가 너의 능력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결정 못했으니까 일단은 살려두겠어. 언젠가는 워텔 너를 잡으려고하긴 했다만 이렇게 빨리 잡게 될 줄이야.

키드의 집에 제 발로 찾아왔더군요! 워텔과 키드가 연인 사이라는 정보는 확실했습니다.

넌 그냥 그 데이터만 훔쳐오면 되는 거였어, C54. 근데 그것조차도 실패했지. 게다가 나였으면 워텔에게 가짜라는 걸 들키지 않았을 거야.

어..어쨌든 데이터는 못 찾았지만...! 대신 워텔을 잡았잖아요...하하...그쵸? 이건 더 대단한 일 아닙니까!



로우에게 얻어 맞아 턱이 돌아간 채로 입을 나불거리는 잡빌런의 구차한 변명을 들으며 로우는 머리를 굴렸음. 데이터? 무슨 데이터? 유스타스야 집에 그렇게 중요한 게 있다고? 아. 로우의 머릿속에 뭔가 반짝했지. 정부에서 감추는 비밀병기에 대한 자료... 그걸 얻은 로우는 키드에게 usb 복사본을 넘겨줬었음. 아주 중요한 거니까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기라고. 근데 그걸 얘네가 어떻게 알았지? 그건 그 누구도 해독불가일 텐데. 그래서 나도 손 못대고 있었다고.



다음부터 이런 일은 데본 네가 가라고! 변신은 네 특기잖아! 그보다 워텔을 잡았어?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검은수염이 들어왔음. 한손으로 가볍게 로우를 들어올리고 만족스럽게 웃는 얼굴에 침을 뱉었지.


제하하하하!!!!! 성격이 나쁘잖아! 나에게 불로 수술을 하게 할까, 아니면 암시장에 팔아넘길까? 센고쿠에게 좋은 협박거리도 되겠군!!!


센고쿠라는 이름이 나오자 코라 씨가 떠올라 철렁했음. 나는 지금 히어로 연합의 골칫덩어리가 된 거구나. 센고쿠와 인연이 있으니까.


뭐, 어떻게할지는 차차 생각하고. 워텔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나중에 컬렉션으로 만들던지해라 데본. 그전까지는 목 따지마!!!



하필이면 이런 개싸이코 집단에게 잡혀오다니. 로우는 열심히 머리를 굴려 탈출할 생각을 했음.





대체 누나가 왜? 뛰어가면서 바로 히어로 연합 통신을 해킹해서 엿들었음. 지지직 거리는 음성 속에서 "워텔"과 "검은 수염"이라는 단어가 들렸지. 검은 수염... 트라팔가와 관련된 일이라 그런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음. 침착하자. 여기서 나 혼자 뛰어들어봤자 누나만 더 위험해져. 로우만 아니었더라면 사황과의 전투라며 신나게 달려들었을 키드였음. 하지만 트라팔가가 잡혀있는 이상 날뛸 수 없었지. 실패하면 나만 죽는 게 아니니까. 키드는 방향을 틀었음. 내가 미쳤지 이건 자살행위야. 차라리 혼자 검은수염에게 가는 게 나을지도 몰라. 라고 중얼거리면서.







센고쿠 씨, 한시가 급해요. 출동 허가해주세요.

안돼 로시난테. 섣부르게 나서면 함정에 빠진다.

로우가 위험하잖아요!!! 만약 제가 잡혀갔다면... 센고쿠 씨는 가만히 있었을 거예요?


로시난테의 얼굴이 눈물범벅이었음. 센고쿠도 울고만 싶었어. 하필 로우라니. 센고쿠도 손놓고 있던건 아니었음.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바로 특수팀을 결성해 보내려고 했지. 하지만 다들 반대했음. 검은수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는 거였지. 분명 워텔을 인질로잡고 요구하는 게 있을 거다, 그때까지 기다려야한다. 다들 그렇게 입을 모으며 기다리라고 했음.
그 사이에 워텔이 죽으면 어떡하냐고 소리를 질러도 어쨌든 누구도 출동허가를 할 수 없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지. 그녀석들이 뭘 노리는지 알아내지도 못한 채 히어로 쪽에 피해만 오면 손해라고.

