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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0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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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달



78. 작별


종달새가 아침의 문을 활짝 열었다. 잠에서 깨어난 피트는 천장을 받친 여러 갈래의 골조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시야에 몽롱한 안개가 걷히자 세상이 다시 보였다. 푸르스름한 빛으로 물든 사위가 애틋했다. 그는 천천히 나부끼는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서늘한 빛 조각이 그의 손에 내려앉았다.

피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잠든 톰의 얼굴이 보였다.

“안녕, 톰.”

피트는 여느 때처럼 톰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눈물로 얼룩진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상 옆에 못 보던 얼굴이 있었다. 요람 안에 잠든 갓난아기는 아무리 봐도 못생겼다. 피트는 피식 웃었다.

“안녕. 너도 톰이구나. 안녕. 내가 아는 톰보다는 못생겼지만…… 아무렴 어때. 안녕.”

피트는 아이의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무뎌진 감각이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이의 따스한 체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메마른 숨결과 젖내도 느낄 수 있었다. 소생의 순간은 가랑비처럼 소리없이 찾아왔다. 피트는 한껏 기지개를 켰다. 느리게 뛰던 심장이 점차 빨라졌다.

“이만 일어나. 나 심심해.”

피트는 다시 침상으로 돌아와 잠든 톰을 흔들었다. “일어나세요, 카잔스키 공주님.” 피트는 입맞춤으로 톰을 깨웠다. 닫혀 있던 눈꺼풀이 스르륵 열리며 그리웠던 푸른 하늘이 떠올랐다. 피트는 환하게 웃으며 톰에게 정답게 인사했다.

“안녕, 톰.”
“안녕, 피트.”

톰도 피트를 향해 미소 지었다. 어제도, 그저께도 살아 숨 쉬는 피트와 함께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던 것처럼.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대수롭지 않게. 

“잘 잤어?”

톰이 물었다. 그는 피트가 잠들어 있던 일주일간의 그리움을 말하지 않았다. 그 절절한 슬픔과 고독, 그리고 절망을 가슴 깊이 묻었다. 피트가 다시 자신의 품으로 돌아왔으니 됐다. 되찾았으니 그만이다. 고통은 자신이 짊어지고 갈 삶의 무게, 피트가 날갯짓할 하늘에는 얼씬해선 안 된다. 그러니 오늘이 여느 평범한 날인 것처럼 피트를 맞아주자. 헤어짐이 꿈이었던 것처럼.

“응.”

피트는 하품하며 눈을 비볐다. 아직 잠이 덜 깨서 머리가 좀 멍했다.

“아무 꿈도 안 꾸고 푹 잤어.”
“다행이다.”
“신기해. 난 맨날 꿈을 꾸는데. 이제 꿈을 안 꾸려나?”
“아쉬워?”

톰이 묻자 피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제 꿈은 안 꿔도 돼. 필요 없어.”
“왜?”
“내 꿈은 다 이루어졌으니까.”



79. 눈동자


안대에 가려져 눈을 볼 수 없어도 아이가 웃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이의 조그만 입술이 당겨진 활시위처럼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시야가 자유롭지 못함에도 아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느꼈다.

“못하겠어.”

피트는 안대에서 손을 떼어냈다.

“내가 할까?”

톰이 물었다.

“아니야. 내가 할래.”

피트는 입을 꾹 다물고 마음을 다잡았다.

미숙아로 태어난 톰과 피트의 장남은 눈이 약했다. 아이벡은 아이가 본래 태어날 달을 다 채울 때까지 빛으로부터 연약한 눈을 보호하기 위해 안대를 씌우라고 했고, 되도록 주변 환경을 어둡게 하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피트는 여름 내내 그토록 좋아하는 밝은 햇살을 피해 어두운 그늘에서 지냈다. 그 성격에 답답하다며 짜증을 낼 법도 했지만, 피트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빛은 다름 아닌 자신의 품 안에서 찬연하게 미소 지었으므로.

마침내 피트는 조심스럽게 안대를 풀었다. 톰은 덧창에 드리운 천을 걷어 햇볕을 안으로 들였다. 사선으로 갈라진 빛줄기가 아이의 말간 얼굴에 드리워졌다. 아이의 눈꺼풀이 움찔거렸다. 두 사람은 숨을 참으며 아이가 눈을 뜨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얇은 눈꺼풀이 천천히 열리고 어설픈 곳 하나 없는 완전한 형태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부모의 얼굴을 두 눈에 담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초록색 눈동자. 피트는 감격에 겨워 환하게 웃었다.

“세상에. 눈동자 색깔이 벌써 나왔네? 내년에야 색이 변할 줄 알았는데.”

피트는 신기해하며 아이의 눈가를 손끝으로 살살 건드렸다. 이 근방 아이들은 대개 태어났을 때는 새파란 눈동자에 금발 머리인데, 토마스는 모래 빛깔의 머리카락에 선명한 녹색 눈동자였다.

“널 닮아서 성격이 조급한 모양이다.”
“그러게.”
“예쁜 초록색이구나.”

톰은 자신이 사랑하는 녹음을 닮은 아이가 기특했다. 그의 값진 보석들이 영롱하게 반짝였다. 자신을 향해 천진한 미소를 보내며.

“머리카락 색도 이대로 쭉 금발일까?”
“글쎄. 색이 변했으면 좋겠어?”
“아무래도 좋아. 갈색이어도 좋고, 검은 머리여도 좋고, 금발도 좋아. 우리 애면 다 좋아.”

피트는 토마스의 볼을 찔렀다. 토마스가 피트의 손가락을 그러쥐었다.

“귀엽다.”

피트는 애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토마스를 꼭 끌어안았다. 보드라운 아이의 뺨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행복해. 피트는 부르르 떨었다.

“너무 예뻐.”
“언제는 못생겼다더니.”
“그때는 정말 못생겼었단 말이야.”

피트는 입술을 비죽였다.

“정수리 냄새 너무 좋아.”

피트는 토마스의 정수리에 코를 묻고 젖내를 맡았다. 가슴이 절로 뭉클해지는 냄새다. 아무리 맡아도 질리지 않았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이제 토미가 우리 집에서 제일 작네? 나보다 더 작은 사람이 생기다니.”
“그게 기뻐?”

엉뚱한 피트의 말에 톰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피트는 콧잔등에 주름까지 잡으며 으스댔다.

“응. 나도 내려다 볼 수 있는 사람이 생겼어. 적어도 10년은!”
“이렇게 하면 너보다 크다.”

톰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을 번쩍 들어 올렸다. 정상에 오른 아이는 천진하게 기뻐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고즈넉한 풍경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얼굴에 자부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 하지 마. 하지 마. 얼른 내려놔.” 

