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루스터가 행맨에게 고백을 했고 행맨은 루스터에게 널 그런식으로 생각해본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미안하다고 차버렸던 적이 있으면? 그래서 루스터는 서서히 마음을 접었고 그리고 미라클 미션즈음에는 완전히 마음을 접어버렸겠지. 하드덱에서도 루스터는 진짜 사심 한 톨 섞이지 않은채 오랜 짝사랑의 상대에게 유룩굿 날린거였고.


근데 행맨이 대거 투 격추됐다는 무전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진거야. 그제서야 자기 감정을 깨닫는데 그러면 뭘해 이미 예전에 루스터를 차버린데다가 자기는 남자를 안 좋아한다고 말하기까지 했고, 이제와서 고백한다 한들 루스터는 전혀 자길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음. 유룩굿에 미련 한 톨이라도 섞여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행맨은 타인의 감정을 엄청나게 빨리 그리고 자세히 캐치한단 말야. 루스터의 눈동자에는 미련이나 사랑이나 애정이나 그런게 전혀 없었음. 동료를 대하는 동료의 완벽한 눈이었음. 
세상에. 이게 뭐야. 맨날 느리다 느리다 놀리던게 누구인데 이제와서? 말도 안 돼. 
하지만 살아 돌아온 루스터와 함께 악수를 하는 순간, 단순히 이게 아드레날린 때문이 아니라는걸 알겠지. 그런데 뭐 어쩔거야 루스터는 이미 마음을 정리 해버렸는데.
느리다 느리다 그렇게 꼽주던 본인이 뒤늦게 자기 감정 자각하는데 이미 루스터는 썸타는 사람이 있거나 그랬음 좋겠다 타이밍 안 맞는 망사 존맛....




그러다가 나중에 루스터와 행맨이 같이 미션 나갔다가 그 때는 루스터가 행맨의 세이비어가 되는 날이 오겠지. 루스터에게 잘 보인답시고 평소 하지도 않던 윙맨 구해주기 했다가 격추 당해서 엔진에 불이 붙고 그대로 바다에 빠질 위험에 처했겠지. 무전을 통해 들리는 루스터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으며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이 네 목소리라니 멋지네. 그렇게 생각했을거고. 다급하게 비상탈출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을거고. 낙하산으 펼치고 푸른 창공같은 바다를 향해 뛰어내리면서 죽을지 살지, 루스터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모른채 그저 바다로 뛰어들었을거야.


정신을 차렸을 때는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지. 시야를 태워버릴듯 강한 태양빛이 눈을 찌푸리게 했서 눈을 질끈 감은채 쿨럭이며 옆으로 돌아누워 먹은 물을 뱉어내고 있는데, 제 머리통이며 어깨며 온 몸을 덜덜 떨리는 손길로 매만지는 사람이 있었어. 돌아보니 루스터였음. 루스터? 순간 놀랐다가 행맨은 알아차렸지. 아버지 일을 떠올린다는것을. 닉 브래드쇼도 비상탈출 했다가 바다에 내려앉았지만 결국 죽었잖아. 비록 저를 찬 동료긴 하지만 걱정됐을까? 너도 참 어쩔 수 없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몸은 머리보다 빨랐나봐. 행맨은 늘 남보다 빠르잖아? 주변이 기이하리만치 조용하다는걸 깨달았을 때에는 어깨가 확 밀쳐졌고. 그제서야 행맨은 자신이 루스터를 끌어당겨 키스했다는 것을 깨달았어. 망했네. 쟤 썸 타는 사람 있다던데. 차놓고 이제와서 미련이 남아서 구질구질하게 매달린다고 생각할까? 행맨은 실없이 웃었어. 




이후 행맨은 급하게  가장 가까운 섬으로 이동해서 진료를 받기로 예정 되었음. 바다에 추락하며 그 충격으로 갈비뼈에 금이 간 것을 빼면 기적적으로 아무런 상처도 없었지. 비록 마찰로 인해 멍이 여기저기 들긴 했지만. 너 진짜 명줄이 길긴 긴가보다. 구해준 윙맨이 웃으며 말 할 정도로. 하지만 행맨은 우울했을거야 미션도 성공하고 격추기록도 또 하나 세웠지만 눈 뜨자마자 루스터에게 키스했잖아. 그것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소문이 어떻게 퍼질지 모르겠어. 썸타는 사람이 군인이라고 들었는데 이 소문을 들으면 어떡해. 괜히 루스터랑 사이가 안 좋아지거나 하면 루스터가 저를 미워할거야.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우울해졌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 떨어지는데 마침 그 순간 루스터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좋겠다.


사실 루스터는 겉으로 철저하게 행맨에게 감정이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그건 루스터의 필사적인 노력과 연기의 산물이었고 사실은 행맨을 계속 좋아했던거였음 좋겠다. 그래서 행맨이 추락할 때도 그렇게 다급하고 절박하게 탈출하라고 외쳤던거고...근데 정신이 들자마자 행맨이 저를 보고 끌어당겨 키스를 했을 때 밀쳐냈던건 아직 얘가 정신이 덜 들어서 정신이 오락가락 한거 + 저를 찼으니 저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을거라고 생각해서 였으면...아직도 행맨을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검사결과 갈비뼈에 금이 갔다는데 얼굴도 안 보기는 좀 그래서 행맨의 방문을 열었겠지.


임시로 붕대를 감고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행맨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가 화들짝 놀라서 호다다닥 달려온 루스터가 울고있는 행맨을 보고 놀라서 왜 우냐 아프냐 많이 아프냐 좀만 참아라 세시간이면 배에서 내릴 수 있대 하고 달랠거야. 근데도 행맨의 눈물이 그치지 않아서 루스터갖 저도 모르게 행맨을 끌어안고 보겠지. 좋아하는 애가 눈 앞에서 죽을 뻔 했고, 자기가 구했고, 눈 앞에서 바다에 빠졌고, 건져냈더니 냅다 저에게 키스를 했고, 지금은 눈 앞에서 그 예쁜 초록색 눈에서 눈물을 퐁퐁 흘리면서 울고 있는데 어떻게 얌전하게 말로만 달래줄 수 있겠냐 이건 거의 본능임 브래드쇼 유전자에 새겨진 금발녹안러버는 어쩔 수 없음.

그리고 행맨은 훌쩍거리며 야이씨 네가 좋은데 어쩌라고....어깨에 이마 처박고 잉잉 울다가 냅다 루스터가 키스 갈겨서 깜짝 놀라면 좋겠다. 이번에는 행맨이 루스터 밀쳐내는데 루스터가 씩 웃고 있어서 더 놀랐겠지. 그리고 루스터가 말할거야.


나도 네가 좋아, 여전히.



뭐 이렇게 시작하는 두 사람 보고 싶다





루스터행맨