혼자서라도 가겠다는 로시난테를 말리는 건 더 힘들었음. 총장의 신분이라 개인적으로 나설 수 없는 센고쿠에게 자신이 구하겠다며 나서는데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로시난테를 혼자 보내겠음. 센고쿠는 아들과 손녀...?아무튼 둘을 한꺼번에 잃고싶지 않았음. 센고쿠의 반대에도 히어로 수트를 입는 로시난테에게 못 보낸다고 으름장을 놓는 순간 사무실 통유리가 와장창창 깨졌음. 시끄럽게 울리는 경보음 속에 일어나는 커다란 털뭉치가 유리파편들을 털어냈음.


캡틴 키드다!!!!

센고쿠 씨 물러나세요!!


센고쿠보다 약하면서 물러나라는 로시난테... 키드는 귀따가운 경보음이 짜증나서 경보기계를 해체시켰음. 이제 좀 낫네.


스스로 총장의 사무실에 들어오다니, 자수할 마음이 들었나?


능력을 쓰려는 센고쿠에게 키드는 이래서 오기 싫었다고...라며 중얼거렸음. 이건 자살행위야.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우선 난 트라팔가의 애인이다!!!




공격태세를 취하던 둘이 돌처럼 굳었음. 뭐... 뭐라고? 이게 무슨 헛소리지? 저녀석이 워텔의 본명을 어떻게 아는 거야?


밖에서 대원들의 목소리와 함께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음. 센고쿠의 사무실은 아무나 함부로 출입 못하게 튼튼하게 달린 특수문이 설치되어 있으니까.


센고쿠 씨!!! 침입자입니까?????

아니!!! 수련하다 실수로 창문을 깨버렸어. 별일 아니니 다들 돌아가게!





잠잠해지고 센고쿠와 로시난테는 키드를 빤히 쳐다봤음.
키는 크네.
근육도 많아요.
근데 인상이 너무 더러워.
그러게요. 우리 로우가 저런 취향이었나?
저놈이 거짓말하는 게 틀림없어.

둘이서 수군거리는데 열받아서 버럭했음.


트라팔가 남친 맞다고!!! 트라팔가 D.워텔 로우!! 싫어하는 음식 빵이랑 우메보시!! 기념일마다 케이크 못 먹음!! 최애 히어로는 코라손, 취미는 방랑과 기념주화수집, 생일 10월 6일 또 뭐 말하면 믿어줄건데??


저녀석... 풀네임과 로우에 대해 엄청 잘 아는데?
스토커가 틀림없어요 기분나빠.
게다가 하얀피부라니 사내자식이.
센고쿠 씨 저도 하얀데요.
사내놈이 립스틱이나 바르고...
센고쿠 씨 저도 립스틱...


아 진짜 못 들어주겠네!!!! 니들이 그렇게 앞담 까봤자 트라팔가는 나 좋아한다고!!! 급해죽겠으니까 나 도와줘!!!


그제야 정상의 지능으로 돌아와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로 서는 센고쿠와 로시난테였음. 그치 우리 로우가 위험하다 지금.


개빡치지만 솔직히 지금 나 혼자서 트라팔가 구하는 건 무리야. 너네 히어로들 잔머리 굴리느라 구출 늦어지는 것도 다 알아. 나랑 같이가줘. 코라손.


로시난테, 저 녀석은 빌런이야. 속임수일지도 몰라. 센고쿠의 충고도 일리가 있었음. 하지만 로시난테는 망설이지 않았지. 로우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느낌으로 그냥 알아볼 수 있어요. 다녀올게요. 결국 센고쿠도 보내줄 수밖에 없었지. 로시난테, 조심해라.


근데 어떻게 나가지? 머리를 긁적이는 로시난테의 허리에 기계팔들이 촤라락 감싸졌음. 생각할 시간도 없이 그대로 창문밖으로 뛰어내려짐 당하는 로시난테를 보며 센고쿠는 이마를 짚었음. 여차하면 총장직을 내려놓을 각오로 본인도 나설 생각을 하면서 말이야.








한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