피트는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아이를 잡으려고 팔을 위로 뻗었다. 톰은 아들의 몸을 조심스럽게 받쳤다. 조그만 손이 톰의 가슴팍을 꼼지락거리며 건드렸다. 톰은 아이의 손등을 가볍게 쓸었다. 토마스가 톰의 손가락을 덥석 잡았다. 악력이 좋아서 힘이 제법이었다. 톰은 내심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몸집보다 손발이 큰 걸 보면 그래도 키가 작진 않을 것 같은데.”
“뭐, 언젠가는 나보다 크겠지. 나보다 커야 하고말고. 그래도 남자앤데.”

피트는 아이의 콧등을 툭 건드렸다. 키르케 말로는 아이가 체구가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다음에 자라면 키가 제법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작기만 한데. 정말 키가 클까? 피트는 반신반의했다.

“근데 지금은 아니야.”

토마스가 눈을 찡그렸다. 아직 밝은 햇살이 버거운 모양이었다. 피트는 손으로 아이의 눈을 가렸다. 그는 맹세했다. 지금 이 순간은 단잠을 방해하는 따가운 햇볕. 아이가 좀 더 자라면 맞닥뜨릴 시련 역시 자신이 막아줄 것이다. 이다음에 어른이 되어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갈 때까지 언제든지 비바람을 막아줄 것이다. 보답을 바라지 않는 무한한 사랑을 이 아이에게 줄 것이다. 자신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바동거리던 아이가 곧 얌전해졌다. 토마스는 제 아버지와 어머니와는 다른 아이다. 무던한 성격이라 좀처럼 응석을 부리지 않았다. 그래서 잠투정도 좀처럼 하지 않고 부모의 품에 안기면 곧잘 잠들었다.

피트는 아이의 뺨에 입 맞췄다.



80. 풍요


쾌청한 오후 황금빛 만찬이 열렸다. 초원으로 나온 어린 양들이 푸르게 익은 풀을 뜯었다. 한여름의 무더위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며 억센 풀들의 기세도 꺾였다. 덕분에 이제 막 어미의 젖을 뗀 새끼도 어렵지 않게 풀을 뜯을 수 있었다. 세월의 흐름으로 털이 누렇게 뜬 다 자란 놈들이 갈팡질팡하며 헤매는 새끼들을 이끌었다. 삶을 향한 의지가 강한 놈들은 빠르게 지혜를 터득했고, 배움이 느린 새끼들도 끈기만은 대단했다.

강보를 매단 타사간이 느릿느릿 걸었다. 온순한 타사간은 주인의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몸을 사렸다. 강보에 잠긴 어린 토마스는 타사간이 자신을 위해 열어준 푸른 땅을 응시했다. 두 눈을 뜨고 처음으로 담은 세상의 풍경. 이 순간의 강렬한 기억이 오래도록 아이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새끼 양 몇 마리가 기어이 말썽을 부렸다. 태어날 때부터 유별난 놈들이었다. 녀석들은 자신의 날랜 다리를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지 무리를 이탈하여 언덕을 향해 달렸다. 놈들을 인솔하던 어미가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애처롭게 울었다.

지켜보던 톰은 즉시 채찍을 챙겼다. 그가 휘파람을 불자 길가를 서성거리던 말이 다가왔다. 톰은 등자에 발을 걸었다. 곧바로 안장에 오르려는 순간, 피트가 톰의 채찍을 잡아당기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기대와 긴장이 뒤섞인 묘한 얼굴이었다.

“내가 해도 돼?”
“네가?”
“모처럼이니까.”
“알았다. 대신에 조심해라.”

톰은 피트에게 채찍을 건넸다. 피트는 가뿐하게 말 위에 올라 달아나는 양들을 쫓았다. 그의 모자에 달린 술이 나부끼는 꽃잎처럼 흔들렸다. 붉은색 잔상이 허공에 기다란 그림자를 남겼다. 양치기를 따르는 개의 성마른 짖음, 양을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 허공을 가른 채찍이 양의 등을 때렸다. 쿨라가 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새끼 양을 들이받았다. 피트의 웃음 소리가 폭죽처럼 터졌다. 오늘도 꿈을 꾸는 피트의 생기가 땅 위에 만개했다.

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강보를 흔들었다. 토마스는 귀를 쫑긋거리며 멀리서 들려오는 피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눈동자 말고는 피트와 닮은 구석이 별로 없는 아이가 의식할 때마다 귀가 움직이는 것은 똑같았다. 톰은 아들을 품에 안고 앞으로 나아갔다. 톰은 자식에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바람대로 화창한 풍경을 눈으로 익히던 아이의 동그란 뺨이 갑자기 씰룩거렸다. 곧 아이는 우렁찬 울음을 터뜨렸다.

“배가 고픈 모양이군.”

톰은 아들의 몸을 비스듬히 세워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게 했다.

“매버릭!”

톰이 피트를 불렀다. 피트는 천천히 등을 돌렸다. 상기된 뺨이 더욱 발갛게 익었다. 아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피트는 고삐를 당겼다. 쿨라가 앞장섰다. 이윽고 톰과 아들에게 다다른 피트는 망설임 없이 말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가뿐한 몸놀림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톰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받았다. 그리고 무참한 햇살이 기승을 부리지 않는 안전한 그늘로 자리를 옮겼다.

피트는 익숙하게 옷깃을 젖혔다. 야트막한 언덕처럼 부푼 가슴이 새하얬다. 피트는 아이의 목을 받쳐 자신의 가슴 쪽으로 붙였다.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젖을 빨았다. 피트는 어깨를 움츠렸다. 아직 이가 나지 않아서 무른 잇몸으로 잘근잘근 씹을 때마다 간지럽다. 한참 젖을 먹던 아이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렸다. 배가 부르면 욕심을 부리지 않는 아이다. 

톰이 아이를 건네받아 등을 두드렸다. 피트는 앞섶을 추슬렀다. 그는 젊고 건강했다. 아이를 배불리 먹여도 젖이 남아돌았다. 뽀얀 젖이 흘러 땅을 적셨다. 피트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 아들을 땅에 눕힌 톰이 흥건하게 젖은 피트의 가슴을 주물렀다. 새하얀 물줄기가 밤하늘의 은하수와 같았다. 톰은 자연스레 피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는 어떠한 정념도 야욕도 없는 겸허한 입술로 넘치는 생명을 받아마셨다. 피트는 톰의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웃었다. 톰이 고개를 들었다. 피트는 그의 눈동자에 이끌렸다. 두 사람은 입을 맞추며 삶을 나눴다.



81. 삶


새로 단장한 찻집이 손님들로 복작거렸다. 그윽한 향기와 달콤한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손님들 목소리가 끓는 물처럼 튀었다. 얼룩덜룩한 고양이 한 마리가 과자를 받아먹으려고 탁자 사이를 오갔다. 단골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녀석이었다. 아침에는 푸줏간에, 정오에는 포목점에, 그리고 오후에는 찻집으로 와서 사람을 꼬드기는 녀석이었다. 녀석을 모르는 얼뜨기 손님이 갸륵한 눈망울에 깜빡 속아 넘어 주머니를 열었다.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손님이 안으로 들어서자 고양이가 꼬리를 일자로 세웠다. 밖은 칼바람이 매서운데 찻집 안은 후텁지근했다. 론은 모자를 벗고 자리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침 창가에 빈자리가 있었다. 톰과 론은 자리를 잡고 거추장스러운 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톰! 공, 공 사는 걸 잊었다. 샤마가 공을 사달라고 했는데.”
“차 마시고 사러 가자.”
“후우…… 또 깜빡할라. 이따 다시 말해줘.”
“알았다.”
“너는 빠트린 거 없어?”
“없다.”

디나라와 두 딸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론은 지출이 늘었다. 오늘 톰과 함께 바자르에 온 까닭도 살림살이를 장만하기 위해서였다. 살림살이뿐만이 아니었다. 론은 어린 딸들이 사달라는 것은 무엇이든 사줬다.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딸들의 얼굴이 요즘 론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카잔스키 씨! 커너 씨! 이거 오랜만입니다!”

톰과 론을 알아보고 가게 주인이 종업원들을 모두 뿌리치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번드르르한 안색을 보아하니 요즘 장사가 잘되는 모양이었다. 조만간 가게를 새로 단장한다고 지출한 돈을 전부 메울 듯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잘 지냈습니다. 주인장은 별일 없으셨습니까?”

톰이 물었다. 주인은 가슴을 쭉 펴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럼요, 그럼요. 늘 신세 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가게도 이렇게 새로 열었잖습니까.” 
“예, 잘됐습니다. 모쪼록 필요한 게 있다면 뭐든 말씀하십시오.”
“어이구, 저도 염치가 있지.”

주인이 손사래를 쳤다. 톰과 론은 조용히 웃었다. 주인은 손바닥을 비비며 물었다.

“참, 소식 들었습니다. 카잔스키 씨, 부인이 얼마 전에 출산하셨다지요?”
“넉 달 됐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듣기로는 사내아이라고…….”
“예, 건강한 사내아입니다. 제가 직접 받았습니다.”
“굉장한데요. 그런 경험하는 운 좋은 사내는 그리 많지 않죠.”

주인은 톰이 자랑하고자 슬쩍 던진 말을 덥석 물었다.

“과연 그 말씀대로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내입니다.”

톰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의 물꼬를 텄다. 오랜 세월 이 바자르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온 주인은 능구렁이 같은 남자였다. 자신이 누린 복을 자랑하려는 남자의 속내쯤이야 훤히 보였다. 입가에 번진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이 실없는 남자가 톰 카잔스키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주인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생 끝에 얻은 귀한 아이다. 얼마나 어여쁘겠는가. 또, 사랑하는 아내는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한참 톰과 대화를 주고받은 주인은 선물로 자신이 한턱내겠다며 주문도 받지 않고 갔다. 톰과 론이 찻집에 들를 때마다 늘 같은 차와 과자를 준비하므로 물어봤자 번거로울 뿐이었다. 차를 기다리며 톰은 예전과는 다른 가게 안의 정경을 구경했다. 그가 가게 주인과 나눈 대화를 주워들은 몇몇 사람들이 무어라 수군거리고 있었다. 놀랍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토마스가 산달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날 때부터 이런 소문이 뒤따르리라는 것은 진작 각오한 바다. 톰은 그들이 입 밖으로 뱉어내는 구정물 같은 소리에 연연하지 않았다. 론도 마찬가지였다.

“이봐, 토마스 아버지.”

론이 짓궂게 말했다.

“왜.”

톰은 피식 웃었다. 론은 탁자 위에 팔을 걸치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탐욕스러운 고양이가 배가 부르자 심심해졌는지 그들의 탁자로 슬렁슬렁 다가와서 아는 체했다. 톰이 눈짓하자 고양이는 지체하지 않고 그의 무릎 위로 폴짝 올라왔다. 톰은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창문 밖을 응시했다. 나부끼는 바람을 맞는 얼굴이 선선했다.

“아버지란 말을 들으니 기분 좋나?”
“좋지.”

톰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피트 남편이라는 말이 더 듣기 좋다.”

선량한 미소가 번진 얼굴이 티끌 없이 맑았다. 수줍음으로 물든 뺨과 벅찬 미래를 담은 눈동자. 론은 톰이 예전보다 여유로워진 것을 느꼈다. 아니, 여유롭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톰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는 고목의 뿌리이자 한 집안을 지탱하는 당당한 기둥이었다. 삶의 목적을 알고 묵묵히 나아가는 남자의 모습은 숭고했다.

 
***


빵 굽는 가마터의 연기는 피어오르는 연정, 노릇노릇 익어가는 빵의 열기는 무르익은 담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화기애애한 이곳에는 날마다 친근한 얼굴들이 서로 마주하며 소박한 추억을 함께 만든다.

매일 보는 얼굴도 반갑고, 자주 보는 얼굴도 반갑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도 반갑다. 키르케와 피트가 들어오자 사람들은 반갑게 두 사람을 맞이했다.

“피트, 키르케. 오랜만이네요.”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피트는 쾌활하게 인사했다. 그는 이제 키르케의 등 뒤에 숨지 않고 기꺼이 사람들과 마주했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여전히 쑥스러워하긴 했지만, 사람의 호의를 겁내지 않았다. 눈처럼 하얗고 포근한 선의는 기꺼이 반겼다. 또한 그 갑절을 돌려주었다. 키르케는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들어 코를 훔쳤다.

“요즘 뭐 재밌는 일 없어?”

아르샤가 손에 묻은 밀가루를 털어내며 피트에게 물었다. 피트는 그녀의 옆에 빈자리가 난 것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남편 친구가 재혼해서 부인이랑 아이들을 데리고 왔어요.”
“아아, 그 친구. 덩치가 곰만 하다는 그 친구 말이지?”
“네, 맞아요.”

피트는 키르케를 먼저 자리에 앉혔다. “오, 멋진 남자.” 키르케가 웃으면서 팔꿈치로 피트를 툭 쳤다. 두 사람은 곧바로 빵을 반죽하기 시작했다. 아르샤가 요즘 도적 때문에 소금값이 올라서 걱정이라며 화제를 던졌다. “그래요?” 키르케가 자연스레 말을 이었다. 피트는 귀를 쫑긋 세웠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지 못하는 그는 빵을 반죽할 때면 남들의 대화를 주로 듣기만 했다. 한참 열중하다 보니 느슨해진 두건이 풀렸다. 피트는 흘러내린 두건을 다시 묶었다.

“자기, 이제 머리는 안 기를 거야?”

아르샤가 피트에게 물었다. 피트는 쑥스러워하면서 대답했다.

“머리가 짧으니까 금방 마르고 편해서요. 그리고 남편이 짧은 머리도 잘 어울린대요.”
“잘 어울려. 산뜻하네.”

아르샤는 두건 밖으로 삐져나온 피트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이 근방에서 이렇게 짧은 머리를 하고 다니는 사람은 피트밖에 없으니 단연 눈에 띈다. 그러나 피트는 남들의 시선을 그리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그 속마음은 말하지 않아 알 길이 없으나, 지나간 아픔을 담담히 품고 사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근데 피트 남편은 피트가 머리를 박박 밀어도 예쁘다고 말할 걸?”

하즈메다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하.”

피트의 눈동자가 먹잇감을 발견한 매처럼 반짝 빛났다. 그가 이런 표정을 지을 때면, 조만간 누군가 주저앉아 가슴을 치며 통곡하리라는 징조였다. 하즈메다가 가슴을 졸이며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지? 설마 아니지? 정말 머리를 밀려는 건 아니지? 자기, 자기가 아무리 예뻐도 얼굴만 믿고 막 나가면 안 돼.”
“아니요, 제 머리 말고…… 남편 머리요. 두상이 예뻐서 머리를 밀어도 잘 어울릴 것 같다.”

피트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새로운 얼굴이 찾아왔다. 기나젤이었다. 기나젤은 특유의 고혹적인 목소리로 인사했다.

“다들 안녕하세요.”
“왔어?”

하즈메다가 가장 먼저 기나젤을 반겼다. 기나젤은 하즈메다 옆에 앉은 피트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한걸음에 달려왔다.

“피트! 세상에, 피트!”
“안녕하세요, 기나젤.”

피트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기나젤은 피트의 손을 덥석 잡고 반가워했다.

“아아, 왜 이렇게 만나기 힘든지. 결혼식에 못 가서 미안해요. 하필 산달이라서 움직일 수 없었어요. 그 뒤로는…… 아아, 됐어요. 이렇게라도 얼굴 봤으니 이제 됐어요. 괜한 말은 하지 않을게요.”
“아니에요. 축하 선물 잘 받았어요.”
“아이를 낳았다면서요? 하즈메다 씨에게 들었어요.”
“네.”

피트는 기나젤이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고마워요.” 기나젤은 얼마 전에 둘째를 임신해서 몸이 무거웠다. 아직 배는 부르지 않았지만, 살이 제법 붙었다. 몸이 풍만해지면서 기나젤은 한층 더 성숙해졌다. 예전에는 없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구나…….’ 피트는 은근슬쩍 기나젤과 자신을 비교했다. 그녀는 피트에게 이상향이었다. 이제야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버렸다.

“축하해요. 조산이라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건강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이네요.”
“다들 애 낳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고 해서 잔뜩 걱정했는데, 별거 아니었어요.” 
“그래요?”
“네. 아프긴 아팠는데, 금방 끝났어요.”

피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전 아시다시피 워낙 튼튼하니까요.”
“대단한데.”

기나젤이 피식 웃었다.

“자기는 애를 낳았는데 몸이 그대로네? 아니, 더 좋아진 것 같아. 군살이 하나도 없네. 아직 젊어서 그런가?”

하즈메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피트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의 둥그스름한 어깨는 탄탄했고, 허리는 붓꽃처럼 나붓나붓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조금 자라긴 했지만, 변함없이 늘씬하고 단단한 몸이었다.

“우리 남편보다 피트 팔이 더 단단하네.”

아르샤가 피트의 팔을 더듬으며 말했다.

“전 매일 열심히 일하거든요.”

피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아르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곧 그녀는 활화산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내가 못 살아.” 아르샤는 피트의 등을 철썩 때렸다.

빵을 굽고 가마터를 나서니 노을이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저물녘의 강렬한 햇살이 피트의 눈을 찔렀다. 피트는 눈을 찡그리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골목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타르르크가 외로웠는지 피트에게 치대며 응석을 부렸다. 피트는 보따리를 타르르크의 등에 매달았다.

“피트. 아까 한 말…… 톰이 들었다면 노발대발했을 거예요.”

키르케가 안장에 묻은 먼지를 털며 말했다.

“머리카락 얘기요? 말만 그렇게 한 거지, 정말 대머리를 만들 생각은 없어요. 전 톰이 금발이라 좋아요.”
“아니요, 설마 그 얘기겠어요? 아이 낳은 얘기요. 톰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데.”
“비밀로 해주세요. 걔가 알면……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못 나오게 할 거예요. 안 그래도 둘째는 없다고 딱 잘라 말해서 요즘 매일 싸운단 말이에요.”

피트는 키르케에게 약속을 요구하며 제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키르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렇게 고생하고서는 또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하다니. 그렇게도 기쁜가. 아픔도 잊을 만큼. 키르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 위에 올랐다. 아이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키르케였지만, 이 일만큼은 톰과 같은 생각이었다.

 
***


오후에 알렉세이는 손자에게 줄 목마를 챙겨 아들 부부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톰이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목마인데, 버리지 않고 보관해둔 것이다. 버릴 수 없었다. 타마라가 아이가 태어나면 태워줄 것이라며 산 것이라, 버릴 수 없었다. 이십여 년이 지나 몹시 낡은 물건이었지만 다시 칠을 입히고, 헐거워진 이음새를 손봤더니 새것처럼 보였다.

천막 안으로 들어서니 손자보다 더 보고 싶었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듣고 싶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또 시답잖은 소리를 지껄이며 웃는 시건방진 얼굴을 기대했는데……. 화로 옆에 놓인 요람과 그 요람을 흔드는 노모의 무심한 얼굴이 알렉세이를 맞이했다.

“애들은 어디 가고 어머니께서 토마를 돌보고 계십니까?”

알렉세이는 목마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옥사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론이랑 낚시하러 갔다.”
“낚시요?”

알렉세이는 옥사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요람 안을 힐끔 보니, 손자는 곤히 자고 있었다.

“또 피트의 꾐에 넘어가서 놀러 간 게지. 그 애는 요즘 너무 들떴어. 자식이 생기면 얌전해질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다. 피트는 아마 백발이 돼서도 천지 분간 못 하고 까불 거다. 톰이 활발한 걸 좋아하니, 굳이 변할 필요도 없지. 점잖아져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거다.”

옥사나는 드물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강건한 그녀이지만, 젖먹이를 돌보는 건 여간 벅찬 일이 아니었다. 젖먹이보다 그 어머니를 보살피는 일이 더 벅차기도 했다. 피트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불꽃 같은 사람이다.

“불효막심한 것들.”

알렉세이는 혀를 찼다. 그리고 아이의 얼굴을 건드렸다. 잠결에 손길을 느낀 아이가 입을 오물거렸다. 그러다가 곧 평온해졌다. 세상 태평한 아이였다. 걱정거리라고는 조금도 몰랐다. 오밀조밀한 아기의 이목구비가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알렉세이는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아버지를 닮았네요.”
“그래. 토마를 보고 있으면 그이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어머니 젊은 시절이기도 하지요.”

알렉세이의 말에 옥사나는 인자하게 미소 지었다. 알렉세이는 주름진 어머니의 얼굴에서 찬란했던 과거의 유산을 언뜻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수, 오늘날 옥사나를 있게 한 그녀의 긍지. 자랑스러운 시절이었다.

“말년에 이런 기쁨을 주고. 참 기특한 아이들이야.”
“오래 사십시오.”

모자는 새로운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이제는 떠나간 사람들과의 추억을 상기했다.

 
***


해가 저물었는데도 날이 후텁지근했다. 바람이 습했다. 아마도 비가 올 모양이었다. 알렉세이의 천막 앞에 멈춰 선 피트는 모자를 바로 썼다. 모자를 고정한 두건도 단단히 여몄다. 허리끈도 꽉 졸랐다. 오밤중에 옷차림을 단정히 하는 까닭은 톰의 잔소리가 성가셔서다.

“아버님, 저 들어가요.”

말과 동시에 피트는 천막 문을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알렉세이는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의 눈가가 붉었다. 피트는 그 까닭을 묻지 않았다. 알렉세이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왔지.”
“인사드리려고요.”
“내일 떠나는 길에 인사하면 됐지, 굳이.”
“보고 싶어서요.”

피트는 알렉세이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던져달라고 조르지 마라. 오늘은 너랑 놀아 줄 마음 없다.”

알렉세이는 피트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먼저 매몰차게 선을 그었다. 날이 무더워서 평소보다 취기가 빨리 올랐다. 술기운에 힘 조절을 못 했다가 피트가 다칠까 봐 걱정이 됐다. 피트는 아쉬운지 입술을 비죽였다.

“알았어요. 돌아오는 길에 뭐 사다 드려요? 필요한 거 있으세요?”
“없다. 손 무겁게 들고 오지 마라.”

알렉세이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피트는 그의 옷소매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옷이 또 찢어졌네. 대체 어떻게 다니길래 매번 찢어져. 이리 주세요.”
“됐다. 밤이 늦었는데 다음에 해라.”
“당분간 못 뵙잖아요. 어서요.”

피트가 손을 내밀었다. 알렉세이는 마지못해 옷을 벗었다. 피트는 서랍을 뒤져 반짇고리를 꺼냈다. 그는 알렉세이의 세간을 제멋대로 들쑤시고 다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물건을 갖다 놓기도 했다. 열흘 전에 침상 머리맡에서 피트의 종이 뭉치를 발견한 알렉세이는 이제 그를 말리기를 포기했다. 뭐라 말해도 듣지 않을 것이 뻔했다. 피트는 그 알록달록한 색종이를 접어 알렉세이의 책상 위를 꾸미는데 재미를 붙였다.

“톰이 잘해주느냐?”

알렉세이는 넌지시 물었다.

“네.”

피트는 바늘땀에 집중하며 대답했다.

“섭섭하게 하지는 않고?”
“제가 섭섭하게 하면 했지, 아니요. 톰은 늘 자상해요. 톰은 정말 좋은 남자예요. 따뜻하고, 친절하고, 용감하고, 힘도 세고. 때때로 귀엽기도 해요. 졸릴 때 귀여워요. 눈이 퉁퉁 붓거든요. 자주 보여주는 얼굴은 아니지만.”

피트는 내키는 대로 떠들며 작게 웃었다. 알렉세이는 말없이 술잔을 홀짝였다. 투명한 수면 위에 달빛 같은 그리움이 걸렸다. 피트는 다 꿰맨 옷을 알렉세이에게 건넸다.

“다 됐어요. 제가 돌아올 때까지 점잖게 다니세요. 옷이 또 찢어지면 꿰매 줄 사람 없으니까.”
“잔소리는.”

알렉세이는 퉁명스레 말했다. 피트는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촛불 걸린 얼굴이 화사했다.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무구한 눈동자. 어떤 남자의 정념. 알렉세이는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눈가가 시큰해졌다. 그는 이제 자신의 별을 떠나보내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언제나 품 안에 간직해온 타마라의 목걸이를 피트에게 건넸다.

“피트, 받아라.”
“이건…….”

피트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평생 나를 지켜준 부적이다. 이제 너를 지켜줄 거다.”

알렉세이는 피트의 손에 목걸이를 쥐여주고 그의 손을 감쌌다. 피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거칠거칠한 알렉세이의 손이 이상스럽게도 부드럽게 느껴졌다.

“톰이 내가 아니듯이 너도 토모치카가 아니다. 낡은 유지를 물려받을 필요 없다. 이 목걸이는 그저 한때의 추억이다. 그 좋았던 기억만을 네게 주고 싶구나. 너는 사랑만 품고 살아라. 너희에겐 너희만의 추억이 있다.”

알렉세이는 진중하게 말을 이었다. 그의 음성은 어느 때보다 부드럽고 명료했다. 취기의 흔적은 묻어나지 않았으며 잿빛 눈동자 역시 맑았다.

“그리고 언제나 너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있다는 걸 명심해라. 잘 다녀오거라.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마.”
“네, 다녀올게요.”

오랜 달이 저물고 새로운 달이 떠올랐다. 한 시절이 가고 새로운 나날이 도래했다. 무성한 그리움과 원망은 달의 저편으로, 그리고 동이 터 오르면 젊은 사람들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82. 보석의 나라


하늘 높이 뻗어나간 상수리나무 그늘에 황금빛 햇살이 걸렸다. 촘촘한 그물망 안에서 빛살이 어지러이 날뛰었다. 타르르크는 그물을 헤집었다. 빠져나온 햇살이 파편처럼 바닥에 흩뿌려졌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소금기가 섞여 있었다. 망망대해의 고요한 메아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톰, 우리 걸어가자.”

우리라는 말은 언제나 정겹다. 톰이 먼저 말에서 내렸다. 그는 등에 업은 아들을 조심스레 돌려 품에 안았다. 아이는 눈이 부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손을 꼼지락거렸다. 톰은 피트에게 다가가 그가 말에서 내려오는 것을 부축했다.

계절이 흐르고, 애처로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고,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았던 이 마을도 변했다. 샛길을 통해 북서쪽 담장을 찾은 두 사람은 회반죽으로 틀어막은 개구멍을 보고 실소했다. 담장 위로 뻗은 너도밤나무 가지도 예전 같지 않았다. 무성한 비바람에 생기를 잃어 시들시들했다.

두 사람은 발길을 돌렸다. 사시사철 활짝 열렸지만, 결코 새로운 얼굴을 환영하지 않는 무정한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톰은 피트가 몰래 만들어 주었던 세메니의 단맛을 떠올렸다. 작은 단지 가득 담겼던 그의 사랑은 쓰고 달았다. 톰은 언제고 그 달콤함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곧 마을 잔치가 열릴 예정이라 곳곳에 다채로운 장식들이 나풀거렸다. 곧게 뻗은 자귀나무의 그윽한 향취가 피트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꽃잎은 입을 열고 있었다. 피트는 그 언젠가, 자귀나무꽃을 주우며 평생의 사랑을 꿈꾸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밤이면 입술을 오므리고 비밀을 품는 자귀나무꽃은 부부를 상징했다.

한껏 흥이 올라 앞뒤 분간 하지 않고 뛰어다니던 아이가 피트와 부딪혔다. 피트는 뒤로 나자빠진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남자아이였다.

“조심해야지.”
“아…….”

아이는 떨떠름한 눈으로 피트를 올려다보았다. 피트는 말없이 손수건을 꺼내어 아이의 손바닥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실금 같은 생채기에 핏방울이 맺혀있었다. 피트는 아이의 손을 꾹 눌렀다. 그러자 아이가 피트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났다.

“엄마, 엄마!”
“왜 그래?”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허겁지겁 달려온 여자가 피트와 마주치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피트.”

여자는 피트를 알아보고 서먹하게 인사했다. 익숙한 경멸과 냉소가 깃든 얼굴이다. 피트의 등 뒤로 차디찬 톰의 눈과 마주친 그녀의 얼굴에 곧 두려움이 서렸다. 보이지 않는 서늘한 칼날이 여자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안녕하세요.”

피트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여자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이가 아프다며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기며 울어댔다. 조바심이 난 여자는 우는 아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아이를 끌어안았다.

오가며 스친 낯익은 얼굴들. 하나같이 쩔쩔매며 얼굴을 감추기 바빴다. 피트는 자신을 꺼리며 몸을 사리는 그들 모두에게 인사했다. 정다워서가 아니다. 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다. 사람 된 도리로 인사하는 것뿐이다. 알고 지낸 세월에 예의를 갖추는 것뿐이다. 서글픈 과거의 악연은 이제 그에게 어떤 마수도 뻗치지 못한다. 피트의 마음은 평온했다.

톰과 피트는 손을 잡고 언덕을 올랐다. 피트는 감회가 남달랐다. 어린 시절 추억이 밀려들었다. 외로운 유년기였지만, 닉이 있어 행복한 시절이었다. 닉과 예쁜 돌멩이를 주워 모으던 때가 그리웠다. 피트는 그 시절을 견뎠으므로, 그 시절이 있기에 지금의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계수나무 아래 어떤 아이가 웅크려 앉아 훌쩍이고 있었다. 피트는 휘파람을 불어 아이를 깨웠다. 슬그머니 고개를 든 아이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 불행을 몰고 오는 아이, 외톨이, 역병 들린 아이, 브래드쇼 집안에 얹혀사는 모난 돌. 다름 아닌 오래전의 자신이다.

“조금만 견뎌. 넌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게 될 거야. 널 아껴주는 가족을 만나 누구보다 행복해질 거야. 나를 믿어줘.”

피트는 우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과거의 자신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고, 사랑을 약속하고 싶었다. 물끄러미 자신을 응시하는 아이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나는 참 작고 약했구나. 새삼스러웠다. 피트는 오는 길에 주웠던 자귀나무꽃을 아이에게 건넸다. 꽃을 받은 과거의 잔상이 뭉게구름처럼 흩어졌다.

“누구한테 말한 거야?”

톰이 물었다.

“있어, 어떤 애.”

피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랜 외로움을 보내주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


마당에 나와 의자를 고치던 닉은 닭의 푸덕거림에 정신이 사나워서 좀처럼 집중할 수 없었다. 브래들리를 피해 달아나는 수탉이 닉에게 도움의 손길을 호소했다. 닉은 물고 있던 못을 뱉었다.

“브래들리, 닭 괴롭히지 마.”
“음.”

브래들리는 시치미를 뚝 잡아떼며 바닥에 떨어진 콩을 한 알 집어 들었다. 닉은 허리춤에 손을 얹고 따끔하게 말했다.

“땅에 떨어진 거 주워 먹지도 말고.”
“더워요, 아버지.”
“하여튼.”

능청스럽다고 해야 할까, 무심하다고 해야 할까. 브래들리는 특이한 구석이 있었다. 브래들리는 닉의 매서운 눈초리를 피해 기어이 수탉의 깃털을 뽑았다.

다시 부러진 의자 다리를 주워들고, 닉은 못을 입에 물었다. 해가 쨍쨍해서 비지땀이 쏟아졌다. 비스듬히 열린 대문 틈으로 선선한 바람이 들어와 그럭저럭 더위를 식혀주었다. 못을 의자 다리에 대고 망치를 내리찧으려는 순간, 닉은 가파른 언덕길에 피어오르는 그리운 아지랑이를 보았다. 아지랑이가 그에게 인사했다.

“구스! 구스!”
“매브……?”

닉은 제 눈을 의심했다. 피트가 품 안에 안은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구스! 이거 봐! 내가 사람을 만들었어!”
“매버릭!”

닉은 손에 든 망치를 떨어트렸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피트를 향해 뛰었다. 피트도 그를 향해 달려왔다. 이윽고 마주한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지글지글 끓는 한여름의 웃음이었다. 피트는 토마스를 보여주며 닉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굉장하지? 이렇게 작은데 할 건 다 한다?”
“어, 멋지다. 정말 멋져.”

닉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입을 틀어막았다.

“나도 가족이 생겼어.”

피트는 해맑게 말했다.

“물론 너도 내 가족이야. 그냥 가족이 더 많이 생긴 거야. 맨날 볼 수 있는 가족. 얘는 나보다 키가 작은 가족. 앞으로 9년은 으스댈 수 있어. 진짜 좋아.”

닉은 울음을 삼키며 피트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깜짝 놀란 피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닉에게 따져 물었다.

“왜 때려? 오랜만에 만났는데, 왜 만나자마자 때려?”
“너는 좀 혼나야 해.”

닉은 다시 피트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눈물 번진 얼굴이 따가웠다. 닉은 괴롭게 숨을 헐떡이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으으, 으…….” 북받친 울음에 닉은 앓는소리를 냈다. 처음에는 마냥 억울해서 투덜거리던 피트도 덩달아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맨날 사람 걱정시키고. 아프면 진작 말했어야지, 왜 그런 일이 있는데 편지도 안 보냈어?”
“네가 걱정할까 봐…….”
“뒤늦게야 알게 된 내 심정이 어떤 줄 알기나 해?”
“미안해.”
“아직 덜 혼났어.”
“미안.”

피트는 눈을 내리깔고 작게 중얼거렸다. 닉은 훌쩍거리면서 피트를 또 쥐어박았다.

“너무 세게 쥐어박진 마. 아파.”

잘못한 게 있으니 뭐라 말할 자격이 없다. 피트는 얼얼한 이마를 문질렀다. 그 사이에 톰이 다다랐다. 닉은 눈가를 문지르며 톰을 힐끔 보았다. 그리고 퉁명스럽게 인사말을 건넸다.

“아버지가 되더니 좀 늙었군, 카잔스키. 자식 키우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닌 모양이야.”
“힘들기는. 이만한 보람도 없다.”

톰은 서글서글하게 웃었다.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소란을 듣고 존과 안나가 대문 밖으로 나왔다. 피트는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저씨, 아주머니.”
“피트.”

안나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우리 아들 톰이에요. 아저씨랑 아주머니 손자요.”

피트는 아이를 내보이며 명랑하게 말했다. 토마스는 남의 관심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존과 안나의 시선을 한몸에 받자 기분이 들떴는지 생글생글 웃었다. 브래들리가 피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못 보는 사이에 브래들리는 훌쩍 자랐다. 제법 의젓해졌다. 얼굴은 닉과 캐롤을 절묘하게 섞어놓았다. 언뜻 보면 닉을 닮았고, 또 언뜻 보면 캐롤을 닮았다. 피트는 반가움을 금치 못하며 브래들리에게 말했다.

“브래들리! 네 동생 만들어왔어.”
“엄마랑 아버지도 동생 만들었어요. 겨울에 태어난대요.”
“오, 정말? 자세히 말해 봐.”

피트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브래들리는 대뜸 피트의 뺨을 꼬집었다.

“브래들리! 너까지 왜 이래?”
“엄마가 피트 혼내야 한댔어요.”
“잘했다, 내 아들. 피트 쟤는 맞아도 싸.”

캐롤이 부른 배를 받치고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리 와! 멍청이.” 캐롤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피트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그간의 그리움을 기꺼이 나누었다. 왁자지껄한 기쁨이 만개했다. 톰은 말없이 미소 지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네.”

존이 소리 없이 톰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는 여전히 톰에게 서먹서먹했다. 보이지 않는 야트막한 벽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눴다.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늘 같지.”
“지내기에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기탄없이 말씀하십시오.”

톰은 브래드쇼 가족이 이 마을에 지내는 것이 평탄하지 않음을 알고 넌지시 말했다. 그는 존이 원한다면 기꺼이 그의 가족들을 위해 땅을 내어주고, 가축을 나누어 줄 생각이었다.

“내 가족 건사할 여력은 아직 있네.”

하지만 존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 마을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집과 재산, 그리고 조상의 발자취가 남은 이 땅에 남아 명맥을 이어갈 것이다. 살면서 지금껏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았고,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 이처럼 떳떳하기에 사람들의 불화와 냉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한 집안의 가장이었고,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책임을 다할 생각이었다.

“예, 압니다.”

톰은 그런 존의 의지를 존중했다.

“이보게.”

존은 피트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씀하십시오.”
“나는 피트, 저 애가…… 저렇게 웃는 건 처음 봤어.”

존이 잠긴 목소리로 더듬더듬 말했다. 톰은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감정이 북받치는지 존은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고 잠깐 숨을 골랐다. 이윽고 그는 축축해진 눈가를 문지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저렇게 아무 걱정 없이 웃는 얼굴을 처음 봤어. 십여 년을 데리고 살았는데, 이제야 보게 됐네. 피트가 저렇게 웃을 줄 아는 애라는 걸 이제야 알았어. 웃고 있어도 슬퍼 보이는 아이였는데…… 원래 그런 아이인 줄 알았는데.”

존은 톰의 어깨를 붙잡았다. 손아귀의 힘이 젊은이 못지않았다.

“고맙네. 자네 덕분일세.”
“인사는 제가 드려야 합니다.”

톰은 경건하게 말했다.

“어르신은 제게 세상을 주셨습니다. 어르신께서 소중하게 보살피고 지켜온 세상입니다. 앞으로 제가 살아가고, 제 자식이 살아갈 세상입니다.”
“이보게, 자네…….”
“감사합니다. 이제 제가 어르신의 보석을 아껴주고 사랑하며 지키겠습니다.”

톰은 맹세했다. 저 하늘과 이 땅과 살아있는 모든 것에.

바람에 흩날린 치자 꽃잎이 물보라처럼 피트를 에워쌌다. 찬연한 햇살에 무람한 피트의 희고 말간 얼굴. 여린 꽃잎이 그 뺨 위에 나비처럼 앉았다. 겨울 새벽을 닮은 치자꽃 향기가 톰의 가슴에 번졌다. 

귀밑머리를 넘기던 피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새하얀 동토를 바수고 고개를 든 초록빛 새싹이 톰에게 미소 지었다. 톰은 두 팔을 벌렸다. 가련한 희망이 그에게 안겼다. 희망은 곧 원대한 기쁨으로 다시 피어났다.

두 사람은 힘껏 부둥켜안았다. 품 안에 가득 차오르는 꺼지지 않는 생명의 불꽃. 바람에 실려 오는 싱그러운 환희. 함께하는 이 순간도 서로가 그립고 또 그립다. 맞닿은 심장이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나아갔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살아갈 초록빛 보석의 나라로.

=

드디어 완결이다
반년 동안 고마웠어 아매비들아
아이스매브 영사해!!!!!

아이스맨 아이스맨 매버릭
2023.06.10 19: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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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 글 읽으려고 매일 유목민 검색하고 우울하고 힘든 날에도 이 글 읽으면서 울고 웃고 그 간 내 낙이었어. ㅠㅠ 재밌고 좋은 글 고마워 ㅠㅠ 이 글 안에 아이스랑 매브가 토마 하나만 잘 기르며 행복하게 살아갈 것도 같고 또 셋넷 건강하게 여럿낳아 기를수도 있을 것 같고 상상하게 되네. 내 안에 영원히 살아있을거야 ㅠㅠ
[Code: cd7a]
2023.06.11 00: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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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오지 않는 밤이 너무 심심하다ㅠㅠ 또 정주행해야지ㅠㅠ
[Code: 17de]
2023.06.11 18: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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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ㅠㅠㅠ
[Code: 64a4]
2023.06.11 23: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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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ㅠㅠㅠㅠㅠ 센세 너무행복해 허우우우우으으으ㅜㅜ 세상아 너무 아름다워
[Code: 919d]
2023.06.17 01: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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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Code: 6fb5]
2023.06.17 10:19
ㅇㅇ
모바일
센세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Code: c504]
2023.06.26 17: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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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센세...끝이라는 제목에 안돼애애애애애ㅠㅠㅠㅠ끝낼 수 없어 안끝내 못끝내하면서 나혼자 질척거리다가 이제야 읽었어ㅠㅠㅠㅠ기립박수가 터져나온다ㅠㅠㅠㅠ완결이라는게 너무 마음아파서 아끼고 아꼈다가 읽었는데...완벽해 아니 완벽이란 말로도 부족하다 나락간 어휘력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극찬을 날리고 또 날려도 부족하기만 해ㅠㅠㅠㅠ첫 소제목이 작별이라서 가슴이 철렁했는데 피트가 외로움과 유령과 완전히 작별했다는 뜻이구나ㅠㅠㅠㅠ일주일만에 눈을 뜨면서도 대수롭지않게 평소처럼 인사하는 두 사람에 내가 대신 눈물이 났음ㅠㅠㅠㅠ아이 못생겼다고 하더니 예쁘다고 하고 자기보다 작은 사람이 생겼다고 좋아하는 피트ㅠㅠ언젠가는 커지겠지만 "근데 지금은 아니야"<<<<<<아 이 대사가 이렇게 쓰이다니ㅋㅋㅋㅋㅋㅋ앞에서는 뭉클하게 해서 붕붕이 울리시더니 당장 이렇게 웃게하시는 내센세 천재만재십니다ㅠㅠㅠㅠ
[Code: dd36]
2023.06.26 17: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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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타고 양을 몰다가 배고픈 아기 젖을 먹이는 피트...이 장면 너무 아름답고 성스럽기까지 했음ㅠㅠㅠㅠ톰이 흐르는 젖을 먹는 장면도 톰은 아무런 정념도 야욕도 없이 생명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읽는 붕팔이만 정념대폭발... 이렇게 야한데 성스럽고 성스러운데 야하고...한폭의 성화인데도 놀라울 정도의 관능미를 품고있는 명화를 감상한 기분이었어음ㅠㅠ 토마가 일찍 태어나서 구정물같은 소리가 새어나오지만 이미 단단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톰에게는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는 게 너무 좋았음ㅠㅠ피트가 빵굼터에서 모두하고 잘지내고 아픔의 흔적이었던 짧은 머리를 오히려 더 좋게 받아들이는 장면도 좋았어요ㅠㅠ과일 사다나르시더니 이젠 목마까지 갖다주시는 알렉세이 아부지...오랫동안 간직했던 타마라의 목걸이를 피트에게 건내는 그 심정이 어땠을지...ㅠㅠ자신이 간직했던 타마라의 사랑이 이제 온전히 피트에게 전달되기를 그로인해 피트는 오직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길 기원하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또 눈물이ㅠㅠ
[Code: dd36]
2023.06.26 18: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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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장소가 어린 피트가 자란 곳, 브래드쇼 가족의 집이라는 것도 너무 좋았음ㅠㅠ피트의 또하나의 가족...ㅠㅠ그리고 외톨이 역병 모난돌이었던 어린 피트를 지금의 피트가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장면에서 또 눈물...ㅠㅠ어쩌면 어린 피트는 지금의 피트를 실재로 만났던게 아닐까?ㅠㅠ아무런 희망이 없다가 미래의 자신을 만나 사랑하고 사랑받고 꿈을 꾸다가 결국 그 꿈을 이루게 되는 피트...닉이 피트를 지어박고 브래들리도 피트 뺨 꼬집는데서 진짜 가족 바이브가 느껴져서 또 웃었음ㅎㅎ 카잔스키 가족과는 다른 그야말로 친정식구의 느낌이ㅋㅋ거기에 톰에게 늙었다고 디스까지ㅋㅋㅋ
[Code: d3f8]
2023.06.26 19: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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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존 어르신과 톰이 대화는 정말 가슴 벅참의 연속임ㅠㅠ톰이 피트를 구원했고 피트가 톰을 구원하는 쌍방구원이었어ㅠㅠ서로가 서로의 세상 그 자체라니 너무나 숭고하고 거대한 사랑 앞에 하찮은 붕붕이는 그저 감격의 눈물만을 흘릴 뿐...ㅠㅠ톰의 맹세가 틀림없이 지켜지길 나도 같이 기도하게 된다ㅠㅠ초록빛 보석의 나라에서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겠지? 내가 초원의 일부가 돼서 두 사람의 사랑과 고난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오감 모두 생생하게 글로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것 같았어 정말 이런 완벽하게 위대한 작품 읽게 해주신 센세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센세가 하려는 모든 일에 축복만이 가득하길 기원할게!!!
[Code: 2940]
2023.06.27 00: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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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Code: be96]
2023.06.28 14: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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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ygall.com/img/512280737
[Code: bb78]
2023.07.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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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너무 잘 봤어 ㅠㅠ 요 며칠 정주행하면서 행복했어 ㅜㅜㅜ
[Code: b46e]
2023.07.22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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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잘 지내...? 오랜만에 와서 정주행 했어ㅠㅠㅠㅠㅠ
[Code: c606]
2023.08.0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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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센세 센세의 문학작품을 뒤늦게나마 읽을 수 있었어서 너무 좋았어 정말 감사해. 둘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가끔 힘들고 슬프기도하겠지만 행복하게 살아갈거야. 정말 고마웠어 센세 사랑해.
[Code: 8b52]
2023.09.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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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만을 사랑해
[Code: 28f8]
2023.09.2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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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복습했는데 글에 가득한 사랑으로 메마른 가슴이 충만해졌어 감사하고 또 감사해
[Code: 28